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07
207
아스타로트.
인큐버스.
물론 해시태그에 ‘#여성공포증’이라는 단어를 붙어서, 날 당황하게 만드는 이 아이를 처음 만난 것은, 현 색욕의 공작 릴리스가 창조해낸 꿈의 미로에서, 릴리 기사단들을 구출할 때 처음으로 만났다. 작은 체구와 가련해 보이는 얼굴은 다른 여성들에게 공격받기(?) 쉬운 대상이었고, 오히려 인큐버스가 여자들에게 도망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몰려갔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계획을 변경해서 인큐버스를 도와주고(건전한 선 안에서), 나와 메르티아 맥커드, 소수의 릴리 기사단 동료들을 구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써먹으려 했다.
물론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했지만...
그 외에 두 번째로 조우한 것은 용사들의 축제 여름시즌에 한 번 더 만났다. 그때는 인큐버스가 잡화점에서 지내게 되었을 때, 아이니스에게 반하는 상상치도 못한 사태가 벌어졌고, 아이니스는 교묘하게 그것을 이용해서 인큐버스...즉 현재는 공포를 극복한 카쿄인처럼, 여성공포증을 극복한 아스타로트로 있게 만들어줬다.
“주인. 마지막의 비유는 특정 지식을 소유한 자만이 알아들을 수 있노라. 좀 더 쉽고 간단한 비유로 독백을 하는 것은 어떻겠는가?”
“어째서 레시아가 제 독백을 읽을 수 있는 건데요?”
“주인과 짐은 이미 갈 때까지 간 사이가 아니더냐?”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습니다? 아직까지 건전하게 잘 가고 있는 이 글을 어둠으로 물들이시지 말아주시겠어요? 괜한 상상력을 집어넣게 만들어서 신사적인 생각이라도 하게 만들면 어떻게 하라고요? 그리고 저는 아직 키스만 당했지 그 이외엔 별거 없습니다.”
“하지만 주인은 짐에게 찐~하게 키스하지 않았는가? 물론 예상외의 테크닉을 선보여줘서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주인을 쓰러뜨릴 뻔했다.”
“쓰러뜨리지 마요. 그날 적진 한가운데에서 뭘 하려고 했던 거야...”
“필살기?”
“쓰지 맛!”
그 뭐냐...독자들이 이해할 만한 비유라...음...
아 그래!
마치 마리오 씨가 별을 먹고 모든 것을 즉사시킬 수 있는 것처럼, 아스타로트의 여성공포증을 극복했다는 소식은 이제 곧 최강의 인큐버스로 자리잡는다는 소리가 된다.
음...적절한 비유였어.
“하지만 어린 아이가 보기에는 마리오 씨의 동심이 깨지지 않는가? 짐은 마리오 씨가 좀 더 영웅적이도록 독백하는 것을 원하노라.”
그러니까...마치 마리오 씨가...
“잠깐만? 예전에 저의 산타에 대한 동심을 때려부순 것은 생각 안 나세요?”
“안 난다.”
“거짓말 하지 마시죠! 어디서 밑장빼기를! 저번에 라이포네를 구하러 갔을 때, 페어리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면서 순수하고 마음이 여린 저의 동심을 때려부수다 못해, ‘분쇄! 옥쇄! 대갈채!’를 했잖아요!”
“그깟 산타가 뭐가 그리 좋다고...”
“뭐라고요?”
검은 고양이는 자신의 앞발을 핥으면서 나의 시선을 회피했다. 그 이후에는 나도 차분하게 마음의 평정을 빠르게 되찾고 아스타로트가 성장한 모습을 상상했는데, 어떤 미남이 되어있는지는 아는 사람만 알게 되는 기대수치다.
남자가 다른 지인이 미남인 것을 기대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자신의 외모와 비교하기 위해.
두 번째는 주변에 여자가 많으면 소개시켜달라고.
세 번째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위해서. [나 이런 애랑 친구다! Ect.]
나 같은 경우는 주로 세 번째 이유와 같다. 물론 저 사항은 중복 선택 사항이며, 이 사항은 언젠가 한 번 천천히 생각해봐도 된다. 인맥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중요한 연결다리이기에...아니 이 독백은 지루하니까 패스.
어쨌든 지금 인큐버스와 만나기 위해서. 레시아와 함께...
릴리스의 침소에서 대기 중이다.
...어째서냐고 물어보면 잡화점 2층에 있는 물품 중에, 몽마의 영역...게다가 몽마들의 여왕에게 곧바로 직행할 수 있는 ‘릴리스의 침대’(물론 이름은 내가 지었다.)가, 본래 제물을 바치는 용도로 사용했지만, 레시아나 나와 같은 경우에는 3층에 있는 사키엘의 문으로 가는 것보단, 편하게 한층 더 아래에 있는 릴리스의 침대로 이동하는 것이 더 빠르기 때문.
“어머나 왔구나~달링.”
위쪽에서 묘하게 색기가 있는 소리가 들려서 쳐다봤더니, 은발의 여왕 릴리스가 침대 위에서 급강하를 한 덕에, 나는 침대에서 뛰쳐나와 바닥을 구르고 다시 탄성을 이용해서, 자세를 바로잡은 뒤에 릴리스를 응시했다. 보라색 빛으로 물들어서 묘한 분위기를 띄고 있는 릴리스에게, 레시아는 엄청나게 작은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기를...
“어이. 릴리스여. 지금 짐 앞에서 무엇을 하는 것인가?”
그러자 릴리스는 요염하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요즘 카일에게 키스하는 것이 대세라면서요? 저야 키스 한방으로 모든 남자를 한방에 보내버릴 수 있지만.”
그거 말로만 듣던 죽음의 입맞춤인가?
릴리스와 만나는 남자들에게 애도를 미리 표해야겠군.
“후음.”하고 길게 내쉬는 릴리스의 한 숨과 몸짓 하나하나는 여전히 다른 남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할 정도였지만, 아직까지도 머릿속이 냉방이라도 된 듯이 차분한 상태에서, 나는 릴리스에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그게 대세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에요? 게다가 지금은 레시아가 메시지를 먼저 보내지 않았던가요?”
“아...하긴. 달링은 먼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성격이지? 그럼 나랑 놀아주는 거야?”
“아뇨. 릴리스에게는 노는 거겠지만, 저에게는 사냥을 당하는 입장이니까요.”
릴리스는 키스 한방으로 사람을 보내버린다는데?
나는 어린 나이에 죽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거 아쉽게 되었네~. 언젠가 기회를 잡을 거지만? 꿈에서라도 황홀하게 줘야지.”
...그거 살인예고 아니에요?
“어쨌든 릴리스여. 잡답은 그만두도록 하고 어서 아스타로트를 불러오거라.”
릴리스는 잠깐 멈춘 뒤에 손바닥을 한번 치더니, 바닥에서는 마법진이 펼쳐지자 170을 육박하는 키의 인큐버스가 천천히 소환되었다.
“우린 되찾을 것이다! 우리의 고향과! 우리의 유ㅅ...”
“소환하면서 그런 장난치지 마시죠!”
릴리스가 웅장하게 말하다가 나의 태클에 말을 잠깐 멈췄다. 그 이후에 샤프한 턱선을 가지고 있는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외형. 여성들의 마음을 도려낼 듯한 바다 빛의 눈동자와 윤기 있는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인큐버스가, 나를 보고 반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카일 씨! 오랜만이군요.”
“어 그래...이제 아스타ㄹ...”
“오오! 훌륭한 모습으로 잘 자라주었군. 아스타로트. 어떤가? 이제 저 계집의 자리를 빼앗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 그대에게 힘을 부여하면 릴리스를 타도하는 것은 시간이 알아서 할 일...”
“얼마나 기쁜지 몰라도 정작 본인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하지 마시죠?”
릴리스는 잠깐 얼굴이 일그러졌다가 다시 피고는 입을 열었다.
“제가 색욕의 공작을 물러날 테니. 카일을 주시죠?”
“그냥 그대가 공작을 해먹거라. 주인은 절대로 안 된다.”
정말 묘하게 자주 싸운다니까. 저 두 분은...
“그나저나 여성 공포증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면서?”
“네. 이제 아이니스에게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게 되었어요. 꿈에서도 자주 만나고 그러고 있으니까요.”
“애한테 이상한 거 알려주지마. 아직 그 애는 미성년자니까.”
음...왠지 아이니스라면 전부 다 알지도...
“그나저나 날 찾았다고 했지. 그래서 무슨 일로 나를 찾은 거야?”
“그...제가 이상한 경험을 해서 말이죠. 물론 여왕님과 마왕님께는 처음 드리는 소식이지만, 다른 몽마들 하고 이야기를 해봐도 이게 아직까지 마음에 걸려서요.”
우리는 경청하면서 인큐버스의 설명을 들었다. 그나저나 분명 예전에 봤을 때는 키가 작은 쇼타 계열이었다면, 지금은 귀공자 스타일로 변신 되어있다니. 이 아이가 무슨 트랜스 포머인가? 나중에는 마초맨으로 변신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특정 사람들의 꿈속으로 들어간 몽마는, 그 사람이 잠꼬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입을 할 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물론 저도 어젯밤에 그걸 체험했고요.”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꿈에 침입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의 정신방어가 그냥 특출 나게 높은 것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50명이 전부 정신방어가 높을 리는 없어요. 게다가 대부분 농부의 딸과 같은 평민계층이었으니...분명 1명은 그런 현상이 나타나도, 50명이 단체로 나타날 리가 없으니까요.”
...그러면.
“애초에 꿈을 꾸지 않는다는 소리잖아? 잠은 자긴 해?”
“잠은 자는 것 같은데...”
아 그나저나 그 가련한 미성에서 사춘기가 약간 지난 음성을 들으니까, 뭔가 세월이 참 빠르다고 느껴지는군. 어쨌든 아스타로트의 증언에 따르면 그 사람들은 자고 있었으나, 몽마들이 그 꿈에 침투하려고 하면 꿈을 꾸지 않는 것처럼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상급 몽마정도면 꿈을 꾸지 않아도, 오히려 꿈의 세계를 만들어 강제로 불러오는 것도 가능할 터인데, 그것이 50명 전부 다 실패할 정도면 대단할 정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몽마들의 입장이다.
“그 장소가 어디인데?”
나는 아스타로트의 마지막 말을 듣고 몸도 마음도 경악에 도달했다.
“그 마을은...‘이브센티아’라는 마을이에요.”
이 한마디로 인해서...
***
이브센티아가 꺼려지는 이유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2년전의 사건. 그 바보 같은 실수 때문에 모든 이들을 학살하고 먹어 치워버린 감각이 기억 속에서 재생하려고 할 때,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준 것은 다름이 아닌...
“주인님? 뭘 그리 어두운 표정을 짓고 계셔요? 오늘은 달이 둥글잖아요!”
“그렇네. 가장 큰 보름달이네. 그래서 이제 거대한 토끼로 변신하는 일만 남은 거야?”
음...루나가 연분홍색의 거대한 토끼로 변신하는 모습을 상상했더니, 의외로 깜찍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무들의 뿌리가 다 뽑혀나가겠지만...
아니면 나뭇잎이라던가...
나는 잠깐 생각을 하다가 루나에게 입을 열었다.
“너는 과거에 있던 기억이 괴롭히면 어떻게 하냐?”
“만화를 그려요. 야하게.”
“물어본 내가 잘못했다. 그만 가.”
터무니 없는 대답으로 인해 순식간에 허탈한 웃음만 나오게 되었고, 루나는 내 옆에 앉아서 떠들기 시작했다.
“주인님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그리 우울한 상태가 되었어요?”
“마을 하나 도륙 냈어. 뭐...편명을 시작하자면 내 의지는 아니었고, 내 실수로 월식에게 조종당하는 바람에 완전히 난리도 아니었지. 그러고 보니 담담하게 마을을 도륙 냈다는 소리를 너에게 하는 것은 아니군.”
“...얼마나 죽이셨나요?”
“이브센티아 마을 거의 전원. ‘거의’라고 한 이유는 그때 숫자를 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그 이후로 용병을 그만두고 2년동안 거의 폐인처럼 살아왔어. 죄책감 하나 때문에 사람이 그렇게 망가지긴 했지.”
루나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입을 열기를...
“그래도 주인님께서는 저와 달 토끼들을 구해주셨잖아요? 알파를 구하지 못해서 좀 쓸쓸하지만, 어쨌든 주인님은 과거에 대한 마지막 청산을 하러 가는 것이라 생각하세요.”
“마지막 청산?”
“술자리에서 들었어요. 과거 때문에 많이 고통을 받고 있었지만, 루니아 언니는 용서해주셨고, 과거에 원흉이었던 월식은 빛으로 태워 없앴다고, 이제 마지막으로 그 마을에 가는 일만 남지 않았을까요?”
그 말에 안도를 하면 안 되는데...
루나가 나를 위로한 말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잠깐! 루나. 너와 달 토끼들은 따지고 보면 호문쿨루스 계열 아냐? 인공생명체잖아?”
“음...유전자 복제니까. 인공생명체라고는 할 수 있긴 하겠네요.”
“그런가...”
“물론 달에서는 호문쿨루스를 만들 수는 있어요. 다만 유전자 복제 말고 어떻게 만들어질지는 의문이네요.”
“달에서 호문쿨루스를 만들 수 있다고?”
“네.”
“하지만 유전자 복제 없이는 만든 적이?”
“그럼요.”
루나는 당돌한 눈동자로 나를 보며 확신했다.
그러면 달의 기술력을 빼돌렸거나, 아니면 달에 있을만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과거의 응어리는 덜고 추측을 하기 시작한 머릿속은, 어떤 결론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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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도 출근이라니...
원래 쉬는 날인데...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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