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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이번 주는 매우 평화로운 나날이 지속되어야 했다. 실제로 사건이나 사고에 휘말린 적은 없고, 하멀 씨가 나를 굴리기 위해 부르지도 않았으며, 루니아 누나가 나에게 찾아오는 빈도수는 낮았다. 어쨌든 평소와 다른 평화로운 나날이 지속되어야만 하는데, 어째서 꼭 한 번씩 나의 평화를 파괴하는 악의 무리가 있는 것일까? 나의 전생에 대해 되돌아보고,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절실히 느껴졌다.

 

목에 있는 통증을 꾹 삼키면서 루시피나에게 치료마법을 받고 있는 동안, 엘리시아는 만족한 얼굴로 나에게 입을 열었다.

 

역시. 아침부터 신선한 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거였어. 그렇지 않아?”

 

동의 구하지마.

너만 흡혈귀니까.

 

그나저나 주인님이 흡혈귀에게 물렸는데, 왜 흡혈귀가 안 되는 건가요?”

 

루나는 여전히 반짝이는 연녹색의 눈동자로 내 얼굴...그러니까, 송곳니가 날카로운지 아닌지를 확인하려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이곳의 흡혈귀는 딱히 병이라던가 전염이라거나 그렇게 형성된 것이 아니니까, 물론 대부분의 글에서는 흡혈귀에게 물리면 흡혈귀화가 진행되어, 끝내는 난 인간을 그만두겠다! 죠죠!”와 같은 전개가 나오겠지만, 다행히 이 대륙의 흡혈귀는 공통적으로 상대를 흡혈을 하는 것은 식사이고, 흡혈귀로 만들려면 특수한 상황과 조건이 붙기 때문에, 아무리 물려도 흡혈귀는 되지 않아.”

 

그렇군요. 루나와 주인님의 흡혈귀 플레이를 꿈꾼 저의 환상이 부셔지는 순...끼아아앗!”

 

루나가 말을 하다 말고 비명을 지른 이유는 아이언 클로가 출격했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은근히 내가 흡혈귀가 되는 것을 바라고 있는 건가? 어쨌든 루나는 레시아가 광적으로 따르고 있는 아이돌이기 때문에, 루나의 경우에는 약하게 10초정도만 집행하고 끝냈다. 물론 레시아가 루나의 팬클럽 회장이고 거느리고 있는 회원수는 4...

 

4만의 몬스터들을 대면해보고 싶다면, 이번 기회에 루나를 괴롭히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그런 수명을 빨리 단축하는 일은 해보고 싶지는 않았다.

 

흡혈귀에 대해 지식이 빠삭하네?”

 

엘리시아는 의외라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지만, 지금은 흡혈 당한 것에 대해 정신적인 피로가 서서히 회복할 때쯤. 뭔가 이상한 단어를 들은 듯 해서 엘리시아에게 태클을 걸기 시작했다.

 

고대 흡혈귀라는 녀석이 빠삭이란 말이 뭐야. 적어도 박식하다.’라는 단어를 사용할 줄 알아야지. 너의 기품과 카리스마는 어디다 투척을 했는데?”

 

스틱스 강.”

 

당장 가서 찾아. 그리고 영영 돌아오지 마.

 

어차피 그 사신은 피가 없다고? 해골이라서.”

 

사신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사신의 옷을 벗기다니! 그게 무슨 파렴치한 짓을!...이라고 해도, 어차피 해골이라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곧 점심시간이 다가오려고 하는 것인지 아닌지 몰라도, 나만 뱃속에서 거지가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자, 루시피나는 빠르게 배고프지? 슬슬 밥하러 가볼게!”라고 말하며, 내 볼에 뽀뽀를 해주고 웃으면서 주방으로 향했다.

 

...잠깐?

루시피나가 나에게 뭘 했다고?

 

“...카일이여! 첩의 뽀뽀도 받아주거라!”

주인. 짐의 뽀뽀를 쬐끔만 맛보거라.”

루나는 주인님이 볼 말고 입에다 해주길 원하는 데요?”

 

갑자기 징그럽게 왜들 그래요! 거기서 움직이지 마시죠!”

 

움직이지 말라는 나의 말에도 듣지 않았으며, 느닷없이 검은 고양이와 연한 피부를 가진 어린 아이처럼 보이는 어른, 그리고 달 토끼가 한 순간에 뛰어드는 바람에, 의자에 앉아 있다가 반응도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져 버렸다.

 

스승은 대낮부터 뜨겁구나.”

사부. 하렘왕.”

 

조용히 안 해! 마리는 대체 그 말을 어디서 배워온 거야!”

 

오전 연습을 끝내고 돌아온 매리와 마리. 그리고 느긋하게 있는 엘리시아의 눈 앞에서, 마치 마술쇼라도 하는 듯이 3명이 엉켜있는 공간에서 빠져 나오는, 좌표마법을 사용해서 빠져 나와야 했고, 그 전에 40차례정도 데미지를 받았다. 뭔가 스킨쉽을 할 때마다 그게 기폭제가 되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달려오는 것은 그만 뒀으면...

 

어라? 빠져나갔다.”

 

루나가 먼저 입을 열었고, 그 다음으로 레시아가 내가 있는 곳을 보며 말했다.

 

이제 공간침식마법이 어느 정도 숙달 된 것이 느껴지는 군. 처음에 배웠을 때는 1분이었던 것이 1초로 줄어드는 놀라운 기적을 보았노라. 좌표마법까지 3초인가?”

 

레시아는 그 짧은 사이에도 내가 전개한 마법을 꿰뚫어봤다는 게 더 신기할 따름. 마리아는 조용히 ! 13번밖에 못했군.”이란 말을 중얼거리며 천천히 일어섰다. 어느 틈에 다가왔는지 몰라도 엘리시아는 나에게 입을 열었다.

 

흐응...지금도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건가? 그럼 하인을 내가 독차지 한다면?”

 

잡화점에 있는 대부분 멤버들에게 공격을 받아, 티끌도 남겨지지 않고 산화될 것이라 생각해. 그리고 카일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왜 하인이라고 부르는 거야? 어디 저주받은 하인 덱 같잖아? 이제 하인 킹을 소환하면 공격력이 8000이 되는 거냐?”

 

그럼 8000라이프에서 다이렉트 어택을 맞고 원턴킬 당하는 거잖아? 그러나. 파라오와 어디 사장이 나오는 카드 만화를 알 리가 없는 엘리시아는, 나를 보는 눈이 이제 허탈감으로 뒤섞여버린 눈빛으로 변하면서 입을 열었다.

 

넌 나에게 물린 순간부터 하인이거든? 뭐 그렇다고 해서, 네 이름 부르는 게 부끄럽다는 건 아니고...”

 

...?

잠깐 엘리시아가 말 끝을 흐리면서 시선을 피했다.

 

이해를 할 수 없는데? 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내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말을 하자마자, 엘리시아는 뭐가 화가 났는지 다음과 같은 소리를 쳤다.

 

네 이름은 잘 기억해 두고 있다고! 그냥 너를 하인이라고 부르는 거지!”

 

엘리시아가 말하는 것에 대해 잠깐 고민을 하다가, 끝내 머릿속에서 결정된 단어로 입을 열었다.

 

그럼 이름을 불러! 이 멍청한 모기야!”

 

뭐라고! 너 정말 죽을 때까지 흡혈해줄까!”

 

이게 진짜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나!”

 

분명 맨 첫 문단에 말했던 내용대로, 이번 주는 정말로 평화로워야 했었으나, 저 흡혈귀인지 박쥐인지 모기인지 하는 것 때문에, 내 마음의 평온이 사라졌다. 마치,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버스터 콜처럼, 황폐화가 되어버린 평화는 언제쯤 다시 회복을 할 수 있을까?

 

엘리시아와 잠깐의 시비가 붙어서 분노 수치가 광분으로 넘어가버린 영향으로, 마나가 극상으로 올라가버린 나에게 있어선, 뒤쪽에 날개처럼 뿜어져 나오는 바다색의 흐름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 상황을 눈치챈 레시아가 곧바로 본 모습으로 돌아오며 입을 열었다.

 

주인! 지금 마나가 폭주하고 있지 않는가! 이 곳을 날려버릴 생각인가!”

 

레시아의 말에 겨우 진정을 시키자. 대기에 분포 되어있던 마나의 진동이 점차 가라앉고, 붉게 물들어서 경고표시를 알리는 잡화점이 서서히 정상적으로 되돌아왔다. 천천히 심호흡으로 기분을 가라앉히고 의자에 주저 앉았다.

 

이 곳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주인일지도 모르겠군. 짐이 아무리 마기를 끌어올려도 잡화점이 먼저 경고하는 듯 붉은 색으로 변하지 않던데 말이지.”

 

레시아는 순식간에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 끌어올린 마기를 서서히 거두고, 본래 고양이 모습으로 돌아와서 내 무릎 위에 올라왔다.

 

엘리시아 여. 주인의 능력을 시험하려고 하지 말지어다. 그대의 궁금증의 대가로 최소 이 잡화점이 날아가버릴 뻔했노라. 아무리 주인이 다른 곳에서는 허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할 지라도, 주인 자체가 약하다는 것은 아니니라.”

 

사색으로 질린 체 떨고 있는 엘리시아는 서둘러 팔짱을 낀 뒤에 뒤를 돌면서 입을 열었다.

 

! 확실히...내 하인답게 그리 약하지는 않은 것 같네. . 약하지 않아...”

 

마리아는 내 옆에 조용히 다가가서 귓속에다가 말했다.

 

방금 전에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카일이여. 모든 마나에 살의를 담으면 어쩌자는 것이냐? 마왕님께서 그 광범위한 일을 처리하려면 꽤 고생하셨을 것이다.”

 

미안해요. 순식간에 머리에 불이 들어와서.”

 

아무튼 가라앉는 이 분위기를 어떻게 부셔야만 하는 것일까. 나는 고민 끝에 입을 열

 

신랑! 밥 다 됐어! 오늘은 신랑이 좋아하는 통 삼겹살이야!”

 

앞치마를 한 루시피나가 루비를 박아놓은 듯한 두 눈동자로, 초롱초롱하게 보면서 오른손에는 국자를 쥔 채로 입을 열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루시피나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잡화점이 날아갈 뻔한 상황을 전혀 모른 체, 다 식어버린 분위기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보며 입을 열었으니. 이건 실로 웃긴 상황이 아니던가?

 

...점심은 먹어야겠네요. 언제까지 이렇게 앉아 있을 수는 없으니까. 엘리시아도 피 말고는 음식 섭취가 가능하던가?”

 

날 뭐로 보는 거야? 당연히 가능하지!”

 

보통은 불가능 해야 하는 것 아냐?

 

디저트로 하인의 피를 마시면 되니까. 목이 막힐 일도 없겠다.”

 

너 앞으로 혈액팩 마시고 다녀!

 

식사도중에 빈혈로 쓰러지는 것은 이쪽에서 사양이다.

 

***

 

점심이 끝나고 낮잠을 자고 싶은 포근한 기분은, 여전히 더위로 고생하지 않도록 자동으로 온도 조절을 해주는 잡화점의 노력 때문이다. 쾌적한 환경 속에서 내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2가지 정도인데.

 

하나는, 루니아 누나는 대체 어디로 토벌을 떠났길래, 엘리시아가 잠든 관을 맡긴 것인가?

또 다른 하나는, 엘리시아는 어째서 다른 이들의 피를 놔두고, 내 피만 마시려고 하는가?

 

...두 번째는 개인적으로 나중에 생각을 하고, 첫 번째를 가장 먼저 우선시로 생각해야 했다. 분명 긴급소집으로 인해 루니아 누나의 휴가가 끊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시아가 잠든 관을 들고 와서 나에게 맡겼는데, 그럼 루니아 누나는 무슨 이유로 릴리 기사단으로 돌아가서 어딜 들쑤시고 다녔는가? 라고 생각했다.

 

물론 원래 예정이라면...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물어보기 위해, 릴리 기사단을 방문했을 터인데, 엘리시아가 아침부터 활기찬 흡혈을 해버린 바람에,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 다름이 없다.

 

-!

 

그래 독백을 한지 10초만에 안정이 아니라 헌혈이 되어버렸지만...

 

제발 그만 좀 마셔줄래? 이러다가 정말 빈혈로 쇼크사해서 잡화점 이야기가 막을 내리게 생겼거든? 내 입에서 제발 ! 꿈이었네?”라는 엔딩이 나오지 않기 위해, 제발 그만 흡혈하고 저기 수북하게 쌓여있는 혈액팩이나 먹으라고!”

 

엘리시아가 흡혈을 마친 뒤에 입을 열기를...

 

그렇지만 네 피가 마시기 더 쉬운데?”

 

나는 너 때문에 기절하기 더 쉬운 상태거든?”

 

아직까지도 할 말이 많은 듯. 엘리시아는 입을 열었다.

 

그래도 네가 아니면 흡혈하지도 않는다고? 물론 딱히 특별해서가 아니라, 맨 처음에 관에서 풀어주기 전에 네가 한 말을 잘 지키고 있잖아.”

 

“...그 밖에 돌아다니며 피해주지 말라는 그 말?”

 

그래. 나는 그 말을 듣고 이렇게 잘 따라주고 있는데, 정작 그걸 말 한 사람이 기억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내가 전 인류를 대신에서 혈액을 제공하겠다는 말은 안 했거든!”

 

시끄러워! 네가 혈액을 제공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모든 인간의 혈액을 마시고 오겠어!”

 

알았어. 토라지지마. 이 츤데레 모기야.”

 

츤데레 모기는 또 뭐야! 더 아프게 물 테다.”

 

-콰직!

 

아악! 이 녀석! 경동맥을 스칠뻔했잖아! 과다출혈로 죽으면 네가 책임질 꺼야?”

 

나의 말에 들려오는 엘리시아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때는...흡혈귀를 만들어서라도 책임질게...그러지 뭐.”

 

그 전에 살려내란 말이야!”

 

시끄러워! 너도 어차피 인간으로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고 생각하잖아!”

 

아직 20세밖에 안된 사람에게 그런 소리 하지마! 난 젊다고!”

 

나는 어째서 안전한 장소까지 죽을 수 있다는 위험을 넘나들어야 하는가?

결과적으로 무자비하게 엘리시아가 흡혈해버리는 바람에, 강제로 낮잠을 자게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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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는 그나마 평온하게 흘러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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