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군요. 오늘의 기온은 무진장 덥다는 거였어요.

 

윈디는 느닷없이 입을 열고 세상을 다 깨우친 현자의 표정마냥 입을 천천히 열었다. 아이언 클로의 부작용으로 헛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길 빌며, 머릿속을 냉각하듯이 쿨한 상태로 접어들었다. 지금은 내가 왜 바리스 씨가 거주하고 있는 성 앞에서, 나뭇가지를 머리에 꽂고 위장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무렵. 은밀하게 움직이기까지는 1시간 전으로 거슬러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윈디 메르아의 추측 상.

바리스 씨를 노리는 범인은 바리스 씨 주변에 항상 있을 거라는 추측을 했기에, 잠복근무를 해야 한다고 허공에 소리를 치며 말했고, 나 같은 경우는 어릿광대나 맹수 조련사도 용의선상에 있기에, 지금은 범인이 나타나기까지 잠복을 하고 있다는 것. 물론 적을 속이려면 아군도 같이 속이는 것이 원칙이기에, 바리스 씨는 아무런 사실도 모르는 체 왕궁 법무부 쪽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듯 보였고, 윈디의 카메라 속에 계속해서 그려져 나가고 있었다.

 

오오! 오오! 역시 바리스 님! 오늘도 우아하시군. 하악! 하악!”

 

진정해.”

 

태양보다 더 불타는 윈디 때문에 들키는 것은 아닐지 더 걱정할 무렵. 조금만 더 있어도 근위병에게 들킬 것 같기에, 나는 윈디의 옷깃을 붙잡고 고정을 시키는 듯 억지로 끌고 내렸다.

 

흐흐...이거 이거...돈벌이 쉽군. 이제 이 사진만 팔면...”

 

내가 만나왔던 캐릭터 중에 이렇게 산만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난생 처음이다. 레시아는 맨 처음에는 딱딱하고 무감각했으나, 지금은 누구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활발해졌고, 시나는 사무적인 태도를 보여도 응석을 많이 받아줘야 한다. 루시피나는 헌신적이지만 나이를 거꾸로 먹었는지 너무 순수한 경향이 있고, 마리아는 오래 살아왔다고 어린 아이의 몸으로 계속 유혹하려고 한다. 저번에 뭐 합법로리라는 단어를 들먹이며 괜찮다고 하지만, 글 수위가 높아지니까 안 된다고 했고.

루나는 최근에 아이돌의 생활과 달의 관리를 병행하면서, 가끔가다 만날 수 있는 유명인이 되었는데, 가끔가다 방을 수색하면 2차 창작을 위해 만화를 그리고 있는 걸로 밝혀졌다. 잘 그리는데...너무 잘 그려서 자체적으로 검열해야 할지도...

 

그 외에는 티아는 만나지 않은지 오래 되었는데, 내 쪽에서 만나러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늘 티아 쪽에서 부재중인 경우가 많았다. 저번에 좌표마법을 배우러 갔던 것도, 한달 전에 이야기 했었던 일이니까. 물론...얀데레 미터가 극상이라서 내가 좀 피하기도 한다.

멜로디는 지금 인간들과의 화해를 했으니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느닷없이 관광을 하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만날지는 모르는 상황.

 

그렇게 따지고 보면 대부분은 머릿속이 차분한 사람들이 많은 반면에(루니아 누나는 내가 아직까지 생각을 제대로 읽을 수 없으니 제외), 윈디는 맨 처음부터 머릿속이 어떻게 되어 먹었는지 그냥 날뛰는 것을 시작으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그냥 위험해도 뛰어든다. 누가 보면 용기가 가상하다고 할 수가 있으며, 다른 이가 보면 가소롭다고 당장 도끼를 내려찍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더워서 그런데...바리스 공작님의 두근두근 도촬 스폐셜로 가면 안될까요?”

 

물론 기분파이기도 하고...

 

정신 사나운 헛소리 할 생각 있으면, 수상한 움직임이 있는지 없는지 그거나 확실하게 해결하고 가자고. 네가 더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나도 더운 것은 마찬가지 인걸...”

 

벌써부터 기분 나빠지려고 한다.

옷은 이미 땀으로 인해 내 몸과 합체되었고, 내 피부에서 흘러내리는 기분 하나하나가 날 최악으로 만들었다.

 

-찰칵! 찰칵!

 

사진기 소리가 들려서 윈디가 다른 사람을 찍고 있나 확인을 한 결과...

 

이야~ 완전 섹시하네요! 이거 남자들에게 팔면 엄청난 인기를 받겠어요? 이것도 정보료는 한 장당 1골드인가?”

 

이 녀석...지금 나를 찍고 있잖아...?

 

여름에 바다를 생각하게 만드는 짙은 코발트 블루의 포니테일로 인해, 신비하고 청순해 보이는 얼굴에서, 요염한 하얀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은, 이내 쇄골에 미끄러지듯 내려가 자동으로 가슴을 의식하게...”

 

-꽈아아악!

 

! 읍읍! 우웁!”

 

양손이 동시에 윈디의 입과 얼굴을 감싸면서 그 상태로 조이기 시작했다. 표현방법이 기가 막히다 못해, 천재적인 것을 보니 괜히 정보 상인이 아닌 모양이다.

 

차라리 네가 글을 써라.

 

무슨 짓이에요! 저의 가련한 신음소리가 새어나갔으면, 지금쯤 근위병에게 잡혀갔을 거라고요! 그리고 엄청난 오해도 불러일으켰을 거고!”

 

너는 아이언 클로가 그렇게 좋든?”

 

여전히 나는 인내심을 바닥까지 긁어 모아, 일부러 손가락을 풀면서 윈디에게 입을 열자, 윈디는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는

 

...아뇨. 사양합니다.”

 

라고 대답했다.

오늘은 바리스 씨가 돈을 받으러 오는 날인 만큼 오래 있을 수도 없는 일. 게다가 덥다고 계속 짜증내는 윈디의 어리광에 넘어가기로 했다. 솔직히 1시간만 있어도 정신이 피폐해지는 이런 더위 속에서 어떤 사람이 노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경계가 삼엄한 낮에는 선전포고를 하지 않는 이상 오지 않는다.

 

윈디. 철수하자.”

 

그럼 영희는요?”

 

-꽈아아악!

 

으갸갸갸갹! 농담이잖아요! 조크! 조크!”

 

독자들이 보면 글쓴이에게 곧바로 돌이 날아오겠다! 이 녀석아!”

 

아직도 나는 저 개그가 세상에서 존재하는 줄 몰랐다. 철수는 돌아간다는 의미로 내가 입을 열었더니, 영희를 찾고 있는 안드로메다에서나 나올법한 개그를, 정말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즉답으로 저 입에서 튀어나올 줄이야.

 

게다가 아까의 소란으로 근위병이 먼저 눈치를 챘기 때문에, 마나를 서둘러 회전을 시킨 뒤에, 은폐마법을 윈디와 나에게 둘렀다. 레시아에게 배운 마법인 만큼 효력은 확실했으니, 근위병은 2M안에 있는 우리들을 눈치채지 못하고 다시 자신들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무영창에 발동마법을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마법이 사용되다니, 의외로 카일 씨는 강자에 속하지 않나요?”

 

주변에 침묵마법까지 펼쳐놨으니 목소리가 새어나갈 일도 없으니, 마음껏 떠들고 있는 윈디에게 질문의 답을 내려줬다.

 

의외로 강자라...난 아직도 약한 줄 알았는데? 애초에 나보다 강한 사람은 내 주변에 널렸다고?”

 

오오~ 자만하지 않는 그 인성!”

 

인품이겠지...인성은 왜 나와?”

 

최근에 인성이라는 단어는 다른 이를 조롱하기 위한 단어로 변모하고 있다더라...

안타까운 현실이야.

 

그나저나 카일 씨?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내 쓰리 사이즈는 나도 모르니까 조용히 해.”

 

!”

 

사전 차단을 당했는지 혀를 살짝 차면서 옆에서 불만스러운 얼굴로 걷고 있다가, 다시 화색이 돌아오더니 윈디는 입을 열었다.

 

그러면 카일 씨! 오늘은 돌아가서 목욕하실 거죠?”

 

같이 안 들어가. 따라 들어가면 그 즉시 즉결심판할거야.”

 

!”

 

또 다시 제 2차 사전차단을 당한 윈디는 아까와 똑같이 불만으로 가득 찬 얼굴로, 내 옆에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애초에 나는 남자야. 게다가 기간 한정이기도 하고, 9월이 되면 이 모습으로는 안 살아. 그리고 두 번 다시 여자로 변해서 살아가는 일은 없을 거고.”

 

그래도 좋은 경험이잖아요? 남자로 살다가 여자가 되어보고...”

 

직접 안 당했으니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건 좋은 경험은 아냐. 충격을 먹는 일이 얼마나 많았는데? 남자 옷에 비해 여자 옷은 또 뭐가 그렇게 종류가 넘쳐나고, 화장품도 상당히 많았는지...차라리 함정을 설치하고 해체하는 법을 전부 암기하는 게 더 빠르다고.”

 

함정을 설치하고 해체하다니? 노상강도가 직업이었어요?”

 

주로 유적이나 무덤 같은 것들에 설치된 함정의 종류가 다양했거든. 그걸 사전지식 없이 들어가는 사람들은 거의 다 죽어나가야 해. 그리고 노상강도가 아니라 전에 용병을 하고 다녔으니까. 그런데 뭘 적니?”

 

잡화점 주인에 대한 정보를 적고 있지요. 나중에 팔 일은 없겠지만...개인 소장으로도 괜찮을까 해서요? 정 필요 없으면 나중에 리벌트에서 조난 당했을 때 불쏘시개로 써야죠.”

 

그런 거 하나하나 쓰지 마.

결과적으로 왕궁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기만 하면 순탄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아무 생각 없이 윈디의 말에 적절히 태클을 걸어가며, 빠져나가고 있던 찰나에 내가 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어딜 쥐새끼 마냥 들어와서 빠져나가려는 거죠? 당신은?”

 

뒤를 보아하니 쇼콜라 씨가 은폐마법으로 두르고 있는, 내 눈을 똑바로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제길...윈디! 도망...어라?”

 

정보 상인답게 먼저 위협을 알아차리고, 나를 버리고 도망을 갔다는 소리인가? 그러고 보면 윈디는 바람마법이 특기라고 했었는데...

 

게다가 처녀인 몸으로 그렇게 돌아다니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노려지는 것도 모르시나요?”

 

노려지다니? 애초에 여기에 저와 쇼콜라 씨 빼면 누가 있다고?”

 

리제가 함께한다?”

로제가 함께한다?”

 

허공에서 나를 제압하기 위해 내려찍으려는 메이드 자매의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몸을 너무 날리는 바람에 바닥에 2번 정도 구르고 자세를 고칠 수 있었으니...

어째서 은폐마법을 뚫고 나를 확인 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 둘째치고, 저 메이드 자매가 나온다는 의미는...

 

언니? 땀을 많이 흘려? 목욕하러 가자?”

로제 마사지 많이 능숙해졌어?”

 

잠깐만! 여전히 소장이 뒤집어 꼬일만한 의문사를 자주 쓰고 있는 쌍둥이들이여, 애초에 내가 살고 있는 잡화점에도 목욕탕이 있으니까, 나는 집에 가서 씻고 싶거든? 그보다 너희들의 도움이 없어도 된다니...”

 

하지만 그 메이드들은 나의 말을 자르고 입을 열었다.

 

무용문답?”

가급적이면 저항해줘?”

 

문답무용이겠지! 그리고 뭘 저항해줘? 억지로 끌고 가서 목욕시키고 마사지 하는 것을 내 머릿속에서 범죄라고 굳어지기 전에, 제발 내 인생에서 가장 평온하고 순탄한 순간을 만끽해보자.”

 

나의 간절한 호소가 메이드 자매에게 전해

 

안 돼.”

싫어.”

 

지지 않았다. 그나저나 얼마나 진지했으면, 자신들의 캐릭터를 부각하겠다는, 말끝에 의문사마저 포기할 정도였을까? 게다가 얼마나 싸늘하게 즉답을 했는지 한 여름에 소름 끼치는 한기를 맞이했다. 게다가 그 말이 결국 화근이 되어 리제와 로제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했고, 나는 몸 안에 있던 마나를 극한까지 끌어올려 모든 감각을 예민하게 했다.

 

그래도 내 눈은 자매들의 움직임을 따라잡기 힘들었지만, 이미 손과 다리는 뇌의 통제를 벗어나 각각 공격과 방어를 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였다. 게다가 지금 상태의 몸으로는 직접 받아내는 것도 힘드니, 유연하게 흐르듯 흘려 보내는 식으로 미끄러지며 한 명은 팔을 붙잡아서 반대 방향으로 던져버리고, 다른 한 명은 다리를 살짝 걸어 균형이 무너지는 틈으로, 어깨를 살짝 밀치는 식으로, 내 손에 있던 마나를 방출해서 저 멀리 날려보냈다.

 

후우...드디어...한 방씩은 갚아줬......?”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라고 하던가? 전혀 데미지 없어 보이는 리제인지 로제인지 너무 똑같아서 분간이 안 되었지만, 느닷없이 양쪽에서 덮쳐왔다.

 

천변?”

낙화?”

 

딱 봐도 맞으면 죽어요.(^^)”라고 써야 할 듯한 분위기가, 나를 움직이게 하지 못할 무렵. 새벽<Daybreak>을 사용하면 될 문제였으나, 아쉽게도 그걸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파아앙!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들리는 것은 리제와 로제가, 교육받은 대로 정중히 인사하는 모습이었고, 그 이후로 쇼콜라 씨가 터벅터벅 걸어와서 잠깐 숙여서 내 눈을 확인하더니, 이윽고 잠깐 안심하다가도 원래대로 무표정이 되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리제와 로제는 당신을 진심으로 상대하려는 판단으로, 오의를 사용했나 보네요. 힘 조절을 못한 아이들의 죄는 제가 대신 사죄해드리죠. 그건 그렇고 그걸 맞고 사지가 멀쩡하게 붙은 사람은 처음 보네요? 아직 리제와 로제의 벌칙이 있으니 느긋하게 즐겨주시길...아니, 어쩌면 극락으로 가게 되는 상이 아닐까요? 자매들의 목욕 봉사 기술과 마사지 기술은 늘 한결같이 늘고 있으니까요.”

 

말을 마치고 난 뒤에 쇼콜라 씨가 나를 집어서 어깨에 들춰질 때쯤.

내 의식은 끊어졌다.

그나저나 그 더운 날씨에서 쇼콜라 씨는 어떻게 땀 한 방울도 안 흘리지?

정녕 저런 것이 사람인 건가?


=============================================================================================

리제와 로제의 전투력은 쇼콜라의 밑입니다.

쇼콜라의 전투력은 루니아의 밑이고요.

루니아와 동급은 대표적으로 원펀치로 마물을 날렸던 이사벨씨정도?


참고로 리제와 로제는 하멀을 가볍게 제압합니다.

 

블로그 이미지

FNL-Phantasm

카테고리

판타즘의 공간 (757)
글쓰기 관련 공지 (2)
취미로 글쓰는 중? (753)
즐거운 스트리밍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