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비가 그치고 난 다음날.

루시피나와 루나, 마리아는 식탁에 앉아서, 우중충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분명 비가 그쳤는데 아직도 어두운 것은 내 기분 탓인가? 아니면, 어제 시나가 나에게 키스한 사실을 듣고 난 뒤에 잡화점에만 이상기후가 생성된 것인가?

 

나는 약혼녀인데...언제부터 글의 장르가 NT...”

 

그 이상 말하면 정말 장르에 혼선이 생긴다. 물론 그대의 마음은 첩도 마찬가지로 이해하지만, 지금은 카일이 있는 자리인 만큼 분노를 삼키거라.”

 

드디어 주인님은 다른 여자들에 의해 타락하는 전개가!”

 

루나는 신났나 보다. 동산 위에 무지개가 핀 것을 본 아이들 마냥...

 

루나. 대체 무슨 책을 보고 있는지 나에게 다 가져와.”

 

또르르...”

 

나의 한마디에 효과음을 입으로 말하며 고개를 숙인 루나. 효과음 담당의 일을 줄여준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지금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그 장본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레시아는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있고, 시나는 알 수 없는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내 몸 안으로 들어갔다.

 

이대로는 신랑이 타락하고 말아...조만간 감금을 해야...”

 

루시피나? 얀데레 미터가 올라가고 있는데요?”

 

분명 누군가는 말했다.

메가데레와 얀데레는 종이 한 끗 차이라고.

지금 루시피나마저 얀데레로 각성하게 되는 순간, 나는 과연 이 잡화점에서 평범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물론 브레이크는 마리아가 항상 옆에서 이야기 해주는 것이나, 레드 드래곤의 감정은 상당히 놀라울 정도로 가속이 잘 되니까.

 

저기 루시피나?”

 

안 되겠어! 신랑! 당장 나와 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공정을 직접 체험해야겠어!”

 

무슨 아이 만드는 게 공장 작업도 아니고 공정이라뇨! 그보다 수위 높이지 마세요!”

 

루시피나의 붉은 눈이 탁해질 대로 탁해진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조만간 무슨 일이 나기 전에 진정부터 시키도록 하자. 하지만, 무슨 좋은 수가 없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는 도중 마리아는 입을 열었다.

 

어차피 첩과 루시피나는 오늘 일정은 없으니, 거기에 동참이나 하거라. 장보는 것하고 그 외 여러 가지.”

 

그 외 여러 가지는 뭔데?

 

대신. 오늘은 마왕님과 그 안에 있는 람파시나는 절대로 간섭하지 말 것. 만일 간섭을 하게 되면 카일을 데리고 다른 차원에서 영원히 감금할겁니다. 아시겠습니까?”

 

레시아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들어 마리아의 눈을 보더니, 이윽고 알겠다.”라는 말을 한 뒤에 다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애초에 마리아 같은 경우 이 세계를 부셔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사소한 계기 하나로 부수지 않고 여기서 살고 있다고 말 했으니, 따지고 보면 레시아와 거의 동급 혹은 그 이상이 아닐까?

 

식사를 다 마친 이후에 루시피나와 마리아는 낮잠을 자기 위해,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설거지를 하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

 

-덥썩!

 

저기? 루시피나? 이번 설거지 당번은 전데요?”

 

무슨 소리야? 오늘은 루나링이 당번이야. 그렇지 루나링?”

 

눈 무서워!

그런 눈으로 보지마!

오죽했으면 루나가 루시피나의 눈을 보자마자 겁에 질려서, 내 손에 있는 고무장갑을 급하게 뺐더니 주방으로 후다닥 달아났다.

 

많은 사람들이 내용이 전개가 되지 않는다고 뭐라고 할 것 같은데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닐 텐데 신랑?”

 

레드 드래곤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잘 나타내주는 붉은 진홍빛의 머리가 더욱 밝게 빛나고 있는 걸로 봐선, “지금 당장 내 요구에 따라주지 않을 시에, 너와 나는 끝장이야.”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용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내가 죽을 위기에 처해있는데 잠시 동안 참아주길 바란다.

 

이쯤 되면 정말 애정결핍인가?

 

***

 

그 이후에는 마리아랑 루시피나와 함께 낮잠을 잔 것 빼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 왜 이 부분에 대해서 글로 적지 않고 느닷없이 건너 뛰어버린 이유를 설명하자면, 첫 번째로 내용을 적어놓으면 죽창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두 번째로는 정말 적을 내용이 없기 때문에 넘어가는 것과, 세 번째로는 그 와중에 내가 먼저 자버렸기 때문이다.

 

보통 여자와 잠자리에 들 때, 다른 이들은 긴장이 되어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긴 하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양을 세는 도중에 6번째 양이, 톱을 들고 울타리를 자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일어났을 때는, 내 양 옆에 마리아와 루시피나가 자고 있었고, 깨우지 않게 조심스럽게 일어나려는 찰나에, 내 다리가 각각 다른 다리에 구속당한 말도 안 되는 환상적인 팀워크가 펼쳐져 있었다.

 

정말이지 이렇게 신랑과 같이 나오니까 너무 좋아.”

 

오오! 역시 목마는 상당히 재미있군!”

 

지금 상황은 장을 보러 나왔는데, 루시피나가 옆에서 내 손을 잡고 있다면, 마리아는 목마를 탄 체,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더 높은 곳에 위치했다는 우월감으로 들떠있다고 보면 된다.

 

이러니까 가족 하나가 나들이 나온 것처럼 보이잖아.

루시피나는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하얀 얇은 긴 소매 옷을 입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외에는 약간 군청색의 미니스커트를 입고 샌들을 신었을 뿐이지만, 많은 사람의 이목이 루시피나에게 집중할 정도. 물론 그 이유는 옷뿐만이 아니라 몸매 때문이기도 하던가?

 

레드 드래곤의 폴리모프는 가장 외모가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첩이 생각해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여자마저 홀려버리는 외모를 가진 루시피나가 시선집중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마리아는 느닷없이 입을 열었다.

 

느닷없이가 아니라 독백을 봐버렸다.”

 

제 독백은 구멍이 뚫린 마분지에 바람이 들어가는 마냥, 쉽게 간파 당하고 있는 건지 좀 알려주실래요?”

 

최근에 독백을 읽히지 않아서 좋아하고 있었다가, 정신계통에 강한 능력을 보여주는 마리아에게 또 독백이 읽혀버렸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 마음속에 담아둘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처절한지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존재할까?

 

분명 내가 존재하고 있으니 우선 1.

 

어쩔 수 없다. 그저 보이고 들리는 것을 어떻게 풀어서 설명해야 하는가?”

 

머리 위에서 의기양양한 마리아의 목소리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울려 퍼질 정도로 큰 소리였으나, 지금 사람들은 거기에 관심은 없고 전부 루시피나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고 생각한다.

 

어라? 우연이군. 카일 선생.”

 

아니 이 소리는...

 

마침 연봉협상을 하러 가려는 사이에 잘 되었는지 않은...?”

 

이사벨 씨가 언제나 더워 보이는 검은 정장을 입고, 루시피나와 마리아를 번갈아 가면서 보고 있었다. 그 이후에 입을 열기를...

 

“20세 정도면 가정이 있을 법하지, 게다가 카일 선생의 부인도 상당히 마법적인 지식이 높아 보이고, 아이도 오히려 카일 선생보다 능가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는가? 혹시 아테리카 학원에 입학을 하는 것은...”

 

은근슬쩍 뭘 권유하는 거에요. 고급 레스토랑스 같은 사람아.”

 

태클을 걸고 있는 동안 루시피나는 어멋! 부인이래! 이 사람 좋은 사람인가 봐!”라고 말했고, “첩이 꼬마로 빙의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무작정 어린 아이 취급을 당하니까 기분이 나쁘군. 애초에 이 아이의 나이는 15세란 말이다. 아이니스보다 1살 더 많다고? 그 외에도 지금 현재 성장 중이기도 하고...중얼중얼과 같이 마리아의 불평이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처음에 이사벨 씨가 왔을 때, 루시피나도 그 자리에 있었으나, 그때는 투명화 마법으로 자신의 몸을 숨기고 있었다고 했으니...그보다 분명 봤잖아?

 

그보다 카일 선생에게 언제 한번 아테리카 학원을 구경시켜준다는 약속을 했지 않았던가? 지금 구경을 시켜줘야겠군.”

 

언제 그걸 약속했어요?”

 

아무리 과거의 이력을 뒤져봐도 그런 일은 전혀 없었는데?

 

지금 이 시간에 약속을 했으니, 그 약속을 이행할 때인 것이다.”

 

그거 그냥 억지잖아!”

 

이사벨 씨는 태연한 얼굴로 무슨 소리인가?”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말을 이어갔다.

 

애초에 아테리카 학원에 카일 선생의 자녀가 다니기만 해도, 엄청난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카일 선생이 나의 학원에서 일하지 않는다면, 대신 그 자녀를 입학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지.”

 

마리아가 저보다 더 강해요.” 라는 말을 눌러 삼키기까지 15초의 인내가 필요했다. 아주 세트메뉴로 자신의 학원에 집어넣으려는 행동을 보며, 어이가 뛰쳐나가 우주 밖에 누비며 화성으로 진출하고 있을 때쯤.

 

-쿠우우웅...

 

이사벨 씨? 많이 익숙한 폭음인데요?”

 

오늘은 소환마법 시험이 있는 날이다. 아마 실수로 마물 하나를 소환했겠지.”

 

...?

 

뭘 그리 태연한 얼굴로 말하고 있는 거에요! 그때 그 슬라임인지 아메바인지 하는 친구가 튀어나오면 어쩌라고요?”

 

글쎄...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정말 학원장 맞아요?

 

루시피나. 아테리카 학원까지 날아가죠.”

 

알았어! 신랑!”

 

밝고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초고속으로 하늘을 질주하는 비행마법을 통해 아테리카 학원으로 도착했다. 애초에 선생도 깨부수는 능력을 가진 엘리트 학생들이 있다면 그 학생들은 뭐하고 있는 건지...

 

저건 또 뭐에요?”

 

...”

 

도착하자마자 내가 본 상황은 기괴한 식물이 이리저리 널려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고, 마리아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답이 나왔다.

 

저건 마나를 흡수하는 마계화, ‘라스파나라는 거다. 물론 마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생명의 정기까지 뺏어가는 꽃인데, 기생계열은 그리 해롭지 않지만, 지금 이렇게 포식을 하는 그 자체는 상당히 위험하다.”

 

. 역시나 전부 잡혀있는 상태란 말인가...엘리트 학생이.”

 

이사벨 씨는 언제 쫓아왔는지 바로 옆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휘이이익!

 

거대한 라스파나의 줄기들이 나를 향해 뻗었으나 마법방패를 소환하여, 진입을 막고 루시피나와 마리아는 날아오는 줄기들을 베거나 태우는 등. 자신을 방어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그만 제 목에서 내려와요. 언제까지 목마에 타고 있을 작정이에요?”

 

싫다. 목마가 안 되면 첩은 카일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서 고급시계를 하겠다.”

 

그건 또 뭐에요! 게다가 고급시계가 아니라 감시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거든요?”

 

사소한 말에 태클을 걸고 있는 사이에도 라스파나는 먹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공격을 했고 다시 한 차례 더 방어를 한 뒤에 나는 입을 열었다.

 

대체 어떤 녀석이 소환마법을 건성으로 배웠길래, 마계에 있는 생물이 튀어나오는 거냐고!”

 

어쩔 수 없군. 이 이상 지체되면 학생들이 위험할 테니, 카일 선생은 그 자리에서 지켜보도록.”

 

이사벨 씨는 느긋하게 천천히 장갑을 끼면서 라스파나에게 걸어가고 있었다.

 

잠깐. 이사벨 씨! 그게 뭔지 아직 모르...”

 

-파아아앙!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아서 잘 모르겠으나, 눈깜짝할 사이에 이사벨 씨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내 앞에 있던 거대한 라스파나가 어느 사이에 뿌리까지 뜯겨나간 후에 조각조각이 나서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분명 주먹을 위로 올려 모습이 나타나자마자, 그 후에 거대한 타격소리가 뒤를 이었다.

 

소리를 앞질렀다고?”

 

루시피나와 마리아는 산산조각이 난 라스파나의 일부를 멍하니 보고 있었고, 나는 이사벨 씨가 오른손으로 V를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

사람이 이사벨 씨에게 맞으면, 아마 영원히 우주 공간을 넘나들어야 할지도 모르죠.

그 전에 고통없이 죽기를 빌거나...

 

블로그 이미지

FNL-Phantasm

카테고리

판타즘의 공간 (757)
글쓰기 관련 공지 (2)
취미로 글쓰는 중? (753)
즐거운 스트리밍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