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43
143
말 그대로 펀치 한방으로 보내버린 이사벨 씨는 DC에 나오는 원더우먼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아니 원더우먼도 이런 마물도 순식간에 제거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주먹 한방으로 5M가 되어 보이는 꽃봉오리를 한방의 펀치로 즉사시킨다는 그 자체는, 여전히 나와 마리아, 루시피나가 멍하니 보는 광경이다.
다른 꽃에서 풀려난 아테리카 학생들은 역시 모두, 이사벨 씨를 칭송하고 동경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니, 과거의 전설의 도둑이었던 그림자의 여왕의 저력을 본 것만 같았다. 아니 솔직히 한방에 때려죽이는 것은 도둑질과 관련이 없잖아? 어쨌든 지금 내가 있는 장소는 아테리카 학원 중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는 옥상에 있었다.
“가 아니라 제가 왜 여기에 있는 거죠?”
“그야 카일 선생과 차 한잔이라도 하려고...”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제가 언제 이곳으로 텔레포트 하듯이 온 거냐고요? 느닷없이 제가 이 학원 옥상에 있는 그 자체가 자연스러워서, 위화감이 일을 하지 않았던 것도 있는데, 아직도 연봉협상을 할 생각인가요?”
이사벨 씨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옆에 마리아와 루시피나는 쿠키와 차를 음미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왠지 내 눈에는 “그냥 먹을 것이 있으니까 먹고 있겠다.”라는 오러가 보였다.
누군가는 말했다.
여자는 간식 들어가는 배는 따로 있다고...
그 뜻은 위가 2개란 소리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냥 간식을 먹고 싶으니까, 둘러대는 핑계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 보면 정말 위가 2개 있는 듯이 잘 먹는다. 물론 지금은 점심에 자고 장을 보러 나와서, 군것질을 좀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무슨 배가 공허입니까?
“이 학원에는 우수한 제빵사가 있나 보군. 정말 마음에 드는 쿠키이지 않는가? 물론, 이 쿠키의 사념으로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대를 생각하고 만들었겠지만 말이네.”
마리아는 찻잔을 오른손으로 들고 있는 이사벨 씨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사념?”
“미안하군. 사념이라기 보단 연심인가...많은 학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어서 다행이지 않는가?”
밝게 웃으면서 떠들고 있는 마리아를 보고는 이사벨 씨가 입을 열었다.
“맨 처음에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지금 이렇게 보니 저보다 오래 살아왔을 것 같은데, 평범한 어린아이는 아니군? 카일 선생.”
왜 나를 보면서 물어봐?
내가 마리아에 대해 많이 알지도 못하는데.
“애초에 그 집안에 평범한 사람은 저 밖에 없을 겁니다.”
“신랑은 평범하지 않는데?”
오늘따라 평범함이 그리운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당장이라도 과거로 가서 가위바위보를 하려는 나를 막고 싶다. 아무튼 티타임을 빨리 끝내기 위해 고민을 하던 찰나, 옥상의 문이 열리면서 2명의 여학생이 올라왔다.
이사벨 씨는 느닷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여학생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보다 쌍둥이인가? 만일 머리카락의 색이 다르지 않았다면, 도플갱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지만...
“어째서 너희 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마물을 제압하지 못했는지 설명을 들어볼까?”
아무래도 저 두 아이가 선생까지 때려잡는다는 엘리트인가 보다. 당연히 엘리트가 사고를 쳐야 구경하는 내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지루함을 덜할 수 있으니까. 아무튼 왼쪽에 있던 연한 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학생이 입을 열었다.
“저는 오늘 마법의 날입니다.”
내가 알 수 없는 날에 대해 당당하게 말하자, 옆에 연파랑 색의 긴 머리를 가지고 있던 소녀도 입을 열었다.
“저도.”
“알았다. 이해하도록 하지.”
???
하지만 오늘 달력에는 마법의 날이라는 자체가 없었을 텐데?
“흠...꽤나 힘들겠군. 그 마법의 날에는 마법이 전혀 집중되지 않을 테니까. 위력도 거의 반감이 될 테고...‘속삭임’이 필요한 날이지.”
루시피나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마리아도 수긍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었다. 무슨 마법의 날에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지 잘 모르겠으나,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고 하니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었다.
“그나저나. 저기 앞에 있는 여장시키기 딱 좋은 샘플은 누구인가요? 학원장님?”
무슨 여자들은 나만 볼 때마다 나를 여장시킬 생각만 하고 있는 건가? 애초에 나와 눈이 마주친 연갈색 머리를 가진 소녀가, 본능적으로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다. 하긴 선생도 제압한다는 애들이 일반인처럼 생긴 나를 보고, 예의를 지킨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만...
“인사해라. 지금 내가 열심히 구애중인 카일 선생이다.”
“구애라뇨? 연봉협상이겠죠. 그리고 저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니까요? 다른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을...”
내가 이사벨 씨의 말에 태클을 걸다가 끊은 이유는
“킁킁...킁킁...”
연파랑 색을 가진 소녀가 다짜고짜 나에게 다가가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 전에 이 아이 괜찮아요?
“마나가 모이는 신선한 향기. 이 사람 마나가 축복하고 있어. 매리.”
왠지 좀 무뚝뚝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 아이도 괜찮아요?
정신이...
“정말이야? 마리?”
그러더니, 매리라고 불린 소녀가 나를 끌어 안고는, 안정을 되찾는 얼굴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아파죽겠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잠시 후...아니 불과 2초 후.
“잠깐! 어딜 안기는 거야! 이 에로 사항 같은 녀석!”
-파앙!
느닷없이 날아온 화염구를 근접거리에서 맞아 날아간 뒤에, 나는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애로 사항’이겠지! 느닷없이 안긴 네가 느닷없이 나에게 화염구를 날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금붕어 기억력보다 못한 녀석아!”
마음속으로 담아놔야 하는 말까지 분노로 인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내 앞에 있던 여학생은 이사벨 씨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내 화염구도 못 피하는 사람이 선생이 될 수 있는 거에요? 학원장님. 저런 약골은 그냥 저희들의 장난감으로 주시는 게 어떤가요?”
“장난감 좋아하네! 내가 맞아본 화염구 중에 간지러워서 광대뼈가 웃다가 날아가겠다!”
“시끄러워! 네가 ‘그 날’의 고통을 알아! 지금 위력은 100분의 1의 위력이거든!”
“어째서 저런 정신 나간 아이가 엘리트냐고!”
서서히 분노로 인해 처참히 갈려나가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을 때, 이사벨 씨는 박수를 크게 쳤다. 박수 소리에 싸우다 말고 고개를 이사벨 씨에게 돌렸고, 거기서 나오는 소리는 이러했다.
“만나자마자 사이가 좋아 보이니 다행이로군. 역시 카일 선생만한 인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이게 사이가 좋은 걸로 보여요! 이사벨 씨!”
“어째서! 제가 저 사람과 사이가 좋아 보이는 거에요! 학원장님!”
반면에 마리라고 불린 소녀는 루시피나 옆자리에서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다행이네 쌍둥이라 성격까지 똑같았다면, 내가 말다툼을 할 때, 2:1로 싸웠어야 했을 테니까.
“애초에 저 정신 나간 사디스트는 또 누구에요? 나를 보자마자 장난감이라고 생각하고 있잖아요? 내가 무슨 잠자리에 같이 드는 바비 인형도 아니고!”
“바비 인형에게 사과해!”
“넌 조용히 해!
아이니스에게 태클을 거는 것은, 장난인 것을 알고 말할 수 있는 거지만, 매리와의 말다툼은 오늘 처음보고 2분 뒤에 바로 시비를 걸더니 그대로 싸움으로 번진 것.
이런 차이점이 있다.
“아무튼 저는 이만 돌아가도록 하죠. 그리고 두 번 다시 연봉협상이고 뭐고 찾아오지 마시고요.”
“카일이여.”
마리아는 떠나려는 나를 붙잡았다.”
“어째서 이 아이들이 자신과 안 맞는지 납득시켜야 하지 않는가? 물론 실력적인 면에서 말이지.”
그리 말한 뒤에 찻잔을 들이켰다.
어째서 나에게 배우면 안 되는 것인가? 그 이유는 간단했다.
“매리와 마리의 실력은 오히려 가르치는 사람이 있다면, 방해가 되기 때문이잖아요?”
사실상 아무런 영창이나 트리거 보이스 없이, 기습적으로 화염구를 맞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실력은 수준급...혹은 그 이상이고, 엘리트인 만큼 성적은 톱은 저 두 자매가 먹고 있겠지. 그냥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그것만 결정해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성취하는 흔히 말해 천재라고 불리는 학생들이다.
“학원장이 그토록 원하던 카일 선생이, 자신은 오히려 이 학생들에게 방해가 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리아에게서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나타났다. 한 때 다른 이들이 갈망하며 자신을 따르던 모든 추종자들을 굽어 살피는 지혜로운 여왕의 모습. 이사벨 씨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곰곰이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다.
“카일 선생. 이 아이들은 조기 졸업을 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가?”
“그냥 몇 번 상담해주고 빨리 보낼 사람은 보내버리세요.”
그나저나 나도 놀라울 정도의 혜안을 가지고 있다니, 내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내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너무 뛰어나서 그런지, 가늠이 잡히지 않을 때. 마리아로부터 텔레파시가 도착했다.
[2개월동안 같이 지내오면서 가장 급격히 성장한 것은 카일이니라. 조금이라도 요령을 주기만 해도, 알아서 뻗어나가는 나뭇가지처럼 그대 또한 저 아이들처럼, 방향만 조금 잡아주면 끝없이 성취를 얻을 수 있는 천재라는 것이지.]
[저는 평범한 사람인데요?]
[이미 그 괴물 같은 잡화점 안에서, 중심인 사람이 평범할 리가 없지 않는가?]
잡화점도 나에게 지식을 나눠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잖아?
잡화점은 언제나 알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고, 집이기도 하니까.
***
학원장실에는 카일과 아름다운(?) 대화를 나누었던 매리와, 아직까지 쿠키를 먹고 있던 마리가 이사벨 앞에 앉아있었다. 학원의 대문이 열리면서 나가고 있는 카일 일행을 보면서, 이사벨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처음 보니까 어떤가?”
매리는 입을 열었다.
“그 남자. 매우 위험해요. 태클을 걸지 않았어도 순종적으로 구두를 핥았어도 제 취향이었을 텐데.”
이사벨은 그런 매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그런 의미로 첫인상을 말하라는 의미가 아니었을 터. 대체 뭘 보고 자라왔길래 이런 성격이 되었는지 의문을 품을 때. 마리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
“아으. 우어아이어.”
“쿠키는 다 먹고 이야기 하도록. 마리 양.”
이사벨이 말하자 마자 1초 안으로 입 안에 있던 쿠키의 내용물들이 전부 비워지고,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안에, 뭔가 있어.”
그러자 매리도 이제 생각이 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끌어 안았을 때 그 남자 안에서 마나 이외에, 다른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감지 되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 우리들의 선생님이 되는 것 맞나요?”
이사벨은 고개를 작게 좌우로 흔들었다.
“애초에 카일 선생을 내가 너무 과소평가 하고 있었다. 그저 주변인이 대단한 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요구를 한 이유야 당연히, 그 주변에 있던 인물들을 포섭하기 위한 작업이었으니까. 그런데 카일 선생은 한번의 접촉만으로 학생들의 잠재능력이나 성향을 측정했으니까. 실로 내가 되려 당한 셈이 되었지. 애초에 마왕과 여신을 사역마로 다루는 자인만큼, 그 그릇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큰 불찰이었다.”
“학원장님은 그 남자를 포섭해서 무엇을 할 예정이었는데요?”
매리가 손을 들어 묻자 이사벨은 조용히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는 학원의 관리자 비슷하게 쓰다가, 부학원장으로 올릴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예정이 바뀌었다.”
***
“매리 입니다.”
“마리 입니다.”
다음날 학원장의 도장이 새겨진 졸업장을 들고 내 앞에 찾아온 소녀들은, 대체 뭐하러 여기에 왔는지 알 수 없던 찰나, 잡화점 카운터에서 레시아는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으며, 루시피나는 “어라? 어제 봤던 애들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여기에 대체 왜 온 거야?”
나의 질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마리가 한 손에는 쿠키를 먹고 있는 사이에, 잡화점의 공간 일부가 변하면서 이상한 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못 들었어요? 학원장님이 이곳에서 생활하라고 했는데? 애초에 이런 정보에 둔감한 남자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나?”
매리가 기묘하게 짜증나는 폭언을 내뱉는 사이에...
“여기 쿠키.”
행운의 쿠키 하나를 나에게 줬다.
오늘의 운세를 알아보라는 의미로 쿠키를 준 것은 아닐 테고, 쿠키의 반을 갈라 쪽지를 확인했더니.
이 아이들의 독립할 때까지만 부탁하지! 카일 선생!
-이사벨 마그누스
“이사벨 씨!!!”
내 절규는 우주 끝까지 울려 퍼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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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재민이 되었습니다.
피시방에 서버실과 다른 자리에서 물이 계속 들어오더라고요.
물을 빼야 하느라 바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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