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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웃음에도 다른 이가 살 수 있다면,

작은 슬픔으로 다른 이가 죽을 수 있는가?

짐은 알고 있다.

작은 변화는 큰 결과를 가지고 온다는 것을...

-마왕성에서 시들어가는 꽃을 보며 생각하는 레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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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독백 부분이 짐의 주인의 생각이 아니라고 해서 많이 놀랐는가? 혹은, 짐의 시점으로 서술한다는 것에 대한 사소한 변화에 경악을 금치 못했는가? 어떻게 생각을 하던 간에, 주인은 여전히 짐의 가위바위보를 한 뒤에 벌칙을 받아 기절한 상태다. 조금 있으면 깨어나겠지만, 이런 검은 고양이 같은 몸을 가지면서도, 펀치 한방에 저렇게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짐보다 날렵하게 움직이지 않을지 잘 모르겠다.

 

하물며, 별로 말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만...지금까지의 전적을 따지면 1420 1132 0 298무쯤이로군. 애초에, 가위바위보 하나로 마계를 통합한 짐에게 주인이 계속 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게 현실이니라.

마왕하고 함부로 가위바위보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니라.

 

물론, 이것도 또 다른 하나의 수행으로, 주인의 반사신경과 찰나의 심리계산, 지면 벌칙을 받아야 하니까, 마법을 전개하는 속도와 맷집이다. 가위바위보 하나에도 수많은 상황이 따르며, 고작 3개 중 하나를 내는 것에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안 그러면 주인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끝날 수 있으니까.

 

아프잖아요! 레시아! 이번엔 주먹에 담긴 마기가 갑자기 폭발하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정말이지. 좀비보다 더 한 자가 아닌가? 짐의 주인이지만, 슬라임보다 더 끈적한 끈질김을 가지고 있다. 애초에 평소에는 얼빠진 얼굴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이, 깨어나자마자 화를 내는 얼굴로 태클을 걸고 있었다. 그에 짐은 입을 열어 주인을 달래고자 했다.

 

아서라, 그저 가위바위보의 벌칙이 아닌가? 살아있으면 그만이다.”

 

아무리 그래도, 최근에 가위바위보의 강도가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만!”

 

최근에 가위바위보의 강도가 더 강해지고 있다? 그것은 당연하지 않는가? 주인은 항상 성장을 하고 있는 중인데, 어째서 같은 난이도로 계속 이어갈 생각을 하는 것일까?

 

무릇 성장을 하고 있으면, 그보다 더한 난이도로 밀어붙여야 성장속도가 멈추지 않고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을...

 

마스터. 이제 저의 차례입니다.”

 

람파시나라고 하는 올빼미인지, 비둘기인지 하는 하얀 녀석이 주인에게 말을 했다. 다른 차원에서 온 사역마라고 하지만, 본질은 빛. 그것도 전에 주인의 몸에서 한동한 고생시켰던 월식이라는 세상포식자의 침식을 역으로 침식하여 먹어 치운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짐은 타락의 표식을 받았으나, 정화의 어둠이며, 모든 것을 깨끗하고 순수한 어둠으로 끌어내리는 자.

 

확실히 짐과 저 올빼미는 상성이 좋지 않다.

 

게다가 최근에 저런 올빼미가 주인과 딱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니 더 짜증이 난다. 이것은 질투심이 아니고, 투쟁심도 아니고 뭔가 근본적으로 꼴도 보기 싫다는 것도 아닌, 그저 소유욕에 의한 짜증일 뿐. 주인은 언젠가 짐의 마나창고가 될 운명이거늘...

 

람파시나? 깃털만 있는 날개로 어떻게 가위바위보를 하겠다는 거야?”

 

멍청해 보이는 얼굴로 주인은 하얀 조류에게 물었다. 이거야 원...

 

주인이 전에 3일간 뻗어버린 사이에 저 비둘기는 짐과 3일동안 가위바위보를 했다. 그 사실을 잊지 말도록. 하지만, 짐과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은 하나의 약속이거늘. 어째서 닭둘기가 주인에게 가위바위보를 신청할 수 있는가?”

 

그러자 저 멀리서 날개를 파닥거리며 올빼미는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네로? 저는 올빼미입니다. 최근에 날지도 못하고 걸어 다니는 그런 멍청한 새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쪽은 저의 마스터에게 뭐라 하지 마시고, 터보가 부르는 노래에 출현이나 하시죠?”

 

터보는 또 뭔가?

가수인가?

 

바보 같은 소리는 그만하거라 멍청한 새대가리.”

 

시끄럽습니다. 검은 고양이 네로.”

 

짐의 머릿속에 불이 피어 오르고, 짐은 주인에게 있는 마나를 받아서 마기로 바꾸며 입을 열었다.

 

오호라? 지금 여기서 또 한판 해보자 이건가?”

 

짐과 마주하고 있던 녀석은 짐의 반응에 곧바로 대처하듯, 특유의 에너지를 끌어 모으는 것을 관측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이럴 때만큼은 상당히 대처가 빠르군. 물론, 침식과 정화는 서로 성질이 정 반대이기에, 짐과 저 올빼미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마주하면, 극심한 상성의 차이로 폭발한다.

 

하지만...

 

-꽈아아악!

 

둘 다 그만 싸우라고 했죠!”

 

어느 사이에 날아온 손바닥이 짐의 소중한 머리를 낚아채고, 그 상태로 상당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주인은 자신의 완력으로 아이언 클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주인의 마나가 자동으로 신체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을 눈에 확인했다. 그 소리가 무슨 뜻인가 하면...

 

냐아아아아! 아프다! 아프다! 주인! 짐의 어여쁜 수염이 살려달라고 하지 않는가!”

마스터. 아픕니다. 이것은 마치 날아가다가 투명유리창에 부딪치는 데미지와 흡사합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상당히 기나 긴 고통의 시간은 1분을 살짝 넘겼을 무렵, 주인은 짐과 올빼미를 풀어줬다. 짐의 얼굴이 한 순간에 반죽이 되기 전에, 작은 앞발로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런 모습이 오히려 더 약한 상태이기에, 그 정도의 악력에도 데미지를 입는 것이다.

 

본 모습으로는 얼마든지 돌아갈 수 있으나, 주인은 둘째치고 다른 일반적인 인간들은 정신적인 혼돈이 찾아 올 테니.

 

언제쯤 사이 좋게 지낼지 잘 모르겠지만, 둘이 싸워서 잡화점이 날아가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주세요.”

 

오른손으로 자신의 검은 머리를 긁으며 그리 말하는 주인. 덤으로 한 숨을 크게 내쉬면서, 찻 주전자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주인은 항상 짐의 제자인 아이니스의 육포를 너무 많이 먹는다고 하던가, 중독에 걸릴 정도로 마약이 있다고 하는 그런 막말을 하지만, 지금 짐이 볼 때는 주인은 항상 허브티를 마셔오지 않았는가? 그런 작은 불만은 여전히 짐의 가슴속에 맴돌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 이야기를 꺼내게 되면, 마왕에 맞지 않은 소인배가 되기 때문에, 늘 너그럽게 넘기고 있는 것이다만, 조만간 기회를 봐서 한번쯤은 지적을 해두기로 하겠다.

 

아 참. 레시아.”

 

뭔가? 주인?”

 

주인이 항상 짐을 부를 때마다 짐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이건 좋고 싫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고양이의 모습으로 있으니까, 무조건반사로 나타나는 현상이니 참고하도록.

 

아이니스가 마법시험을 봐야 하는데, 바다에 놀러 간다고 다음주에 찾아온다고 하던데요?”

 

그러고 보면, 심연의 도서관에서 판도라의 상자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뭔가 중요한 일이 있는 기분을 느꼈는데, 짐의 비공식 제자 1호의 마법시험날이었던가...잠깐 생각을 하며 눈을 감고 정리를 한 뒤에, 짐은 입을 열었노라.

 

알겠다. 주인.”

 

어차피 다음주에 온다고 하니, 짐은 그저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항상 카운터 위에서 엎드리며, 피곤한 눈을 쉬게 하고 새벽이 지나가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6월의 밤은 여전히 차갑게 그지 없어, 조그만 창문의 틈에서도 작열하던 오후와 달리, 차가운 냉기가 흘러왔다. 물론, 짐은 차갑게 식어서 상쾌해진 밤공기를 더욱 좋아하지만, 주인도 짐과 같은 생각을 가진 듯. 어느 정도 창문을 열어놓고 카운터 안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람파시나도 우선 자야 하던가?”

 

올빼미는 야행성이거늘 새벽에 자면 무슨 소용인가?

아무튼 짐의 불평을 꼭꼭 숨기고 있는 사이에, 주인의 우측 어깨에 있던 올빼미는 이렇게 말했다.

 

마스터. 굿나잇 키스를 요구합니다.”

 

물론, 저 올빼미도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기 위해, 저런 동물로 변신해서 살고 있다는 것. 짐은 처음에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야 짐도 그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저 올빼미는 처음부터 본 모습으로 돌아가면 더욱 편할 것을, 어째서 불편한 동물의 몸으로 생활하고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짐과 같이 페널티가 있는 것도 아닌 주제에...

 

게다가.

언제나 주인은 남들이 해오는 바보 같은 요구에 한 숨을 내쉬며...

 

그냥 같이 밤이나 샐까?”

 

주인이 이렇게 말을 하자. 올빼미는 마스터의 몸 속에 동화하듯 사라졌다. 짐의 부하인 루시피나와 마리아는 이미 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공간이동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봐선, 각자 드라고니스와 몽화관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루나링은 지하 1층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자고 있는 듯 하지만, 키득키득하는 작은 웃음소리를 보아하니, 주인 몰래 가져온 책을 보면서 즐기고 있으리라.

 

어떻게 그것을 아는 것인가에 대해 물어본다면, 짐은 그 잘난 마왕이니라. 여전히 주인은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다른 무언가가 변화하고 있다는 그 자체를 아직까지 감지하지 못하고 있으나, 짐에게 있어선 어릴 적부터 늘 해오던 일 중 하나다. 뛰어난 감지능력은 영혼의 목소리마저 들을 수 있고, 거기서 더 나아가면 다른 차원에서 하는 잡음을 감청할 수 있는 능력.

 

-스윽. 스윽.

 

따듯한 온기가 짐의 머리부터 등을 쓰다듬는 걸로 봐선, 지금 주인이 많이 심심한가 모양이다. 물론 짐은 쓰다듬는 행위는 싫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입을 열어야 할 것은 열어야 했다.

 

주인. 짐을 쓰다듬으면 그나마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인가?”

 

글쎄요. 적어도 졸지 않게 되잖아요?”

 

아서라. 기껏 정리했던 털이 망가지지 않는가?”

 

자신이 졸지 않기 위해서 타인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잘못된 행위인 것을...

 

그나저나. 그 스토커에 대한 것은 끝나지 않은 것인가?”

 

머릿속에 기억으로는 주인은 지금 누군가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는 건데, 문제는 스토킹을 하고 있다는 자의 정체를 아직까지 모른다는 것. 게다가 얼마나 교묘하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건지 잘 모르겠으나, 주인이 그 시선을 감지할 정도라면,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다.

 

시선은 느껴지지만, 누구인지는 모른다는 그 자체가. 상당히 고단수의 미행실력을 말해준다.

 

원래 그 인형사가 저를 계속 지켜본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한다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겠죠. 레시아도 그 인형사의 생각을 꿰뚫어봤잖아요?”

 

확실히. 주인이 그 머저리 인형사를 끌고 와서 정보를 캐내는 사이에, 짐은 참인지 거짓인지 분별을 할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주인을 미행한 질문에 그 인형사는 미행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했고, 그 말에 대한 판결은 으로 나타났다. 짐은 다시 주인에게 입을 열었다.

 

확실히. 그 인형사는 바보같이 행동을 했어도, 그 말 하나하나는 진실이 담겨 있었다. 그럼 주인. 이제 주인을 미행하는 그 자는 어떻게 잡을 것인가?”

 

짐은 눈을 뜨며, 주인을 올려다 보았고. 순수한 어둠이 생각나는 검은 눈동자가 짐을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저를 미끼로 낚아 올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말이죠.”

 

정말이지.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생각을 하는 그 자체가 얄밉다.

그러나, 주인은 자신만의 방식대로 해결을 해왔으니,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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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6 시작.


표지는 새로운 이야기를 알리는 시작점에만 올릴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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