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21
121
정체를 모르는 유적을 탐사하는 것은, 세상에서 어떤 것을 비교해도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다. 그런 유적에 대해 사전조사를 하지 않고, 맨땅에 헤딩을 하는 바보 같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바보 같은 사람들 목록에 나와 레이비스 씨의 이름을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레시아는 아직도 레이비스 씨를 신뢰하냐고 물어봤을 때, 나는 아무런 의혹도 없이 순수하게 신뢰한다고 대답한 기억이 있는데, 만약에 내가 시공간마법을 배운 뒤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장이라고 그 과거의 ‘카일’이라는 녀석을 한대 후려친 뒤에, 지하 1층에 꽁꽁 묶어놔서, 하루 종일 잡화점에 봉인을 하고 싶다.
“이거야 원...하필이면 마나가 차단되는 곳에, 이런 함정이 껴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레이비스 씨는 장난감이 되어버린 권총의 그립부분으로, 벽을 툭툭 쳐대며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마나가 차단 되어있으니까, 마법으로 돌아가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고,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유적 중에 한 곳에 갇혀서, 이렇게 생각이나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유적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것이 더 신기하다니까?”
“그런 곳에 다짜고짜 뛰어드는 레이비스 씨가 더 신기한데요?”
누가 신기한지 잘 모르겠다.
물론, 이런 곳에 함정이 있다고는 해도 돌파하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 만약에 마음먹고 침입자를 죽이겠다고 하자면, 7평이 되는 공간을 파는 바보 같은 일은 하지 않겠지.
그러면 의도가 무엇이냐?
그것을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할 일이다.
사실상 지금 이렇게 되기 전까지만 해도, 레이비스 씨와 그 외에 유적탐사에 참여한 3명이 더 있었는데...
때는 바야흐로 30분 전.
...30분 전 일을 서술하려고 했는데, 바야흐로라는 말은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구나. 어쨌든 간편한 복장을 입고, 레이비스 씨와 같이 유적탐사 팀을 기다린 이후에, 공간이동 마법으로 이름 모를 동굴에 도착했다.
그 동굴에서 고대문자들을 해석해 달라는 요청으로 받고 내가 초청받은 것인데, 레이비스 씨는 내가 잡화점의 주인이라는 타이틀이 있기 때문에, 잡화점 내부뿐만이 아닌, 멀리 떨어진 외부에서도 기능은 유지될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 효과는 확실하게 나타났고, 잡화점의 미스터리 중 하나인, 타 종족과 불문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더욱 더 고찰이 심화되었던 순간이다. 그 장소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글귀에서는 ‘명예를 원하는 자는 그 즉시 돌아가라.’라는 말과 함께, 2가지의 문이 앞에 나타나 있었다.
“그나저나 공교롭게도 왼쪽에 있는 문에 우리가 빠졌는지 얼마나 되었죠?”
“글쎄다...이제 슬슬 40분 다 되어갈걸?”
움직이면 여전히 흙먼지가 휘날리는 이런 황폐한 7평짜리 공간에서, 마나도 없이 탈출하는 것이라고는 불가능 하지만, 아까 봤던 글귀에 힌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둘러보았을 때, 마땅하게 좋은 탈출 수단이 없었다.
“제길...이러다가 평민하고 키스 하는 장면이 서술되는 건가?”
“그런 끔찍한 헛소리는 대체 왜 나오는 건가요?”
“애초에, 이 클리셰는 원인도 모르겠지만, 함정에 갇혀있는 남녀가 이렇고 저렇고...”
“여긴 남자밖에 없거든 인간아!”
“몇몇 여성들은 그런 전개에 깜빡 죽는다니까? 조회수가 폭주할걸?”
“웃기고 있네! 어디서 약을 팔아!”
농담이라고 해도 격이 다른 농담이다. 그러니까 지금과 같은 농담은 신분 태그를 때버리고, 싸움이 일어날 수 있는 그 정도로 저질 농담이겠지. 천장은 뚫려있으나 10M정도 되어 보이는 높이에서 아무런 장비 없이 올라가야 한다.
그야 그건 아무것도 없었을 때의 이야기였고...
-덜컹!
지금은 천장에서 내려오는 저 흉측한 사형도구만 아니라면, 느긋하게 생각을 할 수 있을 텐데. 10분마다 조금씩 내려오는 함정의 위치를 보아, 앞으로 30분 정도면 내 인생이 끝장날 것이라 확신했다.
“레이비스 씨.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내 쓰리 사이즈?”
“이 상황에서 그딴 농담이 나오냐! 남자에게 쓰리 사이즈가 어디 있어!”
이런 극한상황에서 쓰리 사이즈가 궁금하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머릿속을 열어 요거트가 한 가득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아무튼 나의 궁금증은 이러했다.
“방 안이 너무 깨끗하지 않아요? 애초에 이 안에서 그 누구도 안 죽은 것 같잖아요?”
“그거야 당연히 생각해봤지, 분명 다른 곳에 멈추는 장치가 있겠지. 하지만 그러기엔 시체나 해골도 이 안에 없단 말이야? 100%모든 사람이 여기를 탈출할 일이 없다면, 일단 저게 다 내려오면 해답이 보일 것 같은데?”
“해답을 알기 전에 저 세상으로 가겠지만요.”
아마 납작하게 반죽이 되어 가겠지?
“애초에 왕국 수사관이 할 일이 없어요? 수사관이라는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 유적 탐사는 왜 하는 거에요? 그냥 특수 범죄나 일으키는 사람이나 때려잡지.”
“따지고 보면, 평민. 너도 잡화점 주인이면 주인답게 물건이나 팔면서 조용하게 지낼 것이지, 최근엔 정체 모르는 이상한 것이나 몸에 품고 다니면서, 오죽했으면 내가 너를 비공식적이나마, 소환사의 길 달인으로 칭하고 있겠냐? 하긴, 이런 놈들이 꼭 1화에서는 자기가 평범한 사람이라고 어필해요.”
방금 1화를 확인하고 왔는데.
내가 평범하다고 어필한 글이 있었다.
아니. 변명을 하자면 1화에서의 나는, 내가 이렇게 버라이어티 한 삶을 살아갈 줄은 몰랐고, 그때 당시에는 정말 지나가다가 발에 차일 정도로,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중심이었다니까?
“간혹 맨 처음 전개를 할 때마다, “어디에서나 볼법한 평범한 무엇이다.”라는 것은 이제 식상하지 않아? 할 말이 그렇게 없는 것인지, 이제 그게 정형화가 된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니까?”
“아니, 자기 자신이 평범하니까 평범하다고 소개를 하는 것에 대해,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은 겁니까? 레이비스 씨는 맨 처음부터 비범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레이비스 씨처럼 비범하지 않거든요?”
“한 낱 인간이라고 하는 녀석들은, 자기 자신이 얼마나 비범하고 위대한 존재인지 모르는 경향이 많아. 자신이 행하고 온 길에 대해 쓸 때 없이 쓸모 없다고 생각하니까. 만약, 내가 글을 쓴다면, “나는 어디에서 볼법한 비범한 인간 중에 하나다.”라고 적어 놓을 거야.”
그렇게 쓰면 흥미고 나발이고 책부터 덮겠다.
-덜컹!
“앞으로 20분인가? 짧지만 즐거운 인생이었어.”
레이비스 씨는 담뱃갑에서 사과맛 사탕을 꺼내며, 입에 물었다. 일부 흙먼지와 함께 함정은 제차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10분이라는 소중한 시간이, 이런 쓸 때 없는 말장난에 의해 소비 되었다는 것에 분노했다.
“뭐가 즐거운 인생이야! 애초에 댁이 그렇게 비범한 인간이라면, 이 바보 같은 장소에서 탈출이라도 해보던가!”
그러자 레이비스 씨는 귀찮다는 듯이, 황금과 같은 금발을 긁고는 사탕을 문체 입을 열었다.
“그럼 그 자리에서 비켜 평민. 곧 폭발할 테니까.”
폭발?
“애초에 저흰 마나가 없잖아요? 무슨 수로 제 밑을 폭파 하려고요?”
그러자 뭔가 불투명한 알갱이가 들어있는 비닐을 꺼냈다. 깨지기 쉬운 물건인지 스펀지에 하나하나 박혀있었는데, 그 중에서 주먹만한 것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머리가 울리더라도 참아. 지금은 이걸 던져서 둘 다 살아남으면 기적일 지경이니까.”
“애초에 그런 작은 것이 터지면 얼마나 터진다ㄱ...”
-콰과광!!!
거대한 압력과 폭음이 나를 덮친 이후에 눈을 떠보니 아직까지 어두웠고, 귀는 거대한 이명이 자리잡고 있었다. 게다가 다리에 감각이 없는 걸로 보아, 나는 다리가 잘려나간 것이라는 불안감에 레이비스 씨를 찾았다.
“레이...비스 씨...춥고 다리에 감각이 없고, 눈이 잘 보이지 않아요. 귀도 이명 때문에 시끄럽기도 하고...”
그러자...
“헛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일어나. 평민.”
“하지만 다리가...”
“다리가 우물에 빠진 것뿐이야.”
...아 그렇군.
확실히 다리를 움직여보니까,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다리는 물 밖에서 나와 온기를 찾고 다녔다. 하지만 눈이 안 보이는 걸로 보아, 불빛이 없는 어두운 곳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왠 비둘기 하나가 네 얼굴을 덮고 있는 거고.”
비둘기?
“저는 올빼미입니다. 비둘기가 아닙니다.”
람파시나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그보다 비둘기라니? “비둘기야 먹자! 구구구구!”이런 게 생각나잖아요.
“올빼미야 먹자. 구구구구.”
“패러디로 실천하지 말라고요! 레이비스 씨!”
올빼미는 그렇게 안 울어!
“폭발이 일어나기 4초전에 마스터 앞에 나타나서, 장벽을 펼쳤습니다. 물론 저기 있는 무례한 남성에게도 어느 정도는 보호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니 전혀 구해주지 않아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람파시나는 사무적인 어조로 자신을 비둘기로 취급하는 레이비스 씨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그 전에...
“마나가 차단 되었던 장소에서 장벽을 펼쳤다고?”
“제가 일으키는 기적들은 마나가 아니라, 다른 근본적인 에너지를 바탕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마스터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유는 그 단어는 기본적인 발음이나 발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월식의 침식을 먹어 치우면서, 다른 에너지로 바꾼다는 것은 마나가 아니기에,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인가? 지금은 람파시나를 의존하며 유적을 탐사해도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곳에 뭐가 있는가에 대해 알아놔야 하니까.
레이비스 씨는 미리 주변을 탐사하고 왔는지, 내가 일어나자마자 “이쪽으로 가자.”라는 말과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 보통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곳에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탈출하는 길을 알아보려고 했을 텐데...
어쨌든 지금은 내 어깨 위에 람파시나가 조용히 앉으면서 주변을 경계하도록 놔두고, 레이비스 씨는 따분했는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주변에 글귀가 하나도 없으니, 대체 여기가 뭘 하는지 모르겠군, “명예를 원하는 녀석은 빨리 집에나 돌아가서 이불이나 뒤집어 쓰고 벌벌 떨고 있어라.”라는 말 이외에 아무런 소득이 없으니까 말이야.”
“레이비스 씨? 내용이 왜곡 됐는데요?”
나의 태클 뒤에 람파시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이 곳에 알 수 없는 기운이 감지됩니다. 소위 마스터가 말씀하신 ‘마나’라는 자원과 비슷합니다.”
레이비스 씨 또한 눈을 개안해서 마나를 보고 있듯. 감탄하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 새대가리 말대로 확실히 저 앞에 마나가 넘쳐흐르고 있어.”
“새대가리라뇨? 마스터 저 무례한 자에게 일격을 날릴 수 있도록, 제가 강림하는 것을 허락해주세요.”
순식간에 폭언을 내뱉는 레이비스 씨에게 화가 난 람파시나가, 날개를 퍼드득 거리며 입을 열었고, 나는 그런 람파시나를 달래줄 수 밖에 없었다.
“맙소사...저런 물건이 왜 여기에?”
레이비스 씨의 조용한 중얼거림이 똑똑히 들렸다. 이윽고 몸을 날려서 마나의 진원지를 향해 떨어졌고, 나도 마법방패를 허공에 고정좌표로 소환해서, 그것을 계단처럼 밟고 바닥에 안착했다.
“어이 평민? 우리 아무래도 터무니 없는 것을 발견한 모양이다.”
레이비스 씨의 얼굴에는 식은 땀이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고, 아래에는 한 손바닥에 올릴 수 있을 만한, 작은 큐브가 눈에 보였다.
“이게 뭔데요?”
레이비스 씨는 내 질문에 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판도라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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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퇴근 후에 오침을 11시에 했으니 19시에 일어나서 8시간.
아버지와 술 마시고 술기운에 21시에 자서 다음날 아침 5시에 일어나니7시간.
총 15시간을 자고 일어난 뒤에 상쾌한 기분으로 게임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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