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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외식에도 변수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다름아닌 술이다. 술은 사람을 취하게 하여 기분 좋게 만들지만, 너무 과하면 건강도 해치고 술주정이라는 좋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되니까. 물론 내가 이런 말을 미리 하는 이유는, 알다시피...

 

캬하핫! 역시 이렇게 좋은 날에는 술을 마셔야지! 첩은 항상 그리 생각해왔다!”

 

마리아가 검은 성배에 술을 콸콸 따라 부으며 입을 열었다. 초콜릿과 같은 피부에 두 볼이 빨갛게 홍조가 띈 것으로 봐선, 분명히 만취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나도 맨 처음에는 이들이 술을 시킨 줄도 모르고 마셨다가, “? 이거 술이잖아요?”라고 입에 꺼내는 순간 이미 늦어 있었다.

 

약간 강조해서 말하지만, 여기에 온지 30분도 안 돼서, 음식 하나에 비어있는 술병이 6병이다. 나는 잡화점을 운영해야 하니까, 최소한 취하지 않게 마시는 척만 했고, 남은 술들은 루니아 씨와 마리아, 루시피나 씨의 위장탐험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예쁜 마리아~쿠쿠쿠...”

 

루시피나 씨가 마리아를 무릎에 올려놓은 상태로 함께 떠들고 있었다. 일부러 손님이 잘 안 오는 3층으로 자리잡은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신의 한 수로 작용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자 루나~ ~ 하세요.”

 

저기...언니? 저는 술은 싫어할 뿐이고! 쓴 것은 별로 잘 못 먹는 것 뿐이...!”

 

...

굳이 설명 안 해도 될 상황을 설명하자면, 술을 권유하고 있는 루니아 씨는 루나가 언제적 개그를 꺼내는지 모르겠지만, 그 개그를 응용하여 거부를 하려고 하자, 루니아 씨는 술을 머금은 후에 입으로 건네줬다고 한다.

 

우웁! ! !”

 

지금 이 소리는 시나론에 있는 음식점 중 3층에서, 가여운 달 토끼 한 마리가 초인여검사에게 술 먹는 것도 서러운데, 강제로 키스까지 당하다 보니 살려달라고 나를 향해 손을 뻗다가 쓰러져가는 소리입니다. 그보다 꼭 그렇게까지 먹여야 했을까?

 

어쨌든 루나는 술이 약한지 단 한 모금에 뻗어버렸다.

아니면 정신적인 충격이 있었는지 공허한 연녹색의 눈에는 또르르 하고 눈물 한 방울이 흘렸다.

 

그보다...

 

저기 루니아...누나. 수위가 올라가고 있는 조짐이 있다고, 글쓴이가 거기서 컷 하라고 하네요.”

 

푸하~ 에에? 다음은 카일 차례였는데요오오?”

 

하지마.”

 

레시아는 그런 소란 속에서도 소시지 요리를 말 없이 먹고 있었고, 그래도 이 상황보다 더 악화될 일이 없겠...

 

신랑...”

 

루시피나 씨는 왠지 모르게 어느새 내 옆에 꼭 붙어있었다.

진짜 언제 온거야?

 

왜 나는 항상 루시피나 씨라고 부르는 거야? 내가 그렇게 거북해?”

 

아니...루시피나 씨.”

 

봐봐! 난 약혼녀인데에! 어째서 나는 뒤에 까지 붙이고 있느냔 말이야!”

 

멱살을 잡고 나를 흔드는 힘이 약했으면 모를까, 루시피나 씨는 레드 드래곤이란 사실을 잊지 말자. 분명히 나는 의자에 앉아있는데 의자와 같이 공중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독백에서도 항상 이름으로만 부르지 않고! 어째서어! 어째서어어어!”

 

알았어요! 루시피나! 그만! 지금 이 상태로 더 흔들면 저 창문 밖까지 튀어나갈 것 같으니 루시피나 멈춰요!”

 

-!

 

순식간에 본래 자리로 돌아온 나와 의자는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그렇다 의자도 한 숨을 쉰 것이다!

 

...지금 제정신이 아니어서 독백이 이상하게 나왔지만, 아무튼 루시피나 씨...아니! 루시피나는 다시 180도로 변한 모습으로 다시 헤헤헤하며 웃고 있었다.

 

신랑. 정말 좋아.”

 

그렇게 말하며 껴안고 계속해서 행복한 듯 웃고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부럽다느니, 질투가 난다고 하느니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 내 상황에는 그것보단...

 

카일이여! 첩의 술 시중을 들어라!”

 

마리아가 몽화관에 있던 시절이 되살아난 듯. 언제 쓴 건지 모르는 나비 가면을 쓰며, 검은 성배를 내 앞에 들이대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안에다가 술을 따라 달라는 소리는 안 하시겠죠? 그거 마법을 사용할 때 사용하는 물품일 테니까.

 

어서 첩에게 술을 따라라! 오늘은 밤새도록 달려야지 않는가!”

 

저는 밤새도록 잡화점 운영을 해야 하거든요?

 

그 지옥은 끊임없이 지속이 되는 듯했고, 그 와중에 손님과 시비가 붙은 마리아는 검은 성배에 불길한 주문을 담으려고 했기 때문에, 레시아는 그것을 막고자 내 안에 마나를 빌려서 광역 수면마법을 펼쳤고, 용사맞이 축제를 보러 온 시나론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단체로 잠에 빠져야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레시아...”

 

어쩔 수 없다. 짐은 마왕이다. 가혹하고 약육강식이 비일비재한 곳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최고의 정점에 있어야 한다. 설령 그것이 잠깐 출력조절을 실수해서 도시 전체를 재웠지만, 그래도 짐은 잘못 없...냐아아! 귀는 잡아당기지 말라고 했거늘!”

 

그렇다고 도시 전체를 다 재워요!”

 

어차피 이 도시 안에 정신방어가 뛰어난 사람은 분명 존재하니까, 그 사제들이 수면마법에서 깨울 것이다! 괜찮단 말이다냐아아아아!”

 

그 이후에 레시아는 자고 있는 모든 일행을 귀환마법을 통해 잡화점으로 돌아왔다. 아니, 루니아 씨는 수면마법에 걸리지 않았던지, 술병을 6병이나 더 들고 있는 체로 잡화점 바닥에 있었다.

 

그보다 루니아 씨 술 너무 많이 들어가잖아...

 

잡화점의 밤은 평상시와 달리 느긋하게 끝났다. 그야 루나는 루니아 씨로 인해 녹다운이 되었고, 루시피나와 마리아 또한 다른 방에서 쥐 죽은 듯이 자고 있었다. 지하 1층에서 루나가 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주하는 루니아 씨가, 손님이 있건 없건 느닷없이 육두문자가 있는 노래를 매우 흥겹게 부르는 바람에, 나도 손님도 모두가 정수리 위에 밝은 노랑의 ‘?’하나만 띄우고 있었다.

 

여전히 루니아 씨의 휴가는 아직도 진행하고 있고, 분명 휴가 계획서에 엘티노스 잡화점에서 그 주인을 괴롭히러 갑니다아.”라고 예쁜 글씨체로 쓰고 나왔겠지.

 

그래도 무난하게 흘러갔다면 그것이 다행이 아닐까? 뒤늦은 청소를 한 뒤에 푸른 새벽을 보며, 해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잡화점에 들어가려는 사이에, 밖에서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어릿광대가 나에게 손짓을 하고 있었으니까.

지금 이게 호러 장르의 소설이 되었나?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레시아가 깨지 않게 조심하게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오랜만! 뭐 그래도 몇 주가 흘렀는지 잘 모르겠지만, 잘 지내기는 했어?”

 

언제 레시아가 튀어나와서 이 장소를 날릴지도 모르는 가운데, 언제나 늘 여유롭게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낄렵 낄렵!”

 

낄렵 낄렵 거리며 웃고 있

 

그건 또 무슨 웃음이야!”

 

이야! 역시나 시간차 태클은 언제나 봐도 재미있다니까?”

 

장난기 많은 여성의 목소리는 나의 태클에 감탄을 했다. 그런데 대체 이 녀석 무슨 목적으로 나를 찾아왔지? 가끔 캐릭터들 마다 한 명씩 좋은 의미로 생각이 없는 캐릭터가 있지 않는가?

 

비록 어릿광대는 공공의 적이지만, 아마 그런 캐릭터에 속할지도 모른다. 목적의식 없이 그냥 충동대로 살아가는 녀석일지. 혹은 사실 이런 행동도 다 계획에 있기에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을 무렵, 어릿광대는 슬슬 입을 열었다.

 

오늘은 너를 스카우트 하러 왔다고 해야 할까?”

 

폭탄으로 반죽음 시킨 상대에게 할 말이냐?”

 

아랑이 아니었다면, 분명히 죽었을 법한 폭탄을 제공했던 어릿광대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잖아? ‘오늘의 적은 어제의 친구.’라는 말.”

 

그건 어제의 적은 오늘의 친구겠지. 애초에 이런 말장난으로 스카우트를 할 생각이라니?”

 

어릿광대는 살며시 웃는 어조로 말했다.

 

그야 네가 나의 반쪽이니까.”

 

반쪽?

새벽 공기가 빠르게 지나가서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 꼭꼭 숨겨둔 그 사건을...

 

월식인가?”

 

딩동댕~! 카일에게 10점이 추가 됩니다!”

 

유쾌한 목소리와 함께 어릿광대는 환호했다. 하지만 어째서 반쪽이라는 소리는...

 

너의 몸 속에도 월식의 반이 있다는 소리인가?”

 

맞아. 남은 반쪽은 나에게 있어.”

 

어릿광대는 즉답했다.

 

이렇게 보니까 우리는 꼭 천생연분 같지 않아?”

 

그러니까 반복해서 말하자면, 그 천생연분 같은 사람에게 폭탄으로 날려버린 네가 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해.”

 

여전히 할리 퀸이 생각날 법한 이상한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음이 확실했다.

 

그때는 아마 월식의 남은 반쪽을 가져가기 위해 너를 죽이려고 했지만, 그래도 그 마왕님은 상당히 무섭더라고? 그때는 조금만 더 강했어도, 이 마을을 다 날려서 무한한 공간 저 넘어로 날아갔을 지도 몰랐을 꺼야. 하지만 누구를 생각했는지, 출력을 확 줄여줘서 상당히 다행이라 생각해! 하하핫!”

 

레시아가 나를 위해서 출력을 줄인 거라고?

 

정말 죄 많은 남자. 게다가 이 어릿광대의 관심마저 듬뿍 받다니! 너 정말 행운아 아냐?”

 

아무튼 너하고는 할말은 끝인 것 같군. 그나저나 스카우트 건은 너도 잘 알겠지?”

 

승낙인 거야?”

 

거절이야! 아니 지금 분위기를 봐서라도 거절할 분위기잖아? 거절 선택지에서 진행되는 클리셰도 다 갖춰져 있는데 꼭 그렇게 분위기에 초를 쳐야겠어!”

 

정말 좋은 의미로 생각이 없다는 말이 여기서 느껴진다.

 

그래? 아깝네. 역시 빨간 조끼와 청색 반바지를 입고, 밀짚모자를 써서 해적으로 돌아오면 받아주려나?”

 

그건 내 친구가 이미 사용했거든?”

 

. 마일론 말이지. 확실히 용병시절에 네가 없을 때마다 같이 놀긴 했지.”

 

전에 티르빙이 입을 거론한, 마일론이 어릿광대에게 의지했다는 말을 떠올렸다. 물론 내가 없을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애초에 마일론과 너는 어떻게 같이 있었던 거지?”

 

그야 재미로?”

 

무슨 일을 했는데?”

 

그야...재미있는 일?”

 

구체적으로 설명해봐.”

 

...그러니까 재미있게 만나서,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재미있게 끝냈지.”

 

아니! 너는 대화를 할 줄 몰라!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하니까 말장난을 늘여놓고 있어!

어릿광대는 자신의 시계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오 이런! 20초 초과할 뻔했네, 초과하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지...그럼 다음에 만날 때는 죽지 않도록 조심해달라고?”

 

어릿광대 밑에 마법진이 튀어나왔다.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에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예약을 한 모양.

 

? 기다려!”

 

서둘러 마나를 움직여서 마법진을 부수려고 하는데, 어릿광대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1만 더하기 1만이 뭔 줄 알아?”

 

그건 2만이잖아?”

 

이만! !”

 

어릿광대의 만년설 보다 더 썰렁한 개그를 직격으로 맞고 멍하니 있는 사이에, 저 마법진을 중단시켜야 하는 것을 까먹고, 눈 앞에서 놓쳐버렸다.

 

과연 어릿광대는 미래를 예지하거나, 상대방의 심리를 농락하는 것이 뛰어난...

 

눈앞에 다 잡은 것을 놓쳐버리다니! 주인은 바보인가!”

 

-파앙!

 

뒤에서 들려오는 레시아의 질책과 함께, 마기로 이루어진 포격이 나에게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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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평균 조회수 내려가면 100% 어릿광대 탓이다...

[애초에 조회수는 신경쓰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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