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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스 여신을 봉인했던 어릿광대를 쫓지 말라는 말을 뒤로, 내 머릿속에는 혼란 속에서 한동안 허우적거리며 멍한 상태로 있어야 했다. 다름이 아니라 비니스 여신이 언제 봉인 되었는지 모르기 때문. 물론 한 때, 인간마을에서 질병을 치료해주며 지내왔던 비니스 여신은 나보다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신나는 꽃 탐방을 계기로 추측을 하자면, 500년 전에 죽었던 엘티노스는 그 전에 비니스의 꽃을 본 적이 있으며, 그 때는 이미 여신이 봉인 상태라, 비니스의 꽃 그 자체가 번식을 하지 못해, 마지막 꽃이라고 말할 정도라면?

 

그 때 만났던 어릿광대의 나이는 최소 500년을 더하고 시작해야 할 계산이다. 아니면 최소 5세대에 걸쳐서 내려온 자손이라던가. 아니면 그냥 어릿광대를 사칭하는 녀석 중 하나라던가.

 

뭘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부드러운 감촉이 내 볼을 쓰다듬을 때쯤. 고찰을 하는 머리가 갑자기 멈추고, 현실을 직시하는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그 다음엔 나도 볼 만져볼래!”

나는 고양이도!”

 

아직도 이 지옥은 계속 되는 거였지. 눈물 밖에 나지 않는 내 처량한 신세여. 하필이면 그 쓸 때 없는 복선이 회수당해서, 무녀들의 한 가운데에서 호스트 바에서나 하는 짓이나 하고 있고, 나는 잡화점을 운영하는 주인이지 제비가 아니다.

 

[나중에 주인이 잡화점을 그만두게 된다면, 짐의 마나 창고로 평생 곁에 둘 것이니 안심해도 된다.]

 

[그건 위로가 아니라 우울한 미래거든요?]

 

거기에 가위바위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잡화점의 운영이 끝나도 혹은 설령 망해도, 내 생명의 위기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 생각했다. 여전히 여기가 여신의 성역인지 아니면 여신의 성역 호스트 바인지 알 수 없을 무렵. 오후 4시를 향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쉽네...그래도 즐거웠어~”

 

이내 속 마음으로 한 숨을 아주 길게 내쉴 수 있었다. 모든 무녀들이 나간 이후에, 가만히 생각해보면 루시피나 씨와 마리아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라고 궁금할 때. 루니아 씨가 문을 통해 들어왔다.

 

이제 제차례에요오.”

 

?

 

무슨 소리를?”

 

무릎 베개요.”

 

이 사람이 정말?

 

누나에요.”

 

이 누나가 정말?

 

그러니까 제 독백을 어떻게 읽냐고요!”

 

진짜 신기할 따름이다.

 

저는 카일의 누나니까 전부 다 알고 있는걸요? 와아~ 편하다아.”

 

상당히 민첩한 움직임으로 내 무릎에 머리를 올려놓은 루니아 씨는, 응석을 부리는 고양이와 같았다. 용사 맞이 축제는 앞으로 2시간 후인 오후 6시에 시작을 한다고 하니, 지금 칸포리우스 제국에서도 여러 이벤트가 많겠지.

 

카일.”

 

루니아 씨가 느긋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올려다 보는 붉은 홍옥 같은 눈은 뭔가 애타게 갈망하는 눈빛이었다.

 

혹시 미스 칸포리우스에 참여하실 의향 없어요?”

 

진짜 때릴 수도 없고...

 

때릴꺼야? 너부리야?”

 

너부리는 누구에요! 포로리 빙의 하지 마시죠!”

 

순간 파란 수달인지 비버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만화책이 떠올랐다. 물론 그것을 제대로 못 봤으니 등장인물은 잘 모르고, 다람쥐는 기억이 났다. 정말 내 얼굴에 독백이 다 쓰여있을까? 그것도 한번 알아봐야 하는 진실 중 하나인 것으로...

 

그야 진담인 것이 당연하죠오.”

 

그때는 농담이라고 말 해야죠!

 

루니아 씨는 왜 말의 흐름을 보지 못하는가!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느긋하게 있으니 정말 다행이에요.”

 

그렇게 눈을 감고 자려는 모양이지만, 지금 여기는 금남구역이라 저에게는 한 시라도 빨리 탈주하고 싶어지는 장소인데요? 제발 여기서 잔다고 2시간동안 시간을 때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

 

일어나!”

 

“5분만 더요오.”

 

무슨 5분 같은 소리에요. 저는 이제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니까요?”

 

“5개만 더요오.”

 

!”

 

그렇게 실랑이를 벌인지 30분 정도 다 되어가서야, 루니아 씨는 겨우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설마 그 짧은 시간에 잠을 자면서 잠꼬대로 내 말을 받아 치는 기적을 보다니, 아마 루니아 씨와 같은 타입은 잠을 깨우려고 하면, 알아서 일어난다거나 잠꼬대를 하면서도, 정작 일어나면 자신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 모르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다.

 

***

 

다행히 레시아의 아공간 속에는 내가 원래 자주 입는 외출복이 들어있었다. 노파심에 말하자면 틀림없는 남성용이며, 코스프레로 이용한 옷들도 레시아의 아공간 속에 있다고 한다. 조만간 레시아에게 육포 하나를 쥐어주고 태워달라고 하고는 싶으나, 이미 레시아는 수 많은 육포가 이미 들어있겠지.

 

육포가 뭐라고 그거 하나로 마왕에게 제안하려고 하는 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오후 5 20분에 임박한 시간인 만큼, 하나 둘씩 용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벤트를 위해, 칸포리우스 제국의 도시 중. ‘시나론이란 도시의 중앙 광장으로 보이고 있다. 거기서 놀라울 정도로 반가운 사람을 만났으니.

 

오랜 만이네. 메이. 잘 지냈어?”

 

한눈에 봐도 회색의 마녀옷차림과 꼬깔모자, 그리고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나무늘보...아니. 슬로배스 씨가 메이의 선물로 준 드래곤의 날개. 그 외에 특징이라고 한다면, 여전히 뭔가 하나씩 손에 들고 먹고 있다는 소리다.

 

카일. 오랜만. 인사.”

 

...조만간 자동번역마법도 배울까?

 

가이로안 씨는 어디서 뭐하고?”

 

미래남편. 물품구매. 먹거리 구매.”

 

그러니까...장보러 가신 건가? 그보다 가이로안 씨도 메이와 같이 다니고 있었구나, 루시피나 씨가 알면 당장 로리콘을 척살해야 한다고 달려올 것 같으나, 지금은 레시아와 나만 있으니 비밀로 해두자.

 

이제 곧 여름시즌에 앞서서 용사들에겐 짧은 휴일이네, 최근에 어떤 의뢰를 했어?”

 

메이는 아직도 손에 있는 삶은 감자를 먹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 감자 어디선가 계속 나오는 것 같은데?

 

가고일 퇴치.”

 

가고일이라면 석상으로 있다가 사냥을 한다는 몬스터가 아닌가? 어떻게 가고일을 퇴치할 수 있었을까?

 

가고일. 돌로 변하면. 초콜릿으로.”

 

가고일이 오히려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은 영문도 모른 체 느닷없이 초콜릿으로 변해서, 지금쯤이면 메이에게 소화가 다 되었으리라. 그래도 어디서는 파수꾼이란 이미지로 강인한 면모가 있었는데...

 

그러면 업적은 많이 쌓였을 지도 모르겠네. 가이로안 씨가 용사의 도우미로 함께 동행하면, 꽤나 든든하겠지. 그런데 방금 위에서 말한 미래남편이란 소리는 대체 무슨 소리?”

 

그리고 메이의 새하얀 목덜미에서는 용족과 약혼을 했다는 그 증거가 보였다. 내 목에 있던 용의 문양과 같은 그림. 결국 가이로안 씨는 메이와 약혼을 했다는 거구나.

 

메이는 가이로안 씨가 마음에 들었나 보구나?”

 

애초에 일방적으로 찍히는 문양이 아니다.

서로 동의를 해야 각인이 되는 문양이니까.

 

먹을 것. 많이.”

 

“...먹을 것을 많이 줘서 좋아하는구나.”

 

메이는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작은 몸집에 먹을 것을 얼마나 많이 준 것일까? 메이의 남자 선호도는 그냥 먹을 것을 많이 주면 순위가 올라가는 것으로...그 이외에 잡담을 짧게 하고 나는 내 갈 길을 갔다. 가이로안 씨도 만나서 인사를 해야 했지만, 지금은 개인적인 일 때문에 다른 곳에 집중을 할 수 없으니까.

 

레시아도 이상하죠?”

 

그 어릿광대 말인가?”

 

천천히 걸어가면서 나는 입을 열었다.

 

비니스 여신이 얼마나 오래 봉인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게 어릿광대라면 그 사람은 지금 몇 살이란 소리에요?”

 

설마. 고작 인간이 그렇게 오래 살 수가 없다. 짐이 잠깐 상대해본 결과로는, 인간이 아니란 것은 확신할 수 있지.”

 

나의 머릿속 회상은 거대한 빛의 기둥이 잡화점을 싹 날려버린 것을 생각해냈다. 그때 당시 레시아는 어릿광대에게 상당한 분노를 표출해서 잡화점이 폭발해버렸으나, 레시아의 중얼거림을 보아, 어릿광대는 살아서 도망간 것으로 추측된다. 게다가 비니스 여신은 내가 속으로 어릿광대를 쫓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나, 나에게 어릿광대를 쫓지 말라는 소리는 무슨 의미가 담겨 있을까?

 

그래서 주인은 그 여신의 말을 믿을 것인가?”

 

우선...조심해서 손해 볼 것도 없잖아요? 게다가 저는 잡화점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행동범위가 상당히 좁기도 하고, 안전하게 살아가고 싶고.”

 

물론 지금도 안전하지 않는 삶이긴 하지만...

 

어차피 계획하고 움직이는 것은 주인이니, 짐은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겠다. 허나, 안전하게 살고 싶다고 한들, 어릿광대는 지금도 주인의 안전을 어떻게든 위협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나약한 소리를 하기 전에, 주인의 실력을 최상까지 갈고 닦아야 한다.”

 

그거라면 최근에 루시피나 씨가 절 마법으로 구워버리려고 하고, 마리아도 자신의 마법을 시험해보겠다며 저에게 마법을 날리고 있습니다만...”

 

루시피나 씨가 나에게 마법을 쓰는 이유는 아침 운동. 마리아가 마법을 시험하겠다며, 사용하고 있는 마법은 기본적으로 검은 성배를 소환하고 있다. 새벽에는 레시아의 가위바위보가 기다리고 있으니...누가 보면 정말 사람 하나 잡으려고 짜놓은 시간표라고 생각할지도.

 

짐이 말한 것은 그대 스스로가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주인의 마법은 항상 위기 때에 빛을 발하며 창조한 것이지만, 평상시에도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마치. 레시아가 제 스승이라도 되는 듯한 말이네요.”

 

비록 짐의 사역마로 곁에 있으나, 언제까지 짐이 지켜줄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올지도 모른다.’가 아니라 이미 한 번 왔었는데요?

하피의 언덕에서 고생을 좀 많이 한 기억이 다시 자동재생 되는 것을 막았다.

 

카일! 전부 데려왔어요오~”

 

마리아와 루나, 루시피나 씨를 전부 데리고 온 루니아 씨가, 내 뒤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전부다 각자 외출복을 입고 와서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고, 용사맞이 축제를 제대로 보기 위해 음식점으로 향했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음식점은 3층까지 있는 몰려드는 손님 덕에 정신이 없는 상태, 그 혼돈 속에서 우리는 3층으로 올라가 전망이 좋은 곳에 앉았다.

 

오늘은 외식인가? 첩은 기대하겠다.”

 

어린아이가 처음 외식 하는 것처럼 들뜬 마리아는 내가 읽고 있는 메뉴판을 가로챘다.

 

애초에 너무 들뜬 거 아니에요? 음식이 뭐가 있는지 보려고 했는데 그걸 강탈해가는...”

 

여기 주문을 받거라!”

 

사람 말 좀 들었으면 좋겠는데요?”

 

루나는 어째서 자리에 앉지 않고 바닥에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기왕 내가 먼저 눈치를 챘으니 물어보기로 하자.

 

루나? 대체 왜 여기에서 엎드려있는 거야?”

 

루나는 내 눈과 마주치며 이렇게 답했다.

 

어떻게 노예가 주인님과 같은 책상에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나요?”

 

사람들이 흉한 눈으로 보니까 당장 착석해. 그리고 평상시에도 나와 테이블에서 밥만 잘 먹었잖아.”

 

그래도 독자들은 이런 클리셰를 원할지도 몰라요?”

 

원하지 않아!”

 

누가 그런걸 원할까 보냐!

아니면, 지금 내가 태클하는 것을 기대하고,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중인가!

 

음식 나왔습니다.”

 

빨라!”

 

여 종업원의 소리와 함께 5개의 잔과 접시 그리고 호화로운 음식이 나왔다. 물론 레시아는 내 머리 위에서 내려와,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

 

짐은 그저 애완동물로 취급하고 5개만 가져온 것 인가. . 주인이 알아서 먹여주겠지.”

 

레시아가 툴툴대며 입을 열었던 단어 중에 대체 뭐에 자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침묵을 유지한 체, 하나 같이 입을 열었다.

 

...첩은 오늘 팔이 아프구나...카일이 먹여줬으면 좋겠다.”

신랑! 오늘 1층부터 3층 전부다 청소해서 그런지 어깨가 아프네? 그래서 그런데 먹여줄 수 있어?”

오늘은 주인님께서 직접 저에게 먹여주시는 건가요! 이게 말로만 듣던 사육 플레이!”

~”

 

...각자 반응은 다르지만, 그래도 하나 같이 내가 먹여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음이 틀림 없었다. 루니아 씨는 그냥 ~”하며 입을 벌리고 있었으며, 루나의 말을 듣고 떠오른 것은, 루나가 읽고 있는 책을 전부 압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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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왜 이리 안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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