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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87

FNL-Phantasm 2016. 5. 9. 01:58

87

 

 

 

오늘은 잡화점을 정상적으로 여는 날. 물론 여태까지는 내가 정상적이지 못한 일을 해왔다. 의뢰라던가, 여장이라던가, 아무튼 저것 둘과 동급으로 끔찍한 일들을 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아무런 의뢰도 없고, 평온하고 좋은 마음가짐으로 잡화점다운 일을 좀 해보려는 찰나에...

 

엘티노스 잡화점 이랍니다아! 이리로 와서 물건 구경하세요!”

 

...

이건 루나가 잡화점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나의 말을 듣고, 자신은 전에 아이돌이니까, 손님을 끌어 모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선언한 뒤에, 음성을 증폭시켜주는 기계를 하나 가지고 나가더니 30분째 저러고 있다. 설마 이제 30분이 되었는데,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오랜만이군 카일 형제.”

 

실베스 씨가 찾아왔다고 한다.

지금도 험악한 표정에서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신기한 외모와 더불어, 흰색의 면 티셔츠가 근육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었다. 갈색의 면바지도 마찬가지...아무리 봐도 옷이 작아 보이지만, 그래도 실베스 씨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잡화점 안에서 물품을 고르고 있었다.

 

형제여. 아까 밖에서 소리치고 있던 그 사람은 혹시 루나링 아닌가?”

 

실베스 씨도 루나를 루나링으로 부르나요?”

 

그러자.

 

루나링! 저에게 긍지 높은 싸인을 해주세요!”

 

그리고 쏜살같이 밖으로 달려나가서, 인기 아이돌에게 사인을 받으러 갔다. 레베카 씨에게 이야기 하면 참으로 좋아하겠군. 그렇게 밖에서 5분 정도 있다가, 다시 돌아온 실베스 씨는 자신의 티셔츠에 루나의 싸인으로 추정되는 글을 보고, 상당히 흡족한 얼굴...이어야 하는데 왜 험악한 표정이 고정되었는지 모르겠다.

 

실베스 씨는 갑자기 나의 멱살을 잡아서 마치, 인형 하나를 마구잡이로 흔드는 어린아이처럼 나를 흔들고 있었다.

 

카일 형제여!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어째서 루나링이 카일 형제의 집에서 같이 일하고, 같이 살 수 있는 거지!”

 

...진정해요!”

 

어떻게 같은 집 아래에서 잘 수 있는 그런 부러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긍지 높은 이 몸이 부러워하고 있지 않는가! 카일 형제여!”

 

웨어울프의 엄청난 근력을 온 몸으로 체험을 한 뒤에, 다시 사뿐히 나를 내려놓고는 고민하는 듯이 자신의 은발을 오른손으로 쓸어 내렸다. 막혀있던 숨을 자유자제로 쉴 수 있게 된 나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실베스 씨! 절 죽이시려고 환장했나요! 아무리 흥분하셔도 그렇지!”

 

그건 미안하네. 내가 너무 어린아이 같이 굴었군. 갑자기 루나링이 여기에서 일한다는 것이...아직까지 믿겨지지 않아서....하핫!”

 

그렇게 실베스 씨는 웃으면서 자신의 실수를 뉘우치고 천천히 진정을 했...

 

감히! 루나링과 같이 한 지붕아래에서! 형제가 나의 이상을 왜 대신 체험을 하고 있는 건가! 어째서 긍지 높은 내가 루나링과 한 지붕 아래에서 살 수 없는 거냐고!”

 

실베스 씨! 진정하라...켁켁! 제발 위 아래로 흔들지 말..! !”

 

차라리 내가 여기 잡화점 주인 할 테니까! 카일 형제가 웨어울프를 하면 되지 않는가!”

 

[10분 뒤.]

 

보통 사람에게 웨어울프를 하라고 하면, 나는 대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 걸까? 게다가 잡화점의 주인은 사람이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베스 씨는 잡화점의 주인이 될 수 없다. 그렇게 천천히 실베스 씨가 진ㅈ...

 

어째서! 그보다 루나링은 저렇게 밖에서 고생하고 있는데, 잡화점의 주인이라는 자가 루나링을 위해서 응원이라던가 음료라던가 내와야 하지 않는가!”

 

으아아아아아아악!!!”

 

[1시간 뒤.]

 

...

실베스 씨는 이제 진정 하셨...

 

당장 루나링을 위해서 뭐라도 좀 하란 말이다!”

 

아아아아아아악!”

 

[일단 좀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지금 내 상태를 말하자면 여기가 바닥인지 천장인지 모를 정도로 위 아래로 흔들렸기에, 카운터 바닥에 쓰러져있었고, 실베스 씨는 계속해서 나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웨어울프에게 도발을 하면 안 되는 이유와 지금 루나가 얼마나 몬스터들에게 지지를 받는 존재인지 확실히 나에게 각인이 될 무렵. 레시아는 카운터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주인? 벌써부터 힘이 드는 건가? 이제 밤 10시인데도?”

 

저도 모르겠네요. 누군가가 갑자기 저를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어서 바닥에 꽂아놓지만 않았어도, 저의 체력이 그나마 1/3으로 줄어들 이유가 없는데 말이죠. 만약 계속 이 상태로 지속이 되었다면 저는 그 사신에게 다시 노를 맞고 되돌아 왔겠죠.”

 

실베스 씨는 잠깐 생각하다가 다시금 나에게 입을 열었던 내용은...

 

그러고 보니 레베카 양이 카일 형제에게 전해달라고 하더군.”

 

나에게 준 것은 목걸이. 귀에는 티르빙이 있고, 반지는 루니아 씨가 줬던 증폭기가 있으니, 이제 이 목걸이는 무엇일까? 내 장신구는 하나같이 다 정상적이지 않는 것들만 있으니까, 제발 이번에는 정상적이고, 아무런 기능도 없고, 평범하고, 세련되지 않은 그런 수수한 목걸이라 생각하고 받자마자 목에 걸었다.

 

그나저나 그냥 빨간 색의 가죽 목걸이인가? 왜 이렇게 짧지?

 

카일 형제...”

 

?”

 

실베스 씨는 잠깐 난감하다는 듯이 표정을 지었다. ! 드디어 험악한 표정에서 잠깐 동안 표정이 변화를 했다는 뜻은...뭔가 심각하게 안 좋다는 뜻인데?

 

그건 고양이 목걸이라네...”

 

실베스 씨의 단 한마디에, 레시아가 옆에서 소리를 죽여가며 웃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용히 목걸이를 풀고 난 뒤에, 레시아의 목에 채우려고 다가갔지만, 레시아는 웃음을 참는 듯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주인이 차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너무 잘...크크큭! 어울렸는데...푸핫!”

 

이 마왕이 진짜...조만간 꼬리를 잡아 늘려버릴라.

아무튼 조용하게 레시아에게 목걸이를 채워줬다.

그런데...

 

마리아와 루시피나 씨는 어디에 있어요?”

 

아까부터 그 둘이 안 보이던데 아직도 방 안에서 자고 있을까?

 

. 그 둘이라면 루나링과 같이 손님을 모으고 있다. 조만간 루나링과 같이 아이돌이 될 거라고 뭐라 말하는 것 같지만...”

 

애초에 아이돌은 달 토끼들만 되는 것 아니었나요? 그보다 루시피나 씨와 마리아가 아이돌을 하겠다고 하다니...이게 무슨 청소년들이 자신의 외모를 과대평가해서 엄마! 나도 아이돌 할 꺼야!”라고 말하는 듯한...”

 

물론 마리아와 루시피나 씨는 외모가 출중하지. 그래도 느닷없이 바로 아이돌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춤도 연습해야 하고, 노래도 잘 불러야 할지도 모르는데?

 

루나링의 말로는 최근 아이돌은 그냥 춤만 잘 추고 얼굴만 좋으면, 노래는 그냥 립싱크나 누간 대신 불러준다고 하더군. 물론 루나링은 노래실력도 좋다. 노래방에서 확인을 했으니까. 정말 그런 목소리를 가진 아이돌이 어째서 인기가 없다고, 매니저를 시키려고 했는지 이해 할 수 가 없다.”

 

그건 나중에 루나에게 따로 들어보죠. 분명 사연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분명 루나에게 뭔가 사정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도 많은 인기를 누려야 할 루나가 느닷없이 아이돌을 포기하고, 달로 도망쳐 나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달로 찾아가서 알아볼 수도 없고, 그저 나중에 모든 것을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일뿐인가?

 

***

 

오늘은 손님 많이 왔나요!”

 

루나는 밝은 표정으로 잡화점에 들어오면서 입을 열었으나, 여전히 손님은 아까 실베스 씨가 나간 이후로 전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분명 이 잡화점에는 하루에 한 번이라도 손님이 들어오면 그 날은 운을 다 쓴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손님이 자주 오지 않는다. 주로 이 잡화점에서 파는 상품은 부수입이고, 나에게 의뢰를 하는 것이 주 수입이라고 생각했을 무렵.

 

나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루나는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아니! 잠깐!

 

제가 역시...힘이 부족해서...흑흑!”

 

신랑! 어째서 루나링을 울린 거야!”

 

첩은 카일에게 실망했다!”

 

어처구니 없게도 루시피나 씨와 마리아는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럼 손님이 한 명밖에 안 온 것을, 그림자 분신술이라도 쓰면서 많이 왔다고 해야 해? 그보다 이건 내가 울린 것이 아니라 단순히 손님이 안 온 것이 더 나쁜...

 

레시아! 펀치!”

 

-파악!

 

순식간에 어퍼컷을 맞고 하늘 위로 올라갔다가, 천장과 인사를 한 뒤에 바닥으로 다시 내려갔다. 그 날에 있었던 고통은 가위바위보의 벌칙보다 더 날카로운 고통이 온 몸을 지나갔고, 내 몸은 어떻게든 고통을 이겨내고자, 부들부들 거리며 인내를 했다.

 

루나링을 울리는 녀석은 짐이 용서하지 않는다!”

 

애초에 루나가 운 이유는 저 때문이 아니거든요!”

 

점점 루나의 인기도에 실감이 가기 시작하면서, 레시아에게 태클을 걸은 뒤에 루나는 괜찮으세요?”라고 말하면서, 나의 상태가 괜찮은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순진하고 순수한 눈을 보면서, 루나의 성격은 매우 착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

 

레시아 킥!”

 

-콰가가가가강!

 

짐 앞에서 루나링과 노닥거리지 말거라!”

 

이번엔 발차기에 맞은 것도 서러운데, 3초간 땅에 질질 밀리면서 추가 데미지를 입었다. 등은 갑작스러운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다시 몸은 고통을 인내하기 위해, 오늘도 부들부들 떨었다. 그나저나 보호마법<Protection>을 몸에 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데미지라면, 보호마법이 걸리지 않았을 때는 난 분명 중상을 입고 기절을 했을지도 모르지.

 

가 아니라! 이번엔 또 무슨 짓이에요! 주인을 죽이려고 작정한 거에요!”

 

짐이 지금은 사역마의 위치에 있지만, 결국에는 짐은 마왕이다. 짐이 가장 좋아하는 루나링을 주인과 스캔들이 나버리면, 그것은 그것대로 큰 충격에 휩싸이는 것을 잘 알기에, 루나링 팬클럽 회장인 짐이 직접 주인을 숙청하는 수 밖에...”

 

잠깐! 잠깐! 너무 들떠있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루시피나 씨! 마리아! 그 손에 들고 있는 대나무 창은 치워주시죠!”

 

이 근처에는 분명 대나무가 없을 텐데, 어디서 대나무 창을 구하고 온 거야?

보면 볼수록 신기할 따름이지만, 지금은 나의 목숨이 한 순간에 증발할 수 있으니까, 다시 일어나서 카운터로 움직였다. 그래도 일은 해야 하니까...앞으로 남은 시간은 약 6시간 정도.

 

주인님! 저도 도와드릴까요? 어떻게 도와드리죠? 제가 그러면 허브티를 끓여올까요? 그 이후에는 제가 바닥도 닦을...”

 

루나?”

 

여전히 나에게 속사포로 쏟아지는 루나의 말을 일단 막고 나서, 루나의 표정이 (ㅇㅅㅇ)상태가 되었을 때, 마음 속에서 우러나와 널리 퍼질법한 한마디가 내 입에서 나왔다.

 

제발 부탁이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잠을 잤으면 좋겠어.”

 

루나는 밝고 명랑하게 알았어요! 주인님!”이란 말과 함께 지하 1층에 있는 방에 들어갔다. 루나를 빨리 재운 이유는 알다시피, 저기서 눈에 불을 키고 있는 세 명이 루나가 조금이라도 울기 시작하면, 폭주를 하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줄이기 위함이라.

 

제발 평화가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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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 이래서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