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86
86
-딸랑딸랑!
여김 없이 작은 종은 허리를 흔들었다. 비록 지금은 아침이지만, 지금쯤이면 밖에 나갔던 3명이 전부 다 되돌아올 시간, 어제는 또 다른 한 명의 난입으로 혼란을 겪은 터라, 피곤해서 밤 11시 정도에 자버렸다. 어차피 만월의 연회는 인간이 참가할 수 없는 몬스터들만의 비밀 축제일 테니까...
“어서 오세요! 아가씨!”
“그래. 수고가 많군.”
...
눈을 감고 들었는데, 뭔가 지금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흘러간 것 같아. 그보다 아가씨라고 외치는 루나와, 수고가 많다고 응답해준 레시아는 전혀 아무런 위화감을 못 느꼈다는 건가?
“레시아.”
“주인. 일어나있었나? 그대로 누워있어라, 짐도 연회에 피로해서 주인의 배 위에서 자야 하니까.”
“아! 나도 신랑 옆에서 잘래!”
“첩도 오랜만에 카일 곁에서 누워야겠군.”
하나가 뭘 하겠다고 하면, 연쇄적으로 작용하는 분위기인가...
“저도 그럼 주인님 곁에서 휴식을...”
“모두 잠깐 기다려!!!”
오늘은 정말 내 머릿속이 난잡하다 못해, 마치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강아지 4마리를 보고 심문하여 범인을 수색하는 기분이다. 내가 처음에 가장 놀랐던 것은 레시아 일행에게 아무런 위화감 없이 인사를 하던 루나와, 그걸 또 아무런 위화감 없이 받아준 레시아에게 더 놀랬다.
일해라! 위화감!
“일하기 시로...”
“일 하라고!!!”
다시 머릿속에 있는 위화감에게 태클을 건 이후에, 마치 나를 정신이 혼탁한 사람처럼 쳐다보는 레시아와 마리아, 측은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루시피나 씨와 루나, 이런 두 가지의 반응을 나는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
“레시아. 방금 전에 레시아에게 인사한 사람이 누군지 아시나요?”
“주인의 애완동물 아닌가?”
“사람을 쓰레기로 만들지 마시죠! 저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 생각입니까!”
애초에 애완동물이란 뜻이 더 이상해. 멀쩡한 사람을 어떻게 가축으로 취급하라고...물론 토끼 귀가 있는 좀 이상할지 몰라도, 외견은 사람과 비슷하니까 사람이지! 그렇다고 대체...
“멍! 저는 주인님의 강아지에요!”
“루나! 그러기엔 너에게 토끼 귀가 있거든!”
정체성을 잃지 말아줘! 그보다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은 하지 말아줘! 그 전에...
“루나. 어제까지만 해도 나를 이름으로 불렀잖아? 그런데 갑자기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대체 또 어떤 괴상망측한 이유야?”
“그야. 앞으로 루나를 길들일 거잖아요?”
“너의 입을 막아야 내 이미지가 내려가지 않을 것 같아.”
“주인. 그럼 저 가련하고 청순해 보이는 아이의 입에, 특수한 장치를 끼운 이후에 드디어 플ㄹ...”
“입을 막아도 소용없겠구나.”
레시아의 단편적이 기묘한 행위에 대한 설명을 우선 막아낸 뒤. 너무 이야기가 탈선을 했으니 이제 다시 내가 말하려는 본론으로 돌아오도록 하자. 물론 탈선을 너무 심각하게 해서 오리엔트 특급열차가 되어버렸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니까.
“마리아. 그럼 여기 토끼 귀를 하고 있는 이 사람이 누군지 아시나요?”
마리아는 연회에 나갔던 트윈테일을 그대로 하며, 생각을 하는 듯 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뭔가 알아차린 얼굴을 하면서, 마치 머리 옆에 전구가 켜지는 환각을 보았다. 드디어 마리아가 위화감을 알아 차렸...
“카일의 새로운 처리반인가?”
“뭘요?”
“욕구.”
“지금 댁의 관자놀이를 비틀고 싶다는 욕구가 있는데요?”
집행.
“꺄아악! 그만! 첩이 잘못했다! 농담으로 그런 소리 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략 15초간의 집행 끝에 다시 마리아는 쿠궁!하는 사운드 효과와 함께 쓰러졌다. 누가 보면 거대한 로봇이 쓰러지는 줄 알겠네. 아무튼 다음은 루시피나 씨에게 물어보았...어라? 어디가 있지?
“자! 루나! 착하지!”
“멍멍!”
...
신이시여. 내가 이번엔 또 무엇을 보길래 지금 펼쳐진 이 광경에 대해서 어떻게 서술을 해야 하며, 또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무난하게 흐름이 부드러워질 수 있나이까?
좋아! 소라고동님께 물어보자!
소라고동님! 소라고동님! 제가 이 상황을 무난히 넘길 수 있을까요?
-아니.
이런 망할!
“루시피나 씨! 애초에 토끼 귀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강아지 취급은 안 어울리지 않아요?”
“그래도 귀여운 걸? 그치?”
“멍!”
아 이런,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저 순진무구한 적색의 눈빛은 대체 어떻게 나오는 건지...그보다 가끔가다 보면 루시피나 씨가 레드 드래곤이 맞나 싶기도 했다. 책에 적혀있는 인간을 싫어하는 성격과는 달리, 타 종족과도 정말로 친하게 지내고 사교성이 활발하니까.
아니! 문제가 지금 그게 아니라고!
“루시피나 씨 그러면 지금 강아지처럼 하고 있는 사람은 누군지 아시나요?”
“...귀여우니까 괜찮아!”
귀여우니까 만사 OK같은 그런 것은 만화책에서나 나올법한 말인데요?
“주인. 아까부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확실히 말하거라. 그렇게 우유부단한 성격과 빙빙 둘러 말하는 버릇이 혼합되니, 결국 우리들에게 더욱 더 높은 혼돈의 카오스를 줄 뿐이지 않는가?”
“혼돈하고 카오스하고 같은 말이거든요!”
좋아. 알아차리길 빌었는데, 그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시속150km 돌직구를 던지겠어.
“그럼 세 분은 루나를 아시나요?”
오늘도 잡화점의 내부에서는 따듯한 태양빛이 구름으로 살짝 가려져, 그림자를 동반함과 동시에 잠깐 동안 침묵이 우리들 곁에 내려 앉았다. 루시피나 씨도, 마리아도, 레시아도 한 순간에 정지상태가 되었다. 마치 자막을 표기하고 싶다면 *정지화면이 아닙니다.* 라는 문구를 따로 만들어야 할 정도.
“그 이름은 만월의 연회에서 12연속 최고의 아이돌 상을 받은, 달 토끼를 말하는 것이더냐?”
그렇게 유명한 애였어? 아니 아무튼...
“그럼 지금 세분에게 인사를 하고, 루시피나 씨가 안고 있는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다시 한번 거대한 정적이 일어났다. 너무 거대한 나머지 반경 2km이내에는 모조리 침묵을 하여, 살랑거리는 바람소리마저 시끄럽게 들릴 정도. 그리고 레시아와 마리아, 그리고 루시피나 씨는 루나에게 시선을 집중했고, 루나의 표정을 표현하자면 (ㅇㅅㅇ) 상태가 되어있었다.
“설마...루나 플로니아?”
당혹감과 놀라움은 마리아로부터 나왔다.
-3...
?
뭔가 카운터가 효과음 담당에게서부터 나오는데? 무슨 일이야 효과음 담당?
-2...
아니 대체 무슨 일이냐고 설명을 해줘야...
-1...
대체 뭐길래 설마 폭주라도 하ㄹ...
-콰아아앙!
***
잠깐 정신을 잃고 일어난 곳은 다시 리셋이 된 듯이 누워있는 1층 바닥.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머릿속에 위험을 알리는 카운트 다운이 들린 이후에, 강렬한 폭발음과 동시에 내 시야가 누군가 버튼을 내린 듯 암흑기로 들어갔다.
“제가 직접 카일의 의식을 꺼보겠습니다.”
“끄지 않아도 돼!”
여전히 머릿속에 있는 차단기를 끄는 기자에게 한바탕 태클을 걸고 나니, 자동으로 상체가 일으켜 세워졌다. 얼마나 터무니 없는 일인지 물어보려는 찰나, 레시아가 나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일어났군.”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레시아에게, 아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레시아의 말로는...
“주인이 루나링을 소개했을 때, 유명인을 만난다는 그런 행복감에 복받쳐서 잠시 우리들이 흥분을 한 나머지, 거대한 마기와 마나의 폭주로 잡화점을 또 날려먹었다. 물론 주인은 그 폭발의 여파로 그대로 날아가 기절해버렸고, 루나링은 어느새 지하로 들어가 몸을 피신했더군.”
루나링은 또 뭐야?
“그냥 평범하게 루나로 부르세요.”
카운트 다운의 의미는 폭발의 징조였던가, 나중에 다시 들려오면 도망이라도 가야지. 하지만 마왕이라는 자가 아이돌을 봐서 흥분한 나머지, 마기가 폭주해서 잡화점을 날려먹었다는 소리는 여전히 신기하고도, 어처구니없어서 내가 한숨을 미네랄 50, 베스핀 가스 50을 주고 쉬어야 할 지경이다.
“아무튼 그 슈퍼 아이돌이 어째서 잡화점 지하에 살겠다고 하는 가?”
“자신의 말로는 이미 자기는 유행이 지난 사람이라고, 매니저가 되야 하는 그런 바보 같은 일은 하지 않겠다며, 바로 달에서 도망쳐 나왔다 네요. 물론 이건 제 멋대로 요약했어도 중요내용은 다 들어가 있어요?”
“그렇군. 루나링은 앞으로 만월의 연회에서 나오지 않았던 건가...어제는 왜 다른 얼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레시아가 실망할 정도면, 얼마나 좋아했었던 건가요?”
“주인은 만월의 연회를 참여해 본적은 없지만, 달만의 거대한 기술력을 총동원해서 거대한 콘서트장이 열린다. 거기서 화려한 불빛이나 레이저 쇼를 하면서 사람들의 기대심을 증폭시키고, 루나링이 무대 밑에서 “루나링! 시작해요!”라고 외치는 순간, 그 안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은 밖에서 나눠준 야광봉을 하늘보다 더 높게 흔들며 열광한다.”
그런 거물이 대체 인기가 없다는 말이 더 어처구니 없다.
그럼 대체 루나가 쫓겨난 또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그나저나 남은 둘은 뭐해요?”
“지금 루나링 방에서 노래방이란 곳에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고 있다만?”
...설마 또 다른 폐쇄된 공간을 말하는 건가?
뭐 그렇다 치고. 마왕이라는 사람이 아이돌 팬이라니...
“레시아는 혹시 루나의 팬인가요?”
“어처구니 없게도 짐은 마왕이다. 따라서 그저 루나링의 팬이 아니라, 팬클럽 회장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루나링에 대한 모든 것을 꿰뚫고 있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목욕할 때 처음으로 씻는 곳이 어디인지, 잠을 잘 때 어떻게 자는지. 그런 걸 하나하나 알아야 한...”
그건 스토커라고 하는 거에요. 라고 말하면 왠지 다시 폭발에 휘말려서 날아갈 것 같으니까, 일단 말은 하지 말도록 하자. 그보다 처음으로 씻는 곳은 팬이 알아야 할 지식인가? 그것만큼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이제 루나링도 잡화점의 일원 중 하나인가?”
“아마...그렇게 되겠죠. 딱 봐도 갈 곳은 없어 보이는데, 게다가 달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했으니까요. 분명 자신이 안전한 곳으로 찾기 위해, 상당히 많은 고생을 했으리라 생각해요.”
“주인의 생각이 그렇다면야...참고로 짐은 대 환영이다. 이렇게 되면 루나링이 여기에 있다는 정보만 살짝 퍼트리는 순간, 모든 몬스터들이 여기에 와서 물건을 사가려고 할 테니까.”
“그건 그렇겠네요.”
...
잠깐?
“레시아? 그때 루나의 팬이 얼마나 많았죠?”
레시아는 잠깐 고개를 들어서 천장을 보며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계산이 끝났는지 입을 열었다.
“4만이다.”
4만?
“4만의 몬스터가 루나링의 팬이다.”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소리야?
“만약에 루나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해서 울기라도 한다면, 그 4만의 몬스터가 전부...?”
“그런 배은망덕한 자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말로 그런 자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마왕성에 있는 모든 군세를 총동원해서라도, 그 자의 제국을 지도 밖에서 지워버리겠노라.”
...
앞으로 루나에겐 다정하게 대해주자.
=============================================================================================
레시아가 85화를 본다면 카일이 사라지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