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74

FNL-Phantasm 2016. 4. 26. 19:52

74

 

이 글의 스토리에 대해 묻는 사람이 있다.

이 글의 스토리는 뭔가요?”

그에 나는 답한다.

저도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글쓴이의 대화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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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려봐.

 

보통은 내가 하던 말이나, 아니면 잡화점 내부에 있는 여러 인물들의 대사를 인용해서, 새로운 이야기의 막을 알려야 하잖아? 그런데, 왜 지금 글쓴이의 말이 여기에 있는 거야? 어째서 저런 말로 새로운 이야기의 대문을 장식할 수 있지?

 

어쨌든!

여장을 하여 금남구역의 릴리 기사단에서 일하던 날은, 이미 지난주라는 과거가 된지 오래. 현재는 5월의 2. 그 주의 시작을 알리는 빨간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그 날에는 아우리스 교의 일원이라면, 꼭 교회나 성당을 들린다는 것이 필수 스케줄로 자리잡겠지만, 나는 아우리스 교는커녕 마왕을 소환한 입장에서 이미 이단과 같은 존재다.

 

물론 파이론 마을 한정으로 잡화점의 주인인 만큼, 내가 교회나 성당을 가게 된다면, 바로 경비병들이 몰려오고, 베가프는 나에게 성수라면서 뜨거운 물을 부어버리겠지. 따라서 아침 9시에는 한산하게 그지 없는 마을을 보며, 평화를 만끽하는 찻잔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잡화점의 위치가 마을 외각에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평화로운 오후네. 신랑은 어디 안 나가?”

 

루시피나 씨는 비어있는 컵에 허브티를 가득 넣어줬다. 루시피나 씨는 항상 나를 보면서 밝게 웃으려고 노력을 하는 흔적이 보인다면, 아마 지금도 환하게 웃고 있는 그 모습이 증거다. 다소곳하고 정감이 가는 분위기를 느꼈다. 마치 천상의 여자가 있다면 저런 느낌일까? 물론 루시피나 씨가 저렇게 변할 수 있는 이유는...

 

책을 보고 배웠으니까.

책이 드래곤도 이렇게 바꾼다.

책은 강한 것이다.

책을 찬양하자.

 

아무튼 분량을 채우기 위한 수작은 그만두고...아니, 루시피나 씨에게 받은 차를 마신 뒤에 질문에 대답을 해야 했다.

 

제가 밖을 나가면 대재앙 소설에서 나오는, 그런 사태가 파이론 마을 한정으로 일어나니까요.”

 

파이론 말고, 주로 가는 왕국 중앙 시장이 있잖아?”

 

내 앞으로 앉은 루시피나 씨는 턱을 예쁘게 괴면서, 붉은 두 눈으로 뭔가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호소하고 있었다. 아마...이 뜻은 같이 나가고 싶다는 건가? 설마 아까 어디 안 나가냐는 말은 여자어로 바꾸면 나는 나가고 싶다. 그런데 카일은 안 나갈 꺼야?”라는 말인가?

 

남녀간의 세계관 자체가 다르니까, 여자의 세계관은 받는 입장으로, 자신의 욕구 표현을 기본 전제로 깔고 말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생략해버린다고, 책에서 본 기억이 있다. 상황의 예시로는 커피 마시고 싶지 않아?”를 여자어로 번역하면 나는 커피 마시고 싶어, 너도 마시고 싶지?”가 되어버린다.

 

거기서 남자가 아니.”라고 말할 경우에는 여자가 삐치거나, 심하면 헤어지게 된다.

 

신랑? 어딜 보면서 말하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장이라도 볼 겸. 밖으로 나갈까요?”

 

그러면, 나는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게!”

 

더 밝고 찬란하게 변한, 루시피나 씨는 서둘러 방안으로 들어가...

 

-!

 

려고 하다가 폭음과 함께, 루시피나 씨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물론 나 또한 짧은 평화는 여기서 끝인 건가?”라고 중얼거리며, 마을 밖에 있는 검은 연기를 보고 있었다.

 

폭발음을 들었을 때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으나, 바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구쳤기 때문에, 잡화점으로부터는 먼 곳에서 일어났으리라 생각했다.

 

신랑. 저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만약 내가 정의가 가득한 주인공이라면...

 

사건인가! 골롬보 반장님께 연락해요!”

 

라고 말을 하겠지만, 나는 언제나 평화를 사랑하고 아끼기에, 모든 일은 남에게 미루는 것이 최고다. 굳이 내가 저기에 도와주러 이동을 해도, 마을 사람들의 위험 순위는 지금 당장 눈앞에 폭발이 나서, 먼지로 사라지는 장소보단, 잡화점의 저주를 받은 망자가 떠돌아 다니는 것이 위험도가 더 높다고 판단한다.

 

나는 갈 이유가 없다.

물론 자매품으로, 요즘 세상에는 사람이 착한 마음을 먹고 도와주려고 해도, 오히려 그게 독이 되어 인생이 망할 수 있기 때문도 있다. 따라서 나는 루시피나 씨에게 입을 열었다.

 

저희는 필요가 없습니다. 팝콘을 챙기죠.”

 

저렇게 뻔히 보이는 고생길에 내가 왜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가? 애초에 젊을 때는 사서 고생하라고 하지만, 지금 내가 겪은 고생만 해도 그걸 원한으로 바꾼다면, 평생 다 먹고도 남을 양의 고생이다.

 

-쿵쿵쿵!

 

어느새 잡화점의 문을 누군가 다급히 두드리는 자가 찾아왔다. 오늘 아침에는 괜히 일어나기 싫다고 생각을 했는데, 분명 이 문을 연다면 사고에 휘말리는 복선에 들어갈 테니, 나는 문을 열지 않...

 

거기 으리으리한 집! 빨리 문을 열지 못할까! 나 위대한 암흑의 방랑자! 아브리에스.루인.베니티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 않는가!”

 

...대체 그건 또 무슨 이름이야? 아브ㄹ...너무 길다.

루시피나 씨가 결국 멋대로 열은 순간, 한 남자가 다급하게 잡화점 안으로 들어온 뒤에, 곧바로 문을 닫고 천천히 가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루시피나 씨가 만일 도와줄 마음이 없었다면 큰일이었을 거에요. 그러니까 감사하다고 인사하세요.”

 

아무튼 천천히 남자의 복장을 볼 때, 왼손에는 붕대에 감겨 있었고, 오른쪽 눈에는 안대를 하고 있었다. 뭐지? 폭발에서 입은 상처인가? 하지만 그렇게 빨리 감을 일이 없는데?

 

......좋아.”

 

뭔가 중얼거리며, 다리를 갑자기 어깨너비로 살짝 벌리더니, 양손을 교차해서 왼손의 붕대를 과시하듯. 오른쪽 눈에 있는 안대를 살짝 덮어서, 기분 나쁘게 웃기 시작했다.

 

크크큭! 잘 했다! 제군들이여! 나 아브리스.루인.베니ㅌ...”

 

아브리에스라며...”

 

잠깐 헛기침을 하는 남자. 그리고 다시...

 

크크큭! 잘 했다! 제군들이여! 나 아브리에스.루인.베니티아의 이름으로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삼라의 신 루하의 가호가 있기를!”

 

...이제 별 이상한 것들이 다 오는구나.

가끔 잡화점에서 일을 하는데, 어째서 잡화점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서 일을 처리하고 오는 시간이 더 많을까? 생각을 해 봤더니, 결과적으로 저런 이상한 자들에 의해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을 내가 뒷수습하는 패턴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게 대다수이지만...

 

그나저나, 심연의 통로를 넘어 도착한 땅은 아직 잘 모르겠군, 부디 이 순수한 어둠의 방랑자인 아브리에스.루인.베니ㅌ...”

 

저기...그렇게 말하면 너무 길어서 헷갈리는데?”

 

루시피나 씨는 그 남자에게 이름이 길다고 결국 태클을 걸었지만, 남자의 갈색 눈동자는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얼굴이 잠깐 붉게 올라온 것으로 보아, 루시피나 씨에게 반한 건지. 아니면 여자와 말한 적이 없는 건가? 고개는 천천히 나에게 돌리면서 입을 열었다.

 

...아무튼! 이 어둠의 수수한 방랑자에게, 부디 이 땅이 무엇인지! 그리고 여기는 어느 것을 하는 곳인지 고하거라!”

 

일단 앉도록.”

 

나는 빈 찻잔을 하나 더 꺼냈다.

그리고 거창한 이름과 다르게, 순순히 앉아서 정자세로 있는 남자는,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호오! 이 곳은 마치. 마왕을 격퇴하기 전에 거쳐가야 하는 현자의 집과 같구나!”

 

잡화점이야.

 

하지만! 오히려 이런 집에는 2층에서 키메라를 비밀리에 만드는 흑막의 분위기도 나는 군!”

 

잡화점이라고...

 

설마! 내가 악의 세력으로 들어온 것인가...후후. 좋다! 나 또한 순수한 어둠으로 인해 탄생한 어둠의 방랑자!”

 

비록 내가 마왕인 레시아를 소환 했지만, 그 이외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리고 여긴 잡화점이라니까?

 

따라서! 충실한 어둠의 하인이여! 이 곳은 뭐 하는 곳인가!”

 

눈이 더욱 더 반짝이면서, 나를 쳐다보는 눈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생긴 건 공부를 붙잡고 살법한 모범생의 얼굴인데...

 

여기는 엘티노스 잡화점이야. 신랑은 이 곳의 주인이고.”

 

나 대신 루시피나 씨가 여전히 하얀 붕대를 과시하며, 안대를 살짝 덮으며 루시피나 씨를 잠깐 보더니, 식은 땀을 흘리며 다시 고개를 나에게 돌렸다.

 

그러니까 왜?

 

...잡화점인가...엘티노스라. 그럼 그대가 엘티노스로군! . 좋은 이름이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내 안에 있는 어둠이 공명하기 시작했다고!”

 

멋지게 일어나서 왼손을 하늘을 향해 내지르다가, 갑자기 왼손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 했다.

 

크윽! 안 돼! 봉인되어 있던 흑염룡이! 어둠과 공명을 하기 시작해서! 으윽! 정신차려라! 나는 아브리에스.루인.베니티아! 이 정도로 어둠의 힘에 먹혀버릴 내가 아니다!”

 

가만히 놔뒀더니 거의 뮤지컬수준으로 연기를 선보이고 있었다.

그야 알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체내에 있는 마나를 회전시켜서, 저기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남자의 마나를 측정하려고 했지만, 저 남자의 마나는 아주 평온하게 흐르고 있었다.

 

뭔가 흑염룡이라도 있다면, 마기가 있다거나 마나의 색상이 다르다거나 해야 하지만, 그래도 고통스러워 하는 걸로 봐선, 엘티노스가 쓴 책 중에 읽은 기억이 있는 증상 중 하나다.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불치병

-저자 엘티노스

병명 : 2

2병은 실제로 있는 병이 아니다.

사춘기가 지나면서 자신의 열망을 표출하는데, 문제는 이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정신 건강에 좋지 못하다.

대표 증상

이런 증상을 보이는 자가 있으면, 2병을 진단해야 한다.

1. 갑자기 관심도 없는 음악을 듣기 시작한다.

2. 블랙커피를 맛있다는 듯 음미하며 먹기 시작한다.

3. 자신에게 알 수 없는 힘이 존재한다며 표출한다.

4. 그 힘을 봉인하기 위함이라고 안대나, 붕대를 하고 다닌다.

5. 자신의 진짜 이름을 놔두고, 다른 이름을 어렵고 복잡하게 짓고 다닌다.

6. 뭔가 알지도 못하는 설정을 스스로 만들고 다닌다.

(이하 생략)

 

난 전에 읽었던 문서의 회상을 끝낸 후, 천천히 허브티를 입에 가져갔다. 그나저나 다른 집도 있을 텐데, 왜 하필 이곳으로 온 걸까?

 

그런데 못 보던 옷을 하고 있군. 어디서 온 거야?”

 

여전히 위화감이 드는 옷을 보며, 나는 그 남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다시 이상한 포즈를 취하더니, 빌어먹게 짝이 없는 그 잘난 혀를 놀리기 시작했다.

 

본인은 수세기의 시간을 타고 어둠 속에서...”

 

지금 당장 내쫓아버리기 전에, 제대로 말하지 못해...”

 

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으름장을 놨다.

거기에 겁을 먹은 듯, 드디어 평범하게 스스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내가 그 내용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믿기지 않는 사실이 들어간 말들 뿐이지만...

 

저는...한국에 있다가 그때 마침, 싱크홀이 일어나서 떨어졌는데, 죽었구나!라고 생각했더니, 제 주변은 초토화가 되어있었고, 레지던트 이블4처럼 주민들에게 쫓기다가, 이곳에서 도움을 받게 되었어요...”

 

...한국? 무슨 나라야?

 

“...그보다 왜 저희가 서로 말이 통하죠? 여기는 제 입장에서는 이세계 인데요?”

 

자신의 말이 통하고 있는 것이 신기해 하는, 남자에게 그렇게 대답을 해줬다.

 

잡화점의 번역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소리지. 그보다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건가?”

 

이 세계인이라니...

이제 또 무슨 사건이 터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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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야기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