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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562

FNL-Phantasm 2018. 1. 16. 00:50

562

 

 

 

환영마법으로 특정인물만 속이려고 한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사실 행여나 내가 없을 때의 행동방침에 대해 잡화점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자력으로 탈출할 수 없고 내가 회유를 당하지 않았으나 납치를 당했을 경우, 다른 곳에서 시선을 이끌고 그리티스 씨나 시나에게 부탁해 내 위치를 찾고 구출하는 것. 내가 회유를 당하거나 세뇌를 당해 적의 편으로 돌아설 경우 즉시 말살하라는 방침이었다.

 

그렇게 다짐을 했었으며, 마리아가 내 그림자에 숨어서 다닌 것은 잡화점 멤버 쪽에서 나 몰래 보험을 들여놓은 셈이 되었으니까. 다만, 이 작전의 주요목적은 리제로트가 레이베리아에게 탈출소식을 알리고, 다른 방향에서 레시아가 사고를 터트린다면, 유랑극단이나 그에 관련된 여러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시나가 그 틈에 천계로 들어가서 상황을 훑어보며 나에게 보고를 해야 하지만...

 

늦어서 걱정이네.”

 

5시간째 도착하지 않은 시나가 걱정되어 잠을 못 자고 있었다. 당연히 지금은 새벽 2시라서 잡화점을 운영해야 하니까 잘 수 없다는 말이 제대로 된 설명이지만, 사실상 손님이 오건 말건 오늘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고 싶었다. , 루비아에게 맡기고 자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카렌의 기억은 서서히 복구가 되어가려고 해도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

 

걱정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리제로트나 레이베리아가 너무 손쉽게 놔준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생각의 늪에서 질식상태까지 다가가도 좀처럼 무엇을 하고 있는지 예측할 수도 없고,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했지만...뭘 알아야 찾던 말던 하지.

 

결과적으로 우리들에게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만큼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렇게까지 크진 않았다. 시나만 무사히 귀환을 해준다면 말이다.

 

아무래도 천계에 잠입을 해야 할 거 같아요.”

 

아서라. 주인은 충동적으로 일을 그르칠 생각인가?”

 

일을 그르치진 않아요. 다만, 걱정이 되는 것뿐인데...”

 

흐응? 주인은 그 비둘기가 더 마음에 가는 건가?”

 

그리고 잠깐 동안의 정적. 검은 고양이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중얼거렸다.

 

짐에게도 그 비둘기의 공백이 느껴지는군. 아무리 마왕이라도 익숙하지 않는 것은 예민하게 감지하는 듯 하다. 그건 그렇다고 해도, 천계에 찾아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니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거라. 그 비둘기는 짐이 인정한 라이벌이니 말이다.”

 

라이벌로 인정하신 거에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 시끄럽다!”

 

검은 고양이가 다급하게 소리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귀여워서 쓰다듬고 싶으나 지금은 자제하도록 하자.

 

-손님 받아라!

 

잡화점은 오늘 전체적인 점검이 있을 예정인데, 대체 세린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알림음을 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따져야겠다. 손님은커녕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온 시나였지만, 무사히 도착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에서 느닷없이 미소가 사라지는 듯한 소식을 접해버렸다.

 

마스터. 늦어서 죄송합니다. 수색해야 할 곳이 너무 넓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정보도 없었고 그 어떠한 장소에서도 다른 여신이나 신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샤이어도 실종이 되었고 창조신마저 자리가 비어있었습니다.”

 

창조신마저 자리가 비어있었다? 그 사실에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은 천계에 레이베리아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뜻이 되는 건가? 엘티노스 어딘가 숨어있으니 때가 되면 알아서 오겠지만, 아우리스는커녕 창조신마저 사라지게 된 원인부터 추측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 많던 신이 안드로메다로 출장 간다고 메시지를 남기지 않지 않는가?

 

그렇다면...

 

창조신마저 봉인 당했다고 가정했을 때, 그나마 안전한 곳은 명계인가...”

 

마계는 마왕이 다스리고, 천계는 최종적으로 창조주가 보살핀다. 하지만 창조주가 만들어도 독자적인 권력으로 질서를 지키는 세계가 바로 명계인데, 명계에 있는 염라대왕이 천계에 올라가지 못하는 영혼들을 거두어 여러 생물로 환생하게 도와준다.

 

당연히 죄값이 있다면 그것부터 치르게 되지만, 엘티노스의 자서전에는 그렇게 쓰여져 있었다. 그나저나 이 양반은 인간이었던 시절에 명계도 완주하고 온 건가? 스케일이 너무 크잖아?

 

마스터.”

 

하얀 올빼미가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깃털을 쓸어 내리면서 머리 안에 있는 주판을 이리저리 치기 시작했고, 계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비어있는 왼손에 검은 고양이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주인. 저 비둘기만 쓰다듬지 말고...”

 

올빼미 입니다.”

 

어쨌든! 짐도 어서 귀여워하거라!”

 

어떤 마왕이 자신을 보며 나를 귀여워해라! 명령이다!”라고 소리친다면 제보를 해주길 바란다. 레시아가 특수한 케이스인지, 요즘 마왕이 하나같이 전부 나사가 빠졌는지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아무리 부부의 연을 맺었다고 하지만 응석을 너무 부린다. 레시아가 응석을 부리던, 시나가 더 적극적으로 귀여움을 받기 위해 다가가던, 계산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했다. 언제나 늘 그랬듯 생각의 늪에 또 잠기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머리까지 담그고 초마다 1M씩 떨어지고 있었다.

 

2M...3M...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나는 눈을 감았다.

 

어느 관점으로 관찰해야 할까?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생각을 하면 그 끝에는 결론이 도출되기 마련. 언제까지나 멈추지 않고 끝까지 달려나갔을 때, 정신을 차려보면 결승선을 통과하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지 않는가? 명계로 가려면 반정도 죽은 상태에서 딸아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기에 위험도가 매우 높다.

 

그러면 명계를 살아서 가야만 하겠지.

살아서 명계로 가야 할 방법은 거의 없다고 하지만, 분명 엘티노스는 인간시절에 다녀온 기억이 있다. 자세한 방법이 자서전에 기술되지 않았기에 지금부터는 가설이 난무하는 실험대라고 보면 된다.

 

명계를 살아서 가기 위한 방법.

뱃사공을 이곳에 부르는 방법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명계로 가는 문을 수색하는 것뿐이다. 세 번째가 있을까? 있으리라 본다. 엘티노스에게 부탁해서 명계에 잠깐 산책을 나간다고 말하면, 분명 엘티노스는 뭐 이러 정신 나간 녀석이 다 있어?”라고 말하겠지만, 그것도 꽤 효율이 높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자력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데, 역시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는 명계의 문을 찾아야만 하는가?

 

사키엘의 문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가죠.”

 

?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마스터?”

 

잠깐? 시간이 얼마나 지났길래 내 이불자리에 레시아와 시나가 양 옆에 있는 거지?

 

언제나의...”

 

언제나가 아니잖아요! 젤나가 헛기침하는 소리 좀 하지 마요!”

 

그래도 추운 겨울이니 꼭 붙어서 자는 게 좋지 않는가? 게다가 생각을 너무 오래했노라. 새벽 6시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생각을 하니, 결국 우리가 직접 이불도 펴주고 같이 붙어서 얼어 죽지 않게 도와주고 있지 않는가?”

 

잡화점에서 얼어 죽는 게 도롱뇽이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가는 것보다 더 비현실적입니다만? 온도를 조절해주는 마법진이 날아간다면 모를까?

 

양 옆에서 샌드위치처럼 눌러오고 있으니 불편하긴 불편했다. 다만 수면 잠옷을 입은 것만으로도 불편함이 서서히 녹고 편안함이 오래 지속될 예정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이 꼭 있다. 이놈의 시선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선처리라고 말해봤자 아주 기초적인 건데, 고개를 어딜 돌리며 자야 하는지 모른다는 소리다. 레시아 쪽으로 돌리다간 시나가 삐치고, 시나 쪽으로 보다간 레시아가 뒤에서 마법을 날린다.

 

그러니 나는 중립을 지키기 위해 천장만 뻐끔뻐끔 바라만 보는 붕어가 되어보자. 머리는 이미 잉어와 대화하고 있다. 앞으로의 대화는 잉어와 붕어만 써지겠지.

 

주인?”

마스터?”

 

붕어.”

 

-파악! 퍼억!

 

어디선가 날아온 거대한 충격이 배와 가슴을 각각 강타하자, 몸 속에서 거칠게 바람이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기침을 했다. 다급하게 반쯤 일어서서 두 사람을 향해 뒤를 돌아보았다.

 

뭐 하는 거에요!”

 

주인이 뜬금없이 붕어병에 걸린 줄 알았다. 실로 위험한 전염병이지 않는가? 붕어병에 감염되어 증상이 나오기 시작할 때. 때리면 치유되는 병이라 하여 절차에 따라 주인을 때려보았다. 어떤가?”

 

뭐가 어떤가?’에요! 한 순간에 요단강을 건너 스틱스 강까지 날아갈 뻔했는데! 그리고 시나!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잘도 데미지를 줬겠다?”

 

저는 마스터를 존중하고 보필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붕어병에 대한 치료를 조사하던 중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토대로 절차에 따라 마스터를 때렸습니다. 치료를 위함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를 한다면 아마 수백 번 고쳐 죽어서 넋이 없으리라 생각하다만...

 

아무튼 다음 계획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가?”

 

아뇨. 처음부터 다 틀어져서 새로 짜야 할 거 같아요. 레이베리아가 설마 창조신까지 날려먹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엿장수에게 찾아가면 다시 얻어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창조신이 얼마나 약하길래 자신이 죽을 뻔했던 사건마저도, 내가 해결했기에 넘어가던 상황까지 있었다. 창조신이 그저 이름만 드높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면, 이곳을 창조했을 때의 거대한 힘은 어떻게 써먹은 걸까?

 

창조신부터 찾는 건 하지 말죠. 어쩌면 구해도 별 소득이 없을 테니까요.”

 

이제 슬슬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저희들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다면, 가장 취약할 때 노리고 오겠지요.”

 

가장 취약할 때 노리고 온다.

모든 생물은 잠을 자고 있을 때 무방비 상태가 되곤 한다. 하지만, 잡화점이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으니, 그 다음으로 취약한 부분을 찾는 것이 일이니까...

 

외출할 때 앞으로 최소 2 1조로 다니는 것을 권장하는 바입니다. 두 분은 다른 잡화점 멤버에게도 전해주시고, 윈디 메르아에게도 알려주세요.”

 

-부스럭 부스럭...

 

어라? 이불 위에서 뭐가 움직...

 

카일 씨? 저에게 뭘 알려줘요?”

 

우아아아아아악!”

 

-!

 

잠깐 5초동안 정신이 방전되었다가 눈을 떠보니, 윈디는 반대편으로 날아가 처박혀 있었고, 나는 어느 사이에 일어서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였다. 오른손에 프라이팬이 있는 걸 보아하니, 총알도 막는 내구도로 윈디를 홈런 시킨 모양이다.

 

바람의 정령왕이니 살았으리라 생각했는데, 데미지가 너무 큰 탓인지 한동안 작은 경련을 일으키며 고통의 신음을 길게 흘리고 있는 윈디 메르아. 과민반응을 한 내가 더 미안한 나머지 왼쪽 검지손가락으로 머리를 살짝 긁어 내렸다.

 

저기. 윈디? 살아있지? 괜찮은 거야?”

 

나의 안부인사를 들은 레시아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봐도 지금의 내 행동이 너무 쓸 때 없어 보인 거겠지. 실망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레시아의 작은 입이 열렸다.

 

주인. 프라이팬으로 만루홈런을 날렸는데 괜찮은 거냐고 물어본들 응답할 리가 없다. 그 전에 난폭한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았는가?”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기억용량이 떨어져서요.”

 

아무래도 주인의 램을 32기가바이트로 바꿔야 할지어다.”

 

어째서 뇌 속에 그런 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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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저는 다시 출발지점을 밟은 듯 합니다...

[월화수목금금금 야근 에디션이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