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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553

FNL-Phantasm 2017. 12. 24. 15:19

553

 

문제.

사람의 호감은 무엇으로 살 수 있는가?

정답은 너무 다양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대의 계략을 호감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없는 것일까?

-세린과 함께 카렌의 메인터넌스를 하고 있는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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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면 선뜻 자매라고 할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한 명은 늘씬하고 청순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품고 있고, 단풍이 물들은 듯한 주황빛 스웨터와 적색의 스커트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을이 온 듯한 생각하게 만든다. 하긴, 옷은 입고 편안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나고 하고 있지만, 대조되는 푸른색 계열의 코발트 블루 색상의 긴 머리는 이미 허리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으니, 옷도 눈에 잘 들어오고 생머리도 눈에 잘 들어왔다.

 

아예 그 모습으로 살려는 거야? 세린?”

 

그럼 카일 너는? 드디어 남자를 버리고 여자를 선택한 거야? 그보다 소녀가 되고 싶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여전히 까칠하게 받아 치는 세린의 말에 머리에선 분노가 일어났지만, 천천히 냉정하게 식히고 다음과 같이 말을 해야 했다.

 

이 모습도 오늘 오후 중으로 끝이야. , 기만전술을 펼친다면 이런 모습이 더 좋지.”

 

여전히 너는 악랄하구나. 회귀하기 전에 순수했던 카일을 돌려내.”

 

순수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진행된 거 아니겠어? 너에겐 지루했던 반복된 생활의 끝을 지어준 것이 나라고.”

 

그래. 나도 알아. 그렇지만 옛날에 카일은 영악하게 마왕이나 소환하고 다니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잡화점의 규칙에서는 사역마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예를 들어서 드래곤이라던가. 당연히 예시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적당한 걸 소환하려고 했을 뿐인데, 드래곤보다 더한 야생의 마왕이 나타났다!’라는 소식에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마왕과 말이 통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지만.

 

옆에 있던 세린과 나를 우연히 지나가던 전신거울에 비춰졌을 때, 완전히 똑같은 자매였다. 내 경우에는 카렌이 잡화점으로 무사히 도달했을 때, 같이 찾아온 옷을 입고 있었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리제로트의 목을 뽑고 싶을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지금은 겨울인데 얼려서 죽이려는 속셈이라면 100%성공률을 자랑할 정도.

 

우선 겨울용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데, 소매부분이 하얀색 나팔꽃처럼 퍼졌다. 그러나 원피스의 치마부분이 좀 짧은 바람에 검은색 팬티스타킹까지 입어야 하는 처지였다. 처음에는 그냥 모두 불태우고 나 편한 대로 옷을 입으려다, 루니아 누나에게 발각되어버리는 바람에 지금 이 꼴이 된 것.

 

인생이란 참 뭐 같군.

 

카렌의 상태는?”

 

자아가 완전히 망가졌어. 아마 너도 못 알아보겠지.”

 

그래?”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네. 어제는 세상을 날려버릴 듯이 울고불고 난리 치더니.”

 

내가 울고불고 난리를 쳐도 망가진 카렌의 자아가 고쳐지는 게 아니다. 완전히 인형이 되어버린 카렌을 보며 다시 힘을 집중했다.

 

그래서 카렌은 어떻게 할 거야?”

 

지금은 자아가 망가져서 인형처럼 행동한다면, 나에게도 생각이 있어. 그보다 예상한대로 장난을 쳐놓긴 했네.”

 

카렌의 몸 구석 어딘가에 박혀있던 마법진을 찾아냈다. 빼곡하게 적혀있는 마법수식을 확대해서 세린에게 보여주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기를...

 

그렇네. 너를 암살하도록 명령하는 마법수식들이 마법진 안에 새겨졌어. 그런데 대놓고 있는 것만은 아닌 거 같은데? 다른 게 더 있을 수 있는지 알아봐야지.”

 

나는 세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약속시간은 오후에 잡혀있으니 아침 일찍 정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모든 결과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는 경계선. 그러나 앞으로 추진할 계획을 생각하며, 내 기분은 점점 좋지 않다는 쪽으로 기울이기 시작했다.

 

세린. 초능력 중에 정말로 사람의 마음을 망가뜨려 자아를 날리는 게 있을까?”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지금 눈앞에 있는 참상을 믿기 어렵다는 걸까나?”

 

아니. 그게 아냐. 내 눈앞에 있는 참상은 확실하게 봐왔어. 그런데 원리가 무엇이냐는 거지. 정말로 부수는 것일까? 혹은 기만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말하고, 사실 다른 작용이 있지 않을까?”

 

흐음.”

 

세린은 길게 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한 눈에 복잡한 마법수식과 마법진을 해독하는 것에 비해, 이번 질문은 대답이 없고 그 대신 오랫동안 침묵이 머물렀다. 다양한 사건과 사고, 그리고 수도 없이 반복을 해온 세린의 입장에선, 지금 이런 일이 생소하기도 하겠지.

 

세린은 정확하게 카일들이 자신에게 힘을 맡기고 반복을 할 것인지, 아니면 세린의 힘을 빌려 지옥 같은 반복의 굴레를 벗어 던질지에 대한 선택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있던 일은 전부 알고 있었다. 수도 없이 많이 봐왔던 변수와 수도 없이 많이 봐왔던 사건, 행동과 더불어 그때 당시의 카일들의 선택까지.

 

나로 인해 드디어 미래로 향하게 된 세린은 오늘날 이렇게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

 

그래? 아무래도 레인에게 자문을 구해야 할 거 같네.”

 

레인에게 붙은 또 다른 나라면 분명 알려줄지도 몰라. 다만, 잡화점 주인과 링크가 된 인격체이기 때문에, 너의 눈에는 또 다른 세린이 보여질 리가 없지.”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주인은 누군가와 이야기 하고 있는 건가?”

잘 모르겠지만...후유증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듯 합니다. 냥캣.”

카일...언니가 위로해줬는데에...”

불쌍하기도 하지. 카일 씨...”

 

각자 사역마와 여기사, 정체불명의 몽마까지 나를 불쌍한 사람 취급을 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정신적인 충격에 벗어나지 못하고, 혼잣말로 떠드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세린은 마음만 먹으면 잡화점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지만, 평상시에 볼 수 있는 건 직접적으로 연결이 된 잡화점의 주인. 나 뿐이니까.

 

레시아와 시나의 경우에는 사역마로 연결망이 이루어졌을 때는, 내가 볼 수 있는 것도 공유할 수 있는데, 지금은 아니니까...다시 사역마로 만들어야 할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기꺼이 독립적으로 떨어졌음에도 결혼이라는 단어에 묶여있으니까. 지금 다시 사역마의 관계로 돌아갈 필요는 전혀 없는 게 답안.

 

그러면 슬슬 계획을 진행하러 가봐야겠네.”

 

나는 너와 직접적으로 링크가 되어있어.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 해?”

 

당연하지. 만약 내가 인형이 되거나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처럼 보이면, 너는 나와 당장 링크를 끊어야 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 될 거야. 리제로트는 내가 넘어간다는 의미를 잡화점 전체를 얻는다는 의미로 알고 있지만, 너는 내 상황을 알고 루니아 누나를 잡화점의 주인으로 바로 지정할 거라고 생각하거든.”

 

임시직이라고 해야겠지. 저런 여자를 잡화점의 주인으로 받아주고 싶지는 않아.”

 

루니아 누나가 만약 세린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때는 다시 잡지 사업을 시작하면서...세린에게 있어선 끔찍한 고통의 나날로 변하겠구나.

 

그래도 계획이 잘 되면 내가 인형이 될 일은 없을 꺼야.”

 

혼수상태는 되는구나?”

 

아무런 말 없이 밖으로 나가기 위해 짙은 회색의 코트를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려고 할 참에...

 

주인. 정말로 우리가 따라가지 않아도 되는가?”

 

검은 고양이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당연하죠. 이 일은 저와 리제로트의 개인적인 싸움이니까요. 저에게 호감을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에 싸움엔 솔직히 얄팍한 꼼수를 부리고 싶지만, 지금의 저는 워낙 정직한 사람이기에, 받아들이는 척을 해야 하니까 혼자서 가야 해요.”

 

받아들이는 척을 한다는 그 자체가 정직을 죽이는 일이라고 본다만?”

 

검은 고양이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그런 무모하게 밀어붙이는 성격은 짐의 선생을 닮았구나. 어째서인지 주인을 볼 때마다 사람의 이중성이라는 것을 믿게 되어버리지 않는가?”

 

이런 소녀의 모습으로도 그런 게 느껴져요?”

 

당연하다. 짐은 애초에 마왕이니라. 겉모습으로 판단하며 애송이라고 헛소리를 짓거리는 마왕이 아니며, 오히려 그 모습이 함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니라. 사람의 근본은 외면이 아닌 내면의 모습. 따라서 지금 주인의 모습을 보아 불리한 싸움을 하러 가는데도,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뭉쳐져 있는 그런 상황이라 본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

항상 품고 있었던 거니까 상관이 없나?

 

그렇군요.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

 

마스터...”

 

하얀 올빼미가 자신도 쓰다듬어 달라고 애처롭게 부르고 있었다. 그보다 어디 죽으러 가는 사람을 보내는 눈을 하지 말지?

 

시나도 내가 걱정이 되는 거야?”

 

언제나 마스터는 저의 것이니까요.”

 

짐의 첩이다. 넘보지 마라. 비둘기.”

 

하루라도 안 싸우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병이 진짜로 있나?

 

걱정하지마. 내가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인형이 될 마음도 없는데.”

 

딱 한가지 계략을 위해 움직이는 거고, 그게 실패하면 최소 혼수상태, 최악의 경우에는 인형이 되는 결과물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꽤 즐거워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만약 성공한다면 리제로트의 마음을 확실하게 망가뜨릴 수 있으니까.

 

과연.

나는 관점의 차이를 역이용하는 사람.

그런 나에게 이런 싸움을 걸어온 걸 후회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

 

그럼 다녀올게요. 제가 없다고 싸우거나, 이상한 음식을 만들거나, 또 바보 같은 일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가려고 몸을 발을 움직였는데, 뒤에서 당기는 바람에 꼴사나울 정도로 넘어질 뻔했다. 그나마 형성된 시크한 이미지를! 누구야! 내 시크한 이미지의 원수가!

 

카일 씨. 아직 잊은 게 있어요.”

 

노을을 담은 주홍빛의 올곧은 시선, 햇빛에 받아 반짝이는 고운 은빛의 머리카락. 차분하면서도 단아하지만, 속내는 시커먼 아리엘이다.

 

잊은 거?”

 

이거요.”

 

손난로 하나를 주기 위해 내 코트를 붙잡은 건가. 이거야 원. 그래도 마석이 아니라 연금술로 이루어진 손난로라서, 비용은 값싸고 효과는 확실하니 참고 넘어가도록 하지.

 

이런 걸 놓고 같다면 말로 해결 할 것이지.”

 

그저 두 손으로 주고 싶었거든요. 만약 던진다면 지금의 카일 씨가 제 강속구를 받아낼 수 있겠어요?”

 

야구배트를 준비할 시간을 주는 건 맞으려나?

 

알았어. 직접 주고 싶다는 마음을 잘 알았으니 손난로를 주도록 해.”

 

작은 잉어모양의 손난로가 내 손에 닿았을 때, 미리 난로를 켰는지 따듯해서 안심이 되었다. 물론 그 한 순간의 방심이 이런 상황을 일으킬 줄은 몰랐지만.

 

으웁! 으으읍!”

 

손난로의 온기를 만끽하던 시간은 0.3초 그 빈틈을 이용해, 내 손목을 붙잡은 아리엘이 화아악!하고 끌어당겼다. 정말 바보 같은 일이었다. 내가 방심해서 나쁜 게 아니라 아리엘이 먼저 선수를 쳐버린 것이니까.

 

내 입안에 한 가득한 아리엘의 이물질이 이리저리 휘젓고 있는 동안, 숨을 쉬게 해달라고 부탁을 해도 아리엘은 놔주지 않았다.

 

10초라는 짧은 시간에 32히트를 맞은 나는 무릎이 풀릴 뻔한 것을 겨우겨우 버티며, 거칠게 입술을 닦아냈다.

 

뭐 하는 짓이냐!”

 

다음은 카일 씨가 남자일 때 풀코스로 부탁하죠.”

 

입가에는 사악한 미소를 띠며 눈빛은 가학적인 시선으로 나를 찔렀다. 대체 누가 아리엘을 저렇게 만들었을까? 나중에 릴리스를 찾아가서 힘껏 따져야 아리엘의 성격이 고쳐지려나? 아니, 저 애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구렁이란 구렁이는 다 키웠으리라 추측했다.

 

뭐가 풀코스냐! 이게 애피타이저라도 되는 줄 알아!”

 

소리치며 화를 내는 동안 다른 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약간 어두운 분위기에서 해방된 듯했다. 아리엘이 희생해서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까지 조율하다니. 아이언 클로는 특별히 없는 걸로 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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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에에에에리 솔로마스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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