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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549

FNL-Phantasm 2017. 12. 16. 16:38

549

 

 

 

근처에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자는 분위기라면, 원수를 앞에 두고 이를 갈고 있는 분위기 일까? 요즘은 카페나 음식점에 자주 떠돌아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가장 같이 가기 싫은 상대와 마주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상대가 어린애라고 한들, 비정상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는 괴물이다.

 

당신. 아까 전에 어떤 소녀와 이야기 하던데요?”

 

루나의 콘서트를 기대하면서 나의 동향까지 살펴보다니. 스토커인가?”

 

나는 최대한 빈정거리기로 했다.

 

! 당신같이 바보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스토커가 있을 리가 없지! 그보다 아까 전에 내 회사에 잠입요원을 넣었다고 했는데 맞죠?”

 

날카로운 눈으로 치켜 뜨는 것이야 말로 확실한 적의.

그에 굴하지 않고 천천히 컵을 들어올렸다. 다만, 주변에 펼쳐진 마나의 실도 없고, 그렇다고 한들 정신적으로 압박하려는 특유한 기운도 보이지 않았다. 하긴, 마법사가 아니니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재라고 볼 수 있다만, 초능력자의 경우에도 특유 제스처나 다른 특징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레인의 경우에는 물건을 붙잡은 손이 밝게 빛이 나며 발광하는 상태가 되는데, 그것만으로 지금 잡고 있는 물건이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아이리스의 경우에는 은색의 눈동자 테두리가, 푸른 고리를 그리듯 밝게 빛나는 경우가 있다. 초능력이 발동하고 있다는 그 사실이라면, 아주 미세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찰나의 순간에도, 모든 것을 훑으며 지나가는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할말만 떠드는 소녀는 계속 말하고 있었다.

 

어릿광대에게 귀가 따가울 정도로 많이 들었어요. 300년전에 모든 세계를 없는 걸로 만들려고 했지만, 끝끝내 방해를 한 엘티노스 잡화점의 주인. 카일이란 사람이죠?”

 

어릿광대와 대화를 할 정도로 유랑극단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높군. 잠입요원을 투입한 게 실수였을 정도로 터무니 없는 정보를 들었으니 말이야.”

 

리제로트는 그제서야 !”하고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라 캄베리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모르는 상황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입요원을 투입했다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떠보는 거였지만, 아직까지 어린애라 경험이 없는 모양인지, 내가 라 캄베리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조사를 벌이는 줄 알았나 보다.

 

사실 우리의 잠입요원은 슬라임들 뿐이지만.

이렇게 실질적으로 들을 수 있는 얻어걸리기 식의 정보도 받아내면 좋다.

 

한가지 확증이라면 라 캄베리는 딥 웹의 사용유무를 떠나서, 유랑극단과 자주 만나는 위치까지 올라가 있다.

 

이런 변태! 저질!”

 

화를 내는 건 그 정도까지 하도록 해. 아직 우리는 공책에 10줄도 안 되는 대화가 오고 가고 있을 뿐이니까. 남자를 심각하게 증오한다는 것은 나도 잘 모르는 일이나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사람끼리 대화를 할 때는 선입견부터 버리는 편이 좋으리라 본다만?”

 

적인 당신이 저에게 충고를 할 셈인가요?”

 

어떠한 이유의 적이라고 표현하려고 했는지 잘 모르겠다만, 글쎄? 사회적으로 내가 더 어른이니까 충고라면 충고겠네.”

 

선입견에 쌓이면 그 사람의 진가를 진단할 수 없다. 그런 리제로트에게 선입견을 가지지 말라는 것은 오히려 충고가 될 수 있겠지. 하지만, 내 의도는 도발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무슨 이유로 남자를 싫어하는지 잘 모르겠다만, 옆에 남자경호원을 동행하는 것으로 보아. 대부분의 남자를 싫어하지 않고, 오직 나를 거슬리게 보는 것일 뿐. 맹목적인 분노 또한 오로지 나를 위해 발산하고 있었다.

 

당신의 충고를 받을 정도로 저는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그럼 말고.”

 

으드득!”

 

사방에서 태클을 걸고 관찰을 하니, 자연스레 빈정거리는 태도도 늘어나게 되어버렸다.

 

나 시간 없어. 용건만 말해.”

 

용건이요? 좋아요.”

 

아직까지 따듯한 차를 입술에 적시는 동안, 내 귀는 그녀의 말에 경청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어떤 말이 찾아와도 모두 내 변수 안에 들어가 있으니까.

 

루나 플로니아를 저에게 양도하세요.”

 

하아...양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붉으락푸르락하면서 화를 내던 사람이, 이중인격마냥 탐욕적인 얼굴을 내게 비춘다는 것이야 말로 본론. 루나 플로니아를 양도하라는 말을 듣고 잠깐이나마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루나가 마음에 들었는걸요? 그러니 루나를 갖고 싶어요.”

 

저기. 달 토끼라도 하나의 생명이고, 그 애가 원해야지 너에게 가던 말던 하거든?”

 

알고 있어요. 하지만 루나는 저에게 오겠죠. 그렇지만, 아주 커다란 방해물이 제 앞을 가로 막고 있어요.”

 

그 방해물이 나인가보네.”

 

시공간을 넘나들어서도 내가 나눠준 반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게 잡화점 멤버들이다. 길을 잃어도 잡화점으로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정도로 결속시켜주고 반지. 그게 그녀에게 어떤 방해가 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눈에 띄는 것이 거슬린다는 의미인가?

 

당연하죠. 당신만큼은 용서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참고 삼아 듣겠는데 어떤 것이지?”

 

그 검은 고양이와 하얀 올빼미, 그리고 금발의 그 여자도 전부 당신의 잡화점 멤버죠?”

 

생각보다 강적이었다.

 

지금에 와서 말하기는 뭐하지만, 그 통찰력은 무시하지 못하겠군.”

 

나는 빈정거리는 태도를 풀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평범한 소녀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나에 대한 적의를 풀지 않는 소녀는 당당히 입을 열었으니.

 

제가 루나의 어린 달 토끼들을 납치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몇 마리는 제가 곁에서 돌보고 있지만, 모두 저를 따르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뿐이라고요?”

 

달 토끼는 최종적으로 관리자를 따르게 되어있어. 납치를 당했어도 관리자의 명령이 있다면, 모든 이들을 날려먹을 정도의 위력은 가지고 있거든? 너는 달 토끼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관리자와 다른 달 토끼들의 연결을 끊는 무언가를 한 거야.”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하든 진실을 숨기든 다 소용이 없으니, 내가 듣고 싶어하던 사실을 꺼냈다. 어린 달 토끼들은 리제로트가 숨겨놨다는 말.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어린 달 토끼들이 관리자가 아니라, 리제로트를 따르게 되었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루나가 이 사실을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알고 있어요. 그러니 저는 루나를 원해요. 아니면 루나의 대체품을 가져가도 되나요? 엘티노스 잡화점은 의뢰인이 원하는 것을 마련해주겠죠?”

 

저게 본론인가?

루나를 가질 수 없는 건 잘 알고 있으니, 거래를 하자는 그 말? 추측이 머릿속에서 난무하는 그 상황에 한 장의 사진이 나타났다. 그 사진을 보고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인내와 고통을 마음속에서 삼켜야만 했는데.

 

이 소녀도 잡화점의 멤버죠?”

 

사진 속의 소녀는 내가 마리아에 의해 란마처럼 변해야 했던 소녀의 모습이었다. 세상이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아무리 험난한 세상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전개가 나를 기다릴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어쩌다가 저 소녀는 잡화점 멤버로 낙인이 찍혔을까? 다행인건 저 소녀와 내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모르나 보다.

 

기간은 오늘 저녁만찬이 끝나기까지. 아니면 저는 루나를 가져갈 거에요.”

 

난 준다고 한적도 없고 의뢰를 받아준다는 기억도 없다만?”

 

흐응? 아직까지 자신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으시는 건가요? 뭐 좋아요. 어쩔 수 없지만 이걸 보여드릴 수 밖에.”

 

다른 사진이 내 눈에 들어오자 기껏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내 얼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쇠사슬에 묶인 체 가지런한 양손은 하얀 꽃다발을 부여잡고 있고, 평온하게 눈을 감은 상태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 누군가를 따라 하기 위한 코발트 블루 색상의 머리카락. 천진난만한 모습이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옷은 고풍스러운 드레스로 장식되어있었다.

 

이 아이도 네가 잡은 건가?”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르던 호문쿨루스.

나로 인해 탄생했던 인공생명체인 카렌의 사진이 찍혀있었다.

 

그렇군. 여전히 반지가 걸려있는 걸 보면 카렌의 마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실패한 모양이다. 그래서 나라는 존재에 불만을 품고 분노를 내뿜으면서도, 나를 만나며 협상을 해야 하는 이유가 확연하게 들어섰다.

 

네가 인형사로군.”

 

이 인형사는 상대방의 마음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모르지만, 특정 이벤트가 지나가면 복종하는 식의 정신세뇌 형태의 초능력자. 어린 달 토끼들은 나에게 귀속이 된 것이 아니라, 루나에게 귀속이 되었기에 그에 합당한 연결을 끊거나, 자신을 주인이라고 인정하게만 만들면 자신의 인형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카렌의 경우 나에게 귀속이 되어있었고, 그 반지는 정신오염에 대해 어느 정도 막아주기 때문에, 카렌은 더 이상 정신오염을 막기 위해서 기능을 정지시킨거라고 볼 수 있다. 호문쿨루스와 인간은 본래 다르기 때문에 효과가 없는 게 정상이지만, 달의 기술과 인간과 가장 가깝게 만들고자 하는 티르의 기술은, 이런 치명적인 결점을 선사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시도를 했는데 넘어오고, 안 넘어오고의 유무를 알 고 있고, 곧 이어 루나를 데려가겠다는 선언은 저녁 만찬에서 무언가 하겠다는 소리. 게다가 그 저녁 만찬은 금남의 구역이기 때문에, 나를 철저하게 견제하면서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겠다고 말했고, 어릿광대와 마주보며 조우할 수 있는 위치는 유랑극단 내에서도 고위급의 간부.

 

저번에 어릿광대와 카페에서 조우했을 때도, 그 근처에 리제로트는 분명히 있었다. 어릿광대의 신호에 맞춰서 마음을 빼앗긴 인형들은, 리제로트의 명령에 따라 습격을 시작했을 뿐.

 

대단한 추리실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범한 인간처럼 대놓고 말해주는데 당하는 바보는 아니군요? 정식으로 다시 인사를 올리도록 하죠. 저는 유랑극단의 인형극을 담당하고 있는 인형사. 리제로트 라 캄베리. 어여쁜 인형으로 당신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 파멸로 이끌어 보이도록 하죠.”

 

자기소개에 한치 망설임도 없이 떳떳하게 말하는 모습.

모든 이들에게 보이는 밝은 영업미소.

 

당신이 바보란 것을 알았으니, 카렌을 받고 싶다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잘 아시겠네요?”

 

루나를 줄 수 없다.

내 개인적인 이미지나 대외적인 이미지를 생각해서도, 루나를 준다는 건 최고의 악수로 뽑힌다. 그렇다고 아리엘을 보내줄 수 없는 일. 모든 시간이 멈추는 것 같은 강박감 속에서 나는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멤버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혹은 어쩌다가 붙잡혀버린 카렌을 위해서라도 내가 희생할 수 밖에 없으니까.

 

오늘 저녁만찬은 언제 끝나지?”

 

“0시 정각에 끝나요. 그러면 그 소녀를 저에게 주는...”

 

기다려. 아직 내 말은 안 끝났어.”

 

얼굴을 찡그리는 리제로트. 그리고 무표정으로 항시 대기를 하고 있는 남자. 그 앞에서 탈출구를 만들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애석하게도 그 아이 또한 자신을 따르는 사람만 따르거든? 그러니 내기를 하지. 저녁만찬에 참석을 시킬 것이고, 하루의 시간을 더 주도록 하겠어. 만일 그 안에 그 애를 너의 것으로 만든다면 승리하는 거고, 그래도 잡화점에 돌아가겠다고 말을 들으면 너의 패배야.”

 

태초부터 이길 수 있는 싸움만 골라서 하는 나다.

상대 입장에서는 잠깐 첫인상을 보여주는 것도 모자라서 하루의 시간을 더 줬다는 사실에...

 

좋아요. 그녀의 마음을 빼앗아보도록 하죠. 그 대신 카렌은 하루 지나고 나서 결과에 상관없이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걸로 좋으신지요?”

 

매우 긍정적인 대답을 하며 미끼를 덥석 물었다.

리제로트의 밝은 웃음이 뭘 말해주는지 잘 모르겠으나.

이걸로 시간은 벌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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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했데요....

글은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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