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531

FNL-Phantasm 2017. 11. 10. 19:13

531

 

사람이란 것은 조금만 생각이 안 맞아도 싸우는데,

잡화점 멤버들과 이렇게 지내는 것도 신기했다.

성격과 생각이 다르다면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는 가망은 있어도,

지금처럼 쭉 이어져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게거품을 물며 쓰러진 레인을 본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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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로 잡화점을 방문하던 레인은, 루니아 누나의 약품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과민성 쇼크로 인해, 차기 잡화점 주인의 삶을 마감했다.

 

저기. 카일 씨? 전 살아있는데요?”

 

너도 이제 내 독백을 보냐?”

 

그렇게 되었네요.”

 

내 마음을 쉽게 들킨 것이 아닌, 머리 위에 말풍선이라도 보이는 마냥 모두 꿰뚫고 다니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나 내 독백을 잘 꿰뚫고 간파했다. 거울에 비쳐있는 한숨을 내쉬는 소녀의 표정에는 피곤함과 지쳐있는 얼굴이었지만, 그게 나란 사실에 더욱 암담한 현실로 다가와 분위기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그 모습. 저번에 SNS에서 본 거 같았는데? ASMR을 녹화하지 않았어요?”

 

맞아. 대충 자의식을 강화해서 초능력자와 일반인들이, 정신을 장악 당하거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함이었는데, 느닷없이 전쟁이 인간의 몸 속으로 들어가서, 직접 싸우는 것이 아니라, 천계소속과 마계소속의 인간들을 뽑아 힘을 주고, 서로 반대입장을 격멸하기 위해 싸우는 걸로 바뀌었어. 그 과정에서 히어로나, 마법소녀나, 괴인, 비밀조직 별 이상한 잡탕밥 같은 게 튀어나온 거야.”

 

맨 얼굴의 레인은 여전히 장난기가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귀여운 얼굴을 하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듯한 외형이라, 어린 아이들이 많이 따르게 생기긴 했구나. 어쨌든 꽤 긍정적으로 수긍하면서 입을 여는 레인.

 

그렇군요. 그래서 아까 그 사고가 났을 때, 금발의 괴한 하나가 많은 사람들을 싹 쓸어버렸거든요. 그 괴인과 싸우려고 하다가 순간적인 번쩍임이 일어나더니, 온 몸에 상처투성이가 된 체 쓰러져있었어요.”

 

그래? 대체 무슨 일이었던 거야?”

 

은행에 갔다가 괴한이 들이닥쳐서 어마어마하게 아수라장이 되었으니, 제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고 했는데, 느닷없이 매지컬 루니아였던가? 한 여자가 나타나더니, 적이고 민간인이고, 뭐고 싹 다 날려버리더라고요.”

 

, 매지컬 루니아?

 

양손검을 들고 한번 휘둘렀을 뿐인데, 은행의 기둥이 날아가면서 어마어마한 피해금액이 나왔고, 엘티노스 잡화점의 주인이라는 것은 꼭 트러블 중심에 있다는 편견 때문에, 기절하고 싶어도 억지로 정신을 버텨가면서까지, 이곳에 온 겁니다. 제 경로는 그렇게 된 거에요.”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루니아 누나와 겹치는 거 같은데?

매지컬 루니아라는 주로 루니아 누나가 술에 취했을 때만 나오는 재앙인 줄만 알았다. 이름이 같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라고 했으면 좋겠지만, 그 바보 같은 보노보노 명함이 내 머릿속에서 기억이 나자, 레인의 몸이 엉망진창이 된 원인도 루니아 누나일 가능성이 크지.

 

아무튼 무서웠어요. 그러니 그 모습으로 절 달래줄래요?”

 

그런 걸 요구할 바에는 아이리스에게나 해. 아이리스는 너에 관련된 것은 모두 다 알고 싶어 할 테니까.”

 

뭣처럼 귀여운 소녀가 되었...”

 

-파악!

 

커헉!”

 

환자는 쓸 때 없는 헛소리 말고 집으로 돌아가서 안정이나 취해. 그보다, 나에게 할 말이 따로 있어서 이곳에 온 거 아니었어?”

 

따로 할 말이 있냐는 내 물음에 레인은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는 듯이, “! 맞아!”라며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카일 씨. ASMR 영상이 폭발적인 조회수로 치고 올라가버리는 바람에, 카일 씨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제 잡화점에 많이 늘고 있더라고요.”

 

제길. 또 팬이라던가 그런 걸로 날...”

 

그게 아니라. 과거에 잊혀졌던 마법사들이 카일 씨를 보고, “이 소녀에게는 세상을 바꿔버리는 힘이 있다.”라는 말을 남기면서, 저에게 의뢰를 부탁했어요.”

 

마법사들이 나를 찾아?

어떤 마법사인지도 모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잡화점에는 간절히 바라는 사람에게는 의뢰를 들어주는 장소다. 간절한 소원은 시공을 뛰어넘고 도달하기 때문에, 그 마법사들이 현실시간인지, 과거나 미래인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과거에 잊혀졌던 마법사들이라고 말한다면, 초능력자들이 뛰어 놀다 보니, 상대적으로 위축된 마법사 세력이 정확하다.

 

그 마법사들이 나를 만나면 어떻게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찾지 못했다고 전해줘. 지금은 천계와 마계가 인간계를 어지럽히려고 하니, 그걸 먼저 해결해야 그나마 생각할 여유라도 나올 거 같아.”

 

레인에게는 신신당부의 말을 전했지만, 공기가 느닷없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저라면 대놓고 찾아갈 텐데요?”

 

대놓고 찾아가다가 함정이면?”

 

그땐 그거고, 제가 봤을 때 그 사람들은 카일 씨를 납치하거나, 감금해서 어떻게 할 생각은 아닌 거 같아요. 그 사람들의 눈은 흑심을 품은 것이 아니라, 간절하게 도움을 요구하는 눈이었으니까.”

 

너는 얼마나 살았다고 사람의 마음을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 물음에 레인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애초에 저도 제 마음을 잘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은데, 남의 생각을 제가 알아서 뭐합니까? 제가 본 것은 사람의 의식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신호를 포착한 것뿐이라고요.”

 

무의식적인 신호라면 주로 권위적인 위치에 있을 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허리위로 손을 올리는 그런 걸 말하는 건가?

 

혹시 몰라요? 그 마법사들이 이번 천계와 마계를 막아주는 키 포인트가 될지. 게다가 300년 전으로 되돌아가 본래 시간대에 맞춰 사셔야죠. 그 사람들을 도와주면 보답으로 과거로 돌려보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 한마디에, 한숨을 내쉬면서 한탄하듯 입을 열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그 자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냐. 시간의 파수꾼이 언제 우리를 박살내려 오느냐. 혹은 내가 잘못 되돌아가는 바람에, 그 파수꾼들이 들이닥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인생이 완벽하게 꼬여버리기도 해. 무엇보다 그 사람들이 정말로 내 힘을 원하는 나머지, 순수한 목적으로 나를 붙잡아서 살을 찢는 듯한 작업도 할 수 있을 것이고...나는 너를 신용하고 있지만, 의뢰를 한 그 사람들은 신뢰가 가지 않네.”

 

레인은 고민을 하듯 말이 사라졌다. 하지만 해결책을 말해준 것은 내 뒤에 있던 장신의 남자.

 

주인. 그렇다면 짐을 대동하며 가면 된다. 굳이 혼자서 찾아갈 필요도 없거니와, 지금 주인은 짐에게 보호를 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니라.”

 

보호받지 않아도 치한이나 거한을 쓰러뜨릴 만한 힘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계획적으로 함정에 빠지게 된다면 나 또한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마련. 지금은 내 옆에 보호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좋겠지.

 

그럼 레시아. 제 힘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인가요?”

 

이론적으로 보면 지금 주인의 힘은 창조신의 권능과 마찬가지. 하지만 아직 인간의 시선이기 때문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뿐이니라. 덤으로, 주인은 한 차례 봉인을 당하면서 시공간 계열의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마법사라면, 시공간술사들뿐이다.”

 

마왕다운 두뇌회전에 내 마음속에서는 반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기이하군. 어째서 주인이 전쟁을 막으려고 하지 않고, 그 마법사들과 만나려는 듯이 변수를 색출하고 있는가?”

 

내 귓가에 흘러 들러온 목소리에 입이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천계와 마계가 인간을 이용해서 자기들끼리 싸움판을 벌이고, 어느 인간이 이기는지 지는지 그걸 알아보기 위해, 도박꾼들이 몰려오고 팝콘을 먹으려고 하다가, 느닷없이 세상을 뒤흔들어버려서 적색경보가 되면, 그거야 말로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주인은 모든 이들의 적이 될 생각인가?”

 

레시아의 목소리는 언성을 내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게 되물었다. 그러니 나는 웃으면서 답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우리는 과거의 망령이에요.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몸이기도 하고요. 타이밍만 제대로 맞춰서 우리가 일을 한바탕 벌인 다음,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리고 우리가 언제든지 미래로 찾아와서 난장판을 벌일 수 있다고 암시라도 해놓고 간다면, 그 사람들은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나로 뭉쳐지겠죠.”

 

꼭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마스터?”

 

하얀 올빼미가 어깨 위로 내려와 앉았다.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을 들으니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럴 필요는 없지. 우리는 언제나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조용하게 살아가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그런 존재여야 하니까. 왜 우리가 이곳 미래에서 희생을 하면서까지 사건을 맡아야 하고, 어째서 다른 이들의 적이 되어야 하냐고 물어본다면.”

 

잠깐의 뜸을 들였다.

마땅하게 생각나는 게 하나가 있지만, 또 다른 이유도 덧붙이면 더 좋기 때문. 하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으니, 20초정도 시간이 지날 무렵에 다시 입을 열었다.

 

적어도 내 후손들은 잘 살아야 하거든.”

 

어차피 300년 뒤는 내가 없는 미래.

나도 모르는 후손들이 멀리 퍼져있을 법한 장소다.

니드호그야...드래곤이니 알아서 잘 살 것이라 생각하고, 다른 한 명은 명계에서 뱃사공이나 하고 있으니까...남은 후손은 확인하고 갈 수나 있을까?

 

잘못하면 그 후손들까지 모조리 날아갈지도 모르는데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레인이 걱정하는 부분은 이미 방법이 따로 있다. 자신감이 있으면 이상한 궤변도 정론처럼 보이게 되는 법.

 

나는 평화주의자거든.”

 

깨끗한 미소를 지은 것처럼 생각하는 나의 얼굴과 말을 듣더니, 레시아와 시나는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고, 레인은 ? 지금 뭐라고요?”라는 듯이 짜증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 어정쩡한 반응 속에도 떳떳하게 내 입장을 밝혔다.

 

? 나처럼 평화와 평온을 바라는 사람도 없다고? 이 세상은 너무 폭력적이야. 그러니 세상사람들을 한번씩 갈아 엎어가면서 세상의 평화와 평온에 대해 알려주면, 그 사람들도 사이 좋게 지내면서 평화로운 삶을 찾아가는...”

 

주인이 말하는 건 완전하게 순 억지, 궤변, 논리라는 것은 1%도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

 

마스터.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마스터에 대한 이미지를 부수지 말아주세요.”

 

제길. 모두 나만 미워해...

세상 사람들은 한번씩 고통을 겪고 성찰을 한다면, 지금쯤 나는 얼마나 많은 성찰을 했을까? 1. 이제 2년이 다 되어가기 위해 달력이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 또한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 평화와 평온을 바래왔다.

 

하지만 찰나 같은 평화로움은 사라지고, 다시 고통과 고난이 찾아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면, 내가 생각하기에는 모든 사람들이, 나 대신 평화를 누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긴. 이렇게 독백을 해놓고 보니까 레시아 말처럼 순 억지에 궤변, 허상에 불과하네.

 

정확하게 말하자면 후손을 살릴 방법이야, 지금부터 직접 찾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연극을 하는 것이 가장 좋아 보인다고 생각해요. 물론...지금부터 그 마법사들을 만나 일이 잘 풀린다면 진행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최후의 계획이고, 그 계획을 진행하려면 나를 찾고 있는 마법사들이, 함정을 파놓고 나를 기다리는 사냥꾼이냐. 아니면, 진리를 추구하고 지식을 위해 아낌없이 희생시키는 광신도냐.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바라던 것처럼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잘 알고,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개척가와 같은 사람이냐.

 

적어도 일이 꼬이지 않길 빌면서, 그 사람들을 만날 계획을 머릿속에서 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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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생각대로 될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