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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529

FNL-Phantasm 2017. 11. 6. 20:37

529

 

 

 

살아가면서 머릿속에는 생각이 빠르게 지나간다. 의식하기도 전에 나타나, 의식을 겨우 했을 때는 사라지는 그 생각은 다음과 같았는데, 만화책이나 소설책, 그 외에 300년 뒤에는 아예 영상을 비춰주는 물품으로, 어떤 경위든 선택 받은 5명의 용사라거나, 환경지킴이, 2인조로 구성되어있는 치유사, 백터의 힘을 사용하는 3명의 남자들. 여러 가지 존재함에 따라 악당도 그에 맞춰서 다양하게 분할된다.

 

우주로부터 다른 곳을 지배하기 위해 오는 악당.

정부의 관리 속에서 숨어있던 비밀조직.

알고 봤더니 환경적인 입장에서는 착한 무리들.

다른 차원에서 찾아온 유목민 등.

 

무시무시할 정도로 다양한 태그를 가진 악당들이 있다. 결국 선과 악의 싸움은 가치관의 대립. 이 세상에는 선과 악이라는 개념은 절대적인 경우 존재하지 않는다. 박쥐남자와 조커가 싸우는 그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세상에는 혼돈과 질서가 있다.

 

300년 뒤의 미래에서 표류하고 있던 생활 중에, 영화관이라는 것은 나의 최고의 경험이었지만, 지금은 그 영화 속에서 나온 내용을 떠올리며, 전쟁의 의미와 해결방법을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주인? 주인? 듣고 있는가?”

 

? . 아마도요.”

 

손을 붙잡고 같이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된 나는, 신호등의 붉은 불빛을 보고서야 다리가 멈추기 시작했다. 사실 그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위조 신분증만이 아니라, 레시아가 남자로 변하면서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영화관에 있던 직원을 설득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그 와중에 영화관에 있던 사람들이 레시아를 향해 모두 엎드리거나, 어떤 취급을 받아도 좋으니 레시아 밑에 들어가겠다고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도 있긴 있었다. 카리스마라는 것은 이렇게 대단한 거구나.

 

여전히 주인은 생각만 하게 되면 무방비가 되니까 문제다.”

 

내려다보는 붉은 눈은 훈계나 비난의 빛이 없었다. 오랫동안 지내와서 그런지 체념의 빛만 나타날 뿐.

 

그래도 저 영화가 인기 있는 이유는 잘 알겠어요. 레시아가 그렇게 보고 싶다고 난리를 친 이유를 이제서야 알았다고요.”

 

짐은 마왕이니라. 마왕의 눈은 항상 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지. 그 덕분에, 짐의 눈에 걸친 모든 것은 걸작인지 졸작인지 알 수 있노라.”

 

전혀 아닌 거 같지만, 지금은 믿어드리는 편으로 가죠.”

 

레시아의 입꼬리는 날카로운 턱선을 가이드 삼아 호를 그리기 시작했다. 내가 올려다보니 만족한 얼굴로 걸어가기 시작했을 무렵. 나도 따라 반대편에 있는 녹색 신호등을 향해 발을 맞추며 걷고 있었다.

 

보폭은 내가 작으니 레시아가 보폭을 맞춰주면서 같이 걸어가고 있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남자로 되돌아가고 싶은 기분이 들은 경우는...

 

주인. 걷기에는 좀 힘들지 않는가?”

 

왜 여자들은 이렇게 굽이 높은 것만 신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제가 말했잖아요? 그냥 운동화라도 괜찮으니 평평한 걸로 달라고.”

 

조만간 발목이 부러진다면 하이힐 탓을 하는 게 좋을 정도로 균형부터, 걷는 것까지 전부 힘들었다.

 

그런 모습으로 하이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짐도 말했지만, 마리아가 다른 영상을 위해 익숙해지라고 하지 않았는가?”

 

마리아의 상관은 레시아잖아요. 마리아에게 밀리는 이유가 뭐에요?”

 

주인이 귀여우니 납득해버린 경우다. 짐의 잘못이 아냐.”

 

제 탓으로 돌리지 마시죠?”

 

제대로 뛸 수 없다는 제한이 걸린 하이힐의 굽은, 얇은 기둥만 존재했으니 부러질 거 같아서 더 무섭기도 했다.

 

잠깐만요. 다른 운동화 좀 만들 테니 멈춰주세요.”

 

도저히 못 참겠다는 식으로 내 발에 맞는 신발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손에 담겨있는 백색의 빛이 서서히 모양을 만들어내고, 틀을 깎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것은 하얀 바탕에 옆면이 검은색으로 처리 되어있는 스니커.

 

편안한 신발에 무게를 실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이제서야 내쉬었다.

 

이제 좀 편안한가?”

 

제대로 걸을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해야겠네요.”

 

높은 빌딩과 더불어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볼일을 보러 걸어가고, 다른 곳에서는 카페와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이 존재한다. 이런 곳을 돌아다니면서도 나에게 시선이 닿지 않는 이유는 아시다시피, 내 존재감을 떨어뜨리는 마법을 레시아가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 마법의 비용은 내가 지불하고 있으니...

 

과거에는 걸어 다니는 마나 창고의 운명을 짊어지게 된다고 했더니, 정말 마나 창고로 되어버린 내 입장에 대해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하얀 코트를 입고 있는 내 입김은 하얗게 밖으로 퍼져 나오는 동안...

 

! 오오! 거기 아가씨! 잠깐만 기다려줄래?”

 

느닷없이 걸작을 본 듯한 남성의 목소리가, 흥분이 섞여서 더욱 더 높아졌다.

나는 아닐 거야. 나는 아니겠지.

 

무시하고 걸어가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나타난 검은 로브의 남성. 레시아의 마법을 뚫고 나의 존재를 인식한다는 그 자체가 평범하지 않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거기 가녀린 소녀여. 혹시, 아이돌 해보지 않겠나? 만약 아이돌을 하겠다면 전심전력으로 책임을 질 생각이 있다.”

 

하아...맹수 조련사.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자연스레 한숨만 나오는 맹수 조련사. 분명 레시아를 못 알아보고 아이돌로 영입하려고 했던 남자다. 솔직히, 지금 쓰고 있는 로브를 보면 구분할 수는 없지만, 300년 뒤에도 변하지 않는...오히려, 더 병이 악화된 듯한 저 말투.

 

? 어째서 나의 이명을 알고 있는 거지? 드디어 내가 아이돌의 프로듀서로 아니면 마스터로 이름을 떨치는 그날이 온 것인...”

 

그게 아니야. 이 정신 나간 문어 괴물아. 300년이 지나면 그 성격도 정상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악화되어버렸으니...”

 

? 그 말투와 분위기를 보아하니, 네놈! 300년 전의 잡화점 주인인가!”

 

직접 얼굴을 안 봐도 경악하거나, 험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예측하게 된다. 지금의 내 모습에 역겨워서 떨고 있는지,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는지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고 생각할 무렵.

 

네가 알고 있는 잡화점 주인은 성별이 남자였을 텐데? 지금 그 모습은 뭐야? 여장취미에서 이젠 아예 여자로 변한 것이냐?”

 

내 독단적인 의사가 아니라, 다른 이들의 장난으로 이렇게 변했다는 사실은 믿어줬으면 좋겠다. 어차피 이번 달만 넘기면 되돌아가니 신경 꺼.”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 모습을 처음보고 전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생각에, 크게 흥분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군.”

 

착각하게 만들어서 미안한 것은 내 입장인데, 이 녀석의 말을 계속 듣다 보니 미안한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것도 잠시, 내 모습을 뚫어져라 보는 시선이 느껴졌을 땐, 내 주의를 계속 돌아다니며 평가하는 것처럼 움직였다.

 

이상하군. 묘하게 카린 여신님과 닮아 있군.”

 

카린 여신님이라니...아직도 쫓고 있는 거냐?”

 

정말 태연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어야 세상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던가? 눈은 마주하지 않았지만 내 반응을 보고, 의아해하는 눈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신을 쫓는 사람도 있는 건가? 애초에 카린 여신님께서는 평등하게 모든 생명을 지켜봐 주시는 분이다. 비록 지금은 300년 가까이 만난 적 없지만, 어디선가 나를 보며 화사한 미소를 짓고 계시는 것이 틀림없지.”

 

쓸 때 없이 긍정적이라 헛웃음만 나오겠다.

 

잡담을 여기까지 하고 싶은데, 레시아가 끼어들더니 입을 열었던 것은...

 

맹수 조련사여. 한가지만 묻도록 하지.”

 

? 뭐냐?”

 

레시아의 강한 카리스마 앞에선 맹수 조련사의 분위기가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본론을 말하고 싶어하는 의도를 깨달은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사람에게 견제를 넣으려는 의도인지, 확실히 알 수 없...

 

“Yee.T 모바일 게임을 해야 하는데, 하트가 모자라니 지원해줄 수 있는가?”

 

아님...게임을 하기 위한 하트를 모집하고 있다 던지.

생각해보면 영화관에서 내가 영화에 빠져있는 동안, 레시아는 그 가운데에서 모바일 게임을 몰래 하고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얼마나 재미있길래 한시라도 하트를 보내줘야 하는 거지?

 

나 말고는 모두가 능숙하게 다루는 지능형 기계장치는, 맹수 조련사의 손에도 자연스럽게 빠져 나왔다.

 

그나저나 이 사람은 누구지?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익숙한데?”

 

나에게 물어봤으니 대답은 내가 해야겠지.

 

레시아. 지금은 내가 이런 모습으로 되어버렸으니, 날 지켜준다면서 남성체로 변해있는 거야.”

 

그렇군. 전 마왕이었군. 어쩐지 남의 기와 몸을 억누르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했는데, 남자로 변하니 더욱 더 강해진 모양이야. 어떻게 보면, 그 모습이 더 마왕 같다고 해야 하나?”

 

그런가?”

 

마왕에 더 가깝다는 말을 들은 레시아는, 내심 기분이 좋았는지 진지하게 수긍하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잠깐 바라보더니...

 

그렇게 느껴지는가?”

 

그런 진지한 얼굴로 질문하지마.

내가 평범한 여자로 살아갔으면 심장이 뛰는 그런 상황이겠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매우 객관적이고 태클을 위해 살아가는 남자가 본체이므로, 머리에서 빠르게 완성된 단어를 뱉었다.

 

아뇨.”

 

본래 의도라면 거만해질 거 같아서 딱 잘라 말했는데, 얼굴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어마어마한 마기가 나를 휘어감을 듯 뻗어 나왔다. 지금이라도 날 질식해서 죽일 듯한 분위기. 마왕은 마왕인가보다.

 

알았어요! 정정할게요! 마왕답다고요!”

 

그러자 눈웃음을 지어가면서 생긋하고 짧게 웃는 레시아를 보고, 어이없는 것을 떠나서 뇌리에 각인될 듯한 충격을 먹었다.

 

마왕이 저렇게 웃는 모습은 수많은 동화나 소설, 만화에서 얼마나 될까? 매번 음침한 웃음, 흉악한 웃음, 비열한 웃음을 듣고 보고 자라온 나에겐, 신선할 정도로 매력적인 웃음이라 생각한다.

 

주인? 왜 빤히 바라보고만 있는 것인가?”

 

그 모습으로 웃는 건 처음 봐서요. 신기한 볼거리를 바로 옆에서 본 것뿐이에요.”

 

언제 또 저렇게 웃어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게 마지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맹수 조련사.”

 

뭐냐?”

 

이번엔 내가 맹수 조련사에게 본론을 들어가고자 입을 열었다.

 

각본가는 살아 있어?”

 

그렇지. 각본가는 살아있다. 어릿광대도 살아있고. 사회자는 이미 떠났지만...”

 

그 유랑극단에서는 사회자도 각본가에 따라야 하지 않아?”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그건 왜?”

 

직설적으로 대놓고 다음 말을 꺼내도록 하자.

 

이번 천마전쟁처럼 꾸며놓고 인간을 줄여나가자는 것은 각본가가 한 일이지?”

 

그러자 맹수 조련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건...나도 못들은 정보인데? 그 소문의 출처는 누구에게 있는 거지?”

 

아직 추측이야. 하지만, 엘티노스가 전부 밝혀내겠지. 아니면 내가 알아낼지도 모르고.”

 

살짝 떠봤지만 맹수 조련사는 확실히 유랑극단에서 떨어져 지낸 것처럼 보였다. 아무런 정보도 알 수 없으니 기가 막혀 할 것이다.

 

너는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걸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

 

그리티스 씨가 모든 곳에서 조사하고 있으니, 위험한 일은 직접 뛰는 것이 아니기에, 맹수 조련사의 말은 흘려 보내기로 했다. 지금 내가 위험한 일을 직접 뛰어들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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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두통이 있다보니...힘들긴 하네요.

그래도 레식은 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