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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515

FNL-Phantasm 2017. 10. 9. 13:47

515

 

 

 

과거의 기억이 오랜만에 들쑤시듯 아프기 시작하지만, 지금은 이대로 멈추거나 뒤로 퇴보하지는 않는다. 잡화점의 주인이 된지 1년이 되고 더 넘었을 무렵에, 사람은 한눈에 달라질 정도로 성장을 하게 되니까. 하지만, 매번 성장을 해도 시련은 있으니...

 

이거 먹어봐 신랑!”

 

어째서 루시피나까지 여우무녀로 폴리모프를...”

 

드래곤이면서 머리 위에 여우귀가 있는 수인으로 폴리모프 했으니, 한숨이 자동적으로 생산되고 있는데, 5초당 한번씩 땅이 꺼질듯한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환영술사가 기초적으로 사용하는 일루전과 지금 루시피나가 사용한 폴리모프는 다른데, 일루전은 그저 눈을 속이기 위한 것뿐이고, 폴리모프는 몸이 변형하는 것이 기초다.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라.

 

루시피나는 왜 이곳에서 여우무녀로?”

 

그야. 신랑을 노리고 있는 여우들이 많은 걸. 게다가 여우신사는 여우무녀들이 신랑에게 봉사를 할 권한이 있다고 해. 아랑의 손님으로 이곳에 머물고 있으니까. 그 과정에서 이상한 도둑고양이에게 빼앗기면 어떻게 해?”

 

그거 레시아가 들으라고 한 소리인가?

게다가 여우는 고양이과가 아니라 개과인데...

 

제 잡화점은 누가 지키고 있어요?”

 

아리엘이 하겠다고 했어.”

 

오늘 저녁은 유부를 넣은 우동인가. 그 외에는 유부 안에 밥을 넣었다거나, 유부 케이크라던가, 물고기를 유부 속에 넣는 요리, 유부가 들어간 육회, 유부 전골, 유부...

 

유부가 너무 많아! 물컵에 안에 들어있는 것도 유부잖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유부가 들어가서 무시무시했으나, 다른 여우무녀들은 잘 먹기만 했고 내 앞에 있던 루비아도 싫은 기색 없이 입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이 기름진 것을 다 먹고 죽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인데, 내가 아랑에게 따지기도 전에 작은 몸짓으로 찾아온 아랑은 입을 열었다.

 

그런가? 유부가 너무 많으면 내가 직접 덜어가겠다!”

 

제가 말한 뜻은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못 먹겠다는 뜻이 아니에요. 어째서 식단이 유부밖에 없는지 그 이유부터 설명하라고요! 애초에 여우는 유부만 먹는 이상한 동물이 아니란 말이에요!”

 

여우는 포식자다.

사냥을 해서 먹는 것이 기초라고 한다면, 유부 말고 다른 종류의 음식이 있지 않을까?

그보다 누가 생크림 케이크 위에 유부를 올려놓은 거야?

 

루시피나는 잘도 먹네요. 여우수인으로 바뀌어서 그런 건가요?”

 

그래도 유부는 맛있어. 적어도 루니아 언니의 무지개 음식을 먹는 것보단 좋지 않을까?”

 

극단적인 상황을 비추어봤을 때, 루니아 누나의 요리를 먹는 것보단 좋지만, 모든 식단에 유부의 비율이 80%가 넘어가는 이곳도 어떻게 보면 지옥이 아닐까?

 

그보다 유부도 분명 기름으로 튀긴 거니까 살이 찔 것 같은데, 모두다 말라 보이네요?”

 

그거야 축복을 받기 때문이지! 이 몸의 축복을 받는다면 카일에게도 여우정령과 함께 살아가면서, 수많은 유부요리를 마음껏 먹을 수 있노라!”

 

조만간 여우신령이 아니라, 유부신령으로 바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린아이에게 들러붙었더니 정신마저 어린아이가 되었나?

 

가을이라고 해도 밤은 역시 쌀쌀하니까, 목걸이에 있는 봉인을 빨리 풀어줬으면 좋겠는데요?”

 

좀 기다리거라.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선 적절한 시기가 있노라. 그건 그렇고 이 몸을 가둔 엘티노스를 직접 풀어주게 되다니 꿈에도 몰랐다.”

 

여전히 어린아이라서 성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고 있을 무렵. 아랑은 루시피나의 무릎 위에 거침없이 앉고, 작은 손으로 내 귀를 잡아 당겨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그보다 어째서 루비아와 사이가 좋지 않는가? 아까 전에도 잠깐이나마 카일의 인상이 좋지 않았는데, 루비아의 성격이 원래 무뚝뚝하지만, 카일을 대할 때는 더 차갑게만 느껴진다.”

 

그야. 신인류 때. 마주했던 적이었으니까요. 게다가 다른 루비아 씨는 이미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죽었을 때를 기억하는 건 한 사람뿐이에요.”

 

그런가? 흐음.”

 

그러고는 루시피나의 몸에 등을 기대며 순진하게 생각하고 있는 아랑. 루시피나는 붙임성이 좋게 아랑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고 있을 때. 저 구석에서 혼자 유부시리즈를 먹고 있었던 루비아는 사라지고 없었다.

 

지금은 다 끝난 일인데, 내가 민감하게 반응을 해서 멋대로 상처를 준 건가? 하지만 과거의 상처를 쑤시는 얼굴을 보니 본의 아니게 예민해졌다. 지금은 300년이 더 지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말끔하게 다 잊고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람의 기억은 매개체가 아주 사소하더라도 쉽게 떠올리곤 한다.

 

속이 불편한 가운데에서도 바람을 쐬러 나갔을 때, 저 멀리서 말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번에는 달까지 가려고 세린에게 좌표를 물어봤지만, 사키엘의 문이 통하지 않더라고, 결국 그 좌표까지 날아가기 위해 잡화점을 로켓으로 쏘아 올려버렸지.”

 

산이라서 짙은 어둠이 깔렸지만, 말소리만으로 레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저 앞에는 루비아가 무표정으로 레인의 말을 경청하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가만히 앉아있는 여성은 멍하니 다른 곳만 바라보고 있어도, 어떻게든 자신에게 관심을 돌리기 위해 다양한 화제로 이야기하며 노력하는 레인의 처량한 모습이, 어느 사이에 달빛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레인이 루비아에게 관심이 있다기보단, 레인의 머리 속에는 뭔가 흥을 주체할 수 없어, 매우 긍정적이라서 언젠가 루비아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일 거라고 생각 하나보다. 나쁘게 말하면 파리처럼 귀찮게 구는 존재라고 폄하할 수도 있는데, 내가 보기엔 긍정적인 사고방식에 흥을 주체할 수 없어 폭주한 것으로 생각해야지.

 

카일 씨가 그리 나쁜 사람은 아냐. 의외로 어린애 같은 면이 있다고? 물론 언제나 신중하게 나아가라고 설교하는 게 좀 짜증나긴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사람이 얼마나 불안정하게 살았길래 이 성격이 되었는가?’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어?”

 

레인에게 충고는 다 쓸모 없던 걸로 봐야겠군.

루비아는 내 이름이 레인으로부터 발설하자마자 몸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내 이름이 바퀴벌레보다 더 싫은 기분이겠지. 한숨을 내쉰 레인의 가면은 이윽고 나를 바라보았다.

 

여자를 꼬시려면 싫어하는 주제를 내세우면 안 되지.”

 

이게 다 아저씨 때문에 망한 거잖아요.”

 

내가 말하긴 뭐하지만 연애에 대해 기초적인 정보를 알려줬을 무렵. 레인은 한숨을 내쉬며 나 때문에 망했다고 대답하고 걸어왔다. 레인의 생각이 무엇인지 읽을 수는 없지만, 이 녀석은 나와 루비아의 관계를 그나마 해소시켜주려고 노력했으나.

 

잘 안된 모양이다.

 

아저씨라니. 지금 내 나이는 너와 별로 차이 안나. 동갑일지도 모르고.”

 

“300년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서로 적이 된 거에요?”

 

신인류라는 조직이 세상을 깽판으로 몰아가고 있을 때, 티르의 연금술로 태어난 호문쿨루스야. 다만, 티르는 달 토끼의 관리자였던 루나 알파와 같이 손을 잡고, 달의 기술력을 지원받았으니 그때 당시에 탄생할 수 있었던 호문쿨루스 중 최상위였겠지.”

 

호문쿨루스라고요? 인간과 별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데요?”

 

달의 기술력과 티르의 천재적인 연금술은 죽여야지만, 호문쿨루스와 인간을 구분했을 정도로 매우 똑같았다.

 

루나 알파도 자신의 체세포로 복제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성격이나 개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티르에게 지원받았으니, 서로 이득이 될만한 부분은 있었을 거야. , 그건 둘째치고 지금은 또 다른 루비아 씨가 살아있다는 전제하에, 이 세상에는 호문쿨루스로 이루어진 루비아가 2.”

 

“2명씩이나 있어요? 그거 정말 신기하네요.”

 

루니아 누나가 만일 죽은 줄만 알았던 루비아를 만나게 되면...”

 

하긴...진짜 루비아 씨는...”

 

말을 하다가 끊어버린 이유라면 이 녀석은 내 자서전을 읽었으니, 이브센티아에서 루비아 씨를 내 손으로 직접 죽였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죄송해요.”

 

아냐. 네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 괜찮아.”

 

분명, 그녀 또한 죽어가는 순간에도 내 잘못이 아니라고 했었지.

과거에 있었던 따듯한 온기가 한 순간에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밤공기는 역시 매우 쌀쌀하네. 이곳에 가만히 있으니 따듯한 바람이 분다고 착각까지 할 줄은.”

 

저처럼 두껍게 입지 않으면 춥다고요?”

 

내가 일어나는 동안에도 자신의 옷을 자랑하고 있던 레인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너처럼 옷을 입으면 낮에 쓰러져.”

 

달 토끼들이 많이 건강한 거라고요! 그래도 오빠라고 부르면서 나에게 응석부릴 때는 정말 귀여웠는데!”

 

나를 따라 여우신사로 되돌아가고 있는 레인은 수다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시끄럽다고 생각은 해도, 내가 입을 닫으라고 해서 닫을 녀석은 아니니 방치를 해두자.

 

신랑! 어서 와!”

 

씻으러 가나 보네요. 그런데 왜 제 옷까지 챙겨놓고 있는 거에요?”

 

이곳은 혼욕이 가능하다고 하거든!”

 

아하! 그렇...잠깐만? 뭐요?”

 

원래 남탕과 여탕이 따로 있는 거 아니었어?

 

이곳에는 여우무녀들밖에 없으니까, 따로 남탕이나 여탕의 개념이 없어. 그러니 신랑과 같이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지.”

 

오늘따라 루시피나의 웃는 얼굴이 매우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서웠다.

같이 따라가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끌고 가겠다는 의지가 눈에 보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오늘 저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아악!”

 

아랑도 신랑의 몸을 청결하게 해야 의식이 잘 된다고 했단 말이야! 빨리! 목욕탕으로! 등은 내가 밀어줄 테니까!”

 

끌고 가지 마요! 무엇보다 팔을 꺾으면서 가지마! 이렇게 가니까 체포를 당한 기분이잖아요!”

 

부부인데 언제까지 부끄러워할 거야! 빨리 가자!”

 

목욕탕이라고 하면 어마어마하게 큰 대중목욕탕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온도계로 보이는 기계들이 붉은 불빛으로 40도를 표시하고 있는 곳에, 레인은 편하게 앉아서 떠들고 있었고, 여우무녀들은 커다란 수건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면서 레인의 수다를 듣고 있었으니. 여기가 목욕탕인지 스탠드 업 코미디를 하러 온 장소인지 분간이 안 갈정도로, 물 위에 있는 거품마냥 분위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번에는 내가 어린애를 지키기 위해서, 그 어린애가 들고 있던 요술봉을 휘둘러서 괴한으로부터 지켰거든, 그 괴한은 마법중년이 되어서 내가 건 마법을 풀기 위해, 지금도 날 찾고 있다고 해. 마초맨이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나를 찾고 있는 건 좀 끔찍하지만, 내 능력은 다양할 정도로 많지.”

 

한 사람의 인생을 획기적으로 망쳐버리는구나. 너는.”

 

어라? 샤이<Shy>보이? 여기까진 무슨 일이에요?”

 

닥쳐!”

 

입으로 레인에게 치명타를 맞기 전에 소리쳤지만, 레인이 내가 몸에 담고 있는 39도 탕에 들어오자마자, 여우무녀들이 모두 이동하려는 듯 어마어마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잠깐만, 네가 이곳으로 오면 저분들이 전부 내 쪽으로 오잖아?”

 

괜찮아요. 혼욕이라고 해서 부끄러워하면 그게 더 실례라고요.”

 

너는 남자인데 수치가 없는 거냐. 아니면 무성애자인 거냐?”

 

레인이 고민할 무렵 주위에서는 여우무녀들이 근처에 모두 도착을 했는지, 일시적으로 수위가 높아지면서 대량의 물이 밖으로 넘쳐흘러 바닥을 세차게 때렸다.

 

? 그건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어차피 친해지고 웃고 들뜨게 되면 그게 혼욕이든 누드던 무슨 상관이겠어요? 서로 친구로 보는 시각일 뿐인데? 게다가 남녀 평등하게 커다란 수건으로 옷을 입은 듯이 가렸으니, 별 문제는 없을 거 같아요.”

 

문제는 많아! 남녀관계에 영원한 친구가 있을까 보냐!”

 

그래도 여긴 혼욕탕이니 상관 없어요.”

 

상관 많아!”

 

조만간 경찰이 레인을 잡아가지 않을까?

어차피 내가 걱정할 입장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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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자마자 글 쓰는 것은 공복도 잊게 만드네요.

글쓰기 다이어트라던가 그런것도 생기지 않을까요?

[물론 저는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