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503

FNL-Phantasm 2017. 9. 15. 16:51

503

 

 

 

현실과 의식세계 심지어 꿈속까지 고통을 받는 기분을 알고 싶다면...아니, 알고 싶지도 않을 테지. 사람이 고통을 즐기게 되면 여러모로 위험하게 되니까. 애석하게도 인간은 고통을 피하기 위해 행동하는 동물이다. 오히려 쾌락을 쫓는 것이 사람이 아닐까? 지금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원인인 세린이 나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일어나. 벌써부터 나자빠지면 어떻게 해?”

 

벌써부터? 너는 벌써라는 개념을 어디로 말아먹은 것이 틀림 없어. 내가 너에게 일방적으로 5시간동아 두들겨 맞았는데, 지금쯤이면 사람이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너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 멀리 왔으니까. 나에게 맡겼던 힘을 전부 가져간 이후부터 말이야. 일어나지 않으면 이 상태에서 밟아도 괜찮다는 얘기겠지?”

 

-콰지직!

 

너 미쳤어! 그런 밟기는 벌레를 즉사시킬 때나 쓰는 거라고!”

 

여전히 내 몸은 위험해!”라고 소리치듯이 내 몸을 다른 곳으로 구르게 만들었고, 거친 숨을 내쉬기도 전에 다른 곳으로 도망치게 만들었다. 어마어마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 고생하고 있지만, 지금은 내 안에 있던 힘을 이끌어내서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는 모습으로, 단검 한 자루만 들고 버티는 것만 했으니...

 

기습을 당하는 원초적인 상태는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어. 지금 공격을 받은 횟수와 위력을 따졌을 때, 너는 이미 백 번을 넘게 죽었으니까. 거대한 힘을 지녔지만, 그 힘을 순식간에 끌어올려서 컨트롤 하는 것까지가 너무 느려. 내가 완벽하다고 생각해서 널 풀어주면 적어도 올빼미와 고양이가 마법으로 합공하기 전에 피할 수 있을 거야.”

 

마나로 신체를 강화했을 때보다 집중력이 더 높아야 한다는 소리잖아.”

 

차라리 시공간술사의 길을 걷고 있었던 시절이 더 편했겠지. 그러게 왜 3개의 자원을 합쳐버린다는 바보 같은 발상을 한 걸까.”

 

내 선택이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그런 거 아냐. 그리고 가끔가다 생각하는 거지만, 잡화점이 화를 낼 때 팔과 다리가 느닷없이 튀어나와 이족 보행을 하고 있는데, 그건 네가 화나서 그런 거야?”

 

궁금한 것은 물어보도록 하자. 지금 훈련을 잠깐 쉬기 위해 수다를 떠는 것이지만, 내 말을 듣고 0.3초 뒤에 날아온 것은 답변대신 세린의 주먹이었다. 별이 6개정도 보일 듯 말듯하면서 무거운 목과 머리를 간신히 일으켰을 때. 화끈거리는 곳을 손에 대며, 어금니가 아직까지 제대로 정착해있는지 확인하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죽을 뻔했잖아! 이 자식아!”

 

그러게. 죽으라고 때렸는데 죽지 않아서 아쉽네.”

 

세린이 날 싫어하는 이유가 존재하긴 하지만, 무슨 이유로 싫어하는 지에 대해 알고는 싶었다. 하지만 그걸 물을 때마다 죽기 일보직전까지 구타를 당하거나, 정신이 파괴되기 전까지 매도를 당해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내가 만약에 세린의 입장에서 나를 볼 때는......

 

도저히 1도 모르겠군.

내가 저 녀석의 속을 어떻게 알아!

 

아무리 굼벵이라도 6시간동안 맞는다면 꿈틀거리기라도 하던데, 너는 굼벵이보다 못한 거 아닐까?”

 

굼벵이를 실제로 6시간동안 죽도록 때리면 죽는 거야. 꿈틀거리는 것은 요령을 터득했다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리는 거라고. 분명 그 굼벵이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뭐가 잘못되었길래 죽어야만 하는지 한탄하고 있을 거라...아악!”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스트레스로 6시간이 아니라 6분안으로 죽을지도 모르겠지만, 세린은 내가 태클을 걸 때마다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는 공격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지속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이유라면, 몸 안에 있는 에너지가 내 몸을 빠르게 회복시키기 때문이라고 해야겠지.

 

하지만 6시간동안 연습을 하고 있는데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능숙하게 조종할 수 있을지. 내 힘의 100%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 세린도 답답해 하는 걸까? 그래도 지금 이렇게 무작정 맞는 것보단 다른 방향을 찾는 것이 더 좋기에, 자리에 주저 앉아서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포기야?”

 

이 방법은 아냐. 무작정 사람을 때린다고 해서 고쳐지지 않으니까.”

 

노력을 해서 되지 않는 것은 안 하는 편이 더 좋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얻어가는 것이 있다면, 어느 정도는 성장했다는 것과 안목이 길러지는 건 확실하니까.

 

그래도 어느 위치에서 공격이 날아오는 지는 알 수 있겠어. 대부분의 사각은 다 알아차렸으니까.”

 

대부분의 사각을 다 알아차렸다고 한들 반응하지 못하면 죽는 거야. 지금 이 대륙에 있는 정보들을 조합했을 때, 마왕 실베스는 이것보다 더 빠르다고?”

 

빨라 봤자 얼마나 빠르겠어. 결국 노리고 오는 장소는 항상 같은 곳인데.”

 

의식을 되찾았을 때 눈을 뜬 것은 창문과 가까이 있는 흔들의자에서, 아리엘이 내 상태를 계속 살펴보듯이 멀뚱멀뚱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을 때는 . 일어났다.”라는 말을 흘린 것을 보면, 오랫동안 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러도 대답이 없는 듯 보였다. 거의 혼수상태마냥 자고 있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내가 당한 것은 온 몸이 욱신거릴 정도로 두들겨 맞고 온 것뿐인데.

 

의식세계에서 두들겨 맞았는데 여기까지 와서도 아프네!”

 

그거야 루니아 언니가 카일 씨를 죽기 직전까지 몰아넣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한 무지개를 먹고도 잘도 죽지 않았네요?”

 

넌 내가 죽었으면 좋겠냐?”

 

그건 아니지만, 목숨이 너무 질기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리엘도 누군가에게 물이 들기 시작한 걸까? 그래도 보통사람들이 나의 일대기를 보았을 때. 한가지 확실한 반응이라면 ...저게 안 죽어?”라는 반응이겠지.

 

아무튼 죽지 않는 기념으로 저 좀 도와주세요.”

 

도와달라니? 대체 무엇...”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하얀 고딕 롤리타의상을 입혀놨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게 되었다.

 

저기. 여긴 어디에요?”

 

루니아 언니가 카일 씨를 기절시키고 지금까지 백장미와 흑장미를 촬영한다고 이런 난리를 만들어냈어요.”

 

그래도 한 나라의 왕으로 남장을 한 거야? 아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빈약한 남장으로 대체 뭘 한다고요.”

 

다만, 내가 앉고 있는 흔들의자는 잡화점에서 가지고 온 것 같은데?

 

이 의자는 대체 무슨 영문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야?”

 

그 의자에 바퀴가 달리기 시작하더니, 루니아 언니를 따라 같이 달려나가기 시작했어요.”

 

바퀴가 달려? 마차에나 있는 그 바퀴가?

 

저기. 너의 상상력은 충만해서 좋지만, 흔들의자에게 느닷없이 바퀴가 달리지 않아. 만약 바퀴가 달린다면 마리오 씨가 타고 있는 카트에서 거북이를 발사하겠...”

 

-파지직!

 

이런 망할! 어디서 날아온 거북이야! 거북이가 불쌍하지도 않아!”

 

이런 거 하나하나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으나, 다행인 것은 거북이껍질처럼 보이는 상자였을 뿐. 그 이상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너무 놀라서 소리를 쳤지만 루니아 누나가 무서운 얼굴로 다그치기 시작했는데...

 

여자애는 그런 험한 말투 쓰지 않아요오.”

 

전 여자가 아니라 남자인...”

 

때찌 할 거에요오?”

 

그거 사형선고잖아요. 루니아 누나가 살살 때린다고 해서 죽지 않으면 그게 기적이지...”

 

햇살이 내 혈관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편이 덜 고통스러울 거라 생각했다.

아니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던가...

 

그럼 오늘의 핵심 촬영으로 검은 고양이와 하얀 올빼미를 품은 사진을 찍도록 하죠오. 자연스럽게 놀면서 산뜻한 오후를 즐기는 소녀와 왕자의 모습이랄까요오? 아아, 너무 두근거려서 심장이 폭발할 것 같아요오!”

 

당장 폭발해서 폭사했으면...

 

그러면 아리엘은 좀 더 가까이~”

 

이것만 끝나면 모든 촬영이 마무리가 된데요...”

 

그런데 무슨 구경꾼들이 이렇게 많이 온 거야?

 

저기. 한가지만...레인 이 녀석은 저기서 뭘 하고 있는 거에요?”

 

저 멀리서 레인과 다른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을 보고 알아차렸지만, 저 녀석은 검은색 바바리코트인지 트렌치코트인지 잘 모르는 옷을 항상 입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 나타나는 필기도구 및 이상한 물품들을 꺼내주기 시작했다.

 

물품을 빌려주고 있답니다아.”

 

살아있는 잡화점인가? 레인이 입고 있는 것이 4차원 롱코트일까?

 

여기까지 와서 왜 물품을 빌려주는데요?”

 

그거야 화장까지 한 카일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오?”

 

마계에 가서 당장 깽판을 부려도 모자란 시간인데, 이런 곳에 소비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찍기 싫다고 화를 내도, 루니아 누나가 총 감독을 맡고 있는 이상. 빨리 촬영이 끝나길 빌어야 했는데...

 

주인은 이제서야 일어났는가? 조만간 짐을 깨워주기 위해 옆에서 냐양!”이라고 울면 일어날 것인가?”

 

마왕이 옆에서 냐앙이라고 울면서 사람을 깨워준다는 말을 들으면, 이미지가 산산조각 나서 더 이상 붙일 것도 없을 것 같네요.”

 

!”

 

시나. 너는 올빼미인데.”

 

올빼미가 냥!하고 우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동물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연락할 것. 극히 자연스럽게 놀고 있는 소녀를 찍고 싶은 모양이라도, 여장을 당한 남자에게 그런 걸 요구하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닐지.

 

그리고 아리엘의 경우에는 자신의 몸을 조이는듯한 바지가 잘 안 맞아서 불편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아리엘을 위로 올려다 보고 있는데, 상당히 빠른 소리로 찰칵거리기 시작하면서, 옆을 보니 무식하게 빠른 속도로 루니아 누나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아리엘! 덮쳐요오!”

 

아리엘이 무슨 맹수냐!”

 

30분동안 힘들게 촬영을 버텨가며 시계를 찾고 있는데, 분명 아침에 일어나서 6시간동안 세린에게 두들겨 맞는 것치고는, 아직도 해가 중천에 떠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아리엘. 내가 얼마나 자고 있었어?”

 

카일 씨는 30분동안 자고 일어난 거에요.”

 

거기서 6시간이 현실은 30분이라는 건가? 아니면, 그 안에 있는 시간은 세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걸까? 확실히 무서운 것이 있다면 30분동안 흔들의자에 바퀴가 생성되어,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겠지.

 

무릎 위에 잠들어 있는 검은 고양이와 하얀 올빼미를 품고 주변을 둘러봤을 때, 모두가 촬영을 끝내고 쉬고 있을 때 릴리스는 내 뒤에서 끌어 안았다.

 

정말 귀여워라~”

 

잠깐. 어디서 나온 거야?”

 

루시피나가 데려왔거든~”

 

신랑!”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듯한 루시피나의 모습과는 달리, 현실적인 시점에서 제자리 달리기를 하면서 손을 흔들며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조금씩 이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분당 1m씩은 오는 것 같으니, 이 속도는 무려 죽은 나무늘보보다 분당 1m씩 빠르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루시피나는 왜 이곳에?”

 

그야 신랑을 보러 왔지. 아아! 귀여워라!”

 

언제쯤 나는 이런 취급을 받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아직까지도 화창한 오후가 지속되는 동안, 루니아 누나가 나와 루시피나, 릴리스의 모습을 보고 추가 촬영한다는 말을 내뱉기 전까진 마음 한 곳이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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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아크 CBT에 당첨이 안 됐네요.

...망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