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501

FNL-Phantasm 2017. 9. 11. 15:03

501

 

천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진짜가 아니기를 빌고 있지만,

내 눈으로 진실과 마주하기에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레이베리아가 적대하며 쏘아보고 있는 눈에는

머지않아 바보 같은 결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다.

-레이베리아와 대면한 카일의 생각

----------------------------------------------------------------------------------

 

엘티노스와 만나기를 요구했던 말을 던지자마자 레이베리아로부터 천계에서 추방당했다. 추방당하는 속도가 빛보다 빨라서 다른 시간대로 날아가버린 줄 알았지만, 어떻게 보면 지금 추방당한 것은 잘된 일이 아니었다. 다른 여신도 만나봐야 할 것이고 정보를 더 수집해야 하던 찰나에 튕겨나갔으니까. 그래도 가장 다행인 것은 추방을 당해도 천계에 다시 갈 수 있다.

 

레이베리아의 권능이 한 가득 올라가있어.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우리스가 이 사실에 대해 모르는 걸까?”

 

마스터. 샤이어로부터 연락이 닿았습니다. 천계에 이동하지 않아도 그나마...”

 

아니. 샤이어도 위험해질 수 있으니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라고 하세요. 이미 엘티노스의 밑에서 배우고 있던 시절 때문에 감시 당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해서...”

 

문제는 레이베리아가 천계에서 추방시키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 그건 아우리스 여신이 가지고 있어야 할 권한이지 않을까? 혹은 회의를 열어서 대다수의 찬성을 통한 강력한 형벌이기도 하고, 보통 인간은 그냥 추방할 권리가 있을지 몰라도, 내 경우에는 시나와 동화를 해서 신격화를 이룬 상태였는데, 곧바로 추방을 시킬 정도니 이렇게 생각하면 꽤 이상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쉬지 않고 마계로 이동하기로 하면서, 레시아와 릴리스, 마리아의 교섭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잡화점을 들렸지만, 모두 만신창이인 상태로 앉아서 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먼저 띄었다.

 

. 주인인가? 늦었군. ...짐이 빨리 온 이유라면 교섭을 하려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실베스가 기습을 했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마왕이 되고 나서 무식한 속도가 더해지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더군.”

 

그래도 긍지가 높아서 우리를 놔준 모양이다. 카일이여. 어라? 얼굴이 왜 그런가?”

 

평소보다 무서운데 자기야? 교섭에 실패한 건 미안하지만...어쩔 수 없...”

 

아니. 그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이 아니에요. 조만간 실베스는 제가 찾아가도록 하죠. 레시아와 마리아, 릴리스는 상처치료부터 해두세요. 잡화점에는 비약이 많으니 그걸 이용하면 되니까. 조금 있다가 정보 교환을 하도록 할게요.”

 

흔들의자에 앉아서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무서운 표정을 지었던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자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공격을 받고 왔다는데, 그 사실에 열 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저 셋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유는 아마 따로 있겠지.

 

실베스는 긍지가 높은 늑대인간이 기초로 한 마왕이기에, 전 마왕에 대한 예의로 한번 살려준 것처럼 보였지만, 그걸로 빚을 졌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저기 주인? 등에 있는 상처에 손이 닿지 않으니, 약이라도 발라주지 않겠나?”

 

레시아는 뒤에 있는 드레스의 지퍼를 풀은 상태로 나에게 호소를 하기 시작했다.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했는데, 날카롭게 할퀴고 간 발톱자국이 눈에 들어오고 나서, 나도 모르게 레시아의 바로 뒤까지 뛰어와야 했다.

 

이렇게 크게 다쳤으면 좀 말이라도 하라고요! 엘릭서 가져올 테니 잠깐만 기다려요!”

 

등을 거의 파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출혈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고 자세히 보니 레시아 주변에는 핏물이 계속해서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 경상으로 생각했지만 생각했더니 치명상이라고 봐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리 서두를 필요 없다. 짐은 마왕이다.”

 

전 마왕이잖아요. 지금은 마왕이 아니에요.”

 

“...아무튼 적어도 주인보다는 튼튼한 몸이니라.”

 

급소에 맞으면 전부 죽어요. 다치고 왔을 때 제발 좀 어디가 어떻다고 이야기를 좀 하세요!”

 

, 뭐냐...미안하군. 앞으로는 제대로 말할 테니 화내지 말거라...”

 

마나로 감지해서 상처부위에 엘릭서를 뿌리자마자, 레시아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아픈 건 맞겠지만 꿋꿋하게 버티면서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는 레시아의 노력이 가상하기 때문에, 혹시 몰라 루니아 누나 특제 약을 꺼내기로 했다.

 

잠깐만! 주인! 그 불경한 약을 왜 꺼내느냐!”

 

그야. 이걸 바르면 빠르게 회복하니까요.”

 

아니. 그 약은 아까우니 주인이 발라야 하지 않는...냐아아아아아아앗!”

 

어마어마한 비명소리가 전세계로 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상처부위에 직접 엘릭서를 발라도 굳게 닫혔던 입이, 순식간에 벌어지면서 거대한 포효를 만들었기에, 그 주변에 있던 동식물들이 너무 깜짝 놀라서, 나무가 뿌리를 들어 자리를 이동했고, 잡초 또한 모두 땅속으로 들어갔으며, 고양이들이 사방팔방에 몰려와서 노래를 하고 있었다.

 

지금 창문 밖으로 벌어진 모든 일을 그대로 표현했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나무가 뿌리를 들고 잡화점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란 것.

 

흐으윽...아프지 않는가...주인...”

 

울먹거리는 말투로 나를 돌아보면서 항의하는 레시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역시 마왕출신이라서 그런지 기절하지는 않았네요. 그나마 장하다고 볼 수 있어요. 상처는 거의 다 아물었으니 드레스를 올려드리죠.”

 

, 첩은 잠깐이나마 다른 일이 있는지 보고 오겠다.”

! 맞아! 나도 꿈의 미로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을...”

 

거기 두 사람 멈추시죠.”

 

내 말에 경직이라도 당하듯 발이 멈춘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상태를 살펴봤을 때. 마리아는 배 부분에 중상, 릴리스는 왼쪽 허벅지에 중상을 입었는지 다리를 절고 있었다.

 

당장 상처를 치료해야 하니 레시아도 도와주세요.”

 

싫다! 첩은 아픈 게 싫으니 놓아라!”

이건 많이 먹고 씻고 푹 자면 회복할 상처라고? 그 무지개 약은 치워줘!”

 

다시 2명의 비명이 잡화점 주변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하자, 이번엔 근처에 있던 구름이 이곳을 지나가지 않고 돌아서 가는 기괴한 현상을 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상처는 다 아물었으니 이제 바쁜 일이든 감기에 대해 대처를 하던 알아서 하세요.”

 

내가 입을 열자 억울한 듯 눈물을 한 가득 머금고 나에게 소리치는 마리아.

 

너무하지 않는가! 여린 소녀의 상처가 난 배를 약을 바른 손으로 막 쓰다듬다니!”

 

그럼 다치지 말란 말이에요.”

 

퉁명스럽게 대답을 한 뒤에 릴리스를 보니까,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이상한 스위치라도 켜졌는가에 대해 한층 걱정하게 만들었지만, 릴리스가 나에게 던진 말은 이러하였다.

 

자기, 평소와는 너무 적극적이야.”

 

그럼 너도 다치지 말라고.”

 

평상시에 다치고 온다면 이렇게 다정하게 되는 거네?”

 

다음에 다치고 오면 루니아 누나의 약물이 한 가득 있는 욕조로 집어 던질 줄 알아.”

 

이런저런 소리를 듣고 받아 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이정표를 생각했는데...

 

다음은 제가 마계로 갈게요. 천계로는 가지 마시고 실베스 씨와 이야기를 좀 하는 편이 좋겠어요.”

 

하지만 짐은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아까처럼 큰 상처를 남겼노라...”

 

늑대들은 자기보다 서열이 위에 있지 않으면, 무조건 듣지 않으려고 해요. 그러니 실베스 씨와 이야기를 하려면, 제가 마계로 직접 가서 마왕을 무너뜨리는 방법밖에 보이지 않네요.”

 

잡화점 내부를 청소하면서 말하는 거지만, 레시아도 이기지 못한 실베스 씨를 이길 수나 있을까? 아니면 다른 꾀를 생각해서 그를 압도해야 한다. 레인이 천계로 올라갈 방법은 많지는 않으나, 마계로 가기 전에 레인의 얼굴을 보도록 하자.

 

-스르륵.

 

얼굴 근처에 있는 붕대가 헐거워지기 시작했다. 남은 붕대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면서 시야가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고, 마나를 감지해서 보는 것이 아닌 시신경을 통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붕대가 전부 풀렸으니 이제 미이라에서 벗어났네.”

 

! 주인의 종족이 언데드에서 인간으로 변했노라.”

 

언데드로 변한 적은 단 한번도 없거든요!”

 

레시아에게 큰 소리를 치자마자 시나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고 나서, 마주하며 입을 열기를...

 

마스터. 저도 청소를 돕겠습니다. 저런 냥캣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저라도 확실하게 도움이 되어드려야...”

 

뭣이라! 이 비둘기가!”

 

올빼미입니다.”

 

지금은 인간의 모습이지 않는가!”

 

서로 티격태격 싸우고 있는 사이에 릴리스는 카운터 뒤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흐응~ 이런 기분이구나.”

 

뭐가?”

 

자기는 항상 아침에 일어나서 새벽까지 일하고 잠을 적게 잔단 말이지?”

 

불길한 기분이 들어서 그게 왜?”라고 되돌려줬더니.

 

아니. 피로가 많이 쌓였을 것 같아서.”

 

이번엔 불길한 기분이 가시화가 되어 음흉한 오러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잠을 잘 때는 결계를 5중으로 강화하며 자도록 하자.

 

지금은 다른 일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데...

엘티노스를 풀어준다면 대부분이 해결 될 것이라 생각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엘티노스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지만.

 

엘티노스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데 그걸 추적할만한 방법이 있을까요?”

 

손에 있는 빗자루는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머리는 꽤 복잡한 생각으로 범벅이 되어버렸다. 그러자 어느새 하얀 공간으로 가득 채워진 장소에서, 여전히 카린의 모습을 한 세린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 모습 마음에 든 거야?”

 

아니. 하지만 지금 대세는 이런 모습이잖아?”

 

글뿐이라서 지금의 모습이 대세라고 말해도 그려줄 사람은 없어.

 

나를 불러낸 이유라면?”

 

그야 당연히 엘티노스를 찾으려는 너의 헛된 생각이 나의 잠을 깨웠기 때문에, 나름대로 힌트를 주려고 하고 있어.”

 

세린은 나와 이야기하는 것이 별로 즐겁지 않아 보인다. 언제나 화가 나있는 무서운 눈과 걱정을 해주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공격적인 말투.

 

엘티노스가 나를 깨웠을 때의 마력은 확실히 알고 있어. 그러니 물품을 만든다면 엘티노스를 찾을 수 있는 마나 탐지기가 되어줄 거야.”

 

잡화점에 있는 물품으로 어떻게든 이용해서 찾으라는 거로군. 하지만 애석하게도 엘티노스는 상급신이잖아?”

 

엘티노스는 인간인 상태에서 승천을 한 경우이기 때문에, 신성력을 이용해서 권능을 부리고, 마나를 사용해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그러니까...”

 

말끝에 힘없이 늘어지는 세린의 마지막 문장을 내가 채웠다.

 

엘티노스는 꼭 구해낼 거야. 그리고 너도 봤듯이 다음 주인을 어디서 만나야 할지 결정이나 해둬.”

 

세린이 가엽게 보여서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 손을 올리려고 했는데, 느닷없이 위, 아래가 반전이 되면서 검은 나무 바닥과 나를 내려다보는 레시아와 시나를 보고,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세린! 이 녀석! 나를 또 바닥에 패대기를 쳤겠다! 당장 나와! 이 자식아!”

 

인성을 따지자면 엘티노스보단 세린이 위인가?

결국 나를 뜯어말리는 레시아와 시나 때문이더라도 화를 삭여야만 했다.

=============================================================================================

600화까지 갈수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