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61 [Refresh]
61
다음 날 아침.
새벽에 레시아에게 가위바위보의 벌칙을 받아, 머리에 붕대를 감은 상태로 일어났다. 차고로 전적은 125전 0승 103패 22무. 도저히 이길 기미가 안 보이는 사기적인 전적을 뒤로 하고, 이틀...정확히 말하면, 하루 하고도 약간 긴 시간 동안, 어릿광대를 찾으러 나가야 했다.
다시 가면을 쓰고, 파이론이나 왕국 중앙 시장보다는 리베리티아 고원에서 시작하여, 몽마의 숲에 있는 티아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 사키엘의 문을 열었다. 365일 내내 시원한 바람을 불게 만드는 리베리티아를 지나, 몽마의 숲으로 진입을 하는 그 순간...
전보다 더 많은 페어리들에게 순식간에 둘러싸였다.
“저기 봐! 여우 신령님이야!”
“신령님! 신령님! 우리랑 놀러 온 거에요?”
“신령님! 여우는 어떻게 울어요?”
라는 등의 수십 개체의 페어리가 내 머리를 빙빙 돌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전에...
“저기. 티아를 만나러 왔거든? 그리고 놀러 온 건 아니고, 여우가 어떻게 우는지는 알아서 찾아보도록 해라.”
그리고 페어리 무리 중에서 하나가, 나에게 이렇게 외쳤다.
“아! 산타를 아직도 믿고 있는 인간이잖아? 그나저나 여왕님은 왜 찾아?”
하필 나의 인상이 산타를 아직도 믿고 있는, 그런 어린애 같은 사람으로 인식이 되었나 보다. 솔직히 어릴 적에는 전부 동심을 가지고 있었고, 황새가 아기를 물고 온다거나, 산타가 크리스마스 때 선물 주는 것도 다 믿었지? 거기 읽고 있는 당신도 어릴 적에는 산타를 믿었던 순수하고 어린 시절이 있잖아? 나만 그런 거 아니잖아?
아무튼...
그 페어리에게 티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입을 열자. 모든 페어리들이 앞장서서 따라오라고 했다. 물론 앞장을 서서 따라오는 것은, 귀족들이 다른 부자집에 찾아 갔는데, 집이 너무 넓어서 길을 모르는 손님을 맞이할 때, 집사나 메이드가 마중 나가서 직접 모셔오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이쪽으로 가면 돼.”
“아냐! 저쪽이야!”
“이게! 길도 모르는 게 까불어!”
“아냐! 나는 길을 잘 알아! 여왕님은 내가 우수한 길잡이라고 했단 말이야!”
“뭐? 그건 여왕님이 아니라 저승사자겠지! 저승사자의 말을 잘 들으면, 명계로 가는 것도 모르냐!”
엄청난 물량이 서로 다른 길을 가리키며, 자신의 길이 맞음에 틀림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사방에서 말싸움이 일어났다. 이건 또 흡사, 전에 유부우동을 먹으러 가기 위해, 왕국에서 움직였던 풍경하고는 전혀 다른 이미지다.
[저런 조그만 파리들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하니까, 여전히 찾아가는 것에 진도가 나아가지지 않는군.]
아랑은 안에서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보다 페어리에게 한 소리에요?
[신앙을 조금 사용해볼까...]
그런 소리를 한 뒤에, 내 시야가 갑자기 변질이 되기 시작하더니, 눈 앞에 푸른 색의 길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건...
[애초에 점성술과 풍수지리는 이 몸의 특기다. 길 따라 가다가 보면 네가 만나고 싶은 자를 만날 수도 있지.]
[그럼 그걸로 어릿광대 찾으면 되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건 시도해봤지만, 실패해서 말이야. 어릿광대는 여전히 근처에 있다고만 나오고, 정확한 위치는 잘 모르겠다.]
그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네요. 적어도 날로 먹으려는 나의 잔머리는 실패로 돌아가서, 아랑이 알려준 길을 따라 갈쯤. 거기서 만난 것은...
“어? 카일이라고 했던가...마왕님은 보이지 않는데? 그보다 그 여우 귀는 코스프레?”
슬로배스.
마계 12 공작 중에 한 명이며.
7대 죄악에서 ‘나태’의 표식을 받은...
나무늘보다.
뭔가 이웃집 아저씨 같은 톤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슬로배스 씨에게 말했다.
“코스프레는 아니지만...레시아라면 지금 마왕성에 간다고, 아침부터 출발 했는데요?”
“음...어쩐지, 마계공작들이 다 모이고 있다고 했더니, 마왕님께서 호출하신 거구나...이야 큰일인걸? 내가 또 늦게 생겼으니.”
...
이 나무늘보 정말 괜찮은 걸까?
“슬로배스 씨도 급하게 가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나야 급하게 가고 싶지만, 나무늘보라 어쩔 수 없어. 아마 이틀 후면 마왕성에 도착할 것 같지만...”
“마법이 있잖아요? 애초에 텔레포트도 잘 사용하는 사람이...”
그러나 그 나무늘보는 “이런...이런...”이란 말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애초에 나무늘보로 마왕성에 가는 텔레포트 기동식을 쓰기 위해서, 얼마의 시간이 걸린 다고 생각해? 애초에 나는 매번 아내가 기동식을 써줘서 날아갔지만, 지금은 아내도 없고, 너는 마왕성으로 가는 좌표도 모르잖아? 물론 나도 기동식을 쓸 수 있지만, 내가 직접 쓰기에는 너무 느려서...”
답답한 나머지 내 속을 전부 뒤집고 태워야 할 정도로, 펜을 잡은 오른손은 기동식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쓰고 있었다. 하나 줄 긋는 것만 1분 이상이 걸리는 작업을 도저히 못 보겠다고 생각해서, 결국 내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기동식을 도와주면 되는 거죠?”
“물론. 자네는 복 많이 받을 거야.”
아무튼 행동은 느리지만, 말은 그나마 정상적인 속도로 말하는 슬로배스 씨의 기동식을 내려쓰는 중에, 나는 메이는 잘 지내고 있는지 물어봤다.
“내 딸 말인가? 물론 잘 지내고 있지. 저번에 드라고니스에서는 정말 자네에게 큰 빛을 졌었지.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노란 도마뱀하고 대륙 전체를 돌아다니며, 맛 집을 날아다니고 있더라. 못 본지 2개월 정도 되었나?”
결국 로리콘 태그가 붙은 가이로안 씨와 메이는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맛 집을...박살내려 가는 것인가. 그 둘이 먹는 양만 해도 장난이 아닐 터. 메이는 아름다운 분홍색 빛으로 접시나 포크, 의자 심지어 테이블까지, 초콜릿으로 바꿔서 먹을 지도 모르는 식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과장이 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그 둘이 진입한 음식점은 과연 살아 있을까? 기동식을 다 쓰고 난 뒤에, 슬로배스 씨에게 입을 열었다.
“기동식은 다 썼어요.”
그러자 확인을 하는 듯, 고개를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더니, 만족하는 듯한 어조로 나에게 답했다.
“좋아...글씨는 엉망진창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잘 발동하겠지.”
그리고 기동식이 빛나자, 전방에 차원 문이 생기더니, 그 문 건너편에는 붉은 빛의 음산한 마계가 비추고 있었다. 화산에서는 끊임없이 연기가 하늘을 덮고, 그 하늘에는 번개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듯. 수많은 점멸이 나타났다.
“음. 좋아. 그럼 슬슬 가볼까?”
그리고 슬로배스 씨는 한 걸음 한 걸음...천천히...이동을...
“너무 느리잖아! 좀 빨리빨리 가봐요! 지금 차원 문이 닫히려고 하잖아요!”
“아아...5분 안에는 도착할 수 있으려나?”
나는 어쩔 수 없이, 슬로배스 씨의 몸을 들어 올린 뒤에, 차원 문 앞까지 바래다 줬다. 애초에 얼마 안 되는 거리를 5분 안에 도착을 못한 다는 것이, 더욱 이해가 안 되는 일이지만, 댁은 마계 12공작 중에 하나잖아!
“와우...마치 내가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어. 아무튼 마지막까지 도와줘서 고마워. 그럼 이만!”
느릿느릿하게 흔드는 손을 차원 문이 닫히기 직전까지 본 뒤에, 차원 문이 닫히고, 길게 한 숨을 쉬었다.
“한 숨을 쉬면 복이 나간다고 하잖아.”
옆에 느닷없이 목소리가 들려서, 심장이 목까지 튀어 나갈 정도로 놀랬으나, 거기에는 티아가 날아다니며, 나를 보고 있었다.
“오랜 만이야 카일. 날 찾고 있었다며?”
여전히 태양빛에 반사되어 금색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머리를 가진 페어리의 여왕 티아는 매료의 주술의 영향이 받지 않는 듯. 담담하게 말을 했다.
“내 시공간마법의 힘을 필요할 정도로, 급한 일인 거야?”
“뭐...지금 상황이 꽤나 복잡해서...”
그리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전부 이야기를 해준 뒤에, 티아의 반응은 그저 무덤덤하고 싸늘하게 말했다.
“싫어.”
“아니 왜!”
도와주는 것을 거부하는 이유라도 들어보자!
“오랫동안 나를 만나러 오지 않아서, “많이 바쁘구나.”라고 생각을 했더니, 어느 새 카일 주변에 여자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잖아. 분명 그 공주도 카일을 노리기 위해서 더러운 수작으로 접근 한 것이 분명해. 그러니까 카일은 내가 지킬 꺼야. 그러니까 카일 잡화점은 버리고 몽마의 숲에서 살자.”
오랜만에 봤던 티아는 애정결핍이 극에 도달한 상태였다. 이미 눈동자에는 생기를 잃은 체, “만약 거절하면, 감금해서 평생 사육시켜버리겠어.”라는 극단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듯. 주변에 있던 공기가 뭔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잠깐만 기다려! 맨 처음에 만났을 때는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잖아!”
“으응? 잘 모르겠어. 그냥 카일 옆에 있으니까, 갑자기 카일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막 솟아오르거든. 그러니까 몽마의 숲에서 평생 살자? 원한다면 내가 보통의 인간 사이즈로 되돌아갈까? 그러면 날 봐줄 꺼야?”
서서히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나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티아의 모습을 보며, 지금 내가 여기서 탈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레포트를 써서 정리해야 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후후...후후후후! 티아가 지켜줄게.”
망할...매료의 주술이 여기까지...게다가 티아의 숨겨져 있던 본색마저 끌어내버렸어.
아무튼 아직 페어리들과 같이 작은 사이즈의 티아로부터 도망을 가야 할지...아니면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할지, 생각할 무렵. 아랑은 내 안에서 말을 걸어왔다.
[저 파리도 너를 좋아하는 녀석 중 하나인가? 꽤나 죄가 많은 남자가 다 되었네.]
[구해주다 보니 이렇게 된 걸 어쩌라고요! 그보다 아랑은 지금의 위기로부터 저를 구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무슨 위기? 내가 볼 때는 아무런 위기도 안 보이다만?]
[지금 저 눈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흡사 미래의 일기를 휴대폰으로 읽는 여자주인공의 표정이잖아요!]
[아...최근에 거론이 되고 있는 얀데레 말인가? 그러니까 저 티아라고 하는 녀석의 본색은 얀데레라는 소리구나. 오오 이제야 처음 실물로 본다.]
[지금 감탄할 때에요? 그리고 봉인 되었던 분이 그런 건 어떻게 잘 아는 거에요!]
[숙녀의 기본 소양이다.]
[기본 소양이 다 죽었냐!]
느닷없이 싸늘하고 불길한 기운에, 몸이 무의식 적으로 공중에 튀어 올랐다. 흔히 강한 위협이 느껴지면,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다가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고 했던가? 지금 내 상태가 그 상태인데, 내가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는 흐릿한 뭔가가 공간을 채웠다.
“카일...도망가지마...내 역장 안에 있는 시간동결에 얌전히 있으면 되.”
그거 역장이었어!
게다가 역장 안에는 그 자체 시간이 멈춘 듯이, 떨어지고 있던 나뭇가지가 그대로 정지되었다. 날 지금 시공간을 이용해서 박제하겠다는 의미인 걸로 들렸거든?
“그러니까. 각오해!”
그 이후에는 모든 마나를 끌어 모아서, 도망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전력으로 다해, 몽마의 숲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몽마의 숲에서 티아의 도움을 구하는 것은 터무니 없이 무산이 되어버린 체, 아까운 시간만 소비해버렸다.
[몽마의 숲에 간 의미가 없군...]
[그럼 매료의 주술이라도 꺼주시던가!!!]
티아가 얀데레로 각성한 원인은 매료의 주술 때문에 일어났지만, 여전히 아랑은 신앙을 핑계로 계속 방치하고 있었다.
=============================================================================================
오늘은 만담만 쓴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