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114

FNL-Phantasm 2017. 6. 15. 14:28

114

 

 

 

꽤 다양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나는 켈모리아 옆에 붙어있으면, 심부름과 일을 대신한다거나 서류처리밖에 할 것이 없다는 것을 보며, 비서의 일은 이렇게 쉬운 거구나 라고 생각했을 때. 그저 옆에서 일만 하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안녕. 아리엘.”

 

리첼이 내 옆에서 언제부턴가 날 올려다 보고 있었다. 키가 작아서 올려다 보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강아지처럼 앉은 상태로 말이지. 리첼이 등장하는 순간에는 모든 것을 뛰어넘고 느닷없이 나타나서, 시간을 지우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다. 내가 너무 놀라서 도장을 떨어뜨릴 뻔해도, 켈모리아는 아무렇지도 않게어서 와. 리첼. 지금 아리엘은 일하느라 바쁘단다.”라고 유언하게 대응해줬다.

 

그래서 리첼은 여기에 온 이유가 뭐야?”

 

아리엘을 보러 왔어.”

 

무시무시할 정도의 강한 집착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리첼! 리첼! 어디 있어!”

 

도서관 밖에서 들리는 룬의 외침을 보아하니 도망쳐 나왔나 보다. 리첼은 나와 눈이 마주쳤을 무렵.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고 먼저 선수를 쳤으니.

 

나는 식사당번 하기 싫어. 야외에서 자는 것도 싫어.”

 

이제 곧 방학이라서 마법 기동반은 야외 훈련을 어마어마하게 시킨다고 했었지. 탈로스 씨가 전장에 관련된 훈련을 하기 위해서 밖에서 재우고, 먹는 것도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으니까. 그거 정말 무시무시한 훈련이 되겠네.”

 

? 나는 듣지 못했는데? 그 훈련과정을 결제한 거야?”

 

그거야 당연히 켈모리아가 어딘가 나가서 놀고 있을 동안 제가 승인했으니까요. 그래서 당분간 저도 집에 들어가지 못해서 말이죠. 2주 동안 밖에서 지낸다고 했었던가. 아마 그럴 거에요.”

 

2주동안 야외에서 훈련을 하면서 불시에 습격하는 적들도 만든다고 했었고, 아무튼 여러 바보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고 했다. 켈모리아의 비서이지만 마법 기동반의 반장이기도 해서 빠질 수는 없는 노릇. 결국 2주간 무슨 일이 있어도 켈모리아와 떨어져서 지낼 수는 있다.

 

떨어져서 지내는 그 자체는 좋은 것이 아니지만, 상대가 켈모리아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긴 하지.

 

안 돼. 난 허락 못해. 그 훈련 난 반대일세!”

 

예상대로 켈모리아는 나를 바라보며 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청색의 여성용 정장을 입은 켈모리아의 녹안을 직시하면서 입을 열었다.

 

제가 허락했어요. 켈모리아가 부재중일 때 특수권한으로 말이죠. 그러니 이 계획은 켈모리아가 승인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요. 그러니 저는 당분간 켈모리아에게 떨어져서 지내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치사해!”

 

켈모리아가 내 옆에서 정신적인 고통을 꾸준하게 주지 않았어도, 이런 극단적인 결정은 하지 않았겠지. 리첼은 가기 싫다고 일부러 켈모리아에게 다 들으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 같지만, 사람이 마음을 먹었으면 이미 수평선 넘어 일을 전부 끝마친 뒤. 모든 것이 이미 준비되어있으니 예정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는 뜻이었다. 이번 일에는 탈로스 씨도 너무 기쁜 마음으로 움직여서, 3일 정도 걸릴 일정을 하루만으로 단축시킬 정도였으니까.

 

그럼 올 때. 메로나.”

 

직접 사 드시죠!”

 

모든 걸 포기하고 태연하게 아이스크림을 요구하는 켈모리아에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조금이라도 더 때를 쓴다거나 괴로워 보이는 모습은 없고, “. 네가 결정했으니 알아서 하겠지. 나와는 관계 없으니까.”라는 모습이 존재했다.

 

켈모리아와 밀리아에게 아침을 해줄 사람이 없으니, 적당하게 두 분께서 알아서 드셔야 할 거에요.”

 

그럼 내일 당장 떠나는 거니?”

 

. 리첼과 내일 집합장소로 모이기로 했거든요. 2주의 기간을 잡은 이유는 마물 때문이고, 그 마물만 퇴치된다면 곧바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마물 이름이 뭐길래?”

 

안 돼요. 안 알려줘요. 보나마나 느닷없이 찾아가서 다 때려부수고 올 거잖아요.”

 

.”

 

켈모리아의 위험성은 이미 다들 알다시피 모든 마법을 정복한 사람으로, 천리안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면 그 천리안으로 모든 구역을 들춰본 뒤에, 우리가 노리는 마물을 찾아내서 멸종위기까지 놓을 것만 같았다. 2주라는 시간을 1분도 지나지 않고 다시 되돌아오는 헛걸음을 만들 수는 없으니. 켈모리아에게 궁극적인 목표로는 무엇을 하러 가는지 비밀로 붙여놓자.

 

리첼은 어디 가는지 아니?”

 

켈모리아가 자연스러운 미소로 멍하니 있는 리첼에게 말하자.

 

마물 퇴치 후에 구역을 확읍읍!”

 

리첼에게 최면술 좀 쓰지 말아주실래요!”

 

! 눈치 빠른 것은 여전하군. 아리엘을 상대할수록 내가 사용할 수단이 대부분 간파 당하니 재미없네.”

 

급하게 내 오른손으로 리첼의 입을 틀어막고, 켈모리아는 나의 눈을 피해서 다시 책상으로 몸을 옮겼다. 리첼에게 걸려있던 최면술을 풀어주고, 다시 서류를 결제하려고 있는데 탈로스 씨가 문을 열고 도서관 안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리첼? 거기 있나요? 미스 아리엘도 있군요.”

 

어라? 탈로스 선생? 여기에는 어여쁜 학원장도 있답니다?”

 

자신을 어여쁘다고 말하는 그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로군.

 

켈모리아 학원장님은 오늘 술 약속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낮에 분명히…”

 

. 그건 캔슬 되었어요. 그건 그렇고 야외훈련을 2주동안 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자세한 계획을 들을 수 있을까요? 설마 학원장에게도 숨겨야 할 비밀이라던가 그런 게…….”

 

그건 마법 기동반의 전통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생성된지 이제 반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어째서 전통이 따르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군요. 그렇다고 해서 아리엘에게 물어봐도 알려주지도 않고, 2주동안 무엇을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예지마법을 피할 정도면 꽤나 공들인 작업이네요.”

 

예지마법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탈로스 씨에게 부탁을 했지만, 역으로 켈모리아의 의심을 사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지닌 탈로스 씨의 얼굴은 무너지지 않았으니.

 

극비의 훈련계획이라서 말이죠. 미스 아리엘도 혹독한 시간을 보낼 것 같지만, 최상급 마물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랍니다. 2주 동안 허탕을 칠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하루 만에 발견해서 전투를 벌일 수도 있죠. 최상급 마물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마법 기동반의 전투력은 최상급 마물을 월등하게 뛰어넘으니까요.”

 

그런 위험한 곳에 애들을 데려가다니. 하긴, 다이어 울프마저 아리엘은 강아지로 만들어버렸으니 상관없겠네. 그래도 늘 조심해야 하는 건 맞으니 이번 훈련에 감독으로 내가 찾아가야…….”

 

아뇨. 정말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모든지 전부 다 책임질 테니 학원장님께서는 집안에서 절대 안정을 취하시고 기다리시기만 하면 됩니다. 제가 모두를 살려서 올 테니 말이죠.”

 

탈로스 씨가 너무 급하게 켈모리아의 발언을 막았다고 생각했지만, 켈모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럼 탈로스 선생에게 맡기도록 할게.”라고 시원하게 대답했다.

 

그럼 저는 이만 리첼을 데리고 가봐야 해서. 리첼?”

 

아리엘과 있을 거야. 삼촌.”

 

삼촌이 아니라 여기서는 선생님이라고 불러야지요. . 어서 같이 갑시다.”

 

어쩔 수 없이 끌려 나오는 리첼의 연한 갈색의 눈동자가 나를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이번 훈련은 자신이 있나 보네. 탈로스 선생이 이렇게 확실히 이야기 할 정도라면, 그래. 기대해도 되겠지.”

 

***

 

최상급 마물을 잡으러 가는 그 다음날. 새벽 일찍 마법 기동반 앞에 모여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 최상급 마물을 잡으러 간다는 말은 켈모리아에게 거짓말이었고, 바비큐 파티를 하기 위해 준비된 재료들이 한 가득 있었다. 2주동안 있는 이유는 탈로스 씨가 최대한 켈모리아의 눈을 피해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었고, 혹시라도 모르는 최상급 마물이 별장 지하에 살고 있을 거라는 판단하고 있었지만, 강력한 봉인절차로 막아놨기 때문에 그곳에 가는 것이다.

 

봉인된 그 마물은 대체 뭐길래 아직까지 탈로스 씨 별장에 가둬놓은 거죠?”

 

미스 아리엘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원래 맹약을 맺기 위해 소환해낸 것이지만, 어쩌다 보니 일이 좀 복잡해져서 1년째 감금 중입니다. 먹이는 제대로 주고 있지요. 저는 그 아이가 저에게 마음을 여는 것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도대체 뭘 소환했길래 내 육감이 여길 빠져나가야 한다고 15페이지 분량의 이유를 1초 안으로 설명하고 있는 걸까. 여전히 불길한 감은 내 팔과 어깨에 있는 세피르와 이비에게 전해졌다.

 

그래도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제 봉인은 완벽하답니다. 소환술사의 달인이라고도 불려지긴 하지만, 다른 마법을 절대로 소홀히 대한적은 없으니까요! 아하하!”

 

옆에 있던 룬과 리첼은 늘 걱정되는 눈으로 탈로스 씨를 바라봤고, 바비큐파티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던 카를로스와 엘리온은 서로 무거운 걸 더 많이 들고 뛰는 대결을 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남자들의 힘 자랑을 구경하는 동안 주변을 살펴보았는데.

 

어째서 이곳은 바다가 눈 앞에 보이는 거죠?”

 

주변에 푸른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매우 불안했다.

 

학원장님의 예지능력이 유일하게 닿지 않는 장소가 우연하게도 바다에 밀접한 장소이기 때문이죠. 별 이유는 없습니다.”

 

진짜 이유를 말해주시죠. 왜 여기에…….”

 

저 멀리서 아르트리옴이 회색 후드티를 입고 조개껍데기만 줍지 않았어도 말이 끊어질 이유는 없었는데. 아무튼 탈로스 씨는 내 옆에서 반짝이는 눈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야 미스 아리엘의 수영복을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 때문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런 파렴치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선생의 자격이 없으니까요.”

 

반어법인가요? 그거?”

 

절대로 아니죠.”

 

반어법이군요. 그거.”

 

한숨이 이번에도 길게 나오는 걸까? 아니 한숨은 아직 나오기에는 이르다. 혼자 촌스럽게 학원복장을 하고 있는 나와 달리, 대부분은 전부 여름에 맞춰서 얇고 짧은 하복을 입는 리첼과 룬.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상의를 다 벗고 나서 누구의 근육이 더 탄탄한가에 대해 싸우고 있는 카를로스와 엘리온이었다.

 

카를로스와 엘리온은 고생하셨어요. 그러면 우선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서 특훈을 시작하도록 하죠.”

 

특훈이라면 설마 바다에 관련된 일정을 짜놓은 건가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탈로스 씨의 얼굴을 보며 물어봤지만, 아무 말 없이 나를 보며 웃고 있는 얼굴을 보자마자 답을 듣지 않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수영복은 어차피 입지 않을 겁니다. 실제 상황에서 바다에서 전투를 하게 되면 수영복을 갈아입고 전투를 하지는 않으니까요. 언제나 실전지향으로 본래 입고 있는 옷으로 들어가서 전투를 하는 거에요.”

 

그렇군요. 아까 전에 한 말은 반어법이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그나마 신뢰감이 있다는 듯이 말을 전하자마자, 탈로스 씨는 기고만장해지기 시작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꺼냈다.

 

물론이죠! 애초에 수영복은 자극이 심해서 쉽게 눈에 질리는 맛이 있지만, 평상시의 복장인 그 상태로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끈적하게 달라붙는 옷 때문에 몸매가 어떤지 잘 알려주고, 물에 젖어서 살갗이 노출되는 오묘한 맛이 질리지 않게 해주….”

 

그 이후로 탈로스 씨는 내 발차기를 맞고 20분간 기절한 뒤에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