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54

FNL-Phantasm 2017. 6. 12. 14:01

454

 

 

 

시나가 내 몸 속에 동화를 하고 대기가 아니라 활성화가 되는 순간, 강제로 내 성별을 바꾸려고 했으나 어떻게든 저항을 해서 겨우겨우 남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어쩌다 보니 머리카락이 길어지는 바람에 거울만 봐도 한숨만 나오기 시작했다. 눈보다 하얀 백발은 분명 시나의 트레이드 마크인데, 지금은 내 머리카락이 시나와 같은 색상을 띄고 있었다. 페트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나에게 물어보는 질문은 다음과 같았으니...

 

그럼 카일 씨는 신격화가 된 상태에요? 지금 신이에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머리핀을 가지고 싶긴 한데. 그렇게 해줄 수 있나요?”

 

신격화는 아냐. 반정도 신격화가 되기 위해서는 시나의 성별을 맞출 필요가 있어. 그러니까 내가 여자가 되야 한다는 뜻인데, 지금은 그냥 보호를 받기 위해 동화한 것뿐이야. 따라서 신은 아니고, 크리스마스 선물은 제발 부탁인데 나에게 하지 말고 산타 씨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라. 그게 더 알차고 뜻 깊은 순간이 될 거니까.”

 

비록 나의 산타는 레시아 때문에 가루로 되어버려서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겠지만, 다른 이의 동심을 내가 억지로 부술 이유는 없으니까. 기묘한 마법진이 주변에서 발동하고 있고, 주기적으로 빛이 이리저리 눈을 어지럽히고 있지만, 시나의 권능이 천천히 그 빛을 붙잡아 거둬가면서 내가 기억 잃는 것을 보호하고 있었고, 페트리 옆에 있는 레시아의 경우에는, 아예...잠깐만 그거 그 시대의 물건이 아니잖아?

 

레시아? 그거 뭐에요?”

 

? 썬글라스다. 이것만 있으면 강한 빛은 흡수되고, 짐에게 있어선 시야가 보이는 마법의 물건이니라. 마리아가 저번에 바닷가에 놀러 가자고 했던 날에 준 물건이며, 주인에게 보여주려고 했으나, 주인은 아웃사이더마냥 혼자 잡화점 정리를 하겠다며 짐과 놀지 않던 그날에 받았노라.”

 

선글라스에 대해 묻지만 않았다면 내가 다음에 내딛는 발자국이 휘청거리지 않았을 거다. 레시아는 마음속으로 나와 같이 바닷가에 가지 못한 것을 한으로 품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는 일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쓰디 쓴 소리를 이제서야 하는 거였고, 페트리는 나를 보면서 호들갑떨기 시작했다.

 

어째서 바다에 안 가나요? 바다에 가면 얼마나 좋은 일이 많은데! 낚시도 할 수 있고 곧바로 회를 만들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요?”

 

페트리의 취미는 낚시인가.

의외로 느긋하고 시간을 잘 보내는 취미를 가지고 있구나.

아무튼 낚시건 수영이건 바다에서 노는 것은 같으니까,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내가 바다에 가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때만큼은 잡화점의 일이 바빠서가 아닌, 혼자 있고 싶은 순간이 와서 집을 보겠다는 것뿐이었는데 말이지.

 

여러 사람들에게 항상 둘러 쌓이는 것이 좋은 거지만, 그런 일이 지속될수록 사람은 반동을 가지고 행동하게 된다. 나도 사람이니까 당연히 반동이 와서 혼자 있겠다고 하는 거였고...아니지. 그 이전부터 원래 혼자서 행동해온 결과가 혼자 있게 만들어준 건가?

 

그래도 낚시라면 요란하게 물장구를 하는 것보단 좋을 것 같다. 당연히 나는 낚시하는 방법을 모르지만...

 

그런데 마스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내 머리는 올빼미 깃털로 되어있는 머리핀으로 긴 앞머리를 옆으로 고정을 했는데, 그 머리핀에서 시나의 질문이 나오는 것도 의외로 이상하다 생각했다.

 

저번에 돌아다닌 그 사람들은 기억소거의 영향을 받는 것일까요?”

 

그러게. 두 명이 짝을 지어서 천천히 걸어 다녔지. 그때는 레시아의 장막으로 몸을 가려서 눈치를 못 챘지만, 생각을 해보니 지금 레시아의 장막은 페트리를 감싸고 있잖아?”

 

그러면 그 파수꾼과 같은 사람들은 우리에게 달려오는 것이 아닙니까?”

 

시나의 말에 일리가 있어서 내 뇌는 자동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언제나 시나의 지식과 기교가 늘어나는 것을 생각하면 자랑스럽다고 생각했...

 

잠깐? 우리에게 달려온다고?”

 

말 그대로 목표물을 포착한 마냥 나에게 달려오고 있는 추격자들 앞에서, 허둥지둥 티르빙을 타도로 바꿔서 휘둘렀다. 깔끔하게 잘려나가는 상반신과 하반신 사이에는 썩어버린 검은 피가 튀어나왔으니...

 

페트리! 지금 당장 시체협회 건물로 뛰어가서 출입구를 만들어!”

 

내 다급한 목소리에 급하게 뛰어가는 페트리는 검은 고양이를 품에 안고 뛰고 있었고, 나는 시나의 권능을 이용해서 죽지 않는 언데드들을 빛으로 강타하고 있었다.

 

마스터. 그럴 때는 데마시...”

 

아냐. 그건 너무 멀리간 개그라고 생각해.”

 

마스터도 무리수 던졌습니다.”

 

지금은 사는 게 문제니까 뭐라 하지는 않을게!”

 

타도에서 늑대의 송곳니와 같은 쌍단도를 양손에 힘껏 쥐고, 백색의 빛이 날카로운 날을 타고 번쩍이기 시작했을 때. 어디서 몰려왔는지 사방에서 쏟아져 나온 언데드의 군세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어처구니 없네. 빛에 내성이 생긴 언데드라도 되는 건가?”

 

이 곳을 밝게 비추는 빛이라고 할지라도 언데드는 들어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마물의 왕인 레시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빛은 언데드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정공법으로 들어가는 약점일 텐데.

 

언데드의 약점은 빛이라는 공식은 없지만, 제가 보기에는 너무 많이 개조되어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조? 막말로 저 녀석들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는 건 아니잖아?”

 

-삐용!

 

! 적어도 팔에서 레이저가 나가...?”

 

더 자세한 것은 팔에서 마법화살<Magic Arrow>이 너무 빠르게 나가서 한 순간의 빛처럼 보인 것뿐. 어쨌든 초급 마법까지 사용할 정도로 개조가 되어있는 언데드라면 이야기가 아주 약간 달라지기 시작한다.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데 수가 많고, 의외로 성가시게 마법까지 사용할 줄 안다면, 결국에는 이들을 모조리 날려버리기 위해선 이 땅 자체를 정화해야 할 것 같아. 하지만 내가 사제가 아니라서 정화 같은 건 할 수 없지.”

 

저의 권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시려면 결국 성별을 바꿔야 하겠지만 말이죠. 마스터는 그걸 원하지 않으시니 다른 방법을 모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다른 방법을 모색하지 않아도 되고, 내 성별을 굳이 바꿔서 적합도를 더 늘린다는 행동은 하지 않아도 돼. 이미 페트리가 탈출하는 장소를 마련해줬으니까.”

 

날아오는 언데드를 오른발로 차버리고 마법방패를 고정좌표로 소환해서, 올라가는 계단처럼 만들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내가 페트리에게 말을 걸었던 장소로 뛰어올라가, 시공의 눈으로 개안을 한 뒤에 주변을 훑어보자. 땅 밑에 거대한 구멍이 다양한 빛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했고, 그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앞에 페트리가 시체협회 건물을 들어가고 있었다.

 

세상이 이렇게 살기 힘든 곳이라니.”

 

페트리는 곧 이어 내가 들어오자마자 벽의 입구를 막아버리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카일 씨. 여기가 시체협회 건물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우선 물품이나 찾고 돈이 될 만한 것은 전부 가져가자고.”

 

주인? 어째서 목표가 좀도둑질로 바뀐 것인가?”

 

그래야 육포를 사니까요.”

 

. 주인. 아무래도 저 물건이 값이 좀 나갈 것 같노라.”

 

사실 물품을 챙길 여력은 없지만 내가 예전에 시체협회에서 가지고 온 물품을 떠올리지 못하기에, 아무거나 막 가져가서 분석을 하든 기억을 떠올리든 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곳은 지하로 가는 문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야 할까? 그나마 시체협회의 건물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서, 쭉 훑어보는 것에는 별 무리가 없어 보였다.

 

조금 귀찮은 수색이 될 것 같지만 이 안에 들어온 것만으로 사키엘의 문을 이용해서, 언제든지 침입이 가능하다는 뜻이니 오늘 하루만 있는 것이 아니고, 배가 고프면 점심을 먹고 다시 이곳에 찾아와서 물품을 가져가도 상관 없다.

 

페트리가 위험하다 싶으면 레시아는 귀환마법을 이용해서 꼭 돌아가야 해요?”

 

알았다. 그러니 주인은 짐에게 줄 상이나 잘 기억하고 있거라.”

 

. 맞다. 제길! 잊고 있었는데.

어쩌지? 오늘 하루는 밖에서 노숙이라도 할까?

 

, 그렇군요. 아무튼 페트리의 안전이 우선이니까. 그 이야기는 나중에 둘만 있을 때 하도록 하죠.”

 

잔뜩 기대한 레시아의 눈빛을 마주볼 수 없어서, 조용히 고개를 돌리고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럴 때야 말로 좀 더 편안한 방법을 이용해서 넘어가도록 할까.

 

마스터. 저도 최근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으니까. 상이 필요합니다. 저 냥캣에 뒤쳐지지 않을 상을 말하는 겁니다.”

 

너는 잠깐 나중에 다시 이야기를 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어차피 지금 당장은 내가 가지고 가야 할 물품을 챙기는 것이 급선무니까.”

 

나의 기대심이 부풀어오른 이유는 시나의 동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시나의 감정이 멋대로 내 몸 안에 그대로 들어오고 있는 것뿐이다. 언제나 레시아와 시나는 서로 지지 않으려고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기억은 없지만...

 

그런데 저도 상이 있나요? 카일 씨?”

 

너도 나에게 뭘 원하는 것이 있더냐?”

 

착한 일을 하면 상을 받는 게 당연하잖아요! 산타 할아버지도 제가 착한 일을 할 때마다 항상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셨다고요!”

 

“...너 부모님과 같이 살았었어?”

 

.”

 

참혹한 진실은 내가 알려주기 싫으니 내가 먼저 이야기를 끊어버렸다. 그 대신에 나는...머리를 잠깐 긁어서 침묵의 시간을 짧게 잡고 입을 열었다.

 

. 그래 알았어. 좋아. 상을 주도록 하지. 그래서 뭘 원하는데?”

 

다른 남자들을 봐도 공포증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그건 상이 아니라 부탁이잖아.”

 

어쨌든 저는 카일 씨와 친해지고 나서 남자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어요. 그러니까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약한 존재라고 바뀌고 있어요.”

 

명백하게 틀린 말을 내 두 눈으로 그리고 두 귀로 직격타를 맞자, 머리가 멍해지면서 페트리마저 잘못된 길을 걸어갈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너는 잡화점에만 있어서 나의 인간관계만 면밀하게 관찰한 것처럼 보이는데, 절대로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약하지 않아. 만약 내가 레시아와 시나보다 약했으면 저 둘의 주인으로 있지 않았다고? 내가 역으로 노예처럼 생활을 했겠지. 그렇지 않아?”

 

주인은 짐의 신부이니라.”

마스터는 제 신부입니다.”

 

사제계열의 신부라고 말하는 거라 제발 말해줄래. 남자는 신랑이라고 부르던가! 남편이라고 부르던가! 제발 나를 보면서 신부라고 말하지 말란 말이야!”

 

그럼 사실 마왕님과 빛의 여신님은 남자인가요? 원래 카일 씨는 여성이었고, 그럼 저도 남자?”

 

둘이서 쓸 때 없는 소리를 하니까 페트리마저 쓸 때 없는 소리를 하잖아요! 이 전염병들아! 어떻게 할 거야! 이제 백신도 못 구할 텐데!”

 

지금 너무 여유롭게 이곳에 있는 것은 아닌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 안에는 언데드가 없다고 판단하고 페트리와 레시아를 위층에 올려 보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내 쪽으로 빨리 내려오라고 말했는데, 페트리는 웃는 얼굴로 검은 고양이를 자신의 품 안에 안고 알겠습니다!”라고 말한 뒤에 올라갔다.

 

그렇게 내가 1층을

 

꺄아아아아악! 카일 씨! 카일 씨!”

 

아직 올라간 지 20초도 되지 않은 시간에 비명소리를 듣자마자 뛰어올라갔더니...

 

, 몽골리안 벌레에요! 저를 잡아 먹으러 왔나 봐요! 어떻게 해요!”

 

바닥에 있는 지렁이는 페트리에게 몽골리안 벌레라는 취급을 받으며, 자신이 가야 하는 길을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지렁이?

 

원래 지렁이는 땅바닥 속에서 살 텐데? 이런 곳에 왜 기어 다니고 있는 거지?”

 

게다가 이곳은 2층이기도 하고 진흙이 있는 위치도 아니니까. 지렁이가 나오는 이유는 흙 속에서 살다가 빗물이 들어가기 시작할 때 물이 가득 고여서 나오는 것.

 

묘하네.”

 

나는 지렁이를 집어 들고 손바닥 위로 올려놔 자세하게 관찰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지렁이. 그냥 꿈틀거리면서 몸이 건조하지도 않고 축축하게 윤기가 나고 있었다. 그렇다고 돌연변이라던가 개조를 당한 것도 아니었고, 단순히 이곳을 기어서 어디로 가는지 알기 위해 바닥에 놓자. 일정한 장소에 계속 머물고 있었다.

 

주인?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페트리가 얼마나 강하게 끌어안고 휘둘러졌는지 레시아의 귀가 내려가 있는 상태로, 어마어마한 분노를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튼 다시 지렁이에 시선을 주자 땅바닥 속에 들어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고, 나는 그 자리를 마나로 응축시켜서 터트렸다.

 

그 안에는 붉은 끝으로 묶여있는 나무상자가 붉은 흙에 덮여있는 모습.

 

지렁이가 흙에 들어가려고 맨땅에 헤딩하는 일 따윈 벌이지 않는다. 주인은 이게 무슨 일인지 아는가?”

 

무슨 일인데요?”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을 언제라도 꺼내기 위해 증거를 남겨놨다는 거지. 이걸 누가 덮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레시아의 말을 끝으로 나무상자를 챙겨서 아공간 속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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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는 지렁지ㄹ...이건 환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