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53

FNL-Phantasm 2017. 6. 11. 12:40

453

 

 

 

새벽에 그나마 지친 몸을 이끌고 무거운 몸이 평소보다 중력의 영향을 더 받아서, 더욱 더 무거운 몸으로 진화를 끝마치고 있을 때. 페트리는 나 대신 카운터 앞에 서서 멍하니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높새바람에게 돌아가지 않아도 되냐고 물어봐도, “하지만 몽골리안 벌레가 언제 습격할지 몰라요!”라는 바보 같은 소리를 듣고 나서 포기했다. 아직까지 남자에 대한 공포증이 남아있어서, 아무리 나라도 평상시에 거리를 좀 떨어뜨리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최근엔...아니, 페트리에게 이상한 거짓말을 하고 나서, 페트리가 내 쪽으로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

 

생각을 해보니까 페트리에게 질문할 게 좀 있었어.”

 

? 뭔가요? 요즘 취미는 목욕하는 건데요?”

 

너의 취미를 물어보려고 한 게 아냐! 이름없는 마을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건물 자체가 밀봉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려는 것뿐이야!”

 

여전히 페트리의 눈을 가린 앞머리 때문에 생각을 읽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뛰어난 공간술사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뚫고 들어갈 수 있겠지. 마법의 지배자라고 불리는 켈모리아의 대결계도 뚫었으니까.

 

밀봉이 되어있으면 밀봉을 풀면 되요!”

 

마치‘1+1은 뭐야?’라고 물어봤는데‘1+1이야!’라고 대답을 들은 것 같았다. 구체적인 것을 전부 생략을 해버리고밀봉이 되어있으면 풀면 그만이다.’라는 해답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 다른 관점에서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어떻게 침투를 하는 건데? 굳게 닫힌 문이나 벽은 물리적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면 말이야. 공간이동을 하기에는 그 안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아무도 모르잖아?”

 

알 수 있어요.”

 

창문으로 보는 건 금지거든?”

 

그래도 알 수 있어요.”

 

아무래도 이번 일에는 페트리를 데리고 가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저렇게 자신 있는 대답을 하면 누구라도 신뢰가 가기 시작하니까. 어떻게든 알 수 있다는 그 말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지만...

 

어떻게 아는 거야?”

 

그건...소녀의 비밀이에요! 맞아요! 비밀 많은 소녀는 더 아름답다고 했어요! 그러니 저는 아름다움을 남긴 체 잡화점의 카운터를 보겠습니다.”

 

이 녀석이 가진 트라우마가 아무래도 남성공포증 말고 여러 가지 더 있어 보였지만, 즉흥으로 페트리까지 데리고 가는 걸로 생각했다.

 

너는 이제 자고 있어. 내일 아침에 너도 데려갈 거니까.”

 

? 어디를요?”

 

이름없는 마을이지. 정확히는 이름이 너무 많아서 기억도 나지 않는 마을이겠지만, 그래도 너를 데려가면 확실하게 시체협회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아서 말이야. 너도 모험 좋아하지?”

 

아뇨...”

 

아냐. 넌 모험 좋아해. 내가 그렇게 정했어.”

 

어째서...”

 

강제로 참석하게 만들고 페트리에게 억지로 자라는 명령까지 하는 나를 보며, 레시아는 고양이 귀를 살짝 움직이고 한마디를 꺼냈다.

 

주인이 그렇게 밝게 이야기 하는 건 처음 봤노라. 당연히 어린아이처럼 누구를 괴롭힐 때만 그리 밝아지는 것 같지만, 그래서 진정으로 가기 싫어하는 사람을 끌고 갈 생각이더냐? 어쩌면 주인 안에 숨겨진 가학성에 대해 참고를 좀 해야겠노라.”

 

숨겨진 가학성은 또 뭐에요? 제가 나쁜 사람인 것 같잖아요.”

 

주인이야 말로 원래 자야 할 시간이 아닌가? 저녁에 그 난리를 치고 무리를 하지 말지어다.”

 

그런데 레시아? 어째서 본 모습에 고양이 귀를 달고 있는지 그것부터 물어볼 건데. 적절하게 대답할 자신 있으신가요?”

 

검은 고양이 귀가 움직였다고 해서 검은 고양이의 모습이 아니라, 연보라 빛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내 목을 스카프처럼 감싸고 있는 상태였다. 둘이 있을 때는 달라붙어 있어도 괜찮다고는 했으니, 아마 페트리가 가고 나서 본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겠지만...

 

란제리를 입었으면 다른 곳으로 자러 가라고요. 레시아도 여태 안자고 뭐 하는 거에요?”

 

주인을 유혹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등 뒤에서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괜찮을 터인데. 주인의 금강불괴와 같은 그런 정신력은 어디서 나타난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언데드인가?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 그런?”

 

자극하면 생물은 반응하기 마련이지만, 제가 용병을 하면서 숨죽여서 기다리는 일은 엄청 많이 했거든요. 물품을 운반하는데 몬스터를 피하기 위해서 말이죠. 마음을 굳게 먹으면 신체적인 변화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요.”

 

! 주인은 왜 이렇게 난이도가 높은지 모르겠다. 그 비둘기가 없을 때 빨리빨리 진도를 나아가서, 짐과 주인의 2세를 봐야 차기 마왕으로 삼을 수 있는데 말이다.”

 

차기 마왕이라니...”

 

아들과 딸 하나씩 나으면 된다. 아니 아들만 나아야 하는 건가? 딸을 낳는다면 분명 주인에게 작업을 걸게 분명하니까.”

 

레시아가 자신의 미래를 멋대로 설계를 하는 동안, 내 머리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기적으로 오는 기억소거는 레시아와 시나가 이제 알아차렸으니 해소할 수 있다고 하지만, 페트리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기적으로 기억소거 되면 가장 골치 아파지는 것이 페트리인데.

 

레시아가 페트리를 보호해주실 수 있나요? 페트리가 우리들을 시체협회 안에 들어가게 해줄 수 있는 열쇠와 같은 존재이긴 한데.”

 

주인의 부탁이라면 해줄 수 있지만, 어째서 그 여자는 검은 높새바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주인에 대한 연모도 들어가지 않아있고, 그저 자신이 원하는 장소가 따로 정해진 것처럼 말이지.”

 

페트리는 안전제일인 성향이니까요. 검은 높새바람보다 이것이 자신에게 있어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몰라요. 베니와 쉽게 친해져서 평상시에는 저보다 페트리가 베니를 자주 데리고 다니는 것도 있고, 당연히 내일...정확히는 오늘 아침에 시나가 저에게 빙의를 하고, 레시아가 페트리를 지켜주면 될 것 같아요.”

 

그렇군. 보상은 무엇인가?”

 

보상이요?”

 

가장 뜬금없는 소리에 레시아를 올려다봤다. 레시아는 심술이 난 표정으로 내 양쪽 볼을 어루만지면서 천천히 말하기를...

 

그렇다. 보상이다. 무언가 부탁을 받고 성과를 냈을 때는 보상이 필요하다. 짐과 주인은 사역의 관계로 묶여있기 때문에, 주인이 명령을 하면 당연한 거지만, 남을 도와줄 때는 주인은 항상 짐에게 부탁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야 말로 그에 합당한 보상을 내려줘야 앞으로 주인이 부탁을 할 때...으웁!”

 

레시아의 뒷머리를 끌어당겨서 짧은 입맞춤을 나눴다.

 

이건 선불로 하죠. 나중에 제대로 페트리와 같이 귀환을 했을 때. 나머지 보상을 다 주는 걸로. 그거라면 괜찮은 거죠?”

 

, 어째서 주인은 그런 말을 아무런 부끄럼도 없이...치사함에 극이 달했노라!”

 

어째서 치사한 건지 모르겠지만, 얼굴이 붉게 물들이며 소리치고 있는 레시아를 보고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다시 고개를 앞에 있는 잡화점의 문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레시아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내 목을 잘근잘근 물어서 간지럽히고 있었고, 무료한 시간에 읽을 책은 오늘 피지 못했다.

 

***

 

마스터. 그래서 지금 냥캣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일단락 마무리를 짓고 아침에 일어났다고 하실 겁니까?”

 

백은의 눈빛이 어마어마한 분노를 품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분명 시나는 먼저 내 몸 속으로 동화해서 쉬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나와 레시아가 같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며 지금 당장이라도 날 제거하겠다는 듯이 점점 빛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 항상 다른 사람들은 여자와 남자가 한 이불에서 자고 있으면 그런 생각부터 하더라? 의외로 아무런 일도 없는데 그런 오해를 먼저 하는 건 그만해!”

 

시나는 나와 레시아의 주변을 확인하고는확실히 마스터의 말씀대로 아무 일은 없었군요.”라고 말했다. 겨우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살해당할 위험에서 벗어날 줄 알았...

 

하지만 냥캣에게 보상을 하겠다는 말부터 잘못 되었군요. 선불로 짤막한 입맞춤을 하신 것 같은데 진짜 보상은 무엇인가요?”

 

이 녀석 내 몸에 동화만 한 상태로 가만히 있기만 한 건가? 안 잔 거야?

 

, 뭐냐. 아니 그래도 페트리가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내가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서 그래. 사역마는 오직 주인을 위해서 움직이는 존재인데, 타인을 절대로 신경 쓰지 않겠다는 레시아 특유의 마왕이라는 자존심이 먼저 나와서, 그게 이런 식으로 꼬여버리긴 했네.”

 

거짓말을 잘 하시는 걸로 보아. 오늘은 벌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나? 무슨 벌을 내릴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한번만 봐주면 안 될까?”

 

너무 단호한 말과 표정에 기세가 눌려 나도 모르게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면 시나가 좀 더 크게 보였다던가.

 

그렇군요. 제가 마스터에게 동화를 하면서 보호를 할 때는 여성의 모습으로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스터가 가장 싫어하는 상황 중에 하나니까요.”

 

제발 그러지마. 내가 잘못했으니까. 이번 한번만 넘어가주면 안 될까?”

 

그러면 저도 입맞춤을...”

 

레시아는 20대 초반의 모습을 해서 괜찮지만, 여전히 얼굴이 동글동글하고 작은 체구를 가진 시나의 경우에는 매우 위험한 처사가 아닐까?

 

네가 최소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모습을 했어도 쉽게 되었을 텐데. 어째서 너는 항상 본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고 나이를 더 젊게 변신하는 거야? 그거 하나 때문에 지금 이거 쓰는 글쓴이가 국적에 상관없이 열도 변태 작가로 찍혔잖아.”

 

그건 글쓴이가 여러 가지 실험을 하다가 벌어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사방팔방에 있는 거 없는 거 다 주워서 쓰다 보니 일어난 결과니까 상관하지 마시고, 어서 저에게도 입맞춤을 주시죠? 안 그러면 오늘 하루는 상당히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예 하루를 고통 받으며 지내라는 건가.

 

짧은 입맞춤 한번뿐인데도 이렇게 망설이시다니. 저보다 역시 냥캣을 더 좋아하는 군요?”

 

요즘 들어 질투를 하지 않았던 시나의 가슴속에 수많은 분노가 쌓여있었는지, 점점 냉혹해지고 차가워지는 말투에 불안함이 엄습했지만, 언제나 머릿속에서는 매크로마냥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아니. 당연히 시나도 좋아하지. 물론 인도적인 관점에서 말이야.”

 

좋습니다. 오늘 하루는 제가 있는 이상 마스터는 반강제로 여성이 되겠군요. 인도고 카레고 뭐고 저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하루가 정말 재미있을 것 같군요.”

 

잠깐! 그만둬!”

 

시나가 예정대로 내 몸 속으로 동화하는 모습은 좋았지만, 막대한 페널티를 입게 되었고 20분 정도 시간이 지날 무렵. 페트리는 외출하기 좋은 분홍색 짧은 스커트와,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상태로 나타났다. 어깨가 트여서이 시대에 정말 어울리는 옷이 맞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날려봤지만, 그건 쓸모가 없는 일이니까 다시 현실로 되돌아가서...

 

카일 씨? 어디 있어요? 어라? 누구세요? 카일 씨의 숨겨진 여자친구?”

 

내가 그 카일이야. 숨겨진 여자친구는 또 뭐야? 이미 결혼한 사람에게 여자친구가 있겠냐!”

 

최근 변동이 없어서 좋았는데.

어째서 또 다시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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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뭐 페이데이2 약속이 잡혀서 다른 글을 빨리 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