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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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모리아를 만나러 도서관에 찾아와도 그 자리에는 지하창고 정리를 부탁한다는 종이만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는 익숙해서 때리고 싶은 충동이 가득한 이 상황에, 밀리아는 종이를 들고 찾아와서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학원장님은?”
“또 어딘가로 술을 마시러 나갔겠지. 그런데 그건 뭐야?”
“동의서. 여름방학에 대한 계획들이 적혀있어. 대부분 부활동은 전부 쉬는 걸로 되어있고, 불길하게 요리연구부만 이곳에서 계속 사용하니까, 예산이 좀 필요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그건 내가 전해줄게. 그리고 지금은 내가 학원장 역할을 해야 하니, 도망을 찍어주면 되는 거지?”
밀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도장을 켈모리아가 항상 서랍 안에다…?
“없어? 술 마시러 간 것이 아니라 외부에 도장이 필요해서 가져간 건가? 아무래도 오늘 바로 처리해줄 수는 없고 내일 켈모리아가 오면 집에서 직접 주는 게 좋겠어. 어처구니 없게도 오늘은 내가 결제하면 안 되는 날이기도 하고, 지금은 지하창고를 정리하라고 부탁을 받았는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곳에 지하창고가 없거든?”
“지하창고라면 이곳이 아니라 학원 안에 있는 지하창고일거야. 따라와.”
밀리아를 따라 도서관에서 나오고 나서, 학원 건물 안으로 도착한 뒤에 1층 계단에서 지하로 향하는 부분이 있었다. 조그마한 문 안에는 작은 공간이 있을 것이라는 나의 기대를 산산조각 내듯, 어마어마한 넓이와 물품대신 먼지가 날 반겨주고 있었다.
“어디서 날아온 건지 모르겠지만……. 우선 먼지부터 다 거둬내야 제대로 된 숨쉬기 운동이 가능하겠는데? 지금 당장 정리를 시작해야겠어.”
내가 발을 지하에 디뎠을 때, 작은 거미들이 순식간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거미뿐만이 아니라 다리가 많은 지네, 벽에 수도 없이 많을 정도로 붙어있는 벌레들. 켈모리아가 말한 정리의 의미는 이것들을 모두 퇴치하라는 건가?
“이비! 모조리 먹어 치워!”
내 앞에 작은 뱁새가 “삑삑!”하고 입을 쩍 벌리더니,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듯이 거대한 풍압으로 탄생한 소음과 더불어, 모든 것을 전부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 작은 체구에서 여전히 들어가고 있는 무시무시한 먹성을 보며, 밀리아는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신수라는 존재는 어처구니 없는 거 알아?”라고 말했다. 주변에 벌레들이 전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드디어 지하 바닥에 발을 디뎠을 때.
주변에 횃불이 저절로 켜지면서 그 벌레들이 왜 존재했는지 알아냈다.
“저 차원관문은 어떤 것과 이어진 걸까?”
수많은 차원관문이 각자 다른 빛을 내뿜으며 존재하고 있었는데 전부 공간이동 기능은 꺼져있었고, 오직 한 곳에서는 공간이동 기능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벌레들이 다시 빠져 나오려고 해서 작동을 중지시켰다. 지하창고를 정리하라는 것은 이 모든 것을 꺼야만 하는 걸까?
“현장학습을 가기 좋게 학원장님께서는 차원관문을 이곳에 설치하셨거든, 이번엔 무슨 영문으로 저 벌레가 득실거리는 곳만 열려있었는지.”
밀리아의 말을 들어보고 왜 이곳에만 켜져 있었는지 생각을 해봤는데, 우리가 오기 전에 누군가가 저 차원관문을 작동시키고 들어갔다는 소리가 아닐까?
“밀리아! 차원관문을 다시 열어!”
나의 다급한 외침에 무의식적으로 밀리아가 아까 내가 닫은 차원관문을 열었을 때, 멋지게 뛰어오면서 바닥에 슬라이딩을 한 사람은 탈로스 씨였다.
“미스 아리엘! 다시 닫아요!”
“다시 닫아! 밀리아!”
“아니! 대체 왜 나만 시키는 거야! 도미노도 아니고! 꺄아악!”
천천히 닫히고 있는 차원관문 속에서 뻗어 나오는 거대한 곤충이, 위턱과 아래턱을 일시분란하게 움직이면서 밀리아에게 거대한 아래턱으로 공격 했지만, 신기루의 병사가 양쪽의 턱을 창으로 막고, 나는 세피르에게 힘을 전이 받아서 마나를 힘껏 주먹에 두른 뒤에 개미 같은 머리에 휘둘렀다.
어마어마한 충격파와 폭음을 뒤로 한 체 뒤로 날아간 벌레와 닫혀버린 차원관문을 확인하자마자, 3명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탈로스 씨에게 입을 열었다.
“대체 저 위험한 곳에는 왜 간 거에요!”
“그야. 새로운 소환수를 만들기 위해 잠깐 들어간다는 것이 하하!”
“하하!가 아니잖아요! 웃는 얼굴을 우는 얼굴로 만들기 전에 조용히 해요!”
하마터면 거대한 곤충들이 침입하는 대재앙이 일어날 뻔했는데, 이게 웃을 일이 절대로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아까 그건 개미처럼 보였는데, 여왕이 직접 뛰어온 거에요?”
“아뇨. 저건 일개미에요.”
아까 그게 일개미라고? 병정개미와 여왕개미는 얼마나 크다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 행성에 존재할 애들이 아닌 것처럼 보였는데요? 탈로스 선생님?”
“좋은 질문이에요. 미스 밀리야. 당연히 이 차원관문들은 각자 다른 행성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장소죠. 어째서 이런 바보 같은 시공간이동이 가능하냐고 물어보면, 이건 전부 켈모리아가 학원장님이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세계와 세계를 이어주는 기술은 위험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약이 될 수 있다는 일념아래에 다양한 장소에서 자신을 혹은, 다른 존재들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정말 무시무시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정말 세계와 세계가 맞물려서 재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탈로스 씨. 이런 차원관문들은 모조리 없애는 게 좋지 않나요?”
“하지만 켈모리아 학원장님은 전부 생각이 있어서 남겨놓는 거랍니다. 이 차원관문을 통해서 카멜롯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여긴 최후의 최후까지 남아있다가 사용하는 장소라고 합니다. 다만, 8개 중에 6개가 아까 그 거대한 개미가 나타나는 무시무시한 곳과 비슷한 지옥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탈로스 씨는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앞머리를 옆으로 넘기고, “영차!”하며 지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학교 지하에 숨겨놓은 차원관문의 쓰임새를 밀리아도 몰랐는데, 저게 나중에는 최후의 도주경로라고 말한다면, 내가 억지로 부술 이유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냥 조심하면 되겠지. 아무튼 아까 그 벌레들이 나온 관문은 확실하게 표시를 하자. 그러면 똑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이전보단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거야.”
거대한 개미를 보고 나서 궁금했던 거라면, 남은 7개의 관문은 어디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였다. 위험한 구역이 6곳이고 나머지 2곳은 안전한 장소일까?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내 왼팔에 있던 검은 뱀이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라도 노파심에 말하는 거지만, 절대로 작동시키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럴 리가. 그래도 10분만 보고 나오면 될 것 같은데?”
“위험한 일에 왜 나서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하지만 궁금하잖아? 저기에 뭐가 있는지는 알아야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있으니까. 아마 켈모리아가 말한 정리라는 것은 이걸 분류하는 것이 아닐까?”
나와 세피르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밀리아는 또 이상한 것을 꾸미고 있다는 눈으로 쏘아보기 시작했다. 그런 눈빛을 감지한 내 몸은 자동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고, 밀리아는 나를 바라보며 “정말 할 거야?”라고 조심스럽게 묻자. 웃는 얼굴로 “응!”이라고 대답했다.
“잘못 되어도 난 모르는 일이야. 알아들어?”
“알았어. 이번에는 너와 관련이 없다고 할 테니까. 고개만 살짝 들이밀어서 인사만 하고 올 거야. 탈로스 씨처럼 그렇게 깊게 들어가지 않을 건데 설마 문제가 되겠어? 첫 번째 관문을 열어보고 아주 잠깐만 보면 돼.”
“그러면 알아서 해. 무슨 일이 터져도 난 모른다.”
맨 왼쪽에 있는 차원관문을 열고 난 뒤에 말 그대로 고개만 살짝 빼내보았….
“이 존재를 보아라. 우리를 바라보고도 멋대로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우리들의 소환자가 틀림없노라. 거대한 우주에서 바라보는 장엄한 우리들을 저 미개한 존재로부터 세상의 밖으로…….”
나는 조용히 고개를 다시 집어넣고 차원관문을 닫았다.
“뭘 본 거야?”
“입에 거론하면 안 되는걸 보았어. 빠른 시일 내에 잊어버려야겠는데?”
너무 충격적인 것을 보게 되면, 뇌의 작용에는 두 번 다시 정신적 고통을 받지 않기 위해 그 기억을 지워버린다고 한다. 지금 기억이 지워져서 정확한 생김새를 모르겠다.
“아무튼 뭔가 끔찍한 걸 보았어. 그러니까 행성규모의 커다란 크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냥 잊어버리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아무튼 나머지는 나중에 열어서 확인해보도록 하자. 응. 그게 좋겠어. 그래.”
잠깐 흔들리는 정신을 바로잡아 밀리아와 함께 작은 철문을 굳게 닫아버리고, 밀리아는 다시 학생회실로 돌아가고 나는 세피르와 이비에게 잠깐 마법 기동반에 찾아가서, 탈로스 씨에게 이번 일에 대해 상세한 보고서를 쓰라고 말한 뒤에, 나 혼자서 학원의 복도를 걸어 도서관으로 가려고 했다.
“이제서야 만나네. 아리엘.”
짙은 붉은 후드로 자신의 몸을 철저하게 감싼 소녀. 나보다 키는 작았지만 그 소녀가 들은 지팡이와 같은 무언가가 눈에 거슬렸다.
“우선 나는 검은 높새바람이라고 해둘까?”
검은 높새바람이라는 말이 내 귀에 들어가자마자, 내 손목 위에 있는 장신구에서 푸른 검이 튀어나왔다.
“여전히 너희들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어. 그보다 검은 높새바람이라면 분명 검은 로브를 다 둘러쓰고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아니면 회색이라던가.”
“글쎄? 로브는 원래 아무런 색상이나 써도 되거든. 아무튼 오늘은 데리러 왔어. 아무런 저항도 없이 따라와주기만 한다면 너의 신변이 자유롭다는 것을…!”
선수필승이라는 말이 내 행동으로 옮겼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최면마법을 걸기 위해 거리를 좁혔지만, 여유롭게 기다란 창을 감싼 포장을 풀자마자 내 머리 위로 무언가가 강타했다.
비명 지를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졌고 뒤늦게 숨을 토해냈고, 온 몸이 저려서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무슨…아팟!”
“나는 너의 이름도 알고, 네가 하려는 전술도 알고 있어. 그런데 너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내가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을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하지만. 너에게 있어서는 부지피이지기 일승일부일까? 50%정도 확률로 나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었다면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말이지?”
백은의 창 끝에 모여있는 전류가 나의 눈동자를 크게 만들었다.
“나는 에밀리. 별의 아이라고도 하고, 우주의 모든 것을 관측하는 오라클이야. 그리고 브류나크의 주인이니까. 이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로 변했을까?”
별의 아이와 브류나크가 내 머리 위에 쌓여있는 수많은 지식의 산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이 상황이 얼마나 바보같이 불리한 상황인지 알아버렸다.
“오호? 도망가게? 잠깐 내가 봐버린 예지에서는 네가 내 뒤로 이동해서 제압하려고 시도를 하는 것 같은데?”
나에게 심리를 거는 것일까?
하지만 운명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나의 행동.
정면돌파를 했지만 내 바로 앞에 창의 끝부분이 튀어나오면서, 그 소녀는 잔인하게 입을 열었다.
“물론 거짓말이지. 바~보~”
내 눈 앞에 섬광이 터져 나온 이후로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겨우 떴지만, 토끼안대를 쓴 소녀는 “지금은 잘 시간이야. 아리엘.”이라고 말하며 작은 손으로 내 눈을 칠흑의 암흑 속에 인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