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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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에 걸쳐서 코스프레 지옥으로부터 드디어 해방되었다는 사실에, 안심을 하고 시찰을 계속 돌고 싶었지만, 리첼은 자신의 반에 일을 도우러 가야 한다고 헤어져도, 윈디 씨가 끝까지 옆에 남아서 떠들고 있었다. 아까 전에는 잡화점에서 마왕님과 여신님이 우라늄하고 광선검을 요리로 만들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었고, 지금은 카일 씨의 아이언 클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카일 씨의 아이언 클로만큼은 피하고 싶은 필살기 중 하나야. 어마어마하게 빠른 발동속도에 무슨 일을 하고 있어도 비어있는 손으로 아이언 클로를 걸어오는데, 최근에는 그 파괴력에 익숙해져서 조금이라도 반항을 하려고 하면, 빛의 여신님과 이어진 페어링을 이용해서 눈에다가 섬광까지 쏟아버린다니까? 분명 손에 가려져서 안 보이는데 아침햇살이 내 눈에 쏟아지는 기분은 아아, 그래도 기분이 좋은 건 왜일까? 하아! 하아!”
나는 카일 씨에게 아이언 클로를 처음 당했을 때는 어마어마한 고통으로 인해 기절해버렸는데, 윈디 씨는 그걸 왠지 즐기고 있는 듯이 녹아들 것 같은 표정과 상기된 볼, 거칠어진 숨소리를 내 두 눈으로 확인했을 때. 여러 의미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안타까운 사람이기도 하고….
“그래도 시찰을 돌아다니는데 같이 돌아다녀줘서 고마워요. 분명 바람장막으로 제 모습까지 가려주고 있는 거겠죠? 아까 카일 씨를 숨겨준 것처럼 말이에요.”
“어라? 알고 있었어?”
“네. 그리고 카일 씨가 훔쳐서 먹은 음식들은 꼭 지불해달라고 알려주세요. 카일 씨의 페로몬으로 감지하고 있었어요.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게 특이하니까 제대로 기억할 수 있거든요. 제 뒤를 봐주는가 생각했더니 어디론가 가버렸고, 대신 윈디 씨를 붙여놓은 붙여놓은 거잖아요?”
사실상 카일 씨가 같이 돌아다녀줬다면 든든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세상은 생각대로 되는 일이 없지만, 그래도 카일 씨는 자기 나름대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
“아리엘은 카일 씨가 좋은 거야? 의외로 경쟁자가 많다고?”
“아니, 그게 아니라. 카일 씨 같은 경우는 제 애완견으로 삼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요. 솔직히 털어놓고 이야기 하자면 묶어놓고 기르고 싶을 지경이에요. 하지만 소유욕이 가득한 감상으로는 연인이라고는 말할 수 없죠.”
윈디 씨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앞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카일 씨는 강아지가 아니라 늑대라고? 여전히 자기가 양이라고 생각하는 늑대이지만, 아리엘이 감당할 수 있는 남자라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윈디 씨는 가까이에서 카일 씨를 많이 봐왔으니까, 아직 내가 모르는 카일 씨의 또 다른 면을 자세히 알고 있겠지? 그럼 카일 씨는 내가 원하는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일까? 자세히 생각을 해봐도 이상형이라기보단 아이돌에 가까운 남자 같았다.
“그런데 카일 씨는 어디로 간 거에요?”
“아마, 결계를 점검하러 갔을 거야. 켈모리아 학원장이 설치한 대결계라고 불러도 인간은 역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분명 어떠한 틈을 노리고 이곳으로 침입한다고 생각하겠지.”
켈모리아의 대결계는 분명 오우거의 공격도 간단하게 튕겨내는 강도를 자랑하는 건데. 오히려 완벽에 가까울수록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는 생각일까? 대결계에 결정적인 단점이라고 한다면 무엇일까? 잠깐 생각을 해봤지만 명확한 답은 생각해내지 못했다.
“그런데 카일 씨는 잡화점을 운영하잖아요? 지금 누가 잡화점을 하고 있는 거에요?”
“아니. 잡화점은 저녁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해. 매번 그렇게 밤에 고생을 하고 아침에는 10시에 일어나. 아침에는 의뢰를 하거나 백장미를 찍으러 가는 거고, 밤에는 잡화점으로 찾아오는 기묘한 손님들을 대접해서 벌어먹고 있어.”
5시간밖에 안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새벽까지 움직인다. 보통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행동일까? 아무리 나라도 밤에는 8시간 이상을 숙면해야 하는데.
“잠깐만.”
윈디 씨가 뭔가 불길한 것을 감지했는지 나를 다급하게 붙잡았다. 뭐가 잘못 되었는지 표정이 심상치 않게 굳어지기 시작하면서 윈디 씨의 입에서 급하게 이별통보를 내렸다.
“생각해보니까 오늘은 카일 씨에게 전해줄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걸 전하지 못했네! 그러니까 아리엘은 이번 시찰이 끝나면 곧장 켈모리아 학원장님께 돌아가도록 해! 그럼 이만!”
무슨 일인지 묻고 싶어서 입을 열려고 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 윈디 씨를 찾을 방법이 없었다. 내 옆에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윈디 씨는 그렇게 사라지고 없었지만, 학원 안에서 불길한 징조를 감지한 것은 확실했다.
“세피르. 어디인지 찾을 수 있어?”
왼팔에 감겨있는 검은 뱀은 혀를 날름거리며 질문에 답했다.
“윈디라는 여성의 기척은 전혀 찾을 수 없어. 그냥 한 순간에 사라진 바람과 같거든, 하지만 어째서 급하게 사라졌는지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아.”
천천히 떨어져 오는 검은 까마귀 깃털.
고개를 돌아봤을 때는 나에게 날아오고 있는 단검을 막아내는 청년의 모습을 한 세피르가 붉은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오호라? 나름 제대로 기습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주변에 있는 사역마와 신수가 거치적거리는군!”
“너는 잠깐 밖에 나와서 이야기 좀 하자고? 이런 곳에서 난동을 부리면 학원장님께 혼나니까.”
그렇게 말한 세피르 어깨에 이비가 앉더니 크로우와 어느 순간 함께 사라지고 없었다. 오늘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느닷없이 사라져서 내 주변에 고요와 허무함만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나 홀로 윈디 씨를 찾아야 하잖아?”
학원제는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어디선가 지금 사건 사고가 알게 모르게 일어나고 있는 지금. 탈로스 씨에게 텔레파시로 보내고, 켈모리아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봐도 어째서인지 텔레파시가 전부 차단이 되어 있었다.
-피잉! 캉!
인지할 수 없는 사각에서 신기루의 병사가 자동으로 일어난 뒤에, 둔탁한 소리와 같이 마법화살을 튕겨냈다. 내 주변에 있는 기척은 전혀 없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지금은 혼자니까 정신을 똑바로 차려!
분명히 나도 많이 성장을 했으니 이 일을 제대로 해쳐나갈 수 있을 거야.
무고한 사람이 근처에 있으니까, 저들이 자만하고 모습을 드러낼 상황을 만들면 되겠지.
복도를 달리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날아드는 마법화살이 튕겨나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투명화마법과 침묵마법까지 부여가 되었으니, 다른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다치지 않아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따라오려고도 하고, 잠깐 나를 멈춰 세우기 위해 말을 걸어왔지만, 전부 무시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윈디 씨! 어디에! 으웁!”
어느 순간 내 목과 입을 낚아채면서 2층에 있는 여자 탈의실에 끌려갔다. 나는 안간힘을 다해 벗어나려고 했지만 내 귀에서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저항을 그만두기로 했다.
“아리엘. 조용. 지금은 여기서 좀 숨어있자고?”
“윈디 씨?”
윈디 씨 뒤에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학생이 보였는데, 전부 독에 당한 듯이 상처부위가 보라색으로 물들고 있었고, 전에 밀리아가 당한 것과 같은 종류의 독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을 습격한 괴한들은 모두 처리했지만, 저런 괴한들이 사물함에 튀어나올 줄은 누가 상상했겠어? 그것도 여자 탈의실인데 남자 2명이 멋대로 단검을 찔렀는지 비명소리를 먼저 들었거든. 카일 씨는 아리엘 곁에 있으라고 말을 했지만, 그래도 납치당할 것 같은 무고한 희생자는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정말 미안해. 혼자 남겨뒀을 때 나를 욕이라도 했을 것 같아.”
“아뇨. 괜찮아요. 분명 윈디 씨라면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일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게다가 학생 2명을 지켜냈으니 오히려 제대로 된 일을 하신 거잖아요. 지금 독을 보아하니 켈모리아에게 또 상담해서 약을 만들어야 하겠지만…. 그런데 지금 여기에 대기하고 있는 이유는 아직까지 그 잔당이 남아있기 때문이죠?”
윈디 씨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의 정령이 그렇게 알려줬거든. 지금은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들이 밖에 잔뜩 돌아다니니까 나가지 말라고. 사실은 이곳에 있으면서 어떻게 결계를 뚫고 올 수 있는가 생각을 했는데.”
-콰앙!
탈의실 문이 느닷없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검은 로브와 은색의 바람을 형상화한 문양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전에 왔을 때는 저런 옷도 아니었는데 매번 올 때마다 새롭네.
“여기 있군. 우리 동포를 둘이나 죽인 여자가.”
“어린 애들을 추행하면서 단검이나 찌르는 변태들을 동료로 두니까 어쩔 수 없이 죽인 거지. 아니면 너희들도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는 무리인가?”
“죽으면 어떻게 정신을 차려? 바보도 아니고!”
“시끄러워! 어차피 네 년이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서 마법을 부리는 여자란 건 알고 있다. 예들아 주변 공기를 부패시켜라!”
주변 공기를 오염시키는 것만으로도 바람의 정령들이 도망가거나 개체수를 줄여서 힘을 못쓰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게다가 이런 밀폐된 곳에서는 아무리 윈디 씨라도 힘을 발휘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오히려 우리를 바람장벽으로 보호하면서 힘을 쓰고 있는 윈디 씨의 이마에는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천천히 장벽이 줄어들면서 얼마 남지 않은 공격신호를 기다렸다.
그런데 윈디 씨가 나에게 말하기를…….
“카일 씨가 아무래도 한 건 해결한 모양이야.”
“네?”
-챙그랑!
창문 밖에서 들어온 회색의 코트를 나부끼면서 날렵한 몸놀림으로 타도를 든 상태로, 요란하게 들어온 덕분에 마법사들의 오염마법을 끊고는 카일 씨에게 시선이 집중되어있었다. 카일 씨는 나와 윈디 씨. 그리고 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학생들을 보고는 거침없이 타도를 뽑아 외치기 시작했다.
“이프리트여! 나의 검이 되어라!”
카일 씨 몸 안에서 흘러나오는 불길은 타락하고 오염된 공기를 모두 소멸시켜버리고, 새로운 공기가 창문 밖을 통해 빨려 들어오고 있을 때. 앞에 있는 검은 높새바람의 마법사들은 패닉에 빠진 상태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마치 카일 씨가 자신들을 잡으러 온 사신마냥 두려움에 떨면서…….
“제길! 잡화점의 주인이 벌써 오다니! 내가 희생할 테니까! 모두 신입이 만들어 놓은 공간 속으로 도망쳐!”
“안 됩니다! 부장님을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제가 희생하겠습니다!”
앞에서 장벽을 펼친 상태로 최후의 발악을 하며, 다른 이들을 살리겠다는 마법사들을 바라보는 카일 씨의 눈은 일말의 자비심은 존재하지 않았고, 싸늘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했다.
“미안하지만 그 신입은 우리가 구속하고 있다고 전해줘. 아니, 여기서 전부 다 죽을 테니 전하지는 못하겠구나.”
사형선고를 날리듯 가볍게 타도를 허공을 가르는 오른손.
그 후에는 침입자들의 밑에서 곧바로 불길이 솟아오르기 시작하면서, 한편의 지옥을 연상하게 만드는 장면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불길에 고통을 내지르면서도 녹아 내리는 살점 하나 없이 전부 태워서 이 세상에 지워버리겠다는 불의 의지. 한 차례의 지옥이 끝났을 무렵. 작은 불씨 하나만이 남아 침입자가 있었다는 흔적을 남기려고 했지만, 카일 씨는 그것마저도 무심하게 밟아서 꺼버렸다.
“거울까지 매개를 삼을 정도면 어마어마한 공간술사네. 조기에 진압했다고는 말 할 수는 없지만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제압해서 정말 다행이야.”
카일 씨에 대해 아직까지 모르는 것이 많아서 그런지, 방금 전의 모습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도록 차갑고 냉정하게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내가 봐왔던 카일 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적이 아니라 아군이라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정말 멋져요! 카일 씨! 저를 구해준 답례로 뜨거운 키스를…으갸아아아악!”
가차없이 윈디 씨에게 아이언 클로를 사용하는 걸로 보아, 지금은 평상시의 카일 씨라고 생각해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