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24
424
느닷없이 잡화점에 찾아온 사람은 많고 많았다.
“나와 같이 수사의 길에 뛰어들지 않을래?”라고 말하며 황금빛 마탄이나 사방에 뿌리는 하멀 씨라던가. 대체 뭘 보고 온 건지 모르겠지만 ‘쇼콜라 뿅뿅할 시간’에 대해 깊이 고뇌하는 스트레스를 잡화점 문을 발로 차서 풀고 있는 쇼콜라 씨라던가. 아침신문과 육포를 들고 와서 정작 나에게 던지는 건 바위덩어리뿐인 아이니스라던가. 그 외에도 각자 다른 방법으로 등장하고 있었지만, 지금 아우리스 여신 같은 경우에는 데모르테를 찾기 위해 이곳에 협력을 요청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비록 문은 날아가서 수복하고 있는 중이지만.
어쨌든 어깨 안마를 받고 개운하다는 듯이 일어난 아우리스 여신은 내 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했으니. 그 내용을 요약하면 “데모르테를 발견한 즉시 나에게 보고하도록!”이라는 말을......
“천계의 법률을 어기고 사키엘과 내통을 한 데모르테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들의 힘이 필요하니, 이곳에 있는 모든 생명들은 최초의 여신인 나의 말을 듣거라.”
“짐은 마왕이다. 너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노라.”
레시아는 확실하게 부정하면서 훼방을 놓기 시작했고, 아우리스는 “어차피! 마왕의 힘 따위는 기대하지 않거든!”이라고 유치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얼마나 싸울지는 모르겠지만 하얀 사제복을 입고 있는 베가프는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는 그래도 예전과 다른 게 없네?”
“지금 이게 최적의 환경이니까. 무리하면서까지 위치를 바꾸기는 싫어. 게다가 잡화점에 오는 물품이 의외로 다양해서 위험한 것은 나와 가까운 곳에 위치시키는 것이 가장 적절하거든.”
예를 들어 뒤에 있는 붉은 색의 개구리가 동면한 유리병이라던가. 무시무시한 독성을 지닌 약품들은 다른 이들이 만지기에는 어려운 장소에 놓는 것이야말로, 크나큰 사고에서 예방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보통 인간관계에서는 남이 나에 대한 근황을 물었을 때 대답을 했다면, 나 또한 남의 근황을 묻는 것이 대화에 기본이다.
“너는 요즘 어때? 저번에 이상한 일에 휘말린 이후에 창세의 집회였던가? 그게 완전히 붕괴되었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네가 보낸 카렌이 도와줘서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어. 네가 붙잡혀서 어디로 납치 당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꽤나 걱정했어. 나도 찾아가려고 했지만 아랑이 지금은 다른 이에게 맡기라고 해서 움직이지 못했지. 그 이후 창세의 집회는 언제 있었냐는 듯이 사라져버렸고, 크리자리드 추기경도 나중에는 자결한 상태로 발견 되었다고 했고. 사실상 그 사람은 추기경도 아니라면서?”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아우리스 여신과 베가프가 이곳에 있는 이상, 비니스 여신에 대해 무언가 말을 꺼내고 싶어도 섣부르게 꺼내지 못하고, 어째서 사키엘과 말을 한 것만으로도 천계에 있어선 크나큰 범죄가 되는지 물어보았다.
“사키엘은 제가 알기로는 머나먼 옛날에 존재했던 유일한 천계의 대장장이잖아? 그런데 갇혀있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도 천계의 법률에 크게 영향이 미치는 거 같네?”
그렇게 베가프에게 떠보듯이 이야기를 하고 나의 눈은 아우리스 여신을 곁눈질을 잠깐 하며 미끼를 물도록 유도했다. 보통 민감한 이야기 같은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경계를 받지만, 다른 이를 통해 돌려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에는 그 경계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아우리스 여신의 성격이라면 분명 고지식하고 자존심 높은 성격으로 인해, 베가프 대신 대답을 해줄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카일.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키엘은 천재적인 대장장이인 것은 확실하나, 그는 다른 신들보다 더 지휘를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기이한 장신구를 만들었지. 그걸 아르트리옴이 발견하고 미연에 방지함으로 지금의 천계가 존재하고 있는 거야. 탐욕으로 인해 물들어 타락한 사키엘과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전염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와 내통을 하는 존재들을 전부 천계의 유일한 감옥 ‘천상의 탑’에 가두는 거지. 인간은 인간의 문제가 있듯이 천계에도 위태로운 일이 많이 있어.”
사키엘이 무슨 세균맨도 아니고...
“그러면 데모르테를 쫓고 있는 이유도 타락에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겠네요?”
“여신들은 모두 중요한 직책이 있는데 그게 타락하게 되어 기능을 못하게 되면, 크나큰 피해가 생기기 마련이야. 데모르테 같은 경우에는 운명을 관장하는 여신이기 때문에 그녀가 타락을 하면, 비틀어진 예언으로 인해 고통 받는 것은 천계뿐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들이기에, 지금은 그녀를 잡아서 봉인을 해야만 해.”
“그럼 그 빈 공석은 어떻게?”
데모르테가 봉인조치를 받으면 그 공석은 다른 신으로 대처하게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한 시스템이니까.
“그야...”
나를 빤히 보는 것으로 보아 뭔가 꿍꿍이를 숨기고 있구나.
“전 안 돼요.”
“칫.”
이 여신이 정말...
“카일도 좋은 여신이 될 수 있다고?”
“남자거든요?”
“여장을 하면 아무도 못 알아볼 거야.”
“데모르테를 추방하는 원인이 사키엘과 이야기를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냥 저를 여장을 시키려고 하는 이유도 있죠?”
사테라 씨의 몸을 빌린 아우리스 여신은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가, 6장의 날개를 활짝 피기 시작하더니 권위적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카일은 나의 말을 듣고 여장을 하거라!”
“싫다니까요!”
“이상하다. 대부분의 인간은 모두 내 말에 복종을 하는데?”
곤란하다는 표정과 혼란스럽다는 분위기가 이리저리 섞여버린 아우리스의 언동에, 내 옆에 있던 레시아는 “크크큭!”하고 웃어 보이며 아우리스를 질타하기 시작했다.
“바보 같은 여신이여. 모든지 권위와 권능으로만 조종할 수 있는 남자라고 생각했는가? 애석하게도 주인의 정신방어는 너무나도 견고해서 수많은 유혹을 전부 뿌리치는 바람에, 짐과 비둘기가...”
“올빼미 입니다.”
시나는 여전히 그 부분에 태클을 거는구나.
“아무튼 잡화점 멤버가 물리적으로 습격을 해야지만 정복할 수 있는 남자이니라!”
그거 전혀 대단하지 않게 들리는데...
“어째서 인간이 여신의 권위와 권능을 부정할 수 있다는 거지?”
아우리스 여신의 눈에서는 놀라움이나 경악보다는 공포나 두려움이 돋보였다. 아무래도 모든 인간들은 천계의 존재가 권위와 권능을 일으키면, 그것을 부정하지 아니하고 기적으로 받아들이게 설계라도 되어있는 건가?
“저는 예전에 월식에게 침식을 당한 적이 있으니, 그 영향으로 뭔가 관점이나 가치관이 바뀐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내가 그런 식으로 입을 열었을 때. 아우리스 여신은 “그, 그런가. 한 때 월식이란 존재는 확실히 거북할 정도로 짜증난 녀석이었지.”라고 중얼거리며 넘어갔다. 질문하는 것 하나 이렇게 긴장되고 박진감이 넘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아우리스 여신은 잡화점 문 쪽으로 나아가면서 베가프는 그 뒤를 따라 나아갔다.
“그럼 나는 가도록 하지. 그리고 마왕. 언제까지 카일을 타락으로 물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마!”
“아니. 타락에 물들지도 않는 주인을 어떻게 짐이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러고는 겨우 수복이 완료된 문을 다시 날려버리고 나간 아우리스 여신과 베가프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왠지 눈물을 흘리면서 문을 다시 수복하고 있는 듯한 잡화점의 모습을 10분간 더 지켜본 후에, 데모르테는 2층 계단에서 천천히 내려와 한숨을 내쉬고 말하기를...
“정말 너무하네. 사키엘은 타락에 물들지도 않았는데, 마치 전염병에 걸린 보균자취급을 하다니.”
“이상하네요.”
“그렇지. 이상하지? 아우리스는 항상 이런다니까?”
아니. 내가 이상하다는 것은 지금 아우리스의 성격과 태도가 모순 되었다는 점이었다. 지금은 따로 말할 내용이 아니기도 하고,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아서 그냥 넘어가기로 해야겠으나, 아우리스 여신과 접촉을 하면서 이와 같은 위화감이 생기면 그때 멤버들에게 상의하도록 해보자.
“아우리스 여신은 고정관념이 강한 편인가 봐요? 천계의 규율을 저지르면 무조건 타락에 빠진다거나 그런 거 말이에요.”
“아우리스는 자신의 아버지인 창조신을 잘 따르니까. 하지만, 규율을 저지른다고 해서 무조건 타락에 빠진다는 것은 아냐. 그건 아우리스도 잘 알 텐데 말이지. 어쩌다가 저렇게 꽉 막혀버린 성격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어.”
나는 잠깐 생각의 늪에 빠지기 시작할 무렵. 루시피나는 잠깐 나를 끌어당겨서 주방으로 끌고 갔다. 레시아와 시나는 무슨 일인지 궁금한 표정으로 날 보면서도 따라가지 않는 것은 루시피나를 어느 정도 존중하고 있는 모양이다.
“신랑. 이상해. 뭔가가 잘못 되었어.”
“뭐가요? 요리가 이상해요?”
“아니! 레시피는 완벽하고 요리가 이상하다는 소리가 아냐. 아우리스 여신이 왜 이곳에 내려왔냐는 거야.”
“그야 베가프가 끌고 왔으니까요.”
루시피나는 홍옥의 눈빛으로 나의 눈과 가까이 마주하며 속삭였다.
“그럼 아우리스 여신은 어째서 데모르테가 이곳에 있을 거라고 의심을 한 건데?”
“아마 천계에 있는 엘티노스 때문이겠죠. 저번에 데모르테를 데리고 오기 위해서 이곳으로 온 적이 있잖아요. 게다가 이곳은 엘티노스를 제외하고는 다른 여신이 함부로 볼 수 없는 대결계가 작동하고 있으니까. 이곳에 뭘 숨겨놨다고 해도 작동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루시피나는 나의 추측을 듣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아우리스는 처음부터 이곳에 데모르테가 있다고 확신한 거야. 게다가 데모르테를 붙잡기 위해서는 상급여신의 힘이 필요하니까. 아우리스가 직접 붙잡으러 이곳에 온 거라고? 다른 곳은 전혀 찾지 않고 이곳에만 찾아와서 조사를 한 가능성이 있어.”
루시피나는 확신이 가득 찬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고 그녀의 말에 나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렇게 듣고 보니까 처음부터 아우리스는 잡화점으로 찾아가기 위해 베가프까지 끌고 다니면서 이곳으로 도착했으니까.
“처음부터 노렸다고 한다면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공범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의외로 조심스럽게 생활하라고 데모르테에게 일러둬야겠어요.”
나는 루시피나의 붉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 대신에 빈틈을 짚어줘서 고마워요. 루시피나.”
“별거 아닌걸. 에헤헷!”
수줍게 기뻐하고 있는 루시피나의 모습을 보며 나도 살짝 웃었다.
“마스터. 둘이서 무슨 밀약을 했길래 그리 즐거워 보이십니까?”
“루시피나. 새치기는 하지 말지어다.”
역시 빈틈을 보이면 찌르고 들어오는 질투의 업화가 나를 소름 돋게 만들었을 때. 데모르테도 그 사이에 껴서 “그냥 사이 좋게 4명이서 노닥거리면 되잖아?”라고 말을 했다.
4명이서 뭘 노닥거려.
이제 물품 정리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전에 데모르테는 한동안 숨어 살아야겠어요. 아우리스는 이곳에 계속 들어와서 확인할 것 같거든요. 아니면 따로 도망갈 곳이라도 생각해두셔야 다음 추격에서 피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데모르테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가리키며 왼손은 자신의 가슴 위에 살짝 얹고 입을 열었다.
“때가 되면 다 그리 할 거야. 운명의 여신은 이미 모든 걸 보고 있다고?”
그 당당한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는 나머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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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우리스 교에 대해서 좋은 말씀을 전하러 왔[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