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80

FNL-Phantasm 2017. 5. 2. 10:07

80

 

 

 

5월이 다가오면서 체육대회에 대한 일정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정보에 모두가 긴장을 하고 있었다. 마법학원에서는 체육대회가 아니라 마법대회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달리고, 점프하고, 잡고, 휘두르는 거라면 체육이 맞기도 한 듯 했다. 아무튼 체육대회와 동시에 학원제가 운행되기 때문에, 마법 기동반은 학원 내부의 경비와 귀빈들의 경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아직까지 검은 높새바람이 밀리아와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몰래 기록하면서, 몰래 감시를 하고 있는 나는 그 뒤에 있는 사람에게 감시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리첼. 내 뒤에서 스코프를 통해 바라보는 것은 그만해줄래?”

 

복도 저 멀리 리첼이 듣도록 크게 이야기 한 것도 아니고, 평상시처럼 조용히 말을 꺼내기 시작했는데, 자신의 이름을 듣고 기뻐하며 달려오는 강아지처럼, 먼지를 휘날리며 뛰어오기 시작했다. 저격수의 신체조건은 눈이 많이 좋아야 한다고 했는데, 설마 내 입술의 움직임만으로 알아 들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내 앞에서 스코프를 통해 바라보는 것도 안 돼!”

 

스코프로 본다는 의미는 총구를 내 쪽으로 향한다는 의미니까. 리첼은 나를 저격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지만,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무기로 나를 겨누고 있으니 기분은 좋지 않았다.

 

아리엘은 깐깐해.”

 

어디가!”

 

가까이 가서 안으려고 하면 안지 말라고 하고 멀리서 바라보면 보는 것도 안 돼.”

 

그냥 평범하게 옆에서 서 있으면 되잖아.”

 

서서히 꿀벌들이 날아드는 따듯한 날씨에 계속 껴안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덥고 불편해서 소리를 친 결과가, 언제든지 나를 쏠 준비가 되어있다는 듯이 조준하고 있는 리첼의 총이었을 줄이야.

 

옆에서 같이 있으면 돼?”

 

그래.”

 

리첼은 멍하게 있는 연갈색의 눈동자가 나를 뚫어져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아리엘이 목욕할 때도?”

 

솔직히 말해. 호러 소설을 보고 그거 따라 하는 거지?”

 

리첼이 보고 있는 소설 중에 숟가락으로 살인을 하는 소설이 있는지 확인을 해봐야겠다. 내가 리첼에게 평범하게 옆에 서있으면 괜찮다고 해도, 리첼의 하루의 일과를 모두 내 옆에 서 있는 걸로 하겠다는 생각은 너무 극단적이니까.

 

오늘도 리첼 때문에 수고가 많네.”

 

학원복장을 입은 밀리아는 양 옆에 부회장, 풍기위원과 같이 동행하면서 내부를 둘러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정교하게 설계를 한 금발과 벽안의 조화. 남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과 더불어 뛰어난 몸매까지 결합을 하면, 장래가 매우 기대되는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리첼 때문에 고생이 많은 걸 알면 밀리아가 데려가.”

 

그래도 켈모리아 학원장님의 명으로 마법 기동반으로 옮겨졌는데 어떻게 해?”

 

탈로스 씨가 멋대로 켈모리아에게 말하는 바람에, 리첼도 나와 같은 검은 망토를 두르게 되었다.

 

애초에 다른 아이들도 마법 기동반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잖아? 켈모리아의 사설 병단이기도 하고, 거기에 들어가면 내신은 더불어 자기소개서를 쓰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니까.”

 

마법 기동반에 들어가는 조건이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지만, 켈모리아가 직접 게시판에 공지를 해야 들어갈 수 있다는 조건이 붙는다. 미묘하게 까다로운 켈모리아의 심사를 거쳐야 하므로, 리첼의 경우에는 낙하산이라고 불려야 하겠지.

 

오늘은 학원제가 잘 진행되는지 보고 있는 거야?”

 

외부에 손님이 오는 건데. 제대로 꾸며놔야지. 기동반은 학원제를 즐기지 못하고 항시 대기상태에서 학교 외부 순찰과 귀빈들을 경호하는 역할이잖아? 풍기위원들이 그나마 학원제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밀리아는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런 말을 듣기 위해서 마법 기동반이 귀빈들을 경호하는 역할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들 중에서도 검은 높새바람에 관련된 사람들을 찾으라는 임무를 부여 받았으니. 마법기동반은 나름대로 또 하나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셈이었다.

 

나는 켈모리아 옆에 하루 종일 붙어있어야 해. 적어도 축제가 끝나기 전까지는….”

 

비서라는 직함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 켈모리아는, 귀빈들의 경호임무에서 나를 제외하고 하루 종일 내 비서역할을 수행하라고 했었다. 그래서 리첼이 그걸 듣고 축제날에 하루 종일 나를 못 만나서 이러고 있는 건가?

 

오오! 미스 아리엘! 찾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과장된 몸짓을 하며 의외로 여학생들에게 인기 좋은 탈로스 씨는, 성급하게 다가오며 언제나 부드러운 목소리를 높였다.

 

학원장님께서 저에게 숙취해소에 좋은 약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왠지 모르게 아리엘이라면 무조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받아오라고 했거든요.””

 

나는 상의에 있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서 약 하나를 꺼냈다. 탈로스 씨는 내가 주는 약을 양손으로 공손히 받는 듯 하다가 살며시 내 손을 붙잡고는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 정말 아리엘은 천사에요. 숙취해소를 위해서 약을 가지고 올지, 두들겨 맞을지 선택하라는 학원장님의 모습은 정말로 무서운 거 있죠. 학원장님께 맞으면 뼈와 살이 분리되는 것 같아서 정말 싫은 거 있죠?”

 

알았으니까! 손은 좀 놔주시죠!”

 

울먹이며 나를 바라보는 탈로스 씨는 정말 선생님이라는 직함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방면에서 굴려지고 있는 추세였다. 특히 켈모리아가 최근에 마법 기동반을 들리기 시작하면서, 탈로스 씨가 나에게 붙어서 불순한 행동을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어디서 듣고 오는지 켈모리아의 발차기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 보드라운 손에 치유를 받고 하루를 진행할 수 있으면 설령 지옥이 있더라고 행복할 거에요.”

 

그만 손 좀 놓으라고요!”

 

밀리아와 그 옆에 있는 사람들도 어처구니 없는 눈으로 보고 있었고, 리첼은 적응이 되었는지 무표정으로 탈로스 씨의 어리광을 실감나게 관전하고 있었다. 크고 넓은 두 손이 굳건하게 붙잡으면서 자신의 뺨에 가져가 내 손등에 비비고 있을 때.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내 바로 앞에 들리기 시작하면서, 거기에는 켈모리아가 유연해 보이는 하얀색의 차이나 드레스 같은 걸 입고 있었다. 치마에는 푸른 용이 그려져 있었고 공중에 떠오른 약을 붙잡아서 자신의 입에 넣었다.

 

도대체 약을 받아오라고 했더니 얼마나 걸리는 거람. 어머나? 아리엘. 탈로스 선생님은 못 봤니?”

 

탈로스 씨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걷어차버린 걸 보면, 숙취로 인해 꽤나 많이 고생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벽에 틀어박혀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탈로스 씨의 몸을 보고, 지금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죽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도, 켈모리아는 탈로스 선생이 왜 이렇게 늦지?”라는 말을 하고 있었으니. 나는 아무 말도 없이 벽에 박혀있는 탈로스 씨를 가리켰다.

 

어라? 무슨 일이지? 최근에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벽에 머리를 틀어박을 정도로 자해는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아니. 당신이 찼다고...

 

그보다 그거 차이나 드레스 맞죠? 제가 알기로는 이 세상의 물건이 아닌데. 어떻게 그걸 입고 있는 거죠?”

 

이거? 저번에 네가 레이나의 남편에게 받아온 선물에 껴있었거든. 그보다 레이나 씨의 남편도 보통은 아니더라고. 작은 상자에서 여러 가지 선물이 나오는 걸 보고 4차원 선물상자라고 생각했으니까.”

 

그 중에 차이나 드레스를 가져왔다는 소리인가?

그래도 그 작은 상자 안에서 차이나 드레스가…….

잠깐? 왜 그걸 집어 넣은 거지?

 

아무튼 아리엘은 나를 따라오고 나머지는 하던 일 계속하도록 해.”

 

모두가 대답을 하고 있을 때 나의 마음속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켈모리아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었을 때. 나에게 문득 입을 열었다.

 

그보다 이 옷은 차이나 드레스라고 부르는 거야?”

 

확실히 이곳에 없는 잡지식들은 내 머리 어딘가에 내장되어있으니까. 차이나 드레스라고 한 눈에 알아본 것은 아마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

 

켈모리아가 입고 있는 옷은 다른 세계에서 온 옷이니까요. 이상하게 저에 대한 기억은 막혀있으면서도 이런 잡지식은 왜 안 지워졌는지 의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나의 칭찬에 켈모리아는 허리를 살짝 숙여서 포즈를 취하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리엘이 봐도 반할 것 같아?”

 

아뇨.”

 

매정하게 즉답을 하는 것이 켈모리아에게 도와주는 일이라 생각하고 0.2초 안으로 대답을 했다.

 

반할 것 같다고 말해줘~”

 

싫어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 저 멀리서 은색의 중갑을 입고 뒤에는 거대한 방패를 짊어진 체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여기사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리엘!”

 

트릭스 씨? 여기는 대체 어쩐 일로?”

 

앞머리에는 꽃 모양의 머리핀을 하면서 나에게 뛰어오고 있을 무렵. 나는 뒤늦게 이 사람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항상 여기사라고 먼저 소개해서 미안할 따름.

 

제대로 고쳐서 설명을 하자면 트릭스 씨는 방패의 기사로 성별은 남성이다.

 

그래도 여장을 시킨다면 누구나 다 여자라고 속아넘어가겠지.

 

켈모리아 학원장님. 잠시 아리엘을 빌려가도 될까요?”

 

아리엘을? 의외인데? 대체 무슨 일로 빌려간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거야?”

 

나는 다양한 사람에게 물품취급을 당하는 것 같은데?

 

요즘 빅터가 기운이 없어서요. 아리엘이라도 보면 왠지 기운이 날 것 같거든요.”

 

내가 보기에는 아리엘이 아니라 트릭스 양이 직접 간호해주면 될 것 같은데?”

 

전 남자인데요…?”

 

켈모리아마저 성별이 헷갈린다면 말 다했다.

 

. 미안해. 꽃 모양의 머리핀 때문에 성별이 헷갈렸어. 아리엘은 볼일이 끝나면 곧바로 도서관에 돌아와서 나에게 보고할 것. 그러면 해결하고 와~”

 

혼자 뒤를 돌아서 가고 있는 켈모리아의 모습을 확인한 뒤에, 트릭스 씨에게 맨 처음으로 걸고 넘어질 것을 입에 올렸다.

 

그 머리핀은 어디서 났어요?”

 

. 아까 전에 켈모리아의 말 대로 빅터의 기운차리라고 동료들이 이걸 주더라고. 보기 좋게 실패를 해버렸지만, 그래도 아리엘이라면 미지의 매력으로 빅터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해.”

 

자고 있는 거에요?”

 

자신의 약혼자에 대한 소식을 찾았는데. 발견한 것은 이름도 모를 무덤이었다고 하더라고. 아직까지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뛰었는데, 이제는 빅터에게 있어선 삶의 목표와 희망을 단번에 잃어버린 셈이니까.”

 

결국 비극을 맞이한 빅터는 기운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충격에 빠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진 듯 했다.

 

제가 가서 뭘 해야 할까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이런 건 여자가 더 잘 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트릭스 씨도 잘 할 것 같은데요?”

 

아니. 나는 남자라니까?”

 

머리핀 때문인지 몰라도 나도 모르게 트릭스 씨의 성별이 헷갈렸다.

오히려 이 사람이 남자라는 그 사실이 더욱더 괴롭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트릭스 씨는 나의 손목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우선 무장을 하러 가볼까?”

 

, 무장이라뇨?”

 

남자는 시각적인 것에 약하니까 지금의 아리엘의 옷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옷을 입어보는 것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 다양한 옷을 빌려 입을 수 있는 가게로 가자.”

 

다양한 옷을 빌려 입을 수 있는 가게가 이곳에도 있다니?

다양하다는 것은 품목이 많다는 소리이니까…….

 

왠지 옷 갈아 입히기 지옥이 시작될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