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60

FNL-Phantasm 2017. 4. 11. 03:09

60

 

 

 

한 차례 소동이 일어난 다음에 벌어지는 행동은, 모든 인간이든 동물이든 복구를 하거나 보강을 하는 일이다. 지난 날의 일을 나침반으로 삼아 나아갈 길을 확인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반성하며, 자신이 잘한 일은 다음에도 사용하기 위해 기억에 남긴다. 마법학원에서 벌어진 일 중에 우리가 잘못 한 것이라고 한다면, 검은 산들바람이라는 단체가 파견한 스파이의 존재. 켈모리아가 고전한 이유 또한 스파이들의 공작이 가장 컸다.

 

여전히 대결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네요. 그럼 켈모리아가 날려버린 그 50명중에 49명은 이곳에서 위조된 학생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고요.”

 

나는 품속에서 내 얼굴사진이 있는 학생증을 꺼냈다. 마법학원만 유일하게 학생증이 있어야지만 통과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는데, 잃어버려도 주인에게 돌아오는 귀환마법이 걸려있으니 분실걱정은 전혀 없다.

 

위조된 학생증도 그렇고, 위조된 부모님도 그렇고, 의외로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더 문제야. 예상보다 스파이가 많기도 하고, 다른 학원 지부에서 배치 되어있는 인원은 어림잡아 20명 이상이라고 생각해. 문제는 검은 산들바람의 본진이 어디에 있냐는 거지.”

 

본진이요?”

 

켈모리아는 내 옆에서 터무니 없는 말을 꺼냈다. 아니, 터무니 없는 말은 아니지. 우리는 뭣도 모르고 습격을 당한 입장인데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적어도 이 땅에서는 보이지 않거든.”

 

켈모리아는 커피잔을 느긋하게 한 손으로 잡으며 입을 열고 추축을 했다.

 

역사학원장님께서 아실 거라고 생각하니 직접 물어보러 갈 거니까. 아리엘은 기동반으로 돌아가지 말고 도서관에 남아서 내 일을 처리해줘.”

 

잡일이라면야 상관없어요. 그보다…….”

 

나는 슬슬 먼 미래의 일보다는 지금 당장 닥쳐온 일에 대해 입을 열기로 했다.

 

제 허벅지에서 손은 때시죠.”

 

요즘에는 날로 갈수록 성희롱에 대한 기술이 늘어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 범죄자의 영역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건지. 다짜고짜 내 옆에 앉아서 커피잔을 들고 다른 손바닥으로 내 허벅지의 윗부분을 쓰다듬고 있었다.

 

괜찮아.”

 

제가 괜찮지 않아요! 무엇보다 언제까지 쓰다듬을 거에요!”

 

아리엘의 성분이 충전될 때까지?”

 

헛소리하려면 다른 곳에서 하시죠!”

 

켈모리아는 나의 외침을 커피를 마시면서 무시를 하고, 세피르는 그저 내 뒤에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 결과적으로 켈모리아는 지금 공석이니까, 내가 켈모리아의 잡일을 대신 처리하면서 자리를 지키라는 내용의 일인데…….

 

그러면 뽀뽀해줄래? 요즘은 잘 다녀오라고 뺨에 뽀뽀를 해주는 것이…….”

 

당장 가요!”

 

켈모리아는 볼멘소리를 내며 투덜투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난 다시 돌아온다.”

 

마법진 밑으로 가라앉고 있는 켈모리아는 비장한 눈빛으로 오른손을 위로 쭉 뻗으며 엄지손가락을 세우고는 계속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할 이야기가 더 있을까?’라고 생각할 무렵. 켈모리아는 또 다시 한번 말을 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다녀왔다는 키스를 받기 위해.”

 

그런 거 없으니까. 제발 좀 가라고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켈모리아에게 태클을 걸고 나서 잠깐 두통에 머리를 누르는 동안, 세피르는 굳게 닫았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야. 학원장님은 정말 젊게 사신다니까? 아리엘에게 응석을 부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잖아?”

 

이렇게 보면 누가 어린애고 누가 어른인지 잘 모르겠어. 그보다 세피르 다른 사람들의 꿈속에 침투해서 알아보라는 것은 다 알아본 거야?”

 

그 많은 사람들의 꿈을 내가 한번에 침투해서 알아낼 수는 없어. 나에게도 한계란 것이 있다고? 적어도 4명의 꿈속에 침투를 한 결과 아직까지는 성과가 없거든. 그보다 아리엘이야 말로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상처가 완전히 다 나은 건 아니잖아? 주먹 한방 맞았다고 갈비뼈가 날아갔다 하지 않았어?”

 

금이 살짝 간 것뿐이야. 그마저도 나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니까. 하룻밤 사이에 치유가 됐거든. 마신의 피를 이어받아서 그런지 그런 면에서는 편하더라고.”

 

마신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마신이 그러더라. 그것 때문에 계속 청혼하려고 하고, 지금 내 앞에까지 와서 사랑해요 아리엘!”이라는 문구를 스케치북에 들어서….”

 

잠깐? 내가 뭐라고 말한 거지?

 

세피르? 내가 방금 뭐라고 말했어?”

 

마신이 뭐라고 한 것까지 들었는데?”

 

내 전방에 느긋하게 앉은 남성 하나가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세피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내 눈에는 검은 정장 왼쪽 가슴에 장식 되어있는 은색의 해골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아르트리옴! 당신은 왜 여기까지!”

 

그야. 아리엘이 안 와서 심심하거든.”

 

명계를 산 사람이 어떻게 가요!”

 

세피르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나의 행동에 이해가 되지 않는 눈빛이었다. 평상시에 귀신이 보이는 사람이 다른 일반인들과 같이 있는 답답한 기분이 바로 이것일까? 나만 특별한 것이 보인다고 해서 정말로 이득이 될 건 단 1%도 없었다.

 

그건 그렇고. 여기가 아리엘이 다니는 학교라. 으음, 나는 아리엘의 오빠로 와도 될까? 같이 학원 로맨스를 찍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는데? 물론 주역은 나야.”

 

누가 내 오빠에요! 애초에 그런 장르는 라이트 노벨에게 부탁하시죠!”

 

피를 나누지 않았으니까, 결혼 해도 된다고?”

 

시끄러워요!”

 

오라버니라고 한번만 해줄래?”

 

좀 닥치지 못해요?”

 

서서히 내 말이 험해가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인내심을 어디까지 끌고 올라가게 할 것인지, 아르트리옴은 계속해서 나의 신경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나라도 옆에 있으면 다음에 이상하고 나쁜 사람들이 찾아와도 확실하게 보호해줄 수 있는데?”

 

그럴 바에는 저 혼자서 해결하는 것이 나아요!”

 

아리엘? 대체 누구와?”

 

조용히 해! 세피르!”

 

세피르는 영문도 모르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세무룩.”하고 한마디를 꺼냈다. 의문의 1패를 당한 세피르가 가엽다고 생각은 하지만, 지금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이비는 보여?”

 

?”

 

아무래도 이비마저 아르트리옴이 보이지 않는 모양. 마신이라는 자는 자신 마음대로 몸을 숨기고 드러낼 수 있는 걸까?

 

그나저나 옆에 있는 건 신수의 알에서 깨어난 생명과 최상급 인큐버스를 소유하고 있구나? 아리엘에게 이렇게 많은 경쟁자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군. 역시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내가 아리엘의 의남매로 나와서 견제를 해야.”

 

마신이라면서 할 것도 없나요?”

 

저 평화로워 보이는 마신에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잡일이라도 다 던져버리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사이에 내 옆에 빈자리에 앉아있는 상태로, 나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들어 올려 향을 맡는 행동을 하더니, 변태적이고 저질스러운 감평보단 다른 말을 듣게 되었다.

 

흥미롭군. 의외로 적합률이 높아서 말이야.”

 

적합률이라뇨?”

 

마신의 피 말이야. 하긴, 적합률이 낮다면 그런 지옥 같은 장소에서 탈출하지도 못했겠지.”

 

지옥 같은 장소?

 

당신은 저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는 건가요?”

 

아르트리옴은 글쎄?”라고 말하며 훈훈하게 웃었고, 나는 그 모습에 열이 받쳐서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고 싶었다. 내가 기억을 봉인하기 전에 나를 지켜볼 수 있는 자라면, 결국 같은 마신 밖에 없지 않을까?

 

지금은 제가 알기에는 꽤나 위험한 내용인가 보죠?”

 

아르트리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천천히 끄덕여서 실질적으로 20초의 시간을 들여서야 다시 본래의 위치로 고개를 돌렸으니까. 나무늘보처럼 움직여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피르는 이윽고 놀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라! 보인다! 아리엘에게 잠깐 시야를 빌렸더니 이제서야 보이네.”

 

세피르는 나와 동일한 장소를 바라보며 아르트리옴의 존재를 드디어 확인했다. 세피르와 나는 계약을 맺었으니까, 서로에 대한 능력을 공유하는 것은 맞긴 해도, 시야마저 공유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안뇽! 난 마신이얌!”

 

그건 남자에게도 소용 없어요!”

 

. 나중에 다른 걸 시도해야겠군. 아무튼 반가워 인큐버스여. 혹은, 나의 피조물이여.”

 

자신의 검은 새집머리를 오른손으로 억지로 휘날리게 하며 잘난 척을 하듯 세피르에게 인사를 보냈다. 여전히 신기하다는 듯이 보고 있는 세피르의 붉은 눈동자가 말하기를….

 

마신님! 마신님! 저도 마왕이 될 수 있을까요?”

 

안 돼.”

 

소라고동이 생각나는 대화였다.

거의 즉답으로 날아온 터라 제대로 대답해줄 생각도 없었겠지만, 세피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와! 진짜 마신님이야!”라며 감탄했다. 순진한 아이를 보는 검은 눈동자를 지닌 아르트리옴은 세피르에게 시선을 때고 나를 보며 말했다.

 

아무튼 아리엘은 귀중한 나의 부인이니까. 내가 지켜야겠지?”

 

어라? 마신님? 아리엘은 제 아내인데요?”

 

찰나의 엇갈린 의견은 이윽고 서로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오호라? 나의 피조물이여? 지금 누구의 부인을 넘보는 것이냐?”

 

신은 그저 지상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 저희 둘의 모습이나 지켜보는 것이 업무 아니던가요?”

 

세피르는 의외로 말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성격이니까, 계속해서 자기 주장을 이리저리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내 예상에는 앞으로 3분 뒤에 싸움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아리엘은 기나긴 과거의 연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나의 부인으로 맞이하게 되어있거든!”

 

마신님은 아리엘에게 키스해본 적도 없죠! 저희들은 이미 그만큼 진도를 나아갔다고요!”

 

너 때문에 나의 아리엘이 더럽혀지기 전에 당장이라도 구출해야겠군! 아리엘! 당장 짐 싸! 명계로 가자!”

 

애초에 인큐버스인 제가 아리엘의 몸과 마음을 전부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데요? 그렇지? 아리엘?”

 

나는 지금 저 두 사람 때문에 양손으로는 머리를 쥐어 싸서, 지금 당장 저 둘을 내 시야에서 안 보이는 곳으로 보내버리고 싶은 기분만 한 가득 쌓여있었다. 아직까지 켈모리아가 남긴 결제서류는 절반도 해치우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좀 길게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 소녀 만화에서 보았을 때는 상당히 정상적인 이유로 여자 주인공 하나를 놓고, 남자 주인공들이 서로 독차지 하기 위해 싸움을 하는 것을 보며, 여자 주인공의 억장이 무너지는 애절한 장면이라면, 지금 나의 상황 같은 경우 혼자 있고 싶습니다. 다 나가주세요.”라는 말이 지금 내 입 밖으로 나오기 직전이었다.

 

어제 습격을 당해서 죽을 뻔한 적이 아예 없었던 일처럼 평상시의 혼돈으로 돌아온 세상을 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들어 피곤함에 무거워진 두 눈을 뜨곤 세피르와 아르트리옴을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세피르. 아르트리옴.”

 

내가 둘을 호명을 하자마자 아르트리옴이 먼저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역시 나지! 아리엘!”

마신님은 좀 빠져요! 아리엘! 나를 선택할 거지!”

 

둘 다 나가.”

 

한쪽을 선택하라고 나에게 2가지의 선택권을 준다면,

둘 다 버리는 방법도 현명한 선택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