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99
399
조각상이 히든싱어를 위해서 혼자 노래연습을 하라고 놔두고, 이동할 수 없는 주제에 나에게는 머리가 장식이냐고 독설을 퍼붓고, 정작 본인은 생각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잡화점으로 돌아와서 처리해야 할 문제는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다크 썬 카니발로 인해 몬스터들의 침공이 시작되면서 용사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 위험이 되기 시작했는데, 몬스터가 침공을 했을 때는 상황이 기묘하긴 한데...
리베리티아 고원에서 어깨를 잡고 강제 열차놀이를 시작해서, 뉴 이브센티아를 거치고 파이론쪽으로 오기 때문에, 직접 때리거나 마법으로 날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저 몬스터가 파이론으로 오지 않도록 문을 막아버리는 것뿐이었다. 본래 이와 같은 방어태세는 만월에 한번씩 일어나는 일이다.
“마나 열차로 그냥 싹 밀어버리면 안 되나? 이래선 잡화점 밖으로 못나가잖아? 다행히도 역사학원장님이 있는 집무실까지는 사키엘의 문을 통해 곧바로 갈 수 있지만, 한동한 이곳에 가만히 틀어박혀서 나오질 말아야겠네.”
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묘하게 시선이 무서운데요. 레시아와 시나?”
시선이 무섭다는 의미로는 두 가지가 존재하는데, 하나는 정말 무섭게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과, 다른 하나는 뭔가 많은 메시지를 쏘아 보내는 애정 가득한 눈빛이라고 할까. 저 눈빛의 메시지를 다 해독하려면 6만년의 세월이 걸릴 정도로 정보처리의 양이 많았다. 아무튼 지금 레시아와 시나는 동물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웃으면서 말 없이 바라보는 그런 것?
가장 시끄러워야 하는 저 둘이 조용하게 나만 바라보니, 이건 나름대로의 공포물로 변하고 있는 추세였다.
“음? 그건 주인의 기분 탓이니라. 짐은 주인을 계속해서 애정과 연민과 소금과 설탕이 한 가득한 눈으로 보고 있으니까. 그래서 주인은 언제쯤 일이 끝나는가? 마왕성에서 다크메터라도 먹어야 하지 않는가?”
요염하게 붉은 빛을 내비치고 있는 눈동자가 너무 반짝이다 못해, 내가 레시아의 눈동자를 봐도 선명하게 내 얼굴이 반사되고 있었다.
지금도 무서워.
너무 무서워.
하지만 나는 태연하게 고개를 돌리면서 입을 열었다.
태연한 척이라도 해야 추가적으로 뭔가가 날아오지 않을 것 같으니까.
“요리 안에 들어갈 것이 시선에 다 들어가있어서 이미 배부르네요. 그리고 누누이 말했지만 다크메터는 요리가 아니라고요? 그거 먹으면 사람은 죽어요! 그리고 어째서 레시아가 저를 꼬시는 구도로 변하고 있는 건데요?”
분명 뺨에다 뽀뽀를 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마스터. 오늘 천계에서 심판자의 정화하는 모습을 시연한다고 합니다. 같이 가서 구경하면서 구름이나 먹도록 하죠.”
무표정이지만 눈은 생기발랄한 시나가 나에게 입을 열었다.
“애초에 구름은 솜사탕 맛이 아니라고 시나. 그보다 내가 천계에 가서 심판자의 정화하는 모습을 본들 그리 좋은 구경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뺨에 뽀뽀를 한 것뿐인데, 지금 내가 스킨쉽에 대해 마음을 열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인가? 평상시에는 스킨쉽이라는 자체를 잘 안 하려고 하다 보니, 오늘에 와서 뭔가 좀 터질 위험이 보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나는 사전에 차단을 하고자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는데 너무 거리가 가까워...
“뭔가요. 둘 다. 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것 같은 그 눈빛은?”
“가끔은 우리에게도 애정을 줘보거라.”
“가끔은 마스터가 저희들을 사랑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뭐라도 조금만 잘못 말하면 대폭발이 일어날 것 같은 이 관계도. 그야 저 둘의 청을 받들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면, 솔직히 말해 절대적으로 건전하게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이 방법은 여러 친구들이 보고 있으니까 무리.
“애당초에 영겁의 노래에 대한 분석이 끝났는지 아닌지 토리스 씨에게 먼저 가봐야 한다고요.”
“안 끝났을 것이다!”
“그렇게 즉답하지 말라고요! 레시아!”
다시 시무룩한 표정이 되면서 레시아는 볼멘소리를 흘려 보내기 시작했다.
“뭐냐...대체...어떻게 여자의 마음보다 주인의 마음이 더 갈대마냥 바뀌는 것이더냐...우리의 사랑은 한 순간의 불장난이었다는 것인가...”
“어이. 거기 다 들려요.”
“흥! 들으라고 하는 것이다!”
고개를 가볍게 돌리며 삐쳤다는 행동을 암시하고 있는 레시아의 모습을 보며, 좀 특이한 모습에 귀엽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이상 레시아를 서운하게 했다가는 잠자리가 좀 거북할지도 모르니, 레시아에게 양해를 구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아침이라고요. 조금은 봐주시죠?”
“그럼 밤에 해도 괜찮은가?”
“밤에는 일하거든요! 그보다 뭘 하는데요!”
“보드게임!”
그 놈의 Yee.T 보드게임인지 뭔지 하는 그거 말하는 건가?
“알았어요. 손님이 없고 시간이 많이 남을 때는 같이 해드리죠. 시나도 같이 하고.”
“알겠습니다. 마스터.”
비장한 얼굴로 나에게 응답을 한 백색의 소녀는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스터. 영겁의 노래의 분석을 의뢰한 진짜 목적은 무엇입니까?”
“진짜 목적이라면, 영겁의 노래를 찾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야. 괜히 잡화점에 있다는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하면, 쓸 때 없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팔아달라고 난리 칠 테니까. 그 이외에는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할 줄 아시니까. 토리스 씨에게 부탁을 해서 덤으로 의뢰를 한 것이지.”
당연히 토리스 씨에게 맡기 것은 당분간 영겁의 노래의 소재지를 변환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우연하게도 토리스 씨의 능력을 기댈 수 있는 타이밍이 있었으니까. 서서히 오후 시간대가 찾아오고 있던 찰나에 내 근처에서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제길! 몬스터가 이곳까지 열차놀이를 하면서 오고 있잖아!”
“모두 시민들을 대피시켜! 저 열차놀이에 휩쓸리면 끝이야!”
“I LIKE TRAINS.”
-빠아아아아아앙!
뭐야. 저 소년.
왜 여기서 열차를 소환하는 거야?
***
토리스 씨는 여전히 통통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이었는데, 자신의 일을 잘 하고 있는데 허공에서 왠 남자 하나와 여자 4명이 떨어져버렸다면, 그건 솔직히 나라고 해도 정말 당황스러울 것이라 생각했다. 방금 전에 몬스터들이 잡화점에 진격을 하는 바람에, 그 안에 남아있던 루시피나와 이프리트까지 데리고 3층 사키엘의 문으로 급하게 뛰어갔고, 토리스 씨의 집무실로 안착을 할 줄 알았더니, 정확하게 천장 위에서 문이 열리는 이상현상을 보고야 말았다.
“카일 씨는 뭐라고 해야 할까? 예쁜 신부후보가 많이 있군요? 혹시 카일 씨는 숨겨진 귀족출신의 아이였다거나?”
“예전에 그런 반전 있는 설정을 원해서 부모님께 물어보니까. 그런 소설 같은 이야기나 쫓지 말고 일이나 더 하라고 혼난 기억이 있었죠. 지금은 두분 다 잘 살아계시고 있지만 말이에요.”
날 버리고 말이지...
루시피나는 내 왼쪽에서 끌어안으며 같이 앉아있었고, 레시아와 시나는 주변에 있는 물건들이 신기한지, 절대로 건들이지 말라는 나의 부탁을 받아 눈으로만 감상하고 있었다. 이프리트는 내 무릎을 베개로 삼아 자고 있었으니, 나는 한숨을 쉬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
“토리스 씨. 영겁의 노래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분석이 되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 그렇군. 애석하게도 전부 분석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 나름대로 분석한 자료들은 이 수첩으로 적어놨네.”
수첩을 보았을 때는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검은 산들바람’이라고 적혀있는 문구였다.
“검은 산들바람이라면, 예전에 엘티노스에 의해서 없어졌던 범죄자 단체잖아요. 자기들은 힘의 균형을 유지시킨다는 목적으로, 힘없는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그런 사람들이잖아요?”
“하지만 사이코메트리를 이용하여 영겁의 노래를 조사했을 때, 검은 산들바람의 부흥은 이미 100년전에 성공한 모양인지, 지금은 꽤나 거대한 범죄 단체로 자리를 잡고 있었더군, 아니 범죄 단체가 아니라 거의 국가수준으로 성장한 곳이 있었어.”
“국가 수준으로 성장을 해요? 지하에도 사람이 살만한 곳이 있던가요?”
“지하가 아니라 하늘일세.”
하늘이라고?
설마 이곳에 부유하고 있는 땅덩어리가 존재한다는 날라리 설정은 사용하지 않겠...
“하늘에 부유하고 있는 작은 섬이 있는데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살고 있었다네.”
이런 날라리 같으니라고.
“그럼 이제 뭔가요? 부유하고 있는 땅을 찾아서 그쪽을 날려보내기만 하면 되는 거겠죠?”
“자네는 부유하고 있는 땅덩어리를 본적이 있는가?”
“아뇨.”
“그게 문제일세.”
그러니까.
일단 정리를 좀 하자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땅덩어리에서 검은 산들바람이라는 범죄 단체가, 작은 국가만큼이나 규모가 커졌으며 영겁의 노래와 관련이 있고, 영겁의 노래는 잡화점에서 봉인조치를 하고 있는 조각상과 연관이 있으니까. 최종적으로는 검은 산들바람과 조각상이 엮이는 구도로 가고 있는 거구나.
“루시피나. 우리는 왜 고생을 사서해야 할까요?”
고개를 숙이며 내 인생을 한탄해 하자. 루시피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괜찮아! 신랑은 내가 옆에 꼭 붙어있으니까!”라고 위로를 해줬다. 떨궈진 목을 잠깐 들어 올리는 사이에 밖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느끼고는 창문을 확인했을 무렵.
“I LIKE TRAINS.”
-빠아아아아아앙!
이 소년은 또 언제 온 거야?
“어라? 방금 전에 무슨 소란이 일어나지 않았나?”
“아니에요. 토리스 씨. 기분 탓일 겁니다. 절대로 열차 하나가 날아들어서 길 한복판을 지나고, 다시 저 멀리 은하수 건너러 사라지는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으니 안심하세요.”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겠군.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걸 또 받아 넘길 줄이야.
“애석하게도 영겁의 노래에 붙어있는 그 보석의 원천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네. 그래도 한가지 더 알아낸 사실은 그 보석은 본래 산 제물을 의식을 하는 보석이었다는 것.”
“산 제물이요?”
영겁의 노래가 산 제물의 도구로 쓰였다는 것이라면, 그 안에 있는 특수한 에너지 파장의 정체는 본래 누군가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
“산 제물이라면 아무나요?”
“산 제물의 의식으로 희생당하는 사람은 모두 여자아이라네.”
모두 여자아이만 희생당했다고 생각을 한다면, 제물을 받는 입장에서는 여자아이를 끔찍하게 좋아하는 녀석인가?
“또 다른 문제는...”
“오늘 따라 문제가 이곳 저곳에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또 뭐가 문제죠?”
나의 질문에 토리스 씨의 떨리는 목소리를 입을 열었고, 그 내용을 들었을 때는 나 또한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건 루멘이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네. 정확하게는 루멘의 유작은 맞긴 한데, 본래 이 붉은 보석이 없이 목걸이 뼈대만 있는 그 자체가 영겁의 노래라는 소리일세.”
“그럼 어느 누군가가 보석을 붙였다?”
“정확히는 누군가가 루멘에게 이 보석을 주었던 것이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레시아는 잠깐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주인! 누군가가 오고있다!”
순식간에 터져버린 집무실의 문을 마법방패로 막아내고, 영겁의 노래를 회수한 뒤에 티르빙을 꺼내서 본능적으로 사브르를 만들어 나에게 날아들어오는 공격을 튕겨냈다.
“시나!”
백발을 지닌 소녀의 손끝에서 빛이 한번 튀기 시작하더니, 나와 습격자 사이에 섬광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주춤하던 틈을 타서 그대로 검을 내리찍었으나, 날렵한 몸동작으로 이 곳을 탈출한 뒤였다.
“도망가는 거 하나는 왜 이렇게 빠른 거야...”
진정이 될 무렵. 토리스 씨는 이마에 난 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굴러가고 있음을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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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화 특집은...
음...
제가 쉬는 걸로?
아핳핳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