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56

FNL-Phantasm 2017. 4. 5. 00:00

56

 

 

 

마법학원지부와 기사학원지부가 모방자라는 사람. 실제 이름은 크로우라고 하는 사람 때문에 비공식적으로는 비상이 걸려버렸다. 애석하게도 복수로 한 가득하게 차오른 남자의 파괴력은, 현실이든 만화든 소설이든 어느 매체에서나, 꽤나 위협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기 마련인데, 막상 내가 그런 희생자가 될지도 모르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언제 오는지 잘 모르겠고, 아직까지 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지금까지는 평화롭다고 생각했다.

 

켈모리아 때문에 반 강제로 마법학원지부의 외각을 정찰하고 있는 나는, 주변의 평화로운 자연광경을 눈에 새기며 천천히 나아갔다. 물론 짜증나는 인간이 뒤에 있는 것만 뺀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 미스 아리엘! 이 나무를 보세요! 이 나무는 태초부터 자라났기에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이 나무 아래에서 고백을 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지금 저와 이 아래에서 언약을 맺으면…….”

 

저는 전설을 믿지 않아요.”

 

탈로스 씨는 호들갑스럽게 나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짜증나는 어필을 무한반복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의 부탁대로 반경 5M밖에서 말을 걸어오는 점과, 이비가 내 오른쪽 어깨에서 계속 어리광 부리고 있는 것이랄까? 무엇보다 더욱 안심이 되는 점은, 5M안으로 들어오려고 시도하는 탈로스 씨를, 작은 뱁새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비가, 대체 어디서 꺼냈는지 모르는 거대한 주먹으로 날려버리고 있다.

 

위협도 아니고.

그냥 가차없이 때린다는 점.

 

오늘은 이비에게 무엇을 먹이는 것이 좋을까? 세피르?”

 

오늘은 이비가 좋아하는 물고기로 가는 것이 어때?”

 

그나마 탈로스 씨와 둘이서 정찰을 나가는 지옥 같은 순간에도, 세피르와 이비가 같이 다니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오오! 미스 아리엘! 이 꽃을 보세요! 이 꽃은 아우리스 여신님께서 인간을 만들기 전에 약 23초전에 만들었다는 전설의 꽃이에요! 이 꽃에는 전설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꽃 앞에서 사랑을 맹세하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그러니까! 그런 전설 안 믿는다고 몇 번이나 말해요!”

 

애석하게도 탈로스 씨는 자기 멋대로 폭주해버리는 그런 사람이니까, 무시를 하려고 해도 어느 사이에 다시 태클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캄브릿지 가문의 정신상태를 분석해서 탈로스 씨만 이상한 건지. 아니면, 유전적으로 인해 원래 이상한 것이 정상인지 알아보고는 싶어졌다.

 

그런데 이런 외각에는 정찰을 해봐도, 그렇게 쓸만한 정보가 보이지는 않네요. 카를로스와 엘리온, 룬은 내부 정찰이니까 오히려 놀고 있는 거 아닐까요?”

 

저의 소환수들이 상태를 점검하고 있으니, 저희만 고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다 똑같이 고생을 하고 있지요. 당연히 저에게 있어선 미스 아리엘과 오붓한 데이트를 하는 것이지만!”

 

데이트 아니에요!”

 

탈로스 씨는 계속 선생과 제자의 금단의 사랑을 원하고 있는 건가? 대체 뭘 잘못 먹었길래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이 모양으로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생로병사의 비밀로도 밝힐 수 없는 내용이니까.

 

그런데 탈로스 씨도 모방자에 대해 아는 것이 있어요?”

 

그야 당연히 알고 있죠. 꽤나 유명한 사건이 몇몇 있었으니까요.”

 

유명한 사건이라면?

 

유명한 사건이라면 뭔데요?”

 

“3M!”

 

탈로스 씨는 뜬금없이 외쳤다.

 

반경 3M로 줄여주면 이야기를 해드리죠.”

 

제길! 역시 만만치 않은 사람이었어!

 

미스 아리엘도 어디 가문처럼 기묘한 사건에 목을 들이대는 타입! 제 이야기가 궁금해 미칠 것 같으신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이 이야기를 들으면 발을 뺄 수 없으니, 나중에 파문의 호흡이라도 배우고 가시는 것이 좋겠군요.”

 

파문의 호흡은 1부와 2부에서만 사용하잖아요! 그리고 탈로스 씨가 그런걸 어떻게 알고 있는데요!”

 

저는 사실 검은 달의 여왕소속입니다. 그 안에 들어가면 다른 세계의 문물을 참여할 권리를 주죠.”

 

쓸 때 없는 설정을 미친 듯이 써 갈기는 듯한 탈로스 씨의 설명을 듣고, 나는 크나큰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모방자에 대한 정보를 안다면, 나중에 어딘가 적절할 때 사용할 수 있거나, 기원을 알아내는 단서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던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이기지는 못해도 위태롭지는 않으리라.

 

알았어요. 3M로 줄여주죠. 대신 목소리도 줄이세요.”

 

후후후! 역시 수락하셨군요! 아리엘 죠스타!”

 

전 이름만 있지! 죠스타라는 성은 없다고요!”

 

끝까지 나를 태클 걸게 만드는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남자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과거를 회상하듯 이야기를 했다.

 

아리엘이 마법학원으로 언제 왔는지 몰라도, 모방자가 카멜롯에 있는 기사학원과 마법학원을 상대로, 1 1만의 싸움을 신청했을 때로군요. 사실상 2 1만의 추격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편했네요. 그 당시에 2에는 크로우라는 학생과 빅터가 존재했으니까요.”

 

크로우는 잘 모르겠는데, 빅터는 어째서 2 1만의 싸움을 신청했죠?”

 

그때 당시에 빅터도 상당한 문제아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마탑에 있던 당시에도 들려왔던 소문에 의하면, 크로우와 빅터는 자신의 검과 재능만을 믿고 무지막지한 일을 벌였으니까요.”

 

무지막지한 일이라면 반항이라던가, 카멜롯은 좁다면서 몰래 위험한 던전으로 가거나, 금기를 어기는 그런 위험한 일이요?”

 

하지만 탈로스 씨는 침묵을 유지하며 고개를 무겁게 좌우로 저었다.

 

그것은 바로…….”

 

나도 애간장이 다 녹을 정도로 뜸을 들이는 탈로스 씨의 눈을 보며, ‘더 이상 못 참겠다.’라는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 나의 눈빛을 읽었는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으스스한 목소리를 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켈모리아 학원장님의 Yee.T 보드게임을 훔쳐간 것입니다!”

 

…….

 

?”

 

너무 허탈해서 내 귀는 정상적으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답변을 다시 원하고 있었다. 고작 보드게임 하나 잘못 빼앗았다고 1만명이나 적으로 돌리는 일이 당연한 것인가?

 

켈모리아 학원장님은 그때 당시에 엄청나게 분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까지 Yee.T 보드게임과 반성문을 제출하면 봐준다는 공고를 내렸고, 크로우는 자신의 힘을 시험하겠다며 대뜸 켈모리아 학원장님에게 도전을 한 겁니다. 그 이후에 모든지 모방하는 모방자의 힘이 진화하여, 전혀 배우지도 않은 마법을 모방함으로써, 실로 두 명의 켈모리아가 마법대결을 하는 구도로 이어졌으나, 빅터는 그 사이에 반성문과 숨겨놨던 Yee.T 보드게임을 제출하여 사건은 일단락 마무리가 되었죠.”

 

그러니까 지금 이 난장판이 된 원인은 보드게임 하나 잘못 훔쳐간 문제아들 때문이라는 거에요?”

 

. 여담으로 크로우의 모방자의 힘이 폭주하는 바람에, 켈모리아는 그 틈을 이용해서 봉인하고 난 뒤에, 지금까지 가둬놨다고 했는데 대략 3년이 지날 때로군요. 그런데 그런 크로우가 탈출을 했으니, 이번엔 좀 더 무시무시한 상황이 일어날……어라? 미스 아리엘? 어디에 가시나요!”

 

시끄러워요! 지금 이렇게 정찰하는 것이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기가 너무 차서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 고작 보드게임 하나 때문에 오늘날에 이런 생고생을 하는 건가? 나는 정찰임무를 빨리 끝내겠다는 생각으로, 탈로스 씨를 버리고 먼저 앞질러가기 시작했다.

 

정말 바보 같아. 그 보드게임이 대체 뭐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목숨을 거는 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세피르?”

 

그러자 내 목을 감은 검은 뱀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사람은 욕망이 가득해서 희귀한 것을 얻고 싶어하는 소유욕과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정신이 있는 거잖아?”

 

그렇다고 해도 보드게임 하나 때문에 인생을 망치다니. 이해할 수 없어.”

 

외각을 쭉 돌면서 천천히 나아가는 그때.

내 앞으로 뭔가 스쳐 지나가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까마귀 깃털?”

 

말 그대로 검은색의 까마귀 깃털. 허공에 춤추며 내려오는 깃털을 붙잡고 생각을 하던 찰나.

 

오호라? 마법학원에는 너처럼 예쁜 애도 있었던가? 3년만에 돌아와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애들은 뭔가 다르나 보네?”

 

내가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았을 때, 고속으로 내려오는 남성은 나를 제압하기 위해 오른손을 뻗고 있었다. 하지만 환영체로 내 뒤에 있는 공간에서 생성한 다음, 오히려 내 쪽에서 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마법소녀라면 마법만 쓰라고!”

 

어느 사이에 복부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눈을 깜짝이자 마자 다른 환경을 보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케훅!”

 

거대한 배의 통증을 왼손으로 꾹 움켜잡으며 꽉 막혀버린 듯한 숨구멍을 겨우겨우 내쉬었을 때는, 천천히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고개를 다시 들며 입가에 주륵 하고 흐른 피를 닦아냈다.

 

박력 있는 꼬마는 언제나 환영이야. 그렇게까지 엉망진창으로 당하고 싶은 거야?”

 

당신이 모방자로군요.”

 

도발을 하고 있는 상대 앞에서, 나는 침착하게 상대를 들추기 시작했다. 검은 비단처럼 흐르는 샤기컷을 한 남성은,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나를 신기해하며 입을 열었다.

 

오호라? 가만 보아하니 여기 저기서 미스 카멜롯이라고 칭송을 받는 소녀였잖아? 분명 이름이 아리엘이던가? 네가 켈모리아 학원장의 비서라며?”

 

그렇다면 어쩌실 거죠?”

 

원래는 본보기로 죽이려고 했지만 계획을 변경해야겠어. 너를 납치해서 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드는 목적으로 사용해야지. 잘만 하면 너로 인해 켈모리아가 붕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꺼야.”

 

그 전에 켈모리아가 당신을 붕괴시키겠는데요?”

 

잠깐 머리를 긁적인 남성은 사나운 청안으로 날 바라보며 이런 말을 했다.

 

그 전에……. 네 걱정이나 하는 게 어때?”

 

-파파팡!

 

쿠흣!”

 

눈에 보이지도 않았는데 3번의 연격이 내 몸에 꽂혀버렸다. 다시 날아가서 바닥을 굴러야만 했던 나를 보며, 세피르가 본 모습으로 변하면서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고, 뱁새 얼굴이 그려진 거대한 용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이런. 혼자인 줄 알았는데 무서운 보디가드가 깔려 있군?”

 

연미복을 입은 세피르는 성장한 모습으로 연미복을 입은 체 말했다.

 

네 녀석만큼은 처절하게 죽여주도록 하지.”

 

피빛으로 빛나던 눈동자가 순식간에 사라지자마자, 어느 순간 세피르와 크로우의 주먹과 발이 이리저리 오가기 시작했다. 이비는 거대한 용의 모습으로 나를 보며 괜찮으냐고 보는 것 같지만, 사실상 여러 가지 이유로 괜찮지 않았다.

 

하나는 3번의 연격이 모두 급소를 맞은 터라 당분간 움직일 수 없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거대한 용으로 변신을 했지만, 그 얼굴은 뱁새의 모습 그대로라는 것 때문에, 너무 괴기해서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이비! 모두를 불러줘! 지금 당장!”

 

이비는 삑삑!”하고 나의 말에 대답을 한 뒤에, 거대한 목소리로 포효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용의 모습과 뱁새의 얼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늑대의 소리가 울려 퍼져가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 소리를 듣고 찾아온 탈로스 씨와 기사학원의 수색대들이 곧 올 것이라 생각했다.

 

빌어먹을! 쓸 때 없는 짓을!”

 

자신의 상황이 불리한 것을 알고 소리치며 도망가는 크로우를 놓치고야 말았다. 세피르마저 크로우를 압도하지 못하고 막상막하로 싸울 정도라면, 내가 먼저 선제 공격을 한 것이야 말로 바보 같은 일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되풀이하다 보니 점점 시야가 어두워졌다.

 

아리엘! 눈을 떠!”

 

눈을 뜨라는 세피르의 말과는 반대로 내 의식은 점점 어둠에 빠지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