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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93

FNL-Phantasm 2017. 4. 2. 05:29

393

 

 

 

혼인을 한다는 것은 자신과 평생 같이할 반려를 둔다는 것이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드래곤의 위신이 많이 떨어졌는지, 아니면 용사들은 태초에 드래곤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용사들이 죄다 몰려와서 아직 해츨링임에도 불구하고 혼인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어찌 퍼지게 되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하면, 그 책임은 아마 라인하르트 맥커드에게 있지 않을까?

 

용사이고, 드래곤과 혼인을 맺었고, 대륙반란 사건 때는 큰 공을 세웠으니까. 어떻게 보면 라인하르트 맥커드와 이 사건이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근거 없는 추측일 뿐. 카일은 좀 더 생각해야 해.”

 

. 그렇다면 단순히 드래곤 로드의 장난일까? 우선 루시피나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나와 이프리트는 드래곤 로드의 레어 앞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어야 했다.

 

졸려.”

 

그렇게 자고 또 자고 싶어요?”

 

잠은 보약이라고 했어.”

 

불멸자인데 보약은 왜 챙겨요?”

 

보약을 먹고 효력이 있다면 기묘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프리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또 어떤 소리를 할지, 사실상으로는 제발 이상한 소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잠이 보약이라는 소리도 맞고, 웃음도 보약. 뭐든 것이 다 적절하게 있다면 보약이 되겠지만, 과연 불멸자에게 보약이라는 의미는 크게 작용하는 것일까?

 

불멸자라고 해도 아플 때는 아파. 약해질 때는 약해져. 그러니 보약도 있어야 해.”

 

이프리트는 약해질 때는 어떻게 극복하는데요?”

 

잠을 자.”

 

잠을 자면 강해지는 정령왕이라니?

너무 편한 직업 아닌가?

 

그러면 지금은 얼마나 약해졌길래 일생의 90%을 자는 걸까? 일생의 90%정도는 아니더라도 분명히 내가 보는 앞에서는 90%정도 자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옥에 가둬놓으면 범죄자들은 탈출하거나, 자살을 하는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지만, 이프리트를 감옥에 넣고 문을 열어놔도 계속 자고 있을 테니까, 탈옥을 하거나 자살하는 이유는 없으리라 본다.

 

너무 편한 인생이잖아?

잠만 자면 해결이 되기도 하고, 평생 평온하게 잘 수 있는 삶이라면 내가 가지고 싶은 생활이잖아? 일하기는 싫고 놀고 자고만 싶은 것은 모든 인간의 이상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름이 아니라, 솔직히 이런 귀찮은 일을 잡화점에서 평화롭게 운영만 하고 싶다. 그리고 잘 때는 자고 말이지.

 

평온한 생활을 하면서 홀로 보내든, 애완동물을 키우든, 애인을 사귀든, 시공의 폭풍속에서 우서에게 치료물약을 팔든, 지금 이 바보 같은 상황에 휘말린 것보단 좋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는가? 루시피나가 곤란해하고 있으니 상황을 보고 해결 방법을 찾아주는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네 녀석이 카일이라는 자인가! 레드 드래곤의 혼약자라고 했지? 나와 승부해라!”

 

저기, 레드 드래곤이라고 말하면 누구인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거든. 그보다 아직 어린애라면 제발 부탁인데 미래에 이불을 힘껏 차고 싶은 역사를 만들고 싶지 않다면, 그 검부터 내려놓고 진정을 한 다음에 서로 이야기를...”

 

문답무용!”

 

요즘 애들은 문답무용이라는 말을 알 정도로 교육의 질이 높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소년을 무시하지 않고 나는 전력을 다해 상대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저 소년 또한 용사로 불리고 있기에 티르빙으로 양손의 단검을 뽑아 올려서, 이프리트를 살짝 뒤로 무르게 한 다음 찍어 내려오는 검을 흘려 보냈다.

 

의외로 좋은 움직임이구나 꼬마.”

 

난 꼬마가 아냐! 20세란 말이야!”

 

거짓말...

뭐 저주 받았니?

아니면 그 유명한 벤자민 씨인가?

 

3차례의 공방을 끝으로 상대의 실력이 대강 파악을 한 나는, 초승달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단검을 빠르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오른발을 내딛고 중심으로 회전을 하면서, 검을 튕겨내고 왼발로 돌려차기를 했다. 신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중간 높이로 휘둘러도, 관자놀이를 맞고 날아가는 소년을 보며 입을 열었다.

 

크아앗!”

 

아직 기절하지 않은 것 같지만, 시야가 흔들리고 몸이 제멋대로 들지 않는지, 저 멀리 떨어져있는 검을 주워야 하는데,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발버둥치기만 했다. 천천히 걸어가며 소년의 롱소드를 줍고 그쪽으로 던져줬다. 당연히 나는 실전지향으로 살아온 터라, 상대에게 수치를 주지 않고 명예를 높여주기 위한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검을 상대에게 던져주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도발이라는 소리다.

 

주워.”

 

내가 무자비한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다. 인간성은 최소한으로만 갖추고 있으니까. 그래도 싸움을 걸어오는 상대는 철저하게 부수는 성격이다.

 

카일? 저 소년을 정말로 죽일 작정?”

 

죽이지는 않아요. , 저 녀석이 적당히 하지 않으면 죽겠지만요.”

 

소년은 나에게 검을 겨누면서 천천히 일어났다. 의외로 근성이 한 가득 넘치는 아이라서 그런지, 흔들리는 몸으로 나에게 다가오며 검을 휘둘렀다. 절대적으로 느린 것도 아니고, 오히려 투지에 더욱 불태우며, 더욱 빠른 움직임으로 날 따라잡고 있었다. 용사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신념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그 신념을 강하게 믿으면 믿을수록 더욱 강하게 빛을 발한다.

 

이 이상 더 움직이면 죽어버린다고? 그래도 괜찮나?”

 

루시피나를 돌려줘!”

 

돌려달라니 이건 대체 무슨 소리일까?

 

애초에 루시피나가 누구를 선택하는 지에 대해선, 루시피나가 선택해야 할 몫이야. 이렇게 싸워봤자 별 의미도 없다고.”

 

그 전에 루시피나가 어디서 활동을 한 건가? 루시피나의 성격이라면 어린 소년처럼 보이는 20세인가 확실히 잘은 모르겠으나, 아무튼 저 사람의 진심 어린 고백을 그저 어린 아이의 응석처럼 받아줬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이미 부부 사이로 관계가 진화되는 바람에, 지금은 완전히 헛수고라고 말을 해야 더 올바르다고 해야 했다.

 

애초에 루시피나와 나는 부부라고? 관계도에서는 그렇게 나와있으니까.”

 

웃기지마! 네가 루시피나를 협박해서!”

 

우와...카일...인성이...”

 

그런 적 없어요!”

 

그보다 협박한 기억도 없고, 루시피나가 날 공중에서 낚아챈 기억이 맨 처음에만 있을 뿐. 애초에 이프리트는 나를 쓰레기 안에 돌아다니는 바퀴벌레 이하의 눈을 하며, 질색을 하고 있는 분위기에 태클을 걸고 넘어졌다. 전투를 하는 도중에도 태클을 걸 정도의 여유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의미지만, 그렇게 넓은 틈을 줄 정도로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기에, 다시 날아오는 검의 궤적을 읽고, 티르빙을 뱀 조종자로 바꿔 6개의 사슬검이 상대를 구속하기 시작했다.

 

움직이면 안 된다. 움직이면 조각나니까.”

 

나의 말 한마디에 소년은 검을 떨어뜨리고 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 결국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전의를 상실했다. 어설프게 덤벼온 것도 아니었으나, 아직까지는 성장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째서 루시피나에게 집착을 하는지 모르겠군?”

 

우리 아벤테인가문은 본래 레드 드래곤과 정기적인 혼약을 하는 가문이란 말이야!”

 

어째서 나는 일생에 가문에 관련된 일이 이렇게나 많을까? 고작 평민인 내가 공작가문과 더불어 여러 귀족과 너무 많이 접촉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프리트는 아벤테인?”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중얼거린 체, 이상한 표정을 하기 시작했다.

 

아벤테인이라면 용기사 가문이라는 소리인가?”

 

맞아! 그 중에서도 용맹한 레드 드래곤과의 언약을 맺었다고! 그런데 네 녀석이 나타나는 바람에 나의 반려로 예정되었던 루시피나는!”

 

닥쳐.”

 

나는 매정하게 그 소년의 말을 잘라버렸다.

 

헛소리를 해도 정도를 넘어서면 그 혀부터 잘라주지.”

 

뱀 조종자중에 칼날 하나가 소년의 얼굴 근처를 노리다가, 이윽고 입 안을 뚫고 들어갈 기세로 천천히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었다.

 

애초에 가문의 일이라고 해서 레드 드래곤과 언약을 맺었다고 한들, 반려를 정하는 것은 결국 그들의 몫일 뿐이야. 그런 바보 같은 구속으로 내 루시피나를 옭아매려고 한다면, 그 가문째로 역사의 흔적까지 찾아볼 수 없도록 지워버리겠어.”

 

검은 불이 뱀 조종자의 칼 끝에 서서히 피어 오르기 시작하면서, 상대를 언제든지 찌르기 위해 노리고 있었다. 나의 신호를 기다리던 찰나에 이프리트는 나의 손을 붙잡고 멍한 표정으로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이제 충분해. 그 이상은 아냐.”

 

분노로 천천히 식었던 머리는 어느덧 이성이 장악하기 시작하며, 그나마 최소한의 인간성으로 그 소년에게 자비라는 것을 베풀어줬다. 어차피 전의를 상실한 상대를 굴리든, 죽이든, 핥든, 뭘 하든 공포심에 사로잡혀서 아무것도 못하겠지.

 

나는 다시 느긋하게 루시피나를 기다리기로 하...

 

나는 포기 못해! 적어도 루시피나를 나에게 강제로 뺏은 네 녀석만큼은...!”

 

입만 살은 꼬맹이가 뚫린 입이라고 잘도 짖어대는군!”

 

다시 내 머리에 분노가 가득 차기 시작하면서, 나는 본능에 맡겨 충동적으로 일을 저질러버렸다.

 

대화재의 시!”

 

이윽고 내 주변은 모두 화염으로 뒤덮이기 시작하면서, 모든 공간은 초열지옥으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남기지 않겠다는 내 마음과 동화했는지, 거대한 업화는 춤추듯 소년의 앞까지 파도를 치며 날아들었고, 이윽고 그 불은 이프리트에 의해 소각되기 시작하면서, 다행히 그 이상의 피해는 나오지 않았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머리 끝까지 뻗쳐서 분풀이를 해야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

 

남들은 왜! 다 나만 보면 내가 잘못 했다고 하는 거야! 어째서! 네 녀석들처럼 제멋대로 말하는 걸 들어야 하니까 내가 행복할 수가 없어!”

 

허공에 마나를 터트리며 주변의 평원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울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자기들이 뒤늦게 찾아와서 불만을 토하고, 보상을 하라는 듯이 나에게 요구를 해도,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발악을 하는 것을 보면 끝끝내 부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내가 말했지. 그 바보 같은 구속으로 내 사람을 옭아매려 한다면, 너의 가문을 송두리째 뽑아 없애버리겠다고!”

 

마나는 나의 분노에 공명하며 공간을 서서히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나의 눈을 보며 사색이 된 소년의 얼굴에 마나를 한 가득 담아 발포하려고 하는 직전에, 누군가가 내 팔을 잡아 멈추기 시작했다.

 

신랑.”

 

옆에서는 루시피나가 웃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나는 애초에 신랑의 아내인걸? 언약이라는 구속에서 해방된 지 오래라고? 그러니 이제 진정하자? ?”

 

임계점에 도달한 내 팔은 하늘을 향해 발포를 했고, 떠다니는 구름 중에 일부는 마나 캐논으로 인해 거대한 구멍이 생기며 사라져버렸다.

 

이야기는 다 끝난 거에요?”

 

꽤나 골치 아픈 일이 되어버렸어. 아무래도 누군가가 용족과 혼인을 하는 규약을 잘 못 알고 퍼트린 것 같아.”

 

그럼 그 진원지부터 잡아야 하겠네요. 이프리트. 1 30초 지났다고 풀에서 자면 안 돼요!”

 

결국 이 상황도 마무리가 되어가고 떠나가려던 찰나에 소년은 울부짖었다.

 

어째서! 어째서 과거의 언약을 따르지 않는 거냐! 어째서 저런 볼품없는 남자에게 간 거냐고!”

 

-차악!

 

여전히 나를 험담대상으로 세우는 소년에게 뺨을 후려친 루시피나는, 냉혹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에게는 볼품없이 보일지라도, 당신이 과거에 언약에 집착해서 방황하는 동안, 나의 신랑은 모두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살아왔어. 몰락가문인 에반테인이라서가 아니라, 몰락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과거에만 집착하고, 드래곤을 자신의 재산처럼 사용하다 망한 인간이, 지금에 와서 나에게 언약을 핑계로 옭아매려고 한다고?”

 

그리고 루시피나는 소년의 목을 붙잡아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부발화.”

 

끄아아아아악!”

 

-화르르르륵!

 

죽어가면서 너의 멍청한 가문 때문에 희생당한 용들이나 기억해. 그리고 죽어서도 내 앞에서 나타나지 마.”

 

검은 숯덩이가 되어가면서까지 이해를 하지 못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소년의 몸은, 결국 처절한 비명과 함께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나는 루시피나의 분위기가 반전 되어버린 것을 처음 보고,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지만 루시피나는 환한 웃음으로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괜찮아. 신랑. 저런 일은 나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

 

레드 드래곤은 인간을 상당히 싫어하지만,

좋아하는 상대에게는 모든 애정을 쏟아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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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화나면 무섭죠.

루시피나는 더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