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5 [Refresh]
45
몸 안에 있던 마나가 한 순간에 바닥이 나서, 기절한 지 얼마나 흘렀을까? 애초에 레시아가 3만개나 되는 수정구를 어디에 있는 구슬조각처럼, 전 대륙에 전송시켰다. 물론 그 수정구에 녹화된 내용은 아직 나도 모르는 마리아의 몽화관 광고이지만...
하지만 너무 터무니 없지 않는가?
대부분은 격렬한 전투나 죽은 자를 소생시키기 위해, 자신의 힘을 모두 쏟아서 기절한 일은 있어도, 그 바보 같은 3만개나 되는 수정구를 전송시키기 위해, 기절한 내가 너무 처량해 보였다.
고작 그 이유 하나로 내가 쓰러지다니...
그보다 레시아의 마지막 말...어떻게 기절 하는 것을 익숙해지라는 것인지, 이 말도 알 수 없었다. 나중에는 ‘아 또 기절하네...요새 좀 많이 쓰러지긴 하지. 털썩!’이런 생각으로 쓰러질 수 있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내가 이 정도로 독백을 할 수 있다는 자체는 곧 깨어난다는 증거. 서서히 돌아오는 감각이 장소를 알렸다. 내 밑에 푹신한 바닥과 내 위에 뭔가 덮여있는 이불. 뭐 어딘가에 누워있으리라 생각해서 눈을 떴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구름들이...내 주변을...돌아다녀?
“......”
순백의 옷과 뒤에는 거대한 2쌍의 날개를 가진 여성이 날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어디에 온 걸까? 나는 이불이라 생각했던, 구름 같은 것들을 치웠다. 아니 잠깐? 구름?
“저기...”
여성은 내가 말한 것에 대해 놀랐는지 흠칫하고 놀랬다. 그러니까 그렇게 놀라는 거 그만둬요. 내가 이상한 녀석처럼 보이잖아.
“여긴 어디죠?”
“여기는 천계의 입구입니다. 인간의 자손이여.”
아하! 천계구나! 그래서 내가 구름을 덮고...
“이 바보 같은 상황은 또 뭐야! 마나를 다 빼가서 정신차려보니, 이번엔 천계냐! 차라리 그 사신에게 노에 머리를 맞아서 돌아오는 편이 가장 좋았지! 이번엔 대체 무슨 수로 돌아가라고!”
상당한 짜증에 머리를 양손으로 긁고 나서, 다시 축 늘어졌다. 그러니까 이제 여기서 어떻게 하지?
1. 그냥 여기서 산다.
2. 여기서 다시 잔다.
“‘3. 타인에게 조언을 구한다.’ 가 있잖아. 최근에는 멀쩡하게 운영되니까 좋아했는데, 이번에도 꽝인가?”
뒤에는 중후한 중년의 남성이, 나를 애송이 보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살벌한 분위기와 남을 깔고 보는 녹안.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
“아저씨는 또 누군데, 저를 경품추천 하다가, 꽝이 나온 종이쪼가리 바라보는 표정으로 보는 거죠? 우선 저는 카일입니다만, 제가 이름을 밝혔으니, 아저씨도 밝히시죠?”
귀를 왼손으로 파는 중년 남성은 가소롭다는 듯이 한마디 꺼냈다.
“내가 왜?”
한 순간에 나의 인내심을 깎아내리는 공격을 퍼부은 남성에게 소리쳤다.
“제가 이름을 밝혔으면, 그쪽도 말해야 하는 것이 예의 아니에요!”
“세상에 그런 예의를 왜 따져? 어차피 순순히 말해주는 녀석이 바보인데.”
오랜만에 인간관계에서, 살인충동이 일어날만한 일을 겪고 있는 나의 모습은, 죽어서도 비참하게 그지 없었다.
“애초에 넌 죽은 것이 아냐. 다만! 다음 후계자가 누구인지 보려고, 내가 대려 온 것뿐이지.”
“제 독백은 어떻게 본 거에요? 그보다 후계자라뇨? 무슨 재벌그룹의 회장님이세요?”
“그건 무슨 소리냐?”
“아니...최근 전개에서 그런 것 있잖아요? 알고 봤더니, 자신이 재벌그룹 회장님의 자손이었다는 그런 뻔한 전개 같은...”
“애초에 그건 너무 널리 퍼져서, 이제는 뻔해 보일 정도야, 식상한 강도는 극강의 전개방식이고...”
“댁이 한 말로 인해, 그 전개를 사용하고 있는 모든 작가들과 그 전개를 좋아하는 모든 여성분들에게 사과해! 애초에 그 전개가 아직도 먹히고 있는 이유는 인기가 많기 때문이잖아!”
하지만 나의 말에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 중년 남성은 편해 보이는 티셔츠와 면바지 하나만 입은 체, 하품을 쭉 늘어져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내려다 보는 눈으로 나를 보면서, 입을 열었던 내용은...
“그래서 내 잡화점은 네가 운영하고 있다고? 멍청한 인상인데도 오래도 살아남는군.”
그러면서 악당과 같은 미소를 지었다.
댁이 흑막이에요? 아니 잠깐만?
“그쪽 잡화점이라면...”
“맞아. 내가 엘티노스다. 지금은 인간들의 무의식 세계...그러니까 꿈을 담당하고 있지. 따라서 너도 나에게 끌려 오게 된 거다. 물론 너의 정신방어가 뛰어나서, 평소에는 끌고 올 수 없었는데. 지금은 마나가 비어있어서 쇠약해진 상태이기에, 드디어 처음 대면하는 구나.”
그럼. 그 파이론에 있던 괴물 잡화점의 원흉이 지금 내 앞에서, 무의식을 관장하는 천사가 되었다는 건가? 딱 봐도 그냥 염라대왕처럼“너! 지옥!”이럴 사람처럼 보이는데? 아무리 봐도 잘못간 것이 아닐까?
“그나저나 카일이라...이름이 왜 그래 대충 지은듯한 느낌이 들지?”
“신경꺼요! 적어도 부모님께 받은 소중한 이름이라고요!”
저런 사람이 전설의 인물이라니...엘티노스를 동경하고, 마법사의 길을 걷고 있는 모든 마법사들이 가장 불쌍해졌다. 그나저나 여기에 날 부른 이유가 뭐지?
“일단 내가 널 여기에 부른 이유는 2가지 이유다. 하나는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또 다른 하나는?”
나는 귀를 기울인 체, 엘티노스의 다음 단어를 기다렸다. 그러자 엘티노스는 비장한 얼굴로...
“안알랴줌!”
싸우자.
지금 당장.
하지만 이곳에는 마나가 없고, 신성한 기운만 가득 차 있는 천계...
마법을 쓰고 싶어도, 마나가 없다. 혹시나 마나가 있어도, 저 극악무도한 엘티노스에게 덤벼서 살아 있을지나 모르겠다.
“물론 농담이야. 그리 살기는 안 올려도 괜찮아. 그러니까 또 다른 하나는 내 잡화점을 관리하면서, 많이 힘들 것 같아서, 너에게 직접 축복을 내려주기 위해, 내가 이곳으로 불렀다.”
“축복?”
말로만 듣던 천사의 축복인가?
레시아가 극도로 싫어하겠군. 아무튼 축복을 받는다는 것에는 아무런 손해도 없다.
“대신 그 목에 걸고 있던, 비니스 여신이 봉인된 목걸이를 내놔라.”
“봉인된 목걸이라고요?”
“그래. 이제 비니스 여신도 해방될 때가 되었으니까.”
엘티노스의 말 대로 비니스의 목걸이를 건네줬다. 그 이후에는 엘티노스가 알아서 하겠지. 그나저나 이제 축복이라는 것이 뭔지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래도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엘티노스를 보고 있었고, 엘티노스는 나를 지그시 보다가 입을 열었다.
“평소에는 비니스의 목걸이로 많은 죽음을 피해왔구나. 하긴 그게 마법공격을 줄어들거나 상쇄시키니까. 지금은 그게 없으니까, 매번 맞으면 치명상으로 남겠지.”
“뭐...그렇긴 하겠네요.”
최근에 레시아가 폭발로 날 날려보낸 것까지, 내가 죽을 위기를 간단하게 넘긴 이유도 목걸이 때문이지만, 그래도 이제 목걸이가 없으니, 다시 한 번 더 맞는다면, 재가 되어 세상에서 지워지겠지.
“그렇다면. 너에게 줄 축복은 비니스의 목걸이와 같은‘항마의 축복’이다. 이제 걸어 다니는 마법사 킬러가 되겠네. 큭큭.”
사악하게 웃는 엘티노스에게 가장 첫 번째로 하고 싶은 질문은‘진짜 저 사람 천사 맞아?’일거라 생각한다.
어쨌든 엘티노스가 왼손으로 허공에 3번 정도 원을 돌리자, 내 안에 뭔가가 자리를 잡듯 따듯하게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엘티노스가 뜬금없는 헛소리를 하기 전까지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여기에는 좀...큰 부작용이 있어.”
잠깐? 축복이라면서요? 갑자기 부작용이 왜 나오는 겁니까?
애초에 축복이 무슨 약이에요? 부작용으로 추정되는 증상이 나오면 사제에게 상의라도 해야 하는 겁니까?
“그 부작용이란 것은?”
나는 두려움에 말이 자동으로 떨려 나왔다. 그러자 엘티노스는 진지한 얼굴로, 굳게 닫힌 입을 힘겹게 열었다.
“안알랴줌.”
“이 망할! 죽어! 이 노망난 아저씨 같으니라고!”
“하하하! 또 속냐! 카일!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잘 가도록!”
비아냥거리는 엘티노스의 웃음 속에서, 거대한 갈색의 노가 튀어나왔다.
잠깐! 저거 알고 있어! 분명 그 사신이 강을 건너기 위해 사용하던 노인데!
“아 참. 아무리 항마의 축복이라도 해도. 마법 데미지는 많이 맞으면 안 돼. 안 그러면 재미있는 일이 터질 테니까. 그게 부작용이야!”
그 말을 끝으로 엘티노스는 노의 넓은 부위로 내 머리를 시원하게 가격당했다.
“그러니까! 저승도 천계도 사람을 돌려보낼 때, 왜 사람을 후려쳐서 돌려보내냐고!”
여전히 태클을 걸고 일어났는데, 눈 앞에서는 루시피나 씨와 레시아가 내 앞에서 멀뚱멀뚱 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아. 일어났다.”
“주인. 이제 일어난 건가?”
주변을 둘러봤다. 5단으로 빼곡하게 수납되어있는 물품들, 그리고 늘 내가 일어서 있는 카운터. 허브티를 마시기 위해, 창가 쪽에 있는 작은 식탁과 3개의 의자. 그리고 언제나 카운터 맞은 편에 있는 시계와 거울. 입구에는 손님을 울리는 작은 종.
엘티노스 잡화점 1층이다.
“내가 얼마나 자고 있었죠?”
“4시간이다. 4시간동안 악몽을 꾸는지, 끙끙 앓다가...누구와 재벌그룹 회장님 어쩌고 하는 걸 들었다.”
뭐지. 그럼 그 천계에 있었던 일이 꿈이란 소리인가?
다행이다. 엘티노스에게 시달리는 것이 꿈이라서...그런데 왜 목이 허전하지?
“신랑이 지니고 있던, 목걸이가 갑자기 허공 속으로 사라졌어.”
“...비니스의 목걸이가요?”
확실히. 언제든지 나와 함께 했던 목걸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분명 마지막에 항마의 축복이라고 했는데...일단 그게 문제가 아니라...
“레시아. 그보다 마리아의 일은 어떻게 됐나요?”
“여왕이 꾸민 일은 보란 듯이 성공을 했지. 지금 모든 시민과 귀족들이 몽화관을 지지하고 있다. 아무리 빛의 대성당이라도 모든 사람이 지지하고 있으니, 섣불리 손은 못 쓸 것이라 생각한다.”
애초에 여왕의 전략은 매체를 통한 전략이기에, 전단지나 그런 것 보다, 더 확실하게 녹화된 영상으로 믿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녹화된 영상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3층으로 올라가서 확인을 했다.
수정구를 작동하자 마리아가 동전 하나를 줄에 걸어놓고, 좌우로 일정속도로 흔들며...조용하게 이야기한다.
/당신은 몽화관이 좋아진다. 당신은 몽화관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당신은 몽화관이 좋아한다. 당신은 몽화관에 충성을 다한다. 당신은 몽화관을 지킨다. 당신은 몽화관을 지킬 사명이 있다. 당신은 몽화관에 가고 싶다. 당신은 몽화관의 좋은 점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 당신은 몽화관에 20골드씩 사용하게 된다. 당신은 몽화관에 친구들과 같이 다닌다. 당신은 몽화관이 좋아진다. 당신은 몽화관이 좋아진다./
...영상을 종료하고, 잠시 곰곰이 생각을 해 봤는데.
이 일에 대해서 나는 모르는 척 해야겠다. 그리고 나는 피해가 더 확산이 되기 전에, 서둘러 안리아스 수정구에 있던 기묘한 영상을 지우고, 복제된 수정구들을 모두 제거했다.
그리고 밖을 창문 밖으로 살펴보자...사람들이 천천히 걸으면서,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몽화관...몽화관...”
“크어...몽화관에 가야 해...”
마치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긴급하게 레시아를 부른 뒤에, 최면 암시를 해제하는 마법을 다시 전 대륙규모로 퍼트리는 것으로, 나는 또 다시 기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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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광고도 우리에게 암시를 하긴 하죠.
그래서 우리는 그 물건을 사는 겁니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