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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91

FNL-Phantasm 2017. 3. 31. 00:00

391

 

 

 

역사학원으로 가는 길은 그다지 순탄하지는 않은 길인데, 기사학원지부 위쪽으로 올라가면 나온다고 하지만, 사실상 기사학원지부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기에, 카멜롯을 잘 아는 가이드 하나를 붙여줘야 관광이 가능할 거라고 보고 있다. 이프리트가 옷장에 있는 옷을 다 태우는 바람에, 결국 아공간 속에 있는 비상용 외출복을 꺼내 입음으로써, 기묘한 무희복장으로 돌아다니는 운명은 피했지만, 여전히 이프리트는 뭔가 불만인지 몰라도 계속 멍하니 나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옆에 루시피나가 나의 팔짱을 끼면서 수다를 하고 있음에도 말이지.

 

그런데 불의 정령하고 레드 드래곤은 긴밀한 관계가 아니던가요?”

 

드래곤들은 다른 속성의 마법들은 사용할 줄 알지만, 자신의 속성에 맞는 마법을 사용하면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예전에 루시피나의 화염마법을 맞은 기억이 있지만, 항마의 축복이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산화했을지도 모르지. 매 순간마다 데드엔딩이 도사리고 있는 나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정령과 드래곤의 관계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있긴 해. 드래곤들이 색상을 가지게 된 것도 정령의 축복 때문.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령왕이 축복이 있어야 드래곤들은 자신들의 색상을 가질 수 있어. 그리고 카일이 여장을 하지 않아서 슬퍼.”

 

지금까지 나를 계속 바라본 이유가 그거 하나 때문이냐!”

 

소리를 치고 주변을 보았으나, 이상한 사람을 쳐다보는 눈을 한 사람들만 있을 뿐. 그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사람들이 있으니 아무도 없다는 말은 사용할 것이 아니었군. 아무튼 이프리트는 내 왼쪽 팔을 붙잡아서 천천히 발을 맞추고 걸어갔다. 그럴 때마다 화살이 꽂히듯 무시무시한 시선이 사방에서 느껴지긴 하지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야 말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방법이니까. 모르는 척하고 계속 발 걸음을 옮겼다. 대화의 주제는 다시 정령과 드래곤의 관계에 관한 것으로 되돌아오며, 루시피나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 같은 경우는 불의 정령들을 부를 수는 있어. 다만, 의견충돌이 잦은 상급정령들은 잘 꺼내려고 하지는 않지. 그래도 확실히 우리들이 색상을 가지게 된 이유는, 전설로 따지면 정령왕의 축복이 있기 때문은 맞아.”

 

그럼 다크 드래곤이나 다른 것들은요? 골드나 실버나 그런 것도 있잖아요? 마치 어디 포켓몬 시리즈 마냥 색상 별로 양산이 되고 있는데, 그러기에는 4대 정령왕의 축복을 받았다고 하기에는 이야기가 좀 이상해져서요.”

 

내가 그리 질문을 하자 이프리트는 입을 열었다.

 

모든 드래곤들은 색상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아. 나는 한 때 직접 드래곤을 축복해서 불의 의지가 깃든 레드 드래곤을 만들었지만, 생명의 진화는 의외로 복잡한 것이기에, 그 안에서도 돌연변이가 나타나면 다른 드래곤이 태어나기도 해. 다크 드래곤은 마기에 영향을 받았거나, 마왕이 힘의 일부를 나눠주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사실상 그렇지만은 않아.”

 

이프리트의 설명이 계속 되는 동안 기사학원지부를 넘어서 역사학원지부를 걷기 시작했다. 철물점이나 대장간이 많고 자잘한 음식점이 많은 지부에 비해, 역사학원지부는 골동품부터 시작해서 거대한 박물관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부분이 고고학을 배우는 학생들인지. 학생들은 책에서 손을 놓는 법을 전혀 몰랐다. 전부 책을 보며 걸어가고 있는데 하나 같이 역사에 관련된 책이었으니까.

 

학원지부 그 자체가 그냥 도서관처럼 조용한 기분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 거지?”

 

사람들은 많은데 전부 침묵을 유지하고, 책을 보면서 단체 세뇌라도 걸린 집단마냥, 내가 입을 열어도 나는 없는 사람취급을 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 보이는 이런 거북한 곳에서, 가장 큰 박물관에 들어가서 천천히 물어보기로 하자. 오히려 학생들보단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에게, 묻는 것이 더 정확한 정보를 찾는 방법이니까.

 

. 저기? 실례합니다?”

 

문제는 그 박물관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 문은 열려있지만 사람이 없다는 것은 그냥 자유롭게 개방된 장소란 소리일까? 의미도 알 수 없고 용도도 알 수 없는, 이상한 뼈라던가, 유물들이라던가, 티르빙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 등.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물품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나저나 티르빙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라고 한다면, 지금 내 귀걸이와 비슷하게 생긴 모습인데?

 

이건 좀 흥미가 있네. 내가 분명 레시아에게 들었을 때의 티르빙은, 적어도 1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보다 티르빙의 인격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잘 모르겠네.”

 

이 녀석이 말을 안 한지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어느 날 갑자기 내 말에도 응답하지 않은 티르빙을 의식하며, 또 한번 텔레파시로 말을 걸어보았으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어쨌든 의구심을 품게 된 이유는 티르빙은 이곳에서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칼이 아니라는 것과, 분명 최근에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는 오래된 역사로 자리잡고 있다는 소리였다. 확실히 500년전이라고 쓰여있는 걸로 봐선, 여전히 엘티노스가 살았던 시절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오호라? 그 귀에 있는 것은 티르빙 아니던가요? 혹시 오리지널을 카피한 장신구입니까? 의외로 완성도가 너무 높아서 말이죠.”

 

뒤에는 푸근한 인상을 가진 중년의 남성이, 통통한 배를 이끌고 검은 정장 차림으로 뒷짐을 지며 걸어왔다. 눈은 항상 웃고 있지만 오른쪽 눈에만 장착되어있는 금색의 안경으로 보면, 이곳의 관리자라고 생각하고 나는 입을 열었다.

 

오리지널을 카피했다고 하면 그렇긴 하죠. 전설의 도공이라고 불리는 드워프가 만들었다고 하니까요.”

 

? 그거 놀랍군요. , 저는 토리스 베르트리히라고 합니다. 저희 역사박물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렇다고 황금석판의 힘으로 막 살아 움직이거나 그러진 않죠?”

 

? 그게 무슨 말인지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저번에 다른 사람들 때문에 잘못 본 것이 있어서. 저는 엘티노스 잡화점에서 일하고 있는 카일입니다만, 역사학원장님을 찾고 있어요.”

 

그러자 토리스 씨는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오오! 500년 전통이 깃들어있는 엘티노스 잡화점의 주인이라니. 지금 몇 대째죠?”

 

그건 잘 모르겠네요. 나중에 엘티노스를 만나게 된다면 제가 물어보도록 하죠.”

 

엘티노스는 살아있습니까!?”

 

웃고 있는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하면서 흥미를 띄고 있는 모습에 당황한 나는, 진정하라는 의미로 양손을 앞으로 내밀고는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뇨. 엘티노스는 죽었지만, 상급신으로 되어서 지금은 천계에 있으니까요. 물론 천계의 존재는 역사학원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겠죠?”

 

그렇긴 하죠. 오오, 이런 기구한 운명이! 찾아보기 힘들다는 엘티노스 잡화점의 주인을 이리도 쉽게 볼 줄이야!”

 

의외로 여러 곳에서 봤다고 생각하는데요.”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예전에 파이론의 마을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엘티노스 잡화점이 찾기 힘든 이유는, 잡화점의 대결계가 작동하고 있는 것도 있으나, 파이론에서 일부러 숨기려고 하는 것도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저에게는 무슨 일로?”

 

나는 영겁의 노래를 품에서 꺼내고는 입을 열었다.

 

수 많은 고고학자들을 양성하는 이 장소에서, 직접적으로 묻는 것인데. 어떻게 보입니까?”

 

. 이건 분명이 루멘의 유작인 영겁의 노래로군요. 분명 브레체투스 가문이 소유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카일 씨가 가지고 있는 겁니까?”

 

나는 상황설명을 뒷전으로 하고 본론만 말하기로 했다.

 

한 조각상이 이 보석에 있는 기이한 파동을 양식으로 삼아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지금도 매번 성장을 하고 있지요. 그래서 저는 이 보석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여기까지 찾아온 겁니다. 물론 이건 레이몬드 브레체투스가 직접 입을 열었는데, 토리스 씨가 알 것이라고 하더군요.”

 

토리스 씨는 자신의 턱에 덥수룩하게 자라난, 회색의 수염들을 오른손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기를...

 

이곳에서는 이야기가 힘들겠군요. 잠깐 방에 같이 가시죠.”

 

토리스 씨는 나를 인도하면서 내 옆에는 루시피나와 이프리트가 같이 발을 맞춰서 걸어갔다.

 

그보다 그 뒤에 있는 여성들도 평범한 여성들은 아니지요? 카일 씨 목에 있는 용족혼인의 문양으로 보아, 저기 붉고 아리따운 여성이 드래곤의 폴리모프고?”

 

? 맞아요. 신기해라!”

 

카일 씨 왼쪽에 있는 분은, 애초에 인간이 아니로군요.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꽤나 고등종족인 것은 확실합니다.”

 

맞아. 눈이 좋네.”

 

이프리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눈썰미가 있는 저이지만, 이 보석을 보는 것은 3번째입니다. 한 번은 별의 아이라고 불렸던 루멘의 세공실력을 보았을 때, 또 한 번은 브레체투스 가문이 열린 연회에서 카린이라는 여성에게 건네주었을 때. 그리고 지금 카일 씨가 들고 와서 보여주었을 때야 말로 3번째가 되겠군요. ! 이런! 카일 씨가 혹시 카린이었나요?”

 

이 양반은 대체 어떻게 아는 거야?

 

그거야 사정이 좀 있어서. 잠깐? 당신 설마 사이코메트리를?”

 

보통 사이코메트리라고 불리는 이 능력은 다 알다시피 물건이나 생물에 접촉을 하여, 정보를 읽어내는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다만, 놀랍게도 접촉을 하지 않고도 그저 보기만 했는데 읽어버린 것.

 

제가 이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원격으로 사이코메트리를 시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고학자들에게는 필수적인 마법이기도 하지요. 물론 저 같은 경우는 선천적으로 초능력이 발현된 케이스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내 티르빙이 가짜라는 것을 알았고, 루시피나와 이프리트의 본질을 꿰뚫어 본 것임이 틀림없다. 다만, 이프리트에 대한 정보가 명확하지 않는 이유는, 이프리트가 정령왕이라 사실상 실체가 없기 때문.

 

그거 대단한 능력이네요. 그 말을 해주는 이유는 그 보석에 대해 알아낼 수 있다는 겁니까?”

 

아뇨. 이 보석을 알아내려고 하면 위험해져서 말이죠. 다만, 제가 읽었던 것을 그대로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읽었던 것을 그대로 설명하겠다는 말과 함께 집무실로 보이는 방 안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면서 햇빛이 몰아치는 듯한 창문과 어느 정도 떨어져있는 갈색의 책상에는, 수많은 서류와 연구자료들이 쌓여있었고, 왼쪽에는 고대 서적들, 오른쪽에는 물품들이 장식되어있었다.

 

밑에는 붉은 색의 고풍스러운 카펫이 깔려있었고, 그 중앙에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혹은 회의를 하거나 토론을 하기 위한 긴 책상과 의자가 함께 있었다.

 

편한 곳에 앉으시오. 그 돌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으니.”

 

나는 앉아서 질문을 기다렸고 진지한 눈으로 토리스 씨는 입을 열었다.

 

백장미는 언제까지 찍을 것이오?”

 

백장미 소리 좀 안 나게 해라!!!”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목까지 올라온 함성과 단어들을 억지로 구겨 삼키면서 조용히 말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 찍고 싶어요. 그런데 그 레이비스 가문의 여성들이 날 놔주질 않더군요.”

 

패왕으로 군림할 듯한 레이비스 가문의 여성들. 레이나 씨와 루니아 누나가 대표적이었다. 아무래도 글쓴이가 설정을 할 때 뭔가 잘못한 것 같은데, 레이비스 가문이 본래 프리트론을 통치하고 있다는 설정이 아니었을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튼 토리스 씨는 다음 질문을 했다.

 

타락의 마왕인 레프리시아와의 결혼식은 언제쯤?”

 

대체 그걸 왜 묻는 거에요!”

 

그야. 후손에게 길이 기억될 역사의 한 순간이기 때문에...”

 

그냥 본론으로 들어가요! 우선 그 돌을 밝혀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까!”

 

후손에게 남길 역사 중에서 백장미에 관련된 것이라면 죽어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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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하나로 역사를 쓰다니...카일도 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