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90

FNL-Phantasm 2017. 3. 30. 00:00

390

 

 

 

모든 잠자리를 다 빼앗겼다고 해서 2층에 있는 제물용 침대에 누웠다간, 마계 공작 중 한명인 릴리스에게 그대로 보내져서, 이승을 탈출하게 되는 마법을 겪을 수 있기에, 잡화점 1층에 있는 카운터에 엎드려서 잠을 청했다. 당연히 팔과 다리는 저려오고 불편하게 숙면을 취하다 보니, 내 몸의 컨디션은 바닥을 기어가는 수준에서, 땅을 파고 맨틀까지 뚫어버릴 기세로 하향세를 겪고 있었다. 게다가 눈을 뜨면 이프리트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고 쥐도 새도 모르게 나타나, 내 무릎에 얼굴을 기대며 자고 있었고, 그 모습에 나는 너무 놀라서 뒤로 넘어질 뻔했다.

 

이프리트!”

 

“5분만 더...”

 

“5분이 아니라 당장 비키라니까요?”

 

“5억년만 더...”

 

그 전에 운석이 떨어져서 멸망하는 편이 더 빠르겠다!”

 

아무래도 날 놔줄 생각이 없는 이프리트에게 비키려고 일어나려 했지만, 머리 속에 추라도 달아놨는지, 아니면 단순하게 내 다리에 쥐가 나서 힘을 못쓰는 건지 일어날 수가 없었고, 나는 이프리트에게 설득을 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베니에게 가세요. 베니를 껴안고 자면 적절한 숙면이 가능하니까!”

 

난 슬라임 플레이는 찍지 않아.”

 

내 앞에서 무슨 헛소리를 다연발 마법화살처럼 쏘는 거에요! 그리고 뭔 슬라임 플레이야! 환생해서 슬라임 된 것도 아니면서!”

 

그보다 그리티스 씨는 의문의 1패를 맞이하게 되었구나.

 

베니가 날 싫어하는 것뿐이야. 내가 가까이 가도 나는 불의 정령왕. 상성이 절대로 맞지가 않지.”

 

졸려 보이는 오렌지 빛의 두 눈이 서서히 개방되면서, 멍한 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눈을 뜬 김에 이제 자리를 비켜주었으면 좋겠지만, 어째서 나만 계속 바라보고 아무 말도 안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프리트? 뭘 원하는 거에요?”

 

아침인사.”

 

잘 잤냐고 물어봐야 자리를 비켜주는 이상한 행동이로군.

 

잘 잤어요?”

 

그거 말고 키스.”

 

다른 사람에게나 하세요.”

 

이프리트는 입을 가리지 않고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한 뒤에, 부스스한 오렌지 빛의 머리카락을 왼손으로 귀 옆으로 넘기며 입을 열었다.

 

정령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령과의 친밀도. 친밀도가 올라가면 여러 가지 이벤트를 볼 수 있어. 예를 들어서 내가 목욕 중인데, 카일이 그것도 모르고 들어오다가 벌어지는 해프닝이라던가. 그런 전개를 위해서라면 나에게 키스를...”

 

그거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 중 하나잖아요. 러브코미디 장르에서는 흔히 사용할 수 있는 클리셰이지만, 여기는 그런 클리셰는 되도록이면 사용을 안 하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이프리트는 고민을 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카일이 목욕하고 있는 중에, 내가 하얀색 가면과 칼 하나를 잡고 천천히 거리를 좁히면서 카일의 비명을 듣는다거나

 

입장이 반대가 되었는데 왜 러브코미디에서 호러로 변하냐고요!”

 

이상한 하얀색 가면을 쓰고 칼 하나 잡으면서 찾아오는 괴한은 무섭다고!

 

아니! 이 상황은!”

 

윈디가 느닷없이 나와 이프리트 사이를 보며 얼굴을 강하게 붉히고 있었다.

 

설마 이프리트가 저보다 빨리 새치기를 할 줄이야! 카일 씨가 아침에 막 일어나자마자 카운터 밑에서 이프리트가...”

 

-!

 

티르빙을 마법공학 권총으로 바꾼 뒤에 비살상인지 살상인지 설정을 확인하지 않고, 윈디의 머리에 발포해버렸다. 윈디는 그대로 맞아서 죽었는지 기절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뒤로 천천히 넘어가서 쓰러져버렸고, 이프리트는 순간적인 나의 행동에 질문을 했다.

 

어째서 발포를?”

 

그야. 쓸 때 없는 소리를 한 사발 담아 놓을 것이 뻔하니까요. 남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야 말로 윈디의 일이기에, 저는 사전 차단을 한 것뿐이에요.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일어나세요.”

 

윈디 죽었으면 어떻게 해?”

 

정령왕이 마탄을 맞고 죽을 리가 있나요.”

 

우리들은 불멸의 존재. 그런 마탄을 맞아도 죽지는 않지.”

 

이프리트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도 이제 슬슬 루시피나와 외출을 준비하기 위해, 나도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맨발로 날 밀친 이프리트의 돌발 행동을 보며, 한번도 겪지 못한 상황에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리 핥아줘.”

 

터무니 없는 제안을 한 이프리트에게 이건 대체 뭔 상황이야?’라는 답답함이, 무의식 적으로 내 머리를 긁게 만들었다.

 

저기. 이프리트. 한 가지 말할 것이 있는데, 수위가 너무 높으면 잘려나가거든요?”

 

난 신경 쓰지 않아.”

 

글쓴이 좀 신경 써줘라!”

 

건전해야 잘려나가지 않을 수 있다고!

 

카일. 나는 불멸자이기에 늘 생각하고 고찰하는 것이 한 가지가 있어.”

 

뭔데요?”

 

이프리트는 다리를 내리고 카운터 위에 걸터앉은 체 나와 눈을 마주하고 입을 열었다.

 

핥는 다는 것은 각자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거지. 예를 들어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핥는 이유는, 반가움의 표시를 나타내기 위한 행위이고, 사람들도 칼에 베이거나 조그마한 상처가 났을 때 자신도 모르게 핥는 것은,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 대해 목적을 둔 행위라고 생각해. 다른 세계에서는 드래곤들이 서로 핥아주는 것이야 말로 청결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도 하더라고.”

 

다른 세계라뇨? 그걸 어디서 봤는데요?”

 

검은 달의 여왕이 보여줬어.”

 

마리아는 나 몰래 이프리트를 어디로 데려간 거야.

 

그러니 핥는 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나쁜 것이 아니라 본능적인 것이기도 하고, 대부분은 긍정적인 의미라고 생각을 해.”

 

이프리트의 장황한 설명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설득의 과정일 뿐. 나는 핵심을 직접적으로 묻기 위해 입을 열었다.

 

결론은요?”

 

카일. 내 다리를 핥...”

 

어디서 약을 팔아! 태초의 화로로 돌아가고 싶어요!”

 

내가 이프리트에게 소리를 치자 역시. 공략하기 까다로운 사람.”이라며 이프리트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듣지 않기 위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귀가 좋은 나는 한 자도 놓치지 않고 다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봐주는 개념으로 넘어가 주는 것이 전부이지만, 그래도 이번 대화로 이프리트는 평소에 맹한 표정으로 있어도, 졸려서 생각이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생각을 깊게 하는 바람에 멍하니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나왔다.

 

루시피나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던가?”

 

루시피나가 늦잠을 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는 이프리트를 동반해서 마리아와 루시피나가 잠들어 있는 방에 들어갔다.

 

일어나요! 대체 언제까지 잘...”

 

내가 말이 멈춘 것은 다른 곳에서 나온 것처럼, 속옷차림이라던가 그런 것 때문에 생각에 경직을 먹은 것이 아니다. 애초에 파자마를 입고 자고 있는데 그런 해프닝이 나온다는 것이 이상할 따름. 절대적으로 내가 놀란 이유 중에 하나는 보드게임 때문이었다.

 

. 어서 오거라. 카일이여.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보드게임 하는 것은 정말 상쾌한 일이군!”

 

어서 와! 보드게임은 처음이지!”

 

마리아. 루시피나. 대체 뭐 하는 거에요? 그리고 그리티스 씨까지 여기서 뭐해요!”

 

연한 초콜릿 피부를 가진 검은 토끼차림의 파자마를 입고 있는 마리아와, 분홍색 토끼 파자마를 입고 있는 루시피나. 그리고 그 옆에 보라빛의 슬라임이 인간의 모양처럼 변형해서 반투명한 인간으로 주사위를 굴리고 있는 폭식의 공작, 그리티스 씨가 가져온 보드게임으로 인해 방 전체가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라나라 머리머리!”

 

그건 주사위를 굴릴 때 주문이 아니잖아요! 그리티스 씨는 여기에 언제 들어온 거에요!”

 

그야. 허무의 공작과 같이 들어왔지.”

 

허무의 공작은 마리아를 칭하는 말. 그러니까 마리아와 같이 잡화점에 들어왔다는 소리로군.

 

그 전에 그 보드게임은 뭔데요?”

 

. 이거 말인가? 이건 바로 Yee.T 보드게임이라네. Yee에 악센트를 강하게 발음해야 하는 것인데...”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와는 다른 대답을 들은 나는, 내가 지금 혼란에 빠져서 잘못 말했다는 것을 깨닫고 그리티스 씨의 말을 잘라야만 했다.

 

, 제가 잘못 질문했네요. 저는 그게 궁금한 것이 아니고, 어째서 아침에 오자마자 보드 게임을 하고 있는 건데요!”

 

그거야 보드게임이 재미있기 때문이라네.”

 

그런 심플한 이유로 대낮부터 이런 상황을 제가 꼭 봐야 해요?”

 

자네도 할 것인가?”

 

안 해요!”

 

아침 새벽공기를 마시며 조깅을 하는 그런 삶은 보았어도, 새벽공기가 한 가득 들어오는 방 안에서 보드게임을 하고 있는 경우는 처음 봤다.

 

흐음. 재미있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시대를 너무 앞서나가는 지. 이 보드게임의 역사와 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이 삼촌은 항상 슬프단다.”

 

누가 제 삼촌이에요.”

 

마왕님과 결혼할 것 아닌가? 그러면 나는 마왕님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람으로, 삼촌이 되는 것이 당연하지.”

 

멋진 목소리를 내고 있는 보라색 슬라임이 자신의 삼촌이라고 생각해봐라. 인생 사는 것이 한 층 더 버라이어티 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다.

 

-Yee~

 

알 수 없는 허무함과 탈진감이 드는 소리가 보드게임을 타고 내 귀로 전달 되었다. 그보다 이건 대체 무슨 소리지?

 

좋군. 오늘도 내가 이겼다.”

. 너무 빨라.”

우으. 져버렸다.”

 

게임이 끝나면 저런 소리가 나요?”

 

그렇다네. 그리고 이 공룡들을 이동할 때마다 이런 소리도 나지.”

 

그리티스 씨의 손으로 추정되는 부위가 트리케라톱스처럼 생긴 공룡을 집고, 한 칸을 이동하자 다음과 같은 소리가 났다.

 

-!

 

그 혼종은 대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네요. 테라진을 얼마나 흡입한 거에요?”

 

테라진?”

 

그리티스 씨가 의문을 품기 전에,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루시피나에게 통보를 하듯이 입을 열었다.

 

, 아무튼간 루시피나! 나갈 준비 하세요. 이제 슬슬 카멜롯 역사학원지부로 떠나야 하니까.”

 

알았어!”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이프리트에게 뒤를 돌면서 입을 열었다.

 

이프리트도 따라올 거에요?”

 

이프리트는 아무런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잠옷이 아니라 외출을 할 수 있는 복장으로 갈아 입어요.”

 

입혀줘.”

 

태초의 화로로 날려버린다!”

 

나의 한마디에 아무 말 없이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 이프리트를 보며, 여태까지 참아왔던 한숨 다이나믹 비트 패키지를 풀어야만 했다. 벌써부터 하루의 일과를 전부 끝마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원래 오늘 태클해야 할 분량을 아침에 모조리 다 써버린 것 같았다. 그래도 영겁의 노래의 소재지를 밝혀내야 하는 것도 존재하고, 한번은 조각상의 정체를 밝혀야 하기 때문에 2번을 왕복해야 하는 상황.

 

만약 오래 전의 유물이라면 모든 과거와 유물을 탐구하는 고고학자들이 많다는, 역사학원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가 적어도 1개쯤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전부 옷 입고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나도 옷장에 있는 옷을 열었...

 

-화르르륵!

 

는데...아무래도 이프리트가 홧김에 내 옷을 전부 태워버린 모양이었고, 덤으로 내 앞에는 왕궁의 무희가 입을 법한 얇은 옷들이 있었다.

 

이프리트!!!”

 

나는 절규하듯 이프리트의 이름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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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을 화나게 하면

후회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