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88

FNL-Phantasm 2017. 3. 28. 00:00

388

 

 

 

내가 경비대원들에게 나의 악연인 백장미 잡지에 싸인이나 하고 있는 동안, 호화스러운 마차가 내 앞에 멈춰서기 시작했다. 마차는 늘 보던 허름한 나무 판자로 만들어져서, 입에 밀이나 강아지 풀을 물고 있는 마부가 어이? 어디까지 가슈?”라고 물어보는 느낌의 마차가 아닌, 신데렐라라던지 어여쁜 미녀를 태울 법한 화려한 치장으로 겉을 꾸미고, 지붕까지 장식을 신경을 쓴 것인지 거대한 보석이 박혀있었다. 나중에 모선핵이라도 날아와서 광자 과충전이라도 하는 날에는, 이동하는 요새가 될 법한 그런 기분이었다. 그러기에는 보석의 사이즈가 너무나도 작았지만.

 

잡설은 여기까지 두고 마차 앞에서 문이 열리더니, 은색의 눈가리개라고 설명하기 보단, 하나의 금속 장신구처럼 생긴 마스크를 낀 여성이 내 앞에서 내렸다.

 

안녕하세요. 카일 님. 기다리게 해주셔서 죄송합니다. 만약에 브레체투스 가문으로 편지 한 통이라도 보냈다면 저희들이 직접 마중 나왔을 텐데 말이죠.”

 

나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양해를 구하고 있는, 하늘색의 메이드 복장을 하고 있는 여성이 무안하지 않도록 대답을 했다.

 

그러기에는 잡화점을 찾기가 좀 힘들어서 말이죠. 그런데...”

 

내 앞에 있는 여성주변에 여우머리를 한 유령같이 생긴 것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그녀를 수호하고 있었고, 맹인인 것처럼 보였지만 길을 인도하고 안내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말을 흐린 것을 바로잡고 덧붙여서 입을 열었다.

 

주변에 여우들이 보이는데 수호령인가요?”

 

여우 정령이라고 합니다. 그보다 카일 님은 여우 정령들이 보이시나요? 보통의 육안으로는 볼 수 없게 되어있는데 말이죠?”

 

제가 좀 많은 걸 겪어와서요. 고생이라면 고생이라고 해야 할지. 보상이라면 보상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여우 정령들을 다스릴 줄 아는 무녀라면,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소리네요?”

 

카일 님은 혜안을 가지시고 계시는군요. 오랫동안 손님을 데리고 와봤지만,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로 지혜로운 분을 만났습니다.”

 

오랫동안이라는 뜻은 일반인보다 더 오래 살았다는 뜻이겠지?

 

저도 한 때 여우 신령을 담아 본 적이 있거든요. 이름은 아랑이라고 하고요.”

 

, 아랑이요? 아랑 님! 카일 님! 아랑 님께서는 증오스러운 엘티노스에게 봉인 되었던 것이 아니었는지?”

 

너무 놀란 나머지 목소리가 커진 여성을 진정하라고 말을 한 뒤에, 과거에 마리아가 청소를 잘못해서 아랑의 봉인이 풀린 것부터 시작해, 지금은 베가프와 같이 돌아다니면서 신앙을 모으고 있다고 전해줬다. 아우리스 교의 추기경이기도 하며, 신성 아우리온 제국의 권력자이기도 한 내 친구에게 말이다.

 

봉인이 풀려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듣자, 내 앞에 있는 여성은 만연의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카일 님께서 도와주신 덕에 저희들의 신령님이 잘 살고 있는 듯 하군요.”

 

저 때문은 아니에요. , 그러니까...”

 

여태까지 나는 이름도 못 들은 걸 이제서야 알아차린 나의 말에 살을 붙여주었다.

 

“‘니아라고 합니다. 뒤늦은 소개는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니아 씨. 우선 이 정도로 대화를 끝내고, 레이몬드 브레체투스를 빨리 만나러 가야 해요. 빨리 일 처리를 끝내고 쉰 다음에 잡화점을 열어야 하니까요.”

 

시공간술사의 길에 들어선 자는, 정확한 시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지금은 대략적으로 오후5시정도. 아까 슬라카 부족을 힘껏 때리고 설교하는 것과, 백장미 싸인 때문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렸다. 쉬는 것 또한 그렇게 많이 쉬는 것도 아니고, 잠깐 차 한잔 마시다가 곧바로 물품 정리를 시작해야 하니까.

 

그럼 시간이 더 지체되기 전에 마차에 올라타시죠.”

 

안에는 겉과 비슷하게 화려한 문양과 색상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의자의 가죽이 소가죽으로 이루어진 고급스러운 검은 가죽 시트였다. 거기에 앉자마자 여우 정령들이 나에게 쏜살같이 달려와서 주변을 맴돌거나, 내 온몸을 아예 뒤덮으려는 듯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그 후에 체내에 있는 마나가 서서히 양도되기 시작했다.

 

이 애들. 마나를 뺏으러 오는데요?”

 

마나가 많은 사람들을 보면 저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여우 정령들이 그 사람에게 가서 핥더라고요.”

 

그런데 핥는 부위는 얼굴 한정인가 보죠? 목은 핥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얘들아?”

 

마치 염소가 소금만 보면 환장을 하고 핥듯이, 여우 정령들은 계속 내 시야를 가리면서 할짝거렸다. 그래도 침으로 범벅이 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고 있는데, 마나가 빨려 들어가기만 하고 있었으니, 그래도 가장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은, 내가 마나에게 축복을 받은 체질이라는 소리다.

 

그나마 마나의 재생속도가 가장 빠르니 다행이네요. 수용할 수 있는 양도 많으니 저는 뭐 저 아이들에게 좋은 마나의 공급원인가요? 이 아이들 나중에 마나로 된 곳에서도 자연에서 살아남기에 출현할 것 같은데요?”

 

어라? 그게 뭔가요?”

 

아니에요. 저번에 마리아가 보여준 것이 너무 충격이 커서 아직까지 이러고 있는 것 같네요.”

 

한 남자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서 탈출하는 건데, 문제는 그 사람이 살아있는 벌레를 생으로 씹는 걸 보고 말도 못할 충격을 받았다. 어쨌든 내가 마차를 탔는지, 아니면 마나를 주러 온 것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에서 20분을 더 가자. 아까 그 경비대 막사보다는, 조금 더 조그만 저택이 내 시야를 가득 매웠다.

 

하얀색으로 페인트 칠했으니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은 하지 말고 내 앞에 나와있는 레이몬드를 보며 인사를 했다.

 

내가 온 이유는 잘 알고 있겠지?”

 

그럼요. 백장미에 싸인 해주시러 온...”

 

아냐!”

 

이 어린 것도 백장미를 보는 건가? 정말 세상이 말세라는 것이 느껴진다. 차라리 내가 트리니티에게 죽었더라면 이런 바보 같은 일은 두 눈 뜨고 볼 일이 없었을 텐데.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먼 길을 걸어왔나?

 

차라리 과거로 가서 백장미를 찍지 말라고 나 자신에게 뺨을 때릴까?”

 

하라는 잡화점은 안 하고!”라면서 때린다면 내가 행복해질 수도 있을까?

 

저기? 카일 씨? 무슨 말을 하고 계시는지?”

 

. 미안하군. 얼룩말이었...아니, 이게 아니라. 지금 당장 안에 들어가서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괜찮을까?”

 

그러시죠.”

 

소년이라기에는 나보다 키를 먼저 초월해버린 초월체의 모습이었다. 이건 단순히 내가 키가 작다고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제길 귀족 집안은 어째서 키가 크고 나보다 잘 생긴 것들 천지야? 다 죽어야...아니, 딱히 열등감을 느끼고 있어서 이런 독백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여간 좋은 것만 먹으면 다 저렇게 변하나. 좋은 건 서민들에게도 나눠주면...어쨌든 딱히 레이몬드에게 열등감을 느끼거나 그러지 않았다. 귀족들 다 죽었으면...

 

니아 씨. 차를 내주세요.”

 

알겠습니다. 도련님.”

 

1층에 라운지로 추정되는 장소에 앉아 나와 레이몬드는 서로 마주보며 앉았다. 여전히 깔끔하고 댄디한 금발을 지닌 남자는, 푸른 봄이 생각나는 녹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고리는 살짝 올라가 좋은 인상을 보여주었고, 그에 비해 나는...아 정말 저런 귀족들 다 죽었으...아니, 이것도 열등감으로 인해 독백은 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는 말도록.

 

엘티노스 잡화점에는 무사히 전달 되었나 보네요.”

 

. 잘 전달 되었지. 하지만 묻고 싶은 것이 몇 가지가 있는데, 제대로 대답을 해주겠어?”

 

그럼 저에게 들어오는 이득이 없잖아요?”

 

싸인 해줄게. 백장미 잡지에.”

 

뭐부터 알고 싶으신가요?”

 

요즘에는 모든 이야기가 백장미로 귀결되는 것 같지 않나? 초창기에는 육포 하나로 난리가 나더니만, 요즘은 백장미가 해결책으로 바뀐 것 같았다. 아무튼 모든 것을 이야기 해주겠다고 했으니 레이몬드에게 첫 번째 질문을 했다.

 

영겁의 노래는 루멘의 유작이란 걸 당연하게 알고 있을 테지만, 어째서 우리에게 조각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

 

그러자 레이몬드는 과거를 회상하듯 눈을 감더니,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루멘은 저에게 이야기 했어요. 영겁의 노래는 단순한 촉매에 불과할 뿐. 영겁의 노래를 대신할 사람은 조만간 나타난다. 그리고 첫 번째의 별이 사라지는 순간, 조각상은 그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말이죠. 확실히 조각상에 대해서는 저도 들어본 정보가 아니었지만, 루멘이 저에게 영겁의 노래를 남기기 전에 이와 같이 이야기를 했었어요.”

 

하지만 그 보석은 단순한 촉매라고 한다면, 그 보석의 진짜 이름은 뭐지? 어째서 생판 모르는 조각상과 같이 두면 자라나서, 공룡모양으로 변할 것 같은 무시무시한 기운이냐고?”

 

그건 물에 넣어야 하지 않나요?”

 

아 그런가? 어쨌든 너는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을 거 아냐?”

 

레이몬드는 잠깐 주변을 둘러보더니 나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보석의 이름은...”

 

나도 가까이 가서 자세히 듣기 위해 귀를 열었는데.

놀랍게도.

 

저도 모릅니다.”

 

장난해!”

 

레이몬드도 모르는 보석이라고 한다.

 

이름이 있을 거 아냐! 예를 들어 블러드 아이라던가! ‘에이자의 붉은 돌이라던가! 나중에 기둥의 사내들이 깨어나서, 궁극의 생명체로 변하기 위한 복선이라던가!”

 

카일 씨. 흥분하지 마시고, 애초에 2부는 저도 아직 안 봐서 네타를 하지 말아주세요.”

 

. 미안해.”

 

레이몬드는 2부를 아직 다 안 봤구나. 네타를 하면 안 되지. 그래.

 

가 아니라! 아무튼 보석에 대한 기원이 있을 거 아냐!”

 

레이몬드는 고민을 하다가 해결책은 내놓지 않았지만...

 

그럼 역사학원장님께 물어보시면 될 거에요. 그 분은 기원전에 우리가 창조되었을 시절에, 아우리스 여신님께서 직접 사람이 되어라 얍!”하고 만든 것이 아닌, 생명의 바다에서 태어나게 했다고 주장하시는 사람이니까요.”

 

진화론을 주장하는 사람이라. 아우리온에게 암살당하지 않는 것이 신기하군. 그래도 오크들마저 진화론을 믿고 있는 입장이니까. 나도 그 사람의 말은 흥미롭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세한 이름은 아직까지 모르겠군.”

 

그야. 좀 별나신 분이니까요. ‘내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내 업적은 영원히 기록된다.’라고 말하시더라고요.”

 

그럼 내일은 그 역사학원으로 가야만 하는 건가?

 

. 좋아. 그 다음 궁금한 것은 아직까지 남아있으니 긴장하라고?”

 

그렇게까지 긴장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이 대화가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제길 왜 귀족들은 하나같이 예의가 다 바른 거야?

 

나에게 진짜로 의뢰를 하고 싶은 것은 뭐야? 그냥 단순하게 봉인만 해놓는 것은 원하지 않을 텐데. 카린을 통해 진짜로 양도한 이유가 있을 거 아냐?”

 

레이몬드는 내 말에 차근차근 입을 열었다.

 

그거야 말로 루멘이 원하던 일이었으니까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 조각상은 결국 깨어나기 마련이라는 말과, 아무리 봉인을 해놔도 이미 진행이 되고 있는 것은 멈출 수 없다는 말. 그 두 가지 말을 저에게 남기고 떠났어요.”

 

설마. 지금 급하게 봉인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 중이라는 소리인가?

 

이제 다 물어보셨나요? 1집부터 15호집까지 다 가져와도 되나요?”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양해를 구하고 있는 레이몬드에게, 나는 고개를 어쩔 수 없이 끄덕이며 바닥을 향해 떨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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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은 좋은 마나의 공급원이죠.

by.여우 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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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수요일부터 금요일

정확하게는 4월 5 ~ 7일까지.

글 못써요...

동원훈련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