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42

FNL-Phantasm 2017. 3. 22. 09:56

42

 

 

 

몽마들을 상대할 때는 상대방의 꿈을 장악하고 나서 작업을 시작한다. 그것은 세피르가 전에 설명해준 적도 있으며, 나의 쌓여있는 지식이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주기도 하니까. 다만, 서큐버스와의 결판은 꽤나 싱겁게 끝났는데, 내가 데리고 다니는 사역마는 최상급 인큐버스라는 것이었으니, 덤으로 지금 어떤 상황인지 짧게 설명을 한다면…….

 

아아! 세피르님! 제발 절 개처럼 다뤄주세요♥

 

이 한마디로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간단하게 굴복해버린 서큐버스는 세피르가 데리고 나간 사이에, 다시 빅터의 기억 속을 탐험하기 위해 준비를 했지만, 우연하게도 내가 의식이 깨어난 사이에, 빅터의 두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무거운 침묵은 내 입을 막아버리고, 어처구니 없게도 머릿속에 가열되는 무언가로 인해, 제대로 된 단어 선정을 할 수가 없었다.

 

, 뭐냐! 그거야! 맞아! 서큐버스! 서큐버스가 빅터의 꿈에 침투해서, 내가 퇴치하려 온 것뿐이야! 그래! 그거였어!”

 

내가 보기에는 꼬마 아가씨가 서큐버스 같은데?”

 

.”

 

빌어먹을 복장.

 

시끄러워! 내가 침투한 게 아니야! 정말로 있었다고!”

 

빅터는 귀여운 아이를 바라보듯이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지금 빅터는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 건가? 지금은 둘째치고 나는 켈모리아의 쪽지를 건네주면서 서서히 침대 밖으로 나왔다.

 

아무튼. 내가 침투한 거 아냐. 오히려 나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빅터의 꿈속으로 침입한 서큐버스는 세피르맨이 처리해줬으니까.”

 

알았어. 꼬마 아가씨. 그 말 믿을게.”

 

나는 웃으면서 입을 열고 있는 빅터의 얼굴 조차 제대로 못보고, 오늘 밤에 생각나면 이불을 저 멀리 차버릴 만한 흑역사가 탄생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 전에 빅터는 수색대의 제복을 입으면서 내 머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나는 잠깐 갈 곳이 있으니까. 너도 그 모습으로 다른 사람을 유혹하지 말고, 학원장님께 빨리 돌아가보도록 해.”

 

알았어.”

 

나는 서둘러 마법진을 그린 뒤에 귀환을 하기 시작했고, 세피르는 지금 어디론가 가버렸으니 이비만 내 어깨 위에 올라와서 삑삑!”이라고 울고 있었다. 다시 켈모리아의 집으로 귀환마법을 사용해서 도착했을 때는, 거실에 밀리아와 켈모리아는 없었고 아무도 없는 집 안에서, 나는 집안일을 하기 전에 평범한 옷으로 바꿔 입기 위해 옷장을 열었다.

 

이제 이 가죽옷은 질렸으니, 나는 나대로 입고 다닐 거야. 차라리 이 옷을 입고 다닐 바에는 죽어버리는 게 나아.”

 

흑역사 하나 만들면 됐지. 이제 이 옷하고도 해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왔으니, 마법학원 복장 그대로 갈아 입기 시작했다. 이제 할 일도 없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시간이 다가왔으니, 쇼파에 누워서 눈이나 붙일 겸 자리를 천천히 움직였다. 이비는 내 어깨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관심을 보여달라고 날뛰고 있었지만, 나는 작은 뱁새를 한 손으로 진정시키면서 천천히 노곤한 잠에 빠져들…….

 

어라? 아리엘? 혼자야?”

 

부드럽고 끈적한 목소리가 내 귀에 한 가득 채우자마자 순식간에 잠이 달아나고, 오히려 쇼파 뒤로 빠르게 넘어가버린 내 몸은, 쇼파를 등지고 엄폐를 하면서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소리쳤다.

 

레이나 씨! 여긴 대체 뭐 하러 온 거에요!”

 

당연히 아리엘을 보러 왔지. 켈모리아에게 볼일 있는 것은 덤이고.”

 

어째서 덤과 목적이 바뀐 것처럼 들리죠?’

 

기분 탓이야.”

 

잠깐? 이 목소리는 쇼파 쪽이 아니라 내 앞에서 들리는

 

아리엘~”

 

꺄아아아악!”

 

호러 장르를 본다면 천장 위에서 내려오는 무시무시한 귀신이 생각날법한 연출이었다. 다만, 레이나 씨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실들이 지탱하면서, 거꾸로 매달려있는 거미처럼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기에, 눈동자가 마치 하트모양으로 변형한 듯한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나느 비록 몽마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켈모리아가 말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1초에 40번씩 외우기 시작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괴물만 사라질 수 있다면 카카오 99% 초콜릿을 생으로 씹어서 먹겠어!

 

하지만 현실의 잔혹함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으니, 나를 껴안고 ! 정말 부드럽다!”라고 외치고 있는 레이나 씨의 말 한마디였다. 마음속에서 깊은 한숨이 올라오려다 꾹 눌러 참고 나는 레이나 씨를 밀쳐냈다.

 

쇼파에 앉아계세요. 어차피 켈모리아를 기다리는 거니까. 차라도 대접해야죠.”

 

레이나 씨는 의외로 내 말에 고분고분하게 나를 놔주고 쇼파로 이동해서 앉기 시작했다. 홍차를 끓이면서 이비는 레이나 씨의 어깨에서 재롱을 부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전에 레이나 씨가 왔을 때 과잉반응을 보인 것은, 귀여운 것을 보면 난리를 일으키려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예전에 나를 폭주시키려고 했던 사람이었으니. 지금은 나에게 또 다른 위험한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 것이 아닌지 경계하는 것.

 

요리 연구부에게 가져온 쿠키를 접시에 놓고 홍차가 담긴 주전자와, 깨끗한 컵들을 가지고 가서 쇼파 앞에 있는 탁자에 놓았다.

 

그렇게 경계 안 해도 돼. 저번처럼 폭주시키는 일은 없으니까. 나는 항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일에 대해서는,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 나의 기본 규율이라고?”

 

규율이라고 할 것까지 과장해서 말할 정도면, 레이나 씨는 정말 믿어서는 안 될 사람이네요.”

 

친근하게 내 옆에 붙어서 나의 허리를 팔로 감싸며, “괜찮아. 언니는 위험하지 않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위화감에 나는 살짝 거리를 벗어나면서, 홍차를 따라주었고 가지런히 채워놓은 찻잔을 살며시 들며 향을 음미하는 레이나 씨의 모습은, 확실히 어느 사람이 보아도 기품 있고 정상적인 사람이었다.

 

미스 카멜롯에 나간다면서?”

 

대체 그 쓸 때 없는 축제는 뭔지 잘 모르겠는데……왜 그걸 하는 거에요? 별 의미는 없지 않나요?”

 

그래도 대륙에 있는 모든 나라가 다 오는 걸? 천칭들의 모임도 대다수가 참여하는 축제니까. 우리 카멜롯이 실질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 중에 하나야. 관광에 대한 수입원이라고 해야 할까?”

 

관광자원이라는 소리에요? 그게?”

 

이번 아리엘의 등장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야 귀여운 아이들을 볼 수 있으니까 상관은 없지.”

 

레이나 씨는 홍차를 한 모금 들이키면서 입가에 맴도는 향을 느끼는 듯. 눈을 감고 만족스러운 얼굴을 보였다. 그런데 이제 켈모리아가 오기 전까지 나는 레이나 씨와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그런데 왜 저의 과거에 대해 알아내려고 한 거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런 말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크나큰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폭주시키려는 레이나 씨의 행동은 내가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저 질문 차원으로 물어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레이나 씨는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히 네가 어떤 괴물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아니니?”

 

말 한마디에 섬뜩함이 온 몸으로 몰려왔다. 처음과는 다르게 증오가 섞인 눈빛은 나를 옭아매듯 살기가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몬스터가 배회하는 숲에서 홀연히 나타나서 카멜롯 수색대원들에게 도움을 받고, 자신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그런 소녀를 난 신뢰할 수 없으니까. 안전한지 안전하지 않는지도 모르고 그냥 인도적인 차원으로 데려온 것만으로, 켈모리아는 상당히 위험한 수를 둔거나 다름이 없어.”

 

하지만 더 허탈한 것은 다시 분위기가 온화하고 밝아지면서, “그래도 마법 무투제라던가 다른 방면에서는 평상시에 안전하니까. 아리엘은 괜찮을지도 몰라!”라며 심각한 분위기를 그대로 날려버렸다.

 

미안해. 나도 과거가 좀 이상한 여자라. 가끔은 내 감정을 조절할 수 없을 때가 많거든.”

 

켈모리아의 친구답게 괴짜이긴 하지만, 방금 전에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그 살기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아무튼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레이나 씨는 천천히 홍차를 마셨고, 나는 세피르가 언제 올지 멍하니 앉아서 내 손바닥에 있는 이비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새는 뭐야?”

 

잡화점에서 이곳으로 신수의 알을 양도했는데, 거기서 태어난 아이에요. 이름은 이비라고 제가 지어줬고요.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이 아이로부터 얻었죠.”

 

확실히 이런 귀여운 겉모습에는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혼종의 집합체를 구겨 넣은 다음, 한 손바닥에 담을 수 있는 사이즈로 압축하면 이비가 나오게 된다. 물리적으로도 마법적으로도 피해를 받지 않으니, 무적이라고 볼 수 있기도 하고 신수라서 수명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이 불가능하다.

 

. 내가 좀 알아볼까?”

 

레이나 씨는 자신의 분홍빛 핸드백에 의사 가운을 꺼내고, 그 의사가운 안에 검은 지갑을 꺼낸 뒤에, 검은 지갑 안에는 의사 가운이 또 들려있고, 그 의사 가운에는 청진기가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그 청진기 안에 또 의사가운이…….

 

대체 몇 개의 의사가운이 들어간 거에요!”

 

아니, 무엇보다 어떻게 집어넣은 거지?

마트료시카도 이것보단 덜 복잡하게 설계 되어있다.

 

그야 의사가운은 나에게 있어서 생명이라고? 이게 없으면 큰일나니까.”

 

그 정도면 생명이 너무 질긴 것 같은데 말이죠? 뱀처럼 탈피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다른 물품을 꺼내 이비에게 들이대자, 기묘한 진동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전에 마법공학으로 이루어진 저 도구는 대체 뭘까?

 

그게 뭐에요?”

 

이건 생명체에게 직접적으로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스캔을 해주는 기구야. 주로 이건 병아리들의 암수를 구분할 때 쓰는 거지만, 이런 뱁새에게도 사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네.”

 

왜 그런 유용한 기구를 그럴 때에 사용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레이나 씨는 결과를 확인했는지 매우 놀라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야? 이 애는? 안에 뭔가 뒤죽박죽으로 뭉쳐있는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한 가득 담아서 압축해놓은 기분이야. 어째서 신수의 알이라고 말했는지 이제 이해가 가네, 애초에 이 정도로 많은 생물들을 구축하기 위해서, 마나가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야.”

 

이비는 레이나 씨 앞에서 삑삑!”이라는 말을 했다.

정확히는 말보다는 울음소리겠지만…….

 

게다가 기본적으로는 수컷이네.”

 

그래서 그 서큐버스 옷에 반응을 한 건가.

이비의 지능이 왠지 궁금해졌다.

사람 말을 기본적으로 알아듣는 이비라면…….

 

레이나 씨. 이비의 지능은 어느 정도에요?”

 

. IQ로 따지자면 200이상인데?”

 

그럼 사람 말을 알아 듣는 수준이 아니라, 이비 혼자서 복잡한 과학의 원리를 단번에 이해를 한다는 소리잖아? 그보다 그 기구는 지능지수도 측정할 수 있는 건가?

 

이 아이를 확실하게 나타내는 말은 없으니, 그저 모든 생물의 집합체라는 타이틀을 줘야 할 정도야. 덤으로 이비 안에 있는 것은 동식물뿐만이 아니라, 몬스터도 한꺼번에 포함이 되어있으니까.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의 모습을 해도 이상할 것은 없을 거야.”

 

이비가 인간형으로?

 

그거 정말인가요?”

 

그러자 레이나 씨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이비는 내 어깨 위에서 삑삑!”하며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