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75

FNL-Phantasm 2017. 3. 15. 00:00

375

 

뭔가 얻기 위해서는 줘야 하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하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지금 내가 보기에는

그 말은 틀린 거라 생각한다.

-이사벨의 부름을 받고 왔더니 루니아를 보게 된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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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모로 미안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나, 지금은 전투 중이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방도가 없지만, 지금은 나의 최후의 항전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다른 사람이 불렀다고 해서 나가면, 금빛의 파도를 머리에 두른 루니아 누나가 웃으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나에게 있어선 어떤 공포장르보다 더 무서운 경우다. 이번엔 제자들이 이사벨 씨의 말을 듣고 나에게 직접 찾아왔다고 하지만, 이사벨 씨는 그저 나를 부르기 위한 미끼를 던져준 것뿐. 사실상 아테리카 학원장실에 루니아 누나가 대기해서, 그 망할 백장미인지 뭔지 하는 걸 찍기 위해 나를 부른 것이다.

 

이번 16호에는 봄 시즌을 맞아서 벚꽃 밑에서 찍을 거에요오!”

 

-샤아악!

 

그 전에 그 칼부터 집어넣으시죠! 여기서 벚꽃 엔딩을 찍기 싫으면!”

 

-!

 

학원장실부터 시작된 칼부림은 내가 겨우겨우 루니아 누나의 속도를 따라잡을 정도로, 공방이 너무 확연히 드러날 정도의 열세였으며, 여전히 입가에 머금은 웃음과 내 검의 궤적을 꿰뚫고 있는 붉은 눈이 섬뜩하리만큼 무서웠다. 사람이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곳이 몇 가지 있다면, 그 장소 중에 하나가 루니아 누나가 있는 그 자체일지도.

 

이미 음식에 있어서 흉악한 테러리스트가 다 된 루니아 누나가, 옆집에 살면서 이웃집이라고 음식 만들어서 주는 날엔, 그 날로 발할라든 저승이든 천국이든 지옥이든 아무데나 가는 거다. 티르빙을 뽑아 타도로 변형한 뒤에 7번정도 부딪치며 운동장으로 뛰쳐나갔는데, 막지도 않고 흘리는 것만 해도 힘이 들기 시작했다.

 

루니아 누나가 검을 내려찍을 때는 보이지 않는 검압이 먼저 나를 내려찍고, 그 다음 검이 내려찍는 형식으로 2번의 공격을 한 번에 방어하려고 하니, 검압으로 이미 굳어진 자세에서, 곧바로 흘린다는 것은 난이도가 꽤 높은 방어작업. 당연히 지금 이것만으로도 루니아 누나가 얼마나 나를 봐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오늘은 느닷없이 백장미를 찍는 클리셰는 밟지 않을 거에요! 이건 돌아가신 부모님께 맹세를 했다고요!”

 

어라아? 카일의 부모님은 살아계신데요오?”

 

아 맞다. 내 부모님은 아직 살아계시지...

이 사람 언제 내 뒷조사를 한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요! 언제 제 뒤를 판 거에요!”

 

그거야. 앞으로 인사드릴 아버님과 어머님이신데, 미리 알아두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요오.”

 

뭘 미리 알아놔요? 그게 무슨 예습이 되는 줄 알아요?”

 

다시 모습이 사라지고 이번엔 뒤에서 가로로 휘두르는 궤적을 겨우겨우 읽고, 타도를 양손으로 잡아서 검압을 막은 뒤에 날아오는 철 덩어리를 물이 흐르듯이 흘리기 시작했다. 불꽃이 검을 따라 지속적으로 튀면서 치이이잉!”하는 소리와 더불어, 힘이 약해지는 타이밍에 위로 올려 친 뒤에서야. 루니아 누나의 검이 공중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게 일반적인 롱소드의 경우라서 그렇고, 대체 뭘 보고 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등 뒤에 있는 클레이 모어가 단숨에 내 자리를 내려찍어 거대한 울림이 터져 나왔다.

 

잠깐! 잠깐! 누구 죽이려고 해요? 그걸 왜 꺼내!”

 

카일은 롱소드로만 상대하기에는 너무 성장해버려서요오. 가끔가다 누나가 진심으로 걸어오는 투정을 받아줘야 하지 않을 까요오?”

 

그게 투정이라고요? 투정 하나로 수백 명이 죽겠다! 그게 무슨 철쇄아도 아니고!”

 

바람의...!”

 

그거 하지마!”

 

어디 반인반요가 사용하는 필살기를 사용한 엉뚱한 모습과는 달리, 클레이 모어의 검압이 루니아 누나의 마나를 담고 뛰쳐나왔다. 붉은 마나가 가시화가 되면서 나 또한 새벽<Daybreak>으로 어떻게든 상쇄하고자 사용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새벽을 한 번 사용하면, 루니아 누나는 저 말도 안 되는 검압이 6곳에서 날아온다는 것.

 

나를 중심으로 원을 그려 5곳은 무효화시키고, 남은 한 곳은 왼쪽에 마법방패를 만든 뒤에, 발로 차 반대 방향으로 급하게 피하고 난 뒤에, 다시 한번 날아오는 공격을 흘...

 

야구해요오. 카일을 공으로!”

 

-피캉!

 

리지 못하고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도저히 사람이 휘둘렀다고 볼 수 없는 엄청난 충격량이 전신에 휘감긴 사이에, 내 존재 자체가 야구공이 되어버린 기분을 만끽하며, 오늘도 저 하늘 멀리 날아가서 반짝이는 존재가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애석하게도 마법학원의 한쪽 유리창을 깨부수고 2층 복도에 들어가서, 수업중인 반의 뒷문을 맹렬하게 부수고 나서야 겨우겨우 멈췄다.

 

아무리 욱신거리고 부셔질 듯한 고통이 있다고 해도, 나는 빨리 일어나서 , 그러니까.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긴 체, 반에서 나와 반대편 복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곳은 아테리카 학원, 수 많은 학원생들이 공부를 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곳에, 나는 그저 백장미가 찍기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곳에 피해를 주고 있었다.

 

아니지.

솔직히 이게 내가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루니아 누나가 계속 쫓아오니까 그런 거지!

 

오늘 따라 카일의 반항이 심하네요오?”

 

순백의 기사 제복을 입은 루니아 누나는 청순함과 따스함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오러가 이미 죽은 자를 기다리는 사신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밤에 봤었다면 분명히 이불자리에 지도를 그렸을 정도.

 

게다가 나의 반항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적게는 2, 많게는 5배 정도 차이가 나는 월등한 힘으로, 나를 찍어 누르듯이 상대하고 있는 모습에, 앞으로 내가 전선에 이탈해야 하는 시간은 6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어떻게든 6분안에 루니아 누나의 눈을 속이고 자리에서 빠져 나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잘 빠져나갔다고 소문이 날까?

 

아냐. 어느 유명한 분께서 말씀하신 말로는 필사즉생 필생즉사라고 남긴 명언이 있다. 말뜻 그대로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임전무퇴의 명언이. 나는 오늘 그 분의 가호를 받아 6분을 6초로 줄여가며, 필사적으로 루니아 누나를 쓰러뜨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시공의 눈 개안.”

 

모든 시간이 느려지기 시작하면서 1초마저 프레임단위로 늘어나기 시작한 이 순간에는, 어느 누구라도 물리적으로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7초정도 되면 내 뇌가 익어버려서 도망갈 수 없으니, 6초동안이라도 죽고자 발버둥을 친다면, 오히려 그 곳에는 길이 있는 법.

 

나는 느긋하게 있는 루니아 누나의 주변을 돌면서 검으로 휘둘렀다.

 

-챙강!

 

그야 당연히 한 번은 막겠지. 최고의 검사라고 명성이 자자한 루니아 누나인데. 하지만 두 번째는

 

-!

 

뭐 막을 수 있다고 쳐. 그래도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에서 들어가는 찌르기가...

 

-핑강!

 

어라? 그럼 4번째는?

 

-!

 

이건 대체 무슨 사기캐릭터야! 아무리 강해도 어느 정도만 강해야지! 지금 현실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속도로 가속중인 나의 공격을, 이상할 정도로 잘 막아내고 있는 루니아 누나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했을 때. 내가 아무리 시공의 눈을 개방해서 티끌 같은 시간을 활용한다면, 누나는 그저 집중력 만으로 나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었다. 만약에 루니아 누나의 붉은 두 눈이 나의 움직임을 따라잡고, 어느 사이에 얼굴이 가까워진 상태로 먹이를 보는 눈으로 보고 있다면...

 

아니, 만약도 아니다.

실제로 지금 그러고 있네.

 

초 근접거리에서 대면하고 있는 루니아 누나의 사신과 같은 붉은 눈이, 나의 원초적인 공포를 유발 시켜 경직을 먹였다. 그리고 어디선가 한 번 본 자세가 눈에 띄었는데, 양손으로 검자루를 붙잡고 허리를 살짝 비틀면서, 왼발을 힘껏 구른 뒤에 휘두르는 모습.

 

-와장창!

 

이번엔 밖으로 유리창을 깨부수며 날아가는 나의 모습은. 흡사 투수가 잘못 던져서 홈런에 맞아버린 야구공과 똑같았다. 이미 시공의 눈이 꺼진 상태에서 구름이 양처럼 뛰어 놀고 있는 푸른 하늘을 한 가득 담으며, 지난 세월에 내가 대체 뭘 잘못해서 지금 이 지경까지 왔는지 돌아보고 있었다. 고작해야 21세에 크나큰 죄를 지어도 이제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잡화점에 처음 들어오고 난 뒤에 앙금을 풀고, 나를 옭아맸던 과거도 청산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사이 추락하는 새처럼 운동장으로 보이는 황토 빛의 흙이, 서서히 가까워지면서 마법사슬을 만들고 고정좌표로 마법방패를 공중에 만들어, 마법사슬을 마법방패에 옭아맨 뒤에 겨우겨우 추락사를 면했다.

 

추락사만 면한 거지. 온 몸은 곧 죽겠다. 이제 그만 항복해라.”라며 포기를 권유하고 있었다. 덤으로 말도 안 듣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루니아 누나는 상쾌한 얼굴로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아아. 오늘도 포획하는 데 힘들었어요오. , 수많은 사람들이 16호를 기다리고 있답니다아. 이번에 코스튬은 뭐로 찍을지는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하죠오?”

 

싫어! 차라리 날 죽여!”

 

***

 

뭐냐, 상당히 미안하군 카일 선생.”

 

난 댁 선생이 아니에요.”

 

결국 여장을 피해갈 수 없었던 나는, 이번에 까마귀가 생각나는 고스룩을 입고 있었다. 본래 나는 검은 머리였지만, 은색의 여성용 가발을 내 머리 위에 씌운 상태였고, 검은색과 흰색이 패턴으로 있는 긴 양말이 포인트라고 하지만, 지금 그건 다 둘째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아테리카의 학원장이면서 검은 여성용 정장을 입고 있는 이사벨 씨는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있지만, 이미 마음 속에 깊은 곳까지 화가 차오른 나의 심기만 불편하게 할 뿐. 덤으로...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주인은 역시 고스룩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주인님! 그 모습으로 살면 루나가 가장 행복해 할 거에요! 만화가 잘 그려질 것 같거든요!”

마스터. 이번엔 하얀 바탕의 고스룩도 도전해서 저와 페어를...”

 

사방에서 내 스트레스 수치를 삽으로 퍼 올리는듯한 기분이었다. 만약 내가 스트레스성 지병을 앓고 있다면 그 지병 때문에 죽어버렸으리라. 지금 이 한 가득 품은 증오의 양만 따지면 3대가 배불리 먹고도 남아서, 다른 사람에게 기부까지 할 정도니까. 그보다 모자 위에 있는 검은 장미는 대체 뭐야?

 

설마 그 빌어먹을 백장미와 더불어 흑장미까지 찍어 올린다는 것은 아니겠죠? 지금 한 코멘트에서는 계속 요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코멘트요오?”

 

아뇨. 다른 차원의 이야기일 거에요. 분명히...뭔가...그런 기분이 느껴져서요.”

 

여김 없이 제 4의 벽을 깨부수는 발언은 입안으로 되돌리고 나서, 다 찍었다면 슬슬 잡화점에 돌아가서 요양을 하고 싶었다.

 

지금 뼈에 금이 간 상태로 포즈를 잡고 찍는 것은 미친 짓이란 것을 깨달았으니까.

 

이제 슬슬 브레체투스 가문이 의뢰한 것부터 처리하고 싶은데. 이제 이 수갑이나 풀어주시죠.”

 

. 오늘은 이 정도로만 마무리 할까요오?”

 

그리고 천천히 바라보는 루니아 누나는 나에게 뭔가 요구하는 눈빛으로, 장난스럽게 웃고만 있었다.

 

빨리 풀어줘요. 저도 바쁜 몸이라고요.”

 

키스.”

 

루니아 누나의 단 두 마디로 마음 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화로 인해 소리쳤다.

 

키스고 나발이고 지금 사람이 아파서 죽어가고 있는데! 옆에 있는 사역마들의 심기를 건드려서 이제 마법적으로 맞아 죽으라는 소리에요!”

 

농담이에요오.”

 

귀엽게 혀를 내밀며 나를 진정시키는 말을 꺼낸 루니아 누나를 보며, 수갑을 순순히 풀어주는 루니아 누나의 모습을 확인하고, 브레체투스 가문이 나에게 준 목걸이와 예전에 루멘이 준 세공품을 어떻게 조합하는 가에 대한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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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시작부터 사고를 치는 건 루니아 밖에 없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