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55

FNL-Phantasm 2017. 2. 22. 00:01

355

 

 

 

하늘에서 내려왔는지, 땅에서 솟아났는지,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윈디에게 기묘한 고양이 옷을 입은 내가 찍히고 나서, 잡화점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분명 이 모습 그대로 가게 되면 잡화점 멤버에게 놀림감이나, 나중에는 하나의 이야기 거리로 소비되는 그런 전개는 사양하기에, 나는 여성용 남색 정장을 입기 위해서 곱게 포장된 종이에 손을 넣을 때였다.

 

-화르륵!

 

. 미안하군 카린 선생. 실수로 그 안에 있는 옷은 태워넣었...”

 

고양이 어퍼컷!”

 

과거에 많이 맞았던 기술을 이사벨 씨 턱에 그대로 꽃아 넣은 뒤, 머릿속에 장악한 분노를 뒤늦게 나마 정리하면서 원망한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아주 그냥 이 모습으로 살라고 하지 그래요?”

 

. 그렇다면 나와 다른 사람들은 고맙겠지만, 카린 선생이 그 옷을 마음에 들어 해서 다행...!”

 

나는 이사벨 씨를 밟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겨우겨우 머릿속에서 밀어낸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오르면서, 자제심이 끊어지기 시작하려고 했다.

 

이사벨 씨? 지금 제 인내심이라는 존재가 모조리 다 사라지기 전에, 당장이라도 빌릴 옷을 준다면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카린 선생은 그 모습으로 될 때마다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가는 군. 남자였을 때는 M이면 여자였을 때는 S로 되는 건가?”

 

쓸 때 없는 말은 신경 끄고! 옷 내놔! 아니면 그거라도 벗겨서 입고 가겠어!”

 

내 안에 정신줄이 서서히 끊어지려고 할 때, 느닷없이 학원장실에 노크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2번의 노크소리로 내 머릿속에 정신줄을 가까스로 잡으면서, 제정신이 든 나는 이사벨 씨에게 손을 내밀어서 일으켜 세웠다. 이사벨 씨는 웃는 얼굴로 고맙군. 카린 선생.”이라며 내 옷을 계속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이 옷. 이사벨 씨가 만든 건가요?”

 

아무리 많은 의상을 백장미 찍었을 때 여장하면서 입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노출도가 심한 옷은 처음이었다.

 

카린 선생의 고양이 귀 보고 나서 4시간만에 만들었거든, 이래 보여도 나는 여성의 옷을 만드는 것이 취미다. 이건 뭐냐...내가 분노로 이성을 잃었을 때 카린 선생의 꼬리를 무차별적으로 잡은 것에 대한 사과라고 해야 할까?”

 

. 그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었어요?”

 

나는 사람에게 실수를 하면 선물을 하거나 사과를 꼭 해야 기분이 풀리는 성질이거든, 그래도 4시간동안 만들었지만 카린 선생에게 딱 맞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걸 4시간만에 만들었다고? 장갑하고 신발까지?

 

-똑똑!

 

. 미안하군. 들어오게!”

 

아까 노크소리가 누구인지 확인했을 무렵.

 

와아! 카린!”

 

오늘 내 인생은 망했군.

내 눈앞에 등장한 것은 릴리 기사단의 하얀 제복을 입고 있는 루니아 누나였다. 지금은 쉬는 시간이라서 잠깐 나온 것 같은데, 내가 있는 위치를 이렇게 빨리 알아낸 것으로 보아, 분명 윈디가 내 사진을 찍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거란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카린 정말 귀여워요오! 세 마리 정도는 거뜬하게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오!”

 

수로 아니라 마리수로 취급하는 걸로 보아, 이미 이런 내 모습에 익숙해진 모양이지만, 나는 루니아 누나에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적어도 저는 사람이니까 세 명이 되겠죠. 아니 이게 아니라, 누가 누굴 키우는 거에요?”

 

어느 순간 루니아 누나는 나를 꼭 껴안으면서 아아, 상쾌해라아~”라고 말하고 있었다. 마나의 축복을 받아 내 주변에 마나는 나를 중심으로 소용돌이를 치기 때문에, 가까이만 있어도 심신이 안정된다는 그런 소리를 들었지만...

 

루니아 누나? 오늘 무슨 일 있어요?”

 

. 임무 하나 때문에 고생이 좀 심하거든. 하멀 오빠에게 들은 말로는 신인류 소속에 있었던 내 여동생 닮은 호문쿨루스가 아직도 살아있다고 해서, 그걸 수사하고 있어.”

 

하멀 씨는 가차없이 말하는 것에 대해 선수구나, 비밀이라는 단어가 그 사람에게는 없을 정도라니, 게다가 루니아 누나의 목소리는 조금 기운이 없는 목소리였다.

 

그나저나 그 모습에서는 언니라고 불러야죠오?”

 

죽어도 싫어요.”

 

따라 하세요오. 루니아 언..”

 

거절한다!”

 

거절은 거절합니다아.”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다른 화제를 던져주는 것. 어느 사이에 내 품 안에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비비며, 고양이 같은 행동을 한 루니아 누나를 떨어뜨리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뭐 하러 온 거에요?”

 

. 맞다. 이사벨 씨~”

 

내 품에서 벗어난 루니아 누나는 허리 쪽에 있던, 문서가 담긴 종이봉투를 이사벨 씨 앞에 제출했다. 이사벨 씨의 날카로운 갈색 눈동자가 번뜩이더니, 이윽고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잘 받았네. 이제 돌아가도 되네.”라고 입을 열었다.

 

카린 선생. 이제 돌아가도 된다네. 나는 잠깐 할 일이 좀 남아서 말이야. 이제부터 학원 안을 시찰하면 안 되거든.”

 

이사벨 씨의 행동은 왠지 지금 당장 시간을 빼앗기면 안 될 정도로, 중요한 무언가를 하기 위해 날 억지로 내쫓은 것 같았다. 나도 지금 내 제자들이 제대로 연습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잡화점으로 돌아가보려고 하는데, 역시나 루니아 누나는 나를 붙잡고 입을 열었다.

 

카린! 저와도 놀아 주세요오! 내 무릎 위에서 잠들어도 되니까아!”

 

지금 제자들을 봐줘야 한다고요. 이렇게까지 열심히 훈련을 시켰는데도, 카멜롯 학생과 막상막하라는 소리를 들어서 머리가 복잡할 지경이라고요?”

 

마법 무투제 때문이죠오?”

 

대체 그런 소리는 어디서 들은 걸까? 정확히 집은 루니아 누나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루니아 누나는 굉장한 아이디어라도 생각한 듯이,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는데.

 

그러면 저를 마법으로만 잡아 놓을 수 있다면, 실력이 더 올라가지 않을까요오?”

 

루니아 누나를?

차라리 자살하라는 소리가 더 빠를 것 같은데?

 

이것도 분명 내기가 있겠죠?”

 

당연하죠오. 우선 카린의 제자들 앞에 데려다 주세요오. 상세한 것은 거기서 말하도록 할 테니.”

 

***

 

루니아 누나는 마법 무투제에는 출전하지 못할 정도로 검술의 극을 뛰어넘은, 검사의 길 달인급을 넘어 신급에 도달한 사람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극한의 검술로 시공간을 단절시키고 날아오는 마법을 모조리 분쇄하고, 검을 휘두르면 땅이 놀라서 뒤엎어지고, 하늘이 놀라서 무너져 내린다.

 

그런 괴물 같은 사람을 내 제자들이 잡을 수 있을까?

 

헬로 에브리원! 나이스 투 미튜! 아임 루니아 레이비스! 투 데이...”

 

잠깐! 잠깐! 잠깐! 왜 느닷없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야. 저의 개성이 중요하니까요오.”

 

개성이고 뭐고 제대로 설명하라고요! 제자들이 지금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잖아요!”

 

다른 나라의 언어로 대화를 하는 그 자체부터, 내 머리를 휘저어버리고 루니아 누나는 내 모습을 보며 웃어댔다. 웃음을 멈춘 루니아 누나는 제자들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기를...

 

오늘 귀여운 나의 카린이...”

 

나의 카린은 또 무슨 소리에요! 앞에 접두사도 빼!”

 

다시 수정을 해서 루니아 누나는 입을 열었다.

 

오늘 너희들의 선생님이 아테리카 학원장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어요오. 지금 이 상태만으로도 카멜롯에 있는 마법학원생도와 막상막하라는 소리인데, 오늘은 그 소리가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 확인을 하러, 제가 쉬는 시간 동안 저를 제압한다면, 아테리카 학원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고, 만약 실패한다면 뭐...막상막하보단 좀 열세로 추측될만한 실력테스트겠지요오.”

 

20분의 시간제한이 주어지고 루니아 누나는 기사답게 허리에 있는 얇은 한손검이 아닌, 뒤에 매고 있던 두꺼운 양손검을 한 손으로 꺼내 들었다.

 

클레이모어를? 한 손으로?”

 

루니아 누나의 키보다 살짝 더 커 보이는 거대한 검을 한 손으로 들고, 왼손을 굽어서 팔꿈치와 맞닿게 검 면을 올려놓고, 그 상태로 오른손은 검자루를 잡아 들어올렸다. 평상시와 다른 매서운 피 빛의 눈동자는 루크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루크는 무엇에 홀렸는지 몰라도 마법검을 전개하면서 뛰쳐나갔다.

 

나와 루니아 누나의 암묵적인 약속은, 나는 절대로 제자들을 도와주지 말라는 것.

그리고 내기를 했는데...그건 결과가 나오게 되면 내가 실토하도록 해야지.

 

-카캉!

 

마법검으로 휘두르는 것이 빠르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루니아 누나는 뒤에 있었던 왼발을 축으로 뒤로 돌아 거대한 거리를 장점으로, 검의 손잡이 끝부분으로 루크의 배를 올려 쳤다.

 

루크가 날아가자 그 뒤에 아르메가 정령을 한꺼번에 불러모았고, 파르시아와 같이 마법화살을 써가면서 뒤로 후퇴. 그 사이에 마를렌이 빠른 발걸음으로 전방에 파고들어 공격하면서 막을 틈을 주지 않았다.

 

이렇게만 보면 적절한 연계였는데, 문제는 상대가 루니아 누나라서 정공법이 도저히 먹히지 않았다.

 

아직까지 몸이 많이 유연하지가 않네요오?”

 

돌격하며 들어오는 마를렌의 마나가 담긴 주먹을 피하고는, 그대로 어깨로 밀쳐서 위로 뛰어들었다. 마법화살의 대부분은 마를렌이 맞을 위기였다. 하지만 등 뒤에 마법방패의 마법진이 튀어나오면서, 마를렌의 등을 보호하는 푸른 방패와 더불어, 루니아 누나가 어깨로 밀쳤던 전방에는 폭발 마법진이 심어져 있었다.

 

-파앙!

 

아르메가 그 짧은 사이에 마법진을 두 개씩이나 마를렌에게 심어놓을 줄이야. 언제 마를렌 옷에 마법부여가 되었는지 몰라도, 마법에 대한 피해까지 감소시켰으니, 거의 상처가 없는 마를렌은 한 숨을 내쉬면서 위험했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 생각보다 폭발마법이 강하진 않네요오.”

 

옷에 흠집도 없이 연기 속에서 나타난 루니아 누나를 보고 모두가 당황했다. 기사들은 자신을 단련한다고 하지만 옷도 단련한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저 옷은 천처럼 보이는 판금이라도 되는 건가? 하지만 그 폭발마법에 당한다면 판금이고 뭐고 최소한 흠집은 나야 할 터인데?

 

금색의 파도처럼 웨이브물결을 유지하고 있는 루니아 누나의 머리카락도, 상한 곳이 없어 보였으니 유효타가 아니라는 소리다.

 

설마 클레이모어로 그 모든 피해를 다 흡수하고 막아냈단 소리?”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장인의 손에 들려있는 도구가 좋은 도구라면, 이야기가 정말 많이 달라진다.

 

너무 급하게 시작하는 바람에 말씀을 못 드렸지마안, 이 옷과 클레이모어는 중급마법까지만 막을 수 있도록 코팅이 되어있어요오. 그러니 상급 이상의 마법부터 유효하단 소리겠지요오?”

 

루니아 누나는 4인방에게 검을 겨누면서 말을 이어 나아갔다.

 

그러니. 적당하게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거야. 전력으로 와도 부족하겠지.”

 

처음으로 루니아 누나는 나를 위해 제자들을 향해 웃는 가면을 벗어 던지고, 섬뜩한 가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붉은 살기가 흘러나와 클레이모어에 검강<Aura Blade>을 두르고 있었으니, 그 앞에서 대항해야 하는 내 제자들은 초조한 기분을 바로 잡고, 곧 이어 전투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죽일 기세로 덤벼야 제대로 알 수 있지.”

 

루니아 누나의 마지막 한마디는 이미 모든 것이 결판난 듯 조용히 읊조렸다.

=============================================================================================

오늘도 피곤하네요.

인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