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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53

FNL-Phantasm 2017. 2. 20. 00:00

353

 

 

 

지금 당장 뛰어다니는 거울을 쫓아 가속하기 시작한 나의 속도는, 고양이 귀를 달아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평상시에 뛰어다니는 속도가 아니었다, 풍경은 초고속으로 내 옆을 스쳐 지나가고 있으나, 뛰어다니는 거울은 여전히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마나를 온몸에 회전시키면서 육체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나의 속도에 맞춰서 그 거울도 점점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설마 이건 파르시아의 작품인가?

 

마법부여와 마법진에 가장 큰 차이점은, 마법진은 찾을 수 있어도 마법부여는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법진은 효율적으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단계보다 더 높은 단계의 마법을 설치할 수 있다면, 마법부여는 자신의 능력에 한계가 있어도, 저렇게 거울을 달리게 만들 수 있거나, 재미있는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는 것이 장점.

 

파르시아의 장난에 좀 속아 넘어가줘야겠네.”

 

마법을 부여하는 횟수가 많아지면 사물은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적절하게 배치되어있는 마법부여라면 최대 30중까지 겹칠 수 있다는 사실은, 엘티노스의 일기에서 쓰여져 있었다.

 

폭발하는 이유는 마나가 한 물품에 과도하게 응집된 부작용.

폭발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는, 마법부여를 하는 목록들이 일정한 균형을 가지도록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힘이 넘치거나 부족하면, 그 물품은 평생 사용할 수 없는 잿더미로 변할 테니...

 

지나가던 거울에 무슨 마법부여가 있는지 확인을 해봐야 하는데...”

 

내가 가속을 하면 가속을 할수록, 그 거울은 나의 속도에 맞춰서 가속했다. 이대로 달린다면 영원히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멈췄고, 거울도 날 따라 멈추면서 초원 한복판에 쓰러졌다.

 

잡아달라고 도발하는 것 같네.”

 

나는 자세를 낮추고 양손을 땅에 내려 놓았다. 내가 추격했을 때는 같이 달리고 있었을 지라도...

 

순간적인 가속에는 이 방법이 최고지!”

 

마나를 한 가득 담은 발을 힘차게 구른 뒤에 0.3초도 안 되는 시간으로, 벌써 30M나 날아갔다. 그 거울에 가까워지고 있던 찰나에 나의 모습이 맑게 반사가 되었다.

 

잡았...!”

 

-파지지지지직!

 

전기충격이라니?

말 그래도 모든 전류가 머리부터 꼬리까지 그대로 전해져 왔다. 보통이라면 실신해도 이상할 것 없는 강도였지만, 항마의 축복으로 어느 정도 경감이 되고 있어서, 의식까지는 잃지 않아도 마법을 사용하는 것에는 제약이 따른다.

 

으그그극! 게다가 떨어지지 못하도록 접착마법까지!”

 

더 잔인한 것은 한번 붙잡은 오른손과 왼손이 그 상태로 떨어지지 않는 것. 보통 접착마법에 걸렸어도 중급의 마법해제 주문을 외워서 풀려야 하지만, 지금 전기마법에 감전된 상태로 마법을 제대로 읊을 수 없다. 그 전에 나는 마법해제 주문 대신에, 새벽<Daybreak>을 사용해서 마법부여고 뭐고 싹 다 날려야 하지만, 그것도 정신집중이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없다.

 

어머나? 카린 선생님? 저의 함정에 걸리셨네요?”

 

파르시아가 만족스러운 웃음으로 내 등 뒤에서 나타났다. 주기적으로 온 몸이 감전이 되고 접착마법으로 잡고 있던 양손이 떨어지지 않았기에, 나는 계속해서 저려오는 고통을 꾹 누르고 입을 열었다.

 

나의 성격까지...으극! 이용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 게다가 짧은 시간 안에 상대가 불쌍해질 정도로 잔인한 마법부여라니...!”

 

파르시아는 후드를 벗고 나긋한 웃음으로 나를 맞이했다.

 

저는 당연히 합격이겠죠?”

 

...! 당연히...합격이지...아윽! 그보다. 이거 안 풀어지는데?”

 

그야. 풀어지지 않게 해놨으니까요.”

 

......?

 

뭣이?”

 

파르시아 쪽으로 내가 계속 돌아봐야 하는 입장이라, 고개도 아파죽겠는데 무슨 할 말이 남았는지 파르시아는 계속해서 말했다.

 

카린 선생님께서 저희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성장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따라서 저희끼리 생각해낸 것은 바로, 카린 선생님을 한번이라도 재기불능을 시키는 것이었죠.”

 

아무리 생각해도 저런 애들의 머리에서 생각해낸 잔인한 작전은 아닌 것 같은데.

 

크윽...제공자. 그 작전의 제공자는 누구냐!”

 

릴리 기사단장 루니아 언니랍니다.”

 

루니아 누나!!!

또 백장미 찍게 하려고 제자에게까지 손을 대다니!

 

따라서, 오늘 저희들에게 재기불능을 당하면 곧바로 루니아 언니에게 가게 되는 거죠. 그러면 저는 루니아 언니에게 예쁨도 받고, 선생님을 쓰러뜨렸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니 말이에요.”

 

엘티노스가 왜 제자를 받지 않고 홀로 마법연구를 했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제자가 모종의 거래를 해서 스승을 배신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제거하고 혼자서 마법연구를 편하게 하기 위함이겠지.

 

어머나? 카린 선생님? 벌써부터 한계는 아니시겠죠? 전기마법의 강도는 그게 전부가 아니랍니다?”

 

이제 눈에 보일 정도로 푸른 빛의 전류가 나에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항마의 축복이라도 고통이 지속되면 괴롭기 마련. 숨도 못 쉴듯한 격통이 온 몸을 휘젓고 다니는데, 제자 앞이라서 꼴 사납게 비명을 지를 수는 없었다.

 

! 으윽! 그만...! 강도를 낮춰...! 파르시아! 부탁이야!”

 

선생님께서 그런 모습으로 부탁을 하시니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파르시아는 심성이 착한 아이라서 정말 다행

 

좀 더 괴롭혀드리죠♥

 

이긴 개뿔! 누굴 닮아서 그런지 몰라도 사디스트 성향을 가지고 있는 파르시아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 잘못이다. 속에서 끌어오는 분노로 내 머릿속은 순식간에 장악 당하고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기지 마라!”

 

시공의 눈을 개방한 뒤에 고통이 찾아오는 시간을 늘리기 시작했다. 1초 정도의 틈으로 새벽<Daybreak>을 위한 정신집중을 끝내고, 강제로 응집된 마나를 자연상태로 돌려버렸다. 이제 단순한 거울로 변한 물품에는 더 이상 달리는 것도, 지옥 같은 전기방출도, 손이 접착되어 떨어지지 않는 일도 없었다.

 

시공의 눈을 닫아 현실 시간과 마주하면서, 파르시아는 ! 실패다!”라고 말하며 도망가려다, 빠르게 날아온 뱀 조종자에게 발목이 감기면서 땅바닥에 넘어졌다. 나에게 이런 심한 짓을 한 파르시아를 천천히 끌어 당기면서, 나는 차분한 눈으로 파르시아 깊은 갈색 눈동자 응시하며 말했다.

 

잘했어. 합격이야.”

 

?”

 

내가 화가 단단히 난 줄 알고 파르시아가 질겁을 먹었지만, 나의 칭찬에 다시 맥이 풀린 모습이었다.

 

카린 선생님? 화나신 거 아니에요?”

 

그야 화는 났지. 하지만 마법 무투제에서는 이 이상으로 잔인한 전략을 생각해주면 안 돼. 게다가 사람의 심리까지 이용할 수 있는 너라면, 제대로 된 한 명의 역할을 충실히 실행해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 정말요!”

 

숲을 한 가득 담은 듯한 짙은 녹빛의 단발이 경쾌하게 움직였다. 파르시아는 기쁜 눈으로 나의 말을 들으면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에 환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은근히 나도 뒤끝이 있는 성격이라서 좀 미안해도.

질책을 가할 부분은 말해야 한다.

당연히 선생이라는 입장에서도 말할 수 있지만, 파르시아에게 그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다는 자체가, 내 마음속에서는 하나의 분노로 자리잡고 있었다.

 

근데 상대를 제압했다고 해서 방심한 것에 대한 벌은 좀 책임져 주실까? 나를 천천히 괴롭히려고 했던 것 말이야.”

 

어라? 카린 선생님? 저기...아까 그건...분위기에 취해서 그런 말 실수를...”

 

순식간에 분위기가 변한 것을 알아차렸는지, 파르시아는 사색이 되어 천천히 뒤로 도망가려고 움직였지만, 뱀 조종자가 파르시아의 발을 단단히 묶고 있어서, 그 이상으로는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잃어버린 체력을 다시 흡수하기 위해, 오른손바닥에 정기를 흡수하는 마법진을 그렸다. 물론 이것은 레시아와 페어링이 강화되면서 사용할 수 있는 공유 마법. 그 마법진을 왼쪽 검지손가락으로 그리는 동안 나는 질문을 던졌다.

 

전장에서 가장 잘 통하는 첫 번째 규칙이 뭔 줄 알아? 파르시아?”

 

천천히 다가오는 나의 그림자가 파르시아의 얼굴을 덮어서 그런지, 파르시아는 더욱 더 어두운 얼굴로 겁을 먹기 시작했다. 나의 질문에 대답을 꼬박꼬박하는 파르시아의 성격이 반영하는 듯. 기죽은 목소리로 조용히 세어 나왔다.

 

“‘적을 제압할 때는 확실하게 하라.’인가요...?”

 

아니.”

 

나는 기쁨을 한 가득 머금은 웃음으로 파르시아의 귀에 천천히 속삭였다.

 

이기면 그만이란 말이다. 이 말은 어느 고대의 생물이 완전생물로 되기 전에 했던 명언이지.”

 

그거 선생님 집에서 빌려본 기묘한 이야기...”

 

나는 파르시아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도록 입을 막았다. 물론 그 손바닥에는 정기흡수를 하게 만드는 마법진이 달려있었지만.

 

으읍! 으으으읍! 으웁!”

 

파르시아의 팔, 다리가 벗어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이윽고 천천히 그 횟수는 줄어들면서 마지막에는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킨 뒤에 눈물을 흘리고 기절했다. 좀 심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로써, 파르시아가 50명이나 되는 서바이벌에서 전투를 길게 가지 않고, 단시간에 확실히 처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겠지.

 

카린 선생...좀 심한 거 아니에요.”

 

뒤에서 루크가 먼지투성이인 상태로 거친 숨을 내쉬면서, 한 손에는 엉망이 된 목도를 가지고 왔다.

 

어라? 벌써 오우거 나이트 3마리를 죽이고 온 거야?”

 

나는 마나를 파르시아에게 주입하는 동안 루크에게 입을 열었다. 루크는 보면 알 겁니다.”라고 말하면서 나의 궁금증을 증폭시켰고, 시야를 강화해서 저 멀리 풍경을 보았을 때, 절단이 되어있는 오우거의 머리와 팔, 다리 등. 고기조각으로 변한 오우거가 천천히 산화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말 잘했어. 루크도 합격이야.”

 

루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나의 말에 수긍했다. 하지만 뭐가 불만인지 몰라도 나에게 시선을 때지 못하고 보고 있었으니, 파르시아의 마나를 주입하는 동안 할 게 없어서 말이라도 걸어봤다.

 

루크? 뭘 보는 거야?”

 

아니. 카린 선생은 좀 무방비 한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해보면 마법검으로 내려찍어도 상관 없어. 전장에서 남의 등을 노리는 것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기초적인 방법이니까.”

 

루크는 잠깐 고민을 했지만 곧바로 마법검을 휘둘러 내 등을 향해 내려찍으려고 했다.

 

하지만...

 

-카강!

 

마법방패...?”

 

-파아악!

 

으욱!”

 

루크가 경악한 것은 빠르게 내려오는 마법검이 내가 생성한 마법방패에 막혔다는 것과, 이윽고 마법방패가 루크의 턱을 깔끔하게 올려 쳤다는 것. 나는 쓰러져서 턱을 어루만지고 있는 루크에게 한 마디 했다.

 

찰나의 고민 때문에 공격이 막히고 반격을 당한 거야. 방어전에 지원을 와서 흉측한 괴물들과 싸웠을 때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막상 중요한 사람이라던가, 스승이라던가, 남자의 자존심, 기사도,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검을 휘두르는 그 자체는 자살행위야. 마법 무투제는 죽지만 않을 뿐인 전장. 그 전장 속에서 쓸 때 없는 생각은 하지 말도록 해.”

 

루크는 나의 시선을 느끼고는 곧바로 무릎을 꿇어서 오늘도 배워갑니다.”라고 말했다.

 

마를렌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신호를 보내야겠네. 하압!”

 

-파앙!

 

이곳도 마침 1km정도 떨어진 위치라 마나를 손바닥에 한 가득 모으고, 그대로 땅에 내리쳐서 거대한 마력파를 만들어냈다. 10분 정도 기다리자 하늘 위에서 마를렌이 떨어져 내렸고, 안착한 마를렌에게 한마디 했다.

 

느려. 앞으로 5분 안으로 오도록 해.”

 

에에! 1km 5분안에 오라뇨! 그건 너무 힘들어요!”

 

그럼 연습이라도 해. 10분은 너무 느려.”

 

네에...”

 

마를렌은 맥없이 고개를 푹 숙이면서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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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은 거꾸로 해도 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