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46

FNL-Phantasm 2017. 2. 13. 01:58

346

 

살아가는 것은 다양한 관점에서 좋고 나쁨이 나뉜다.

당연히 살아가는 자체가 좋은 거지만,

살아가면 고난과 역경까지 따라오기 마련.

그래, 나처럼 말이지.

-의식을 되찾고 비어있는 잡화점을 본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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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분동안 죽어있다가 다시 부활을 하고 나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감동의 재회라도 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내 영혼은 나의 몸을 찾아 정착하는 시간이, ‘도보로 걸어서 5분거리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내 영혼의 발 걸음이 느린 것은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내가 의식을 되찾는데 걸린 시간은 1개월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사람은 하루 아침에 달라진다는 말이 있는데, 1개월의 시간을 준다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그야 당연히 상상이상으로 많이 바뀐다. 그렇다고 머리카락이 1개월 사이에 엄청 길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귀를 넘어버린 머리카락은 이내 턱에 도달하려고 할 테니, 조만간 손을 좀 봐야 할 것이며, 몸이 너무 굳어서 앞으로는 꾸준하게 풀어주는 것도 정답이라 본다.

 

그보다. 아무도 없나?”

 

3월달로 넘어간 달력을 다시 확인하면서 잡화점 안에 있는 허브티를 끓이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일이 정말 시시하게 끝났다. 마지막에 트리니티가 초월하기 3초전으로 되돌려서 모든 것을 담은 일격을 한번. 움직이지 못하는 적인 줄 알았지만 신을 죽이는 창인 롱기누스에도 나도 맞고, 서로 죽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사이 좋게 손잡아서 삼도천 구경이나 하려고 했지만, 우연인가? 기적인가? 나는 이렇게 살아있었다.

 

고무풍선이 마찰하는 기괴한 소리에 밑을 보았더니, 슬라임인지 아메바인지 알 수 없는 이 정체불명의 생명체는, 순식간에 내 머리 위로 올라와서 균형을 잡고 있었다. 매우 친근하게 다가와서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베니도 오랜만이네. 나 없는 동안 잘 지냈어?”

 

조만간 이 녀석은 내 모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얀 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제 불을 꺼야 하는 것이지만, 그건 그렇고 너무 조용하다. 레시아와 시나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내 주변을 지켜줄 것이라 생각했고, 눈을 뜨자마자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급한 일 때문에 어디에 나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 시간상에는 문제가 없고 기억상에 문제가 없다면. 이곳은 뭐 다른 공간이나 그런 게 아닐 텐데 말이야. 그렇지 베니?”

 

베니는 특유의 마찰소리로 내 말에 응답을 했다. 시공의 눈을 개안해서 확실하게 알아봐도 괜찮지만, 유리창 넘어 마을이 있었던 장소를 보면, 모든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아직 부족한 집들을 공사하고 있었다. 폭발로 사라지고 난 다음에 다시 집을 짓는 속도는 빠르지만, 잡화점은 대결계로 보호받고 있어서 상처 하나 없었다.

 

설령 무너졌다고 해도 다시 복구가 가능하니까.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 많은 인원을 전부 잡화점에 대피를 했는데, 그걸 전부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을까?

 

파이론이 다시 재건되면 잡화점은 어떤 평가를 받으려나. 의자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가만히 생각을 했는데, 이제 곧 용사들의 연회가 시작할 계절이네.”

 

점심이 되고 나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1개월동안 자다가 일어나서 그런 것인지 배 안은 텅 비어버린 공허와 같았다. 뭐라도 먹어야 생각도 제대로 굴러가기 때문에, 나는 천천히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겨서

 

-파앙!

 

의식을 차렸는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의식을 잃을 뻔했다. 주방에서 날아온 압도적인 폭발로 인해 나는 내가 아까 마셨던 테이블까지 날아가야 했고, 검은 연기 속에서는 계속해서 말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바보 같은 사람이 요리에 마기를 집어넣습니까? 마스터가 그걸 먹고 의식을 회복할 거라 생각합니까? 그간 1개월동안 마스터가 의식을 찾지 못한 것은 전부 이것 때문이지 않습니까!”

 

요리는 애정과 사랑만 담겨있으면 훌륭하다고 루니아가 그랬노라. 짐은 주인에게 애정과 사랑이 가득 담긴 다크메터를 대접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면 비둘기. 그대는 요리 안에 알 수 없는 비약이나 넣고 카레라고 하기에는, 빛이 나서 눈이 부시지 않는가!”

 

이건 저의 비밀재료입니다.”

 

비밀재료라기 보단 독극물에 가깝지 않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수은을 이용한 요리는 없다!”

 

요리는 창조와 개성입니다.”

 

사랑과 애정 그리고 창조와 개성.

저 두 명만의 요리철학으로 나는 이미 죽어있을 것이다. 이럴 바에는 북두신권을 맞아서 편하게 이세상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나는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다시 일어나서 말싸움이 점점 가까워졌을 때 말을 걸었다.

 

둘 다 그만해요. 1개월동안 잤으면 됐지. 그 정체불명의 물질을 먹고 영원히 자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요.”

 

그러자 목소리가 뚝 끊어지더니 서서히 걷어지는 연기 사이로, 연보라 빛에 붉은 눈을 가진 소녀와 하얀 눈처럼 깨끗한 백발이 검은 연기에 묻어있는 소녀가,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뭐 그렇다고 너무 반가워서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제가 다 무안해지잖아요? 게다가 주방이 또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면 안 되잖아요. 다크메터인지 수은인지 몰라도 둘 다 사람이 먹으면 치명적이니까. 안전하게...”

 

먹어보지도 않고 무슨 소리인가! 주인은!”

시식을 하시고 난 다음 불평하세요! 마스터!”

 

어떻게 이럴 때는 서로 죽이 잘 맞을까. 1개월 사이에 무슨 단합이라도 한 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둘을 주방에서 내쫓아내고는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들어갔다. 백옥 같은 피부에 검게 그을린 자국이 군데 군데 있었으니 씻고 오라는 말까지 하면서, 나는 적어도 사람이 먹고 살아남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주방의 칼을 잡았다.

 

본래는 1개월 만에 일어난 사람을 보며 감동의 재회라도 꿈꿔온 나날이, 내 생에 어딘가에 있었을 텐데. 지금은 감동의 재회라는 것이 아니라, 태클부터 시작하는 바람에 재회고 뭐고 그냥 다 뛰어넘어버렸다. 조금이라도 내가 부지런한 성격이 아니었다면, 정체불명의 음식을 먹고 에필로그가 다시 나타나는 기적을 봤겠지만, 간단하게 스튜나 끓이면서 국자나 돌리고 있으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살아남았다는 안심으로.

 

간단한 비프스튜를 하고 나서 식탁에 가져다 놨을 무렵. 상당히 빠른 속도로 씻고 왔는지 이미 원형 식탁에 앉아 있었다. 국자로 각자 그릇 담아놓고는 나는 입을 열었다.

 

애초에 둘이서 싸우지 말라고 몇 번을 이야기 했어요?”

 

그러자 레시아는 새침한 표정으로 고개를 획 돌리며 입을 열었다.

 

짐은 그저 주인을 위해서 요리를 하고 있는데, 저기 비둘기가 계속 방해를 하지 않는가?”

 

방해한 것은 오히려 그쪽 입니다. 냥캣.”

 

담담한 표정으로 시나가 받아 치고 있으니, 나는 천천히 이들을 진정시키고 그냥 쓸 때 없는 질문을 하지 않고 먹기 시작했다.

 

잠깐! 주인! 언제 일어났는가!”

 

반응이 얼마나 느린 거야.

 

레시아. 고양이 귀가 튀어나왔는데요?”

 

검은색 고양이 귀가 레시아의 머리 위로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질문을 했더니...

 

. 이거 말인가? 짐이 정말로 놀랐을 때는 고양이 귀가 튀어나오게 해보았다. 어떤가?”

 

그런 쓸 때 없는 곳에 마법을 이용하지 말라고!”

 

이런 답과 태클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거다.

 

애초에 1개월동안 누워서 감동의 재회를 할 틈도 없이, 태클 거느라 바쁜 인생을 살고 있는 저를 위해서라도, 두 사람 제발 싸우지 말고 지내고 있으라고요.”

 

감동의 재회는 짐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의 친구가 비니스 여신을 불러 되살릴 때. 나는 주인이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저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마스터. 식사를 다 한 다음에 무릎베개를 해주시면 안 됩니까?”

 

잠깐! 비둘기! 어디서 새치기를! 짐에게 먼저 봉사하거라 주인!”

 

이 둘을 만약 붙여 놓으면 세상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저렇게 싸운다.’에 금 500을 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잡화점에는 레시아와 시나하고 베니만 있어요? 나머지는 어디에 있길래?”

 

레시아는 붉은 눈을 닫고 기억을 천천히 꺼내더니 입을 열었다.

 

마리아와 루시피나, 팔랑크스는 파이론을 재건 하는데 도와주고 있다. 지금 정도라면 도시 하나 정도는 만들고 남은 시간이지.”

 

잠깐? 도시?

 

파이론은 마을이잖아요? 근데 그게 어쩌다가 도시가 되는 거에요?”

 

주인은 1개월 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사용해서 이 대륙을 지키지 않았는가?”

 

그렇죠. 하지만 그건 대부분 빛의 대성당이나 프리트론, 다른 제국들도 다 힘을 써줬잖아요? 어디서 왜곡되지 않는 이상 절대적으로 저희들의 존재는...”

 

왜곡?

아냐. 지금 생각하는 것은 없는 걸로 하자.

바보 같은 일을 생각하면 그 바보 같은 일이 정말로 벌어지니까.

 

그럼 윈디는?”

 

바람의 정령왕은 다른 대륙에 넘어갔다가 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바람과 같은 녀석이네.

스튜를 먹고 있는 사이에 카렌과 루나가 잡화점으로 들어왔다. 연분홍색의 토끼 귀가 인상적인 루나는, 나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래졌고, 코발트 블루 색상의 매끈한듯한 긴 머리를 가지고 있는 소녀는 어라?”라는 소리만 낼 뿐.

 

주인님! 언제 일어나신 거에요!”

아버지! 언제 일어나신 거에요!”

 

여전히 내 유전자를 써서 만든 호문쿨루스인 카렌을 날 아버지라고 부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자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를 덮쳐오는 자괴감은 일단 뒤로하고, 나는 서둘러서 입을 열었다.

 

카렌은 꽤나 바빠서 그런지 얼굴보기가 힘들었...”

 

우아아! 보고 싶었어요!”

 

카렌이 너무 기쁜 나머지 내가 식사중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날다시피 뛰어서, 정확히 나에게 폭격을 퍼붓듯 날아왔다.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내가 일어날 때마다 한번씩 생사의 위기를 감수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

 

크학!”

 

의자가 뒤로 넘어가는 것은 당연이고, 거대한 충격이 온 몸으로 덮쳐와서 내가 다음 눈을 뜨면,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명계가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아찔한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눈을 뜨고 있을 때는 청순한 외견과 달리 장난끼가 많은 웃음으로, 나를 꼭 끌어 않으면서 입을 열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아버지! 소녀는 아버지가 일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었는데!”

 

지금 이렇게 일어났으면 됐잖아.”

 

다른 사람들도 슬슬 아버지께 밤에 사용하는 필살기를 사용해서, 저는 기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조마조마 했다고요!”

 

당장 떨어져. 그리고 앞으로는 잡화점에 오지마.”

 

내 말에 싫어요~”라는 말을 남기면서도 매우 기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카렌을 보면서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아무래도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평화는...

내가 죽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덜컹!

 

카일이 일어났다고요? 그러면 여태 찍지 못한 백장미를!”

 

어디선가 사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릴리 기사단장인 루니아 누나의 목소리인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오니, 스릴러가 따로 없었다.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도 이것보다 무섭지 않을 것이리라.

 

제길! ! 카렌! 부탁이야!”

 

나의 애절한 부탁에 카렌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지만. 이미 거래가 되어있는 거라고요?”

 

이 불효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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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아서 더 고통받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