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45

FNL-Phantasm 2017. 2. 12. 01:55

345

 

 

 

시간을 뛰어넘는 것은 가능한 사람이 얼마 없지만, 시간 축을 뛰어넘는 것은 정말 초월적인 존재만 가능하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 오히려 과거로 가는 여행을 하게 되는 셈. 아직까지 한 겨울에 얼어 죽을만한 기온으로 고심하게 3분동안 생각을 해봐도, 이대로 제자리 걸음만 걸을 수는 없으니, 시공의 눈을 개방해서 이 지형을 지켜보기로 했다. 아주 짧은 시간만이라도 좋으니 몸에 있는 마나를 서서히 회전시키고, 시야가 급격하게 넓어지기 시작하면서 하얀 눈밭 위에, 상처 같은 흉터가 있는 땅을 볼 수 있었다.

 

짙은 보라 빛이 새어 나와 고통을 흐느끼는 땅의 울림으로 보아, 트리니티는 확실히 이 공간에 존재한다. 1초 되는 시점에서 시공의 눈을 거두고, 가벼운 현기증만 나타난 이후에, 시간 축을 이동하는 자체는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다른 생각을 해야만 했다.

 

시공간 밑바닥에 상처가 나있더라고요. 제가 그곳으로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나는 레시아와 시나에게 그리 말했다. 아쉬움 반과 그나마 내 가설이 맞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반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다른 방법이 없을까?’하고 생각을 하던 찰나에, 윤회의 조각을 사용했던 파르온의 장신구를 떠올렸다.

 

맞아. 시공간마법을 무효화하는 윤회의 조각. 그보다 이미 예술은 폭발이다!”하고 사라져 버렸는데, 그 시신이라도 찾아서 그걸 챙겨올 걸 그랬네요. 어디 사혼의 구슬마냥 산산조각 나서 흩어져버렸겠지만요.”

 

답답한 마음은 잘 알겠다. 윤회의 조각을 얻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지만...”

 

검은 고양이는 아공간 속에서 손을 집어넣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육포를 꺼냈...

 

. 잘못 꺼냈군.”

 

육포를 다시 집어넣고 다시 뒤적거리는 듯이 팔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그리고 나온 것은 짙은 보라 빛의 작은 구슬 하나가 나타났고, 이는 윤회의 조각이라는 것을 나에게 알려줬다.

 

짐이 어째서 윤회의 조각을 가지고 있었냐고 물어보면, 당연한 듯이 소리 내어 보기를 짐은 마왕이다. 한 때, 불안전하고 혼란스러웠던 마계를 단신으로 모두 뒤집어 가면서, 질서를 바로 잡고 정책을 세우며 또 다른 강자들과 계속해서 싸워나간 몸. 이런 무자비하고 거대하며, 진귀한 보물들은 아공간이 가득 차서 모자랄 정도로 많다.”

 

레시아의 아공간 속에서 어떤 물건이 더 들어있는지 관심은 조금 생겼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닌 만큼, 하얀 올빼미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시나. 이걸로 시공간에 생긴 상처를 회복하고 트리니티를 이곳에 다시 부를 수 있겠어?”

 

시나는 당차게 입을 올렸다.

 

가능합니다. 시간 축을 정상적으로 되돌리면서 3초 전의 모습 그대로, 트리니티는 이 곳에 끌려오게 될 것입니다.”

 

시나의 말을 듣고 시공간에 벌어진 상처를 중심으로 눈 위에서 마법진을 그렸다. 고작 돌멩이보다 작은 보석의 힘이 얼마나 한다고 생각하지만, 3명이서 주문을 하나 같이 외워 2분 정도 지났을 무렵. 땅 밑에서 아니, 시공간을 원래대로 복구하려는 듯이 모든 공간에서 지진처럼 거대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트리니티가 비틀어버린 시간 축을 되돌려서 또 다른 평행 차원이 될 뻔한 공간을, 서서히 되돌리면서 공간을 합치기 시작하니, 점점 반투명한 상태로 약 10M이상의 실루엣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어찌 이런 일을! 초월단계로 거듭난 저를 강제로 이곳에 끌고 올 줄이야!”

 

당황하기 시작한 트리니티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천천히 끄집어내는 작업은 계속해서 진행이 되었고, 거대한 지진파, 아니 공간파가 울려 퍼지면서 나와 시나, 레시아는 각각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버렸다.

 

트리니티를 이곳으로 불러오느라 마나를 다 날려먹었는데, 고치에 금이 가고 있는 듯이 정체불명의 수정은, 내가 맨 처음 시나를 불러왔을 때처럼 불안정한 상태였다. 정말 초월체로 되기 몇 초 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다가가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다 태우겠다는 심산으로, 시공의 눈을 발동하면서 초 단위의 시간을 거침없이 계속해서 늘렸다.

 

시간을 늘리셨군요? 그 몸으로는 저에게 도달하는 방법은 있어도, 저를 부수는 방법은 없을 텐데요?”

 

자신만만해 하는 트리니티의 말 대로 3초 이전에 도달까지 가능하지만, 트리니티의 말과는 다르게 부술 방법은 한가지 존재했다.

 

내가 대가마법으로 뭘 받치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당신 설마?”

 

티르빙을 꺼내 들고는 천천히 말했다.

 

대가마법 활성화.”

 

단검으로 변한 티르빙은 내 양손에 가득 잡아, 아직 고치처럼 미동도 없는 결정으로 다가갔다. 피를 받쳤을 때는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나태의 공작의 결계도 부셨던 적이 있다.

 

피 말고 좀 더 중요하고 귀한 것을 대가마법의 재료가 된다면, 지금 불안전한 너는 얼마든지 소멸할 수 있다는 소리야.”

 

-!

 

맥 없이 관통된 내 몸이 그대로 쓰러질 뻔 했지만, 가까스로 무릎이 버텨냈다. 고치 속에서 거대한 붉은 창 자루를 보고 나서 나는 입을 열었다.

 

티르가 꽤 무서운 무기를 만들었네. 신을 죽이기 위한 창. ‘롱기누스일려나?”

 

몸 안에 거대한 고통을 무릅쓰고 한 발자국씩 고치 앞에 다가왔다.

 

어째서! 고통을 느끼지도 못하는 거죠!”

 

트리니티는 경악하며 나에게 질문을 던졌고, 나는 그것에 대한 해답을 말할 때, 어린 아이가 모르는 문제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어른처럼 입을 열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냐고? 당연히 죽을 듯이 아프지. 늘어난 시간 속에서 고통이 천천히 조금씩 오고 있는 것뿐이야.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단검을 치켜세우고 입을 열었다.

 

혈월 <Blood Moon>”

 

붉은 초승달처럼 그어진 그림물감 같은 실선은, 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는 트리니티가 초월하지 못하고 그 상태로 산산이 부셔져 나아갔다. 대략 현실시간으로 5초정도 지났을 무렵에, 트리니티는 무너져가는 결정 속에서 입을 열었다.

 

이런 따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구하고, 당신도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걸은 것 같네요. 제가 이 차원을 재건축한다면 꽤 흥미로운 당신만큼은, 다시 창조하려고 했는데 말이죠.”

 

죽어서는 무슨 말을 못할까?

나는 트리니티의 이야기를 듣고 서서히 날카로워지는 고통을 감지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만들어 놓은 곳에서 이번에 어떻게 구를지 누가 알아? 오히려 그게 더 비참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천사는 죽어서 어디로 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날 만나게 되면 옆자리 하나 만들어 놓던가.”

 

그러죠.”

 

트리니티는 나의 말에 대답을 하고는 육체가 붕괴되기 시작했고, 시공의 눈을 닫은 나는 온 몸에 힘이 사라진 것처럼 무릎이 접혔다. 말 그대로 운명에 따라 나는 희생한 셈이 되었을까? 눈이 너무 무거워서 지금 당장이라도 닫힐 것 같았지만, 내 안에 흘러내리고 있는 생명들을 중심으로 붉게 만개하는 눈들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주인! 정신차려라!”

마스터! 의식을 붙잡으세요!”

 

붙잡으라는 의식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는지, 눈물이 가득한 두 명의 여성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입도 무거워서 누가 추를 올려놓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식을 차리면 차릴수록 날카로워지는 고통에, 입을 열 때마다 목에 뭔가 차오르는듯한 소리를 내기 바빴다.

 

트리니티는...아슬아슬하게 막았어요...크흑! 아파서 몇 마디도 못하겠네...그리고...짧긴 해도...그나마 의미가 있어서...다행...카학!”

 

맛도 느껴지지 않는 입에는 걸쭉한 액체를 보면, 내가 피를 내뿜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정말이지 철저하게 죽어가는 중이구나. 이번만큼은 명계의 사신에게 노를 맞지 않고 황천인지, 스틱스 강인지, 삼도천인지 많은 별명을 부르는 곳을, 천천히 유람하면서 지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주인! 그만...그만 말하거라! 아직 짐은 주인의 유언을 들을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죽지 말거라! 죽지 말란 말이야! 카일!”

 

마스터...제발...제발 죽지 말아주세요!”

 

울부짖는 레시아와 더불어 흐느끼고 있는 시나가 어째서 나를 살리지도 않고, 회복시켜주지 않는 것인지는 그녀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초월체인 창조신마저 죽인다는 그 창을 일반 사람이 맞으면, 부활이든 뭐든 상관없이 그 상태로 죽어버리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마지막으로 티르빙을 이용해서 내 몸에 꽂혀있는 롱기누스를 포식하게 만들고는,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천천히 시야가 어두워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녀들의 절규를 듣기만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Epilo...

 

카일. 나의 아이여. 잘 해주었다. 트리니티의 더러운 욕망으로부터 해방하고, 이 세상을 지켜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

 

...

이거 정상적인 애필로그가 맞나?

나는 익숙한 목소리가 나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엘티노스가 내 앞에 나타났다.

 

라고 창조주가 대신 전해달랬다. 물론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너의 무의식 공간이고.”

 

여전히 이상한 티셔츠는 잘 입고 다니시는 분이다. 그나저나 내 무의식 공간에 왔단 소리는, 내가 죽지 않았다는 소리인가?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니, 엘티노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엘티노스 씨. 의식과 무의식이 있다는 것은 제가 죽었다는 거에요? 살아있다는 거에요?”

 

엘티노스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내 질문에 말하기를...

 

...지금은 반정도 송장인 상태네. 확실히 말하자면 점점 회복하고 있다는 소리 일려나? 그보다, 너 대가마법으로 너의 목숨을 걸었지?”

 

분명. 대가마법은 티르빙에 장착된 기능이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언제인지 몰라도 티르빙이 말을 걸지 않아서, 대가마법의 범위가 얼마인지도 모르니 제 모든 생명을 태웠죠. 그래서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엘티노스는 나의 설명을 듣고는 갑자기 피식!하며 웃기 시작하더니, 내 귀가 떨어져나갈 정도로 껄껄대면서 웃고 있었다. 그리고 뭐라 말을 하면서 웃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푸하하하핫! 당연히 그걸 걸었으니 지금 이 꼴이 났지! 파하하하핫! 그건 그냥 목숨을 대가로 한 것이 아니라 생명력을 대가로 한 거라고! ! 정말 멍청해! 이 녀석 진짜 멍청한 녀석이야! 키키키키킥!”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로 웃을 필요는 없잖아?

 

그래도 신까지 죽여버린다는 롱기누스까지 맞아버렸다니까요? 제 영혼이 분쇄당해서 더 이상 살리지도 못하고 환생도 불가능한 거 아니에요? 그 자체로 소멸 당하는 거잖아요?”

 

. 확실히 그렇긴 한데. 네가 마지막으로 한 행동이 뭔지 알지?”

 

분명 그 창을 다른 사람이 소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이 세상에 있으면 안 되는 물품이기에, 귀하고, 비싸고, 참신하고, 아름다운 무기를 좋아하는 티르빙이 포식하도록 놔뒀다.

 

잠깐? 그럼 그 롱기누스를 티르빙이 흡수해서, 제 박살 나버린 영혼을 접착제로 붙여버리듯이 붙였단 소리는 아니겠죠?”

 

엘티노스는 너무 웃어서 흘러내린 눈물을, 여전히 눈에 거슬릴 정도로 나는 짱이야!’라고 크게 적혀있는 하얀 티셔츠에 물기를 닦아냈다.

 

뭐 접착제처럼은 아니지만, 그 티르빙이 롱기누스를 먹어 치워서 능력을 계승하고, 너의 영혼이 소멸하는 것을 무효화시켰다는 거야. 모든 행동에는 다 각자의 뜻이 있듯이, 모든 운명에는 각자의 뜻이 있어. 확실히 말해서 너는 대략 1분 정도는 죽어있었는데, 네 친구 베가프와 디엘고라인지 뭔지 하는 녀석과 함께, 타이밍이 너무 좋을 정도로 부활의 기도를 올린 거야. 영혼의 소멸이 무효화 된 상태로 부름에 응답한 비니스의 여신이 너의 잃어버린 생명력을 복구했고, 너의 영혼은 지금 서서히 정착중이라, 지금 이 공간에서 나와 함께 떠들고 있는 거지.”

 

나는 멍한 얼굴로 그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만 2분이 걸렸다.

맥 없이 엘티노스에게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럼 저의 절대적인 죽음이라는 운명은요?”

 

데모르테가 봤던 거? 확실하잖아. 너는 1분 가량 죽어있었으니까. 하지만 다시 되살아나는 것은 비니스 여신의 간섭 때문인지 볼 수가 없었나 봐. 인간의 운명은 볼 수 있어도 그 운명 사이에 신이 끼어든다는 조건이 붙으면, 거기서 볼 수 있는 운명이 끊어진다고 하더라고.”

 

...

그러니까.

 

살았다는 소리네요? 일단은?”

 

그래. 다행히도 잘 살아남았어.”

 

엘티노스가 비꼬는 것도 아니고, 날 도발하는 것도 아니라, 따듯하게 웃어 보이자.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오랜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돌아간다면 꽤나 고생하겠네.”

 

엘티노스가 말을 하자 나는 받아 치듯이 답했다.

 

누구 덕에 잡화점을 하고 있는데요.”

 

이 말을 끝으로 엘티노스의 뒤에서 점점 빛이 밝아지더니, 눈이 너무 부셔서 그 자리에서 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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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맨 처음에 프롤로그와 1화를 올릴 당시가 2016년 2월 12일이에요.

확실히 말하면 제가 글을 쓴지 1주년이 되었단 소리죠.


처음에는 워드나 한글로 쓰지 않고 개판으로 써서 오타도 많고, 어색한 문장도 많았는데

워드와 한글로 쓰다보면 오타는 줄어도, 어색한 문장이나 그런건 많았네요.


확실히 비축분도 없고, 세계관 설정도 안하고, 삼도천 강물의 흐름처럼 손에만 맡겨서 345화를 썻습니다. 맨 처음에는 끝나지 않을 듯한 아이디어와 이야기가 어떻게든 잘 되었으니 다행이네요.

솔직히 이 행위는 '랜덤주제가 적힌 사다리타기만으로 스토리를 이어봐라'라는 형식인데.

의외로 막 갈겨 써도 잘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엘티노스 잡화점은 이렇게 마무리...잠깐! 당신들 누구야! 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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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39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