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08

FNL-Phantasm 2017. 2. 7. 02:33

08

 

 

 

조용히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는 자습이라는 목록은, 내가 아무리 과거의 기억을 잃고 있어도, 이렇게 힘든 내용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나 또한 책상과 의자 하나를 가지고 와서 그들 앞에 앉아, 명상이라는 명목하게 조용히 앉아서 눈을 붙이고 있었지만, 10분을 못 넘기고 서로 주먹질을 하고 있는 카를로스와 엘리온의 모습에, 사나운 아이 두 명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을 단숨에 이해했다. 내가 말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 이유는, 그들이 주먹질을 하는 이유가 단순히 가위바위보 벌칙이라는 것이기에, 다시 끼어들어서 싸우지 말라고 하면, “우리는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을 뿐이야. 신경 꺼!”라며 카를로스가 화를 내니까.

 

가위바위보 횟수는 56번째부터 숫자를 세는 것을 그만두고, 나는 될 때로 되라는 심정으로 남은 1시간동안 어떻게 해야, 유익하고 알차게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드르륵!

 

교실문 중에서는 교사가 들어오는 앞문이 열렸다는 것은, 이 학원에서 직급이 높은 사람이거나, 아니면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이 문을 열은 것. 내가 확인 했을 때는 전자와 후자 전부 아닌, 단순히 쉬는 시간이라서 찾아온 밀리아였다.

 

아리엘! 승부야!”

 

승부는 어제 결판 냈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뭘 잘못 먹었는지 몰라도 불처럼 화끈하게 달아오른 분위기를 보아, 마치 오늘만을 위해 모든 실력을 갈고 닦은 사람과 같았다. 하지만 나는 여러모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기에, 제발 나를 더 이상 자극 하지 말고 사라져줬으면 좋겠다.

 

게다가 오늘은 나른하기도 하고, 낮잠 자기도 좋은 계절일 터인데.

 

아무튼 밀리아는 내가 손수 책상과 의자를 가져온 것에 비해, 마법으로 내 책상 앞에 붙여놓고는 체스판을 꺼냈다. 과거에서도 체스를 본 기억이 있는 나에게는 확실히 눈에 익은 나무 판을 보며, 밀리아가 다시 마법을 사용하자 내 앞에 하얀 말들을 정렬하고, 자신의 앞에는 흑색의 말들을 정렬했다.

 

마법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네가 우위라는 것은 알았지만, 과연 전략과 전술에 있어서는 어떨까? 어차피 우수한 나에게 체스로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지만! 오호호!”

 

그럼 너와 내가 공정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을 가져와. 이 체스는 없는 걸로….”

 

너에게 핸디캡을 주고 있는 거라고? 애초에 백이 먼저 시작이니까 말이야. 체스에서 첫 번째 수를 둔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거라고? 물론 선으로 시작한 할아범은 나에게 계속 졌지만 말이야!”

 

그 할아버지가 누군지 몰라도 정말 많이 봐주셨군. 체스 하나로 저렇게 기를 살려놔서, 저런 성격으로 자라게 만들 줄은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나는 한 숨을 내쉬면서 퀸 앞에 있는 폰을 2칸 앞으로 보냈다.

 

? 규칙은 알고 있나 보네? 그러면 흥미진진하게 되겠어.”

 

밀리아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킹 앞에 있는 폰을 움직였다. 전에도 이런 기분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수읽기는 결국 다양한 패턴일 뿐. 기초 전략은 폰으로 방벽을 세워 나이트의 진입을 막고, 비숍이나 나이트를 맞바꿔 가면서 퀸이나 다른 말들이 날 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지만, 애석하게도….

 

체크.”

 

그런! 말도 안 되는!”

 

사색이 되어버린 밀리아는 자신의 킹이 움직일 수 없는 처지에, 식은 땀을 홍수처럼 흘리고 있었다. 게다가 어디서 배워먹었는지 몰라도 자신이 계속해서 사용하는 말에는, 일정 전류가 흐르게 되어있는데, 다른 말은 사용하지 않고 그 말만 사용할수록 전류가 배는 강해진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죽음의 체스였다.

 

너의 퀸이 왕의 옆자리로 가면 막을 수나 있겠지만, 너는 이미 퀸을 8번이나 더 움직였었지? 이번이 9번째면 만지자마자 기절할지도 모르겠어.”

 

눈에 보이는 푸른 전류가 검은색 퀸의 매끈한 몸을, 뱀처럼 똬리를 틀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밀리아는 식은 땀을 흘리면서 크게 분개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밀리아의 얼굴의 거리를 살짝 좁히면서 조용히 말했다.

 

한 수 뒤로 물러줄까?”

 

!”

 

밀리아에게 있어서는 굴욕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그 상황을 기회로 삼아 도발했다. 자존심이 강한 밀리아라면 내 제안에 받을 리가 없으며, 내 앞에서 마치 나라를 잃은 공주가 적 장군 앞에서 최후의 말이라도 하듯이, 비장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나에게 내뱉었다.

 

나는 밀리아 메르티 베이스로프. 베이스로프 가문은 그 어떤 달콤한 제안일지라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는 끝까지 믿고 나아가는 것! 기껏 이 정도의 전류로 나를 쓰러뜨릴 수는 없다!”

 

-파지지지지직!

 

꺄아아아아악! 크으윽! 이걸! 킹 옆에 옮겨야! 다음 수를 버틸 수 있! 으그그그그극!”

 

근성이 대단하다고 한다면 정말 대단했다. 아마 어린 나이에 원소술사의 길 최상급의 마법을 사용하게 된 원인은, 마법에 재능이 있는 것도 있지만, 피나는 노력을 위한 원동력인 근성이 뒷받침을 해주는 것. 지기 싫어하는 마음가짐이 지금의 밀리아를 만들어 온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경의를 담아 박수를 쳐줬다.

나도 만지기 꺼려하는 퀸을 한 손으로 붙잡으면서 정신을 잃지 않고 킹 옆에 놨으니까. 찰나의 순간에서도 용기와 근성으로 극복한 밀리아에게 경의를 표하며….

 

체크 메이트.”

 

한 구석에 숨어있던 비숍으로 퀸을 집어 삼키고, 검은 나라의 왕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킹을 구석으로 몰아넣은 것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나의 한마디로 인해 밀리아는 강한 전류로 인한 육체적인 데미지와, 아주 간단하게 져버렸다는 정신적 데미지를 더블로 받은 터라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흥미롭게 지켜본 3인방을 의식하고는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정말. 밀리아 당신은 마지막까지 날 귀찮게 하는군요. 양호실에 다녀올 테니까. 가위바위보로 주먹싸움 하지 말고, 이 체스판을 가지고 놀고 있어요.”

 

가볍게 밀리아를 부축하고 난 뒤에 1층에 있는 양호실로 찾아갔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여성이 백의를 입고 웃으며 맞이해줬는데, 나는 양호실 문을 열면서 천천히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을 했다.

 

젊다는 건 정말 좋구나. 그보다 술자리에서 켈모리아가 엄청 떠들었던 비서가 너구나.”

 

술자리에서라뇨? 대체 그 술자리는 언제?”

 

네가 기절했을 때 처음보고는 이미 그렇게 정했다고 하던데. 그건 그렇고 정말 어여쁜 아이라서 선생님도 놀랬단다.”

 

웃으며 칭찬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지만, 지금 부축을 하고 있는 내가 힘들어서 죽을 지경이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칭찬은 감사합니다만, 지금은 밀리아가….”

 

. 그 아이는 저쪽 비어있는 침대에 눕혀놓으렴.”

 

빈 침대는 상당히 많았지만 가까운 곳으로 이동해서 아직까지 끙끙거리는 밀리아의 모습을 보며, 이걸 딱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인과응보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양호선생님은 입을 열었으니. 그 말은 다음과 같았다.

 

아리엘이라고 했던가? 켈모리아 치고는 좋은 이름을 지어줬네. 나는 레이나 레이비스라고 한단다.”

 

레이비스는 아마 가문이름이겠지?

 

켈모리아와는 어떤 관계인가요?”

 

. 술친구지.”

 

술친구라…….

본래 친구는 끼리끼리 모인다는 속설이 확실하게 강한 이 세상에서, 켈모리아의 친구라는 것은 곧 혼돈과 파괴를 가져다 주는 마왕보다 더 심한 존재라고,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 보건실에서 빨리 벗어날 준비부터 하고 있었다.

 

저기. 그러면 제가 맡은 반을 감시해야 해서.”

 

, 시간이 벌써 수업시간이구나. 알았어. 좋은 선물 고마워.”

 

그럼 이만….”

 

나는 양호실의 문을 닫기 전에 인사를 한 뒤에, 조심스럽게 문을 닫으면서 돌아가려고 했을 때. 마지막 말이 이제서야 잘못 되었음을 알고 몸을 멈췄다. 좋은 선물 고맙다는 말을 남긴 이 불길함은 결국….

 

이곳은! 양호실이라니!”

 

어머나~ 귀여운 목소리! 정말 내 취향이라니까? 우리 둘만의 신체검사라도 할까?”

 

싫어!!!”

 

누가 들으면 소름이 돋을만한 대화 내역으로 인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밀리아의 마지막 외침을 듣고는, 서둘러 내가 있는 장소에서 빠르게 이탈하기로 했다. 켈모리아의 친구라고 하더니 역시나 그 친구다운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간혹 여성이 여성을 좋아하는 것인가? 라고 생각은 했지만, 켈모리아가 저번에 나에게 물고기는 수컷이든 암컷이든 맛만 좋으면 그만!’이란 정신구조를 보여준 뒤에, 저 양호선생님도 귀여운 게 있다면 괴롭히는 것이 삶의 낙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래서 마법학원에서는 자유연애를 존중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

 

혼잣말을 하면서 A반을 다시 열었을 무렵.

 

. 실례했습니다.”

 

이쪽이 아니군.

 

그 옆에 있는 A반을 열고 비추어진 시야에서는 조용히 체스를 하고 있는 두 남자가 보였다. 한 편에서는 검은 미역머리처럼 헝클어진 룬이 그 모습을 마치 귀신처럼 지켜보고 있었고, 의외로 엘리온이 밀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카를로스가 의외로 지능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크크큭. 심판자의 혼을 이어받으면 뭐하나, 간단한 전략게임에서 단순하게 패배하는 것을.”

 

참고 인내하는 것뿐이다. 그러면 언젠가 기회는 반드시 온다.”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며, 지금 당장 저 둘이 싸우는 것이야 말로 신마대전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천천히 지켜보고 남은 시간은 조용히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에, 다시 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고 명상다운 낮잠을 몰래 잘 수 있

 

제길! 어째서 역공을 당한 거야! 네 녀석 속임수를 쓴 거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너의 방심이 이런 꼴로 만든 것이다. 이 기회에 너의 미숙함을 깨닫고 패배를 인정해라.”

 

시끄러워! 역시 네놈은 내 손으로 직접 처리해주겠어!”

 

나는 일어서서 분개하고 있는 카를로스의 등을 살짝 밀쳤다. 그 상태로 균형을 잃고 넘어진 카를로스는 아직까지 전류가 강력하게 흐르고 있는, 나이트와 부딪치면서 비명과 함께 기절했다.

 

싸우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정말 내 말은 1%도 듣지 않는 남자로군요.”

 

잠깐 기절하다가 일어나려고 한 카를로스의 얼굴을 밟아서, 시야를 차단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 위치는 매우 위험하니까 이 상태에서 듣기나 해요. 발정 난 원숭이 같으니라고.”

 

제길. 그 놈의 환각마법만 풀 수 있어도!”

 

환각마법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이미 실력차이가 난다는 의식이 카를로스의 몸을 고정시켜버린 것.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잘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당신과 저는 위, 아래 위치를 확실히 잡고 가도록 하죠. 저는 학원장님의 비서로 이곳에 대신 수업에 나와서 카를로스를 포함 2명을 감시하고 있는 거에요. 그러니 제 통제에 따라주지 않으면.”

 

나를 갈갈이 찢기라도 할 건가?”

 

카를로스가 먼저 말을 했다.

학원장님으로부터 말을 듣지 않는 학생은 죽이라는 잔혹한 명령은 없었기 때문에, 죽음보다 더 잔인한 형벌을 생각해냈다.

 

더 심한 거죠. 엘리온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것도 간단한 일이겠네요. 어느 책에서는 네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말이 있죠?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요?”

 

카를로스는 잠깐 아무런 말이 없다가, 짧은 침묵 끝에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가 미안한 것 같아. 잘못했어. 짧은 순간이지만 반성을 많이 했다.”

 

진심이 담긴 사과를 들은 나는 카를로스에게 눈 감으라고 명령을 하고, 짧은 스커트도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뒤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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