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39
339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종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전쟁을 꾸미는 장소를 쳐서 부수면 그만,
하지만 지금에서야 신인류의 본진을 털어낸다고 한들...
칸포리우스 제국은 이미 각 세력을 향해 칼을 빼기 시작했다.
-잡화점으로 돌아와서 머리 위에 거대한 비공정이 날아다니는 것을 본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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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가 너무 급하게 나간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칸포리우스 제국의 문양이 나타난 비공정을 관측한 것은, 하멀 씨가 신인류의 본진을 나와 단 둘이서 침투해서, 이리저리 황금빛 폭격이 난사를 한 것은 2시간 전의 일이었다. 그런 일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때마침 거대한 비공정이 잡화점을 지나가고, 파이론 마을 한 가운데에서 제국에게 복종하라는 권유를 방송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내가 예상한대로 대학살의 시작을 알리는 무차별 침공이 시작되었어야 하지만, 저들에게 가장 크나큰 실수라고 한다면, 내가 너무 타이밍이 좋게 이곳으로 도착했다는 소리다.
크기가 이미 20M를 뛰어넘는 마장병기는 공중에서 비공정에게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로, ‘언제 한번쯤 땅을 밟아볼까?’라는 듯한 모습으로 있었다면, 그것은 크나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는지, 비공정 5대 중에 2대가 마장병기의 발을 지탱하고 있었다. 거대한 그림자가 이미 말이라도 다 한 듯, 파이론 마을은 당장이라도 프리트론 왕국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서신을 날려야 했으나, 나는 오른쪽 어깨 위에 올라와있는 검은 고양이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것들 격추시켜요.”
“큐티 레시아 빔!”
-파앙!
잠깐? 큐티 뭐라고?
“레시아. 마기를 모아서 방출한 것뿐이잖아요? 근데 큐티 뭐라고요?”
“짐의 새로운 필살기인 ‘큐티 레시아 빔’이다. 이걸 맞게 되면 모든 생명체들은 짐의 매력으로 소멸하게 되는...냐아아아앗!”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들을 수 없는 설명으로, 내 손과 발이 시공의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전에, 아이언 클로를 통한 응급처치를 시도해야 했다. 이걸로 독자들의 손발이 사라진다는 제보가 들어오면 전부 레시아 탓이라고 보면 된다.
“제갈공명도 짐과 비슷한 기술로 조조의 100만대군을 무찌른 적이 있노라!”
“삼국지에는 그런 기록이 없어요!”
어쨌든 마장병기를 받치고 있던 비공정 하나가 말 그 자체로 소멸해버린 것에 대해선, 놀라운 위력이라고 확신할 수 있지만...꼭 그렇다고 이름을 그렇게 지어야만 했을까? 뭐 여태까지 300화 이상을 뛰어넘어 다니면서 생각한 새로운 필살기가 그거라고? 아니, 지금은 레시아에게 태클을 거는 것을 집중적으로 하면 안 되지.
동물의 비명소리만큼 괴기하고 소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마장병기는 추락했다. 하지만 마나석의 등급 중 최상급만 집어넣는다는 마장병기가 이렇게 허무할 정도로 부셔질 일은 없을 것이고, 파이론 마을의 인명 대피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집만큼은 사방 팔방으로 박살이 났기에 전쟁이 끝나고 나면, 마을을 다시 건설하는 것도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이 전쟁이 전쟁 같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자면, 신인류가 하도 난리를 쳐놔서 각국에 정보가 다 세어나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내 앞에 마장병기가 크기에 비해 빠르게 일어나며, 어디서 들려오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 입을 열었다.
“우리는 칸포리우스 제 1 마장병기단이다! 너희들과 같은 잔챙이가 몇 명이 모여온들 우리들을 막을 수 없...”
“레시아. 그거 한발 더 쏴요.”
“큐티...이하생략!”
-파앙!
확실히 그건 새로운 필살기가 아니라, 그냥 어디에서든 막 가져다 붙여서 쓰는 이름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마법을 견디게 처리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거뜬하게 견뎌내는 모습을 보며 마장병기 안에 있던 기수들은 나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그런 조그만 사역마로 제국의 최신 마장병기를 부술 수 있을 줄 알았냐! 푸하하하! 바보 녀석 같으니라고! 네놈은 쥐포로 만들어 팔아주마!”
그래도 마을사람들이 다 대피하고 없어서 다행이지, 주변에 마을사람들까지 있었다면 분명 잡화점의 망령을 제거해 달라고 제국의 편에 들어서, 좀 골치 아픈 상황까지 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안티매직으로 외부처리가 된 모습을 보며, 나는 조금 편하게 일을 해결하는 것으로 마음을 먹고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주인? 그 마법진은?”
“아지 다하카를 부를 거에요.”
“하지만, 아지 다하카는 누구도 자신을 부르는 소환의 계약을 맺지 않았노라. 그런데 그걸 어떻게 부를 생각인가?”
“이 마법진은 소환진이 아니에요. 그냥 제 기억 속에 있는 어느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거지.”
그리고 마법진이 완성되고 빛을 내뿜자. 거대한 괴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타나는 것은...
[음. 이게 아닌가? 끼에에에에에엑! 어떻게 해야 적들에게 겁을 줄 수 있지?]
라고 예전에 몬스터의 숲에서 몰래 괴성을 연구하고 있던 아지 다하카의 소리였다. 물론 이것은 최신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더 예전에 있었던 아지 다하카의 흑역사를 내놓는다면 울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장난치냐! 이 몸은 마장병기를 탔다고! 고작 괴수의 울음소리로 내가 겁을 먹을 것 같...”
-콰지지직!
마장병기 위에서 가속도로 떨어져 내려와, 그 위에 있던 비공정 3대까지 함께 지상으로 추락했다. 거대한 몸집에 단단한 비늘로 무장한 3개의 머리를 가진 용. 아지 다하카는 어디에서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내려와서 따지기 시작했다.
“인간이여! 그 비밀이 담긴 시크릿은 서로 마음속에 간직하기로 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네가 필요한데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서, 이렇게 불러내서 정말 미안해.”
내 사과를 들은 아지 다하카는 사과보다는 자신이 필요하단 말을 듣고는 고개를 들며, 정확히는 3개의 머리를 전부 다 들으며 웃음이 담긴 포효를 한차례 퍼트렸다. 공기를 갈갈이 찢어놓지나 않을까?하는 걱정과는 달리, 곧 조용해지면서 아지 다하카가 먼저 입을 열기를...
“으흠~ 그래. 인간은 내가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꼭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나를 불렀다는 의미로군? 기분이 좋으니 인간의 말을 듣고 생각이나 해보겠다. 어떤 일인지 설명을 하거라.”
아니. 설명이고 뭐고 이미 마장병기가 박살 나버렸잖아?
어쩌다 보니 목표는 달성했지만 레시아는 아지 다하카에게 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
“타락의 표식으로 지배하는 레프리시아의 이름으로 명한다. 지금 당장 그대의 주인인 폭식의 공작과 더불어, 질투, 나태의 공작에게 짐의 뜻을 전하여, 지금 당장 칸포리우스 내전에 참여하여 빛의 대성당과 세력을 합세하고, 3시간 안으로 칸포리우스 제국을 제압하라고 하며, 남은 죽음의 4시가와 더불어 교만, 탐욕, 색욕, 분노의 공작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마계를 보호 및, 사상자를 최소한으로 줄이거라. 아예 없게 한다면 더 더욱 좋다. 짐의 명을 따라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마왕님!”
오랜만에 레시아가 마왕의 역할을 하는 모습을 봤다. 아지 다하카는 금이 가고 박살이 난 비공정들과 마장병기를 뒤로하며 하늘로 솟아올라 곧 이어 사라졌고, 애초에 칸포리우스 제국의 목적이 아닌 트리니티의 목적은, 적과 아군 구별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상자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서둘러 포획을 하기로 결정하고 생존자를 찾기 시작했다.
시나는 내 어깨에서 하늘로 날아오른 뒤에, 내가 미쳐 볼 수 없는 시야까지 넓게 확보해주는 역할을 했고, 뭔가 발견했는지 곧바로 나에게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마스터. 비공정과 마장병기 안에는 생명체가 감지되지 않습니다.”
“무슨 소리야? 분명 사람이 말했...아. 그렇군. 이건 우리를 속이기 위한 것이었던가, 원래 마장병기가 이렇게 허약하지 않았는데, 이제서야 의문이 풀리는 군. 레시아! 잡화점으로 긴급귀환마법을 사용해요!”
지금에 와서 칸포리우스는 곧 망해가는 제국이다. 그런데 마장병기를 운영해서 이곳 저곳에 혼란을 줄 필요가 있는 것은, 언제까지나 장기전에 돌입할 경우이지 이런 작은 마을 하나 지우기 위해서 사용하는 물품이 아니다. 아무리 고물 같이 낡은 마장병기라고 할지라도, 그 안에 있는 핵이 융합해서 폭발하는 위력은 상당할 터.
지금은 어처구니 없는 자폭전술에 내 몸도 숨기기 힘들뻔했다. 빠르게 잡화점안으로 이동한 나와 레시아, 시나는 이윽고 잡화점 안에서 커다란 충격이 몰아치는 것을 대비하여, 지진에 대피하는 움직임으로 목과 머리를 보호하고 카운터 밑으로 숨었다. 거대한 빛이 뿜어져 나와 잡화점을 덮고, 그 이후에는 거대한 충격파가 사방을 때리기 시작했다.
파이론이란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순간이지만, 마을 주민들은 프리트론으로 모두 공간이동을 했으니 인명피해는 없는 셈. 루시피나에게 부탁해서 만들어둔 것이 제대로 작동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건 너무 하네.”
지금 밖에 나가기도 꺼려하는 이유는, 잡화점 이외에 파이론이라는 마을 자체는 이미 지도 밖에서 사라져 버렸으니, 그 휑한 모습을 마주하는 것에 아직까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전술도 그렇고 공격하는 방법도 그렇고 완전히 자포자기인 상태네요. 이걸로 뭘 이루어내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파이론은 구하지 못했어도 프리트론은 구해내야죠.”
레시아와 시나는 말 없이 내 몸 안으로 동화했다.
언제든지 위험할 때 나타날 수 있도록.
아르칸 제국이나 하란국에는 뛰어난 강자가 넘쳐흐르고, 리벌트는 마법대학이 있는 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지금은 프리트론에 가담하기 위해 3층에 있는 사키엘의 문을 향해 뛰어 올라갔다. 내가 왕국 중앙 시장으로 모습을 보였을 때는, 상황이 좀 심각한 상태라고 추측한 것은, 이곳에는 사상자가 생겨나가기 시작했다는 것. 제국이 본격적으로 인원들 동원해서 공격해온 곳은, 파이론이 아닌 프리트론이었다.
붉은 제국 복장의 한 남성이 날카로운 창으로 나에게 휘두르자, 나는 창을 붙잡고 티르빙을 사브르로 변환시켜서 그 남자의 몸을 사선으로 베어버렸다.
“설마...프리트론에 민간인을 대피시키는 것을 알고?”
겁을 주면 프리트론으로 도망간다는 것을 꿰뚫어본 것인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투석기와 더불어 마법공학으로 이루어진 대포들과 함께, 하늘에서는 화살이 종종 떨어지고 사방에서는 총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피의 강과 같은 붉은 제국 복장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하얀 제복을 입은 한 송이의 꽃과 같은 릴리 기사단과 검은 사신이라고 불려지는 왕국 수사관들이, 거대한 인원을 상대로 철저하게 성문을 지켜내고 있었다.
“평민. 이제 왔군. 안 그래도 저 앞에 인원이 많아서 짜증나서 힘 조절은 못하겠더군. 이러다간 정말 신인류가 바라는 대로 올해 최고의 사상자 수로 한 획을 그을지도 몰라.”
지금 전쟁은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상자를 내면 안 되는 전쟁이지만,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을 상대로 적당하게 상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의식적으로 베어 죽인 병사를 생각하고 난 뒤에, 나는 다시 생각하면서 입을 열기로 했다.
“우선 우리가 사는 것이 더 중요해요. 사상자가 나와도 일단 싸워야 할 때인 것 같아요.”
하멀 씨는 씨익 웃으면서 답했다.
“네가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우리 왕국의 특수 기병대를 만들었지. 그 녀석 들이라면 아무리 많은 대군이라고 할지라도 두렵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 다만, 적당히 하는 것을 아예 몰라서 우리 쪽에도 피해가 갈 수 있지만.”
자신만만한 황금빛의 눈동자는 오른쪽을 보고 있었고, 그 사이에서는 왠지 모르게 로즈웰 씨가 타고 있을 법한 차를 선두로 15대가 성문이 뚫리자마자, 타이밍이 좋게 고속으로 모든 병사들을 밀고 제국의 궁병대와 포병대가 있는 방향으로 돌진했다.
“그래도 일단 수단과 방법을 모두 사용해서 우리라도 살아남아야겠죠.”
우선 살아남아야 변수라는 것이 생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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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것은 전쟁이라기보단
그냥 반란 수준이 되겠네요.
칸포리우스 제국 혼자서 모든 왕국과 제국에게 두들겨 맞고
덤으로 내전까지 벌어져서 교황에게도 맞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