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04

FNL-Phantasm 2017. 2. 2. 05:46

04

 

 

 

빨리 돌아가고 싶다라는 생각만 한 가득 들어있는 동안, 켈모리아는 나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은 나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기에, 그 기습은 너무 적절하게 내 머릿속을 파고들어가서 크나큰 데미지를 주었고, 나답지 않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리고 있었다. 켈모리아는 다시금 나에게 또박또박 한번 더 알아듣기 쉽게 말했다.

 

...! 아리엘은 어디서 살고 싶은지 물어봤잖아? 대답해 줘야지?”

 

말 그대로 내가 살아야 할 곳을 고르라는 학원장의 말도 안 되는 말은, 이윽고 말이 씨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을 수습하기 위해서 나는 시간을 벌기로 했다.

 

저기, 살고 싶은 곳을 말하라뇨? 그게 무슨 소리에요?”

 

땅바닥에서 재울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이 도서관은 모든 학원생도들의 성지라고 볼 수 있는 장소라서, 이곳에서도 따로 방을 만들어서 재워줄 수는 없어.”

 

그 성지를 가볍게 폭파시키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지만, 내가 눈을 뜬 것은 빅터의 침실이었지 따로 배정된 기숙사가 아니란 소리였다. 그러면 나는 이제 어디를 선택해야 할까? 그래도 한가지 확실하게 선택해야 하는 것은, 낯선 남자보다 더 위험해 보이는 학원장과는 멀리 떨어져서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만큼은 모든 부동산을 털어내서라도 성립되어야 하는 조건이다.

 

이 시대에 부동산이 있다는 조건 하에.

 

저는 그럼 학원장님과 멀리 떨어져서…….”

 

그냥 나랑 살자아~ 혼자는 이제 외롭단 말이야~”

 

울지마.

그 나이를 먹는 동안 남자 하나 사귀지 않고 대체 뭘 한 거야?

울음이 호수가 되면서 나를 눈물 속으로 담가버리기 전에 학원장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우선 칭찬을 먼저하고 질문을 하는 것이지.

 

학원장님의 외모는 제가 봐도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여자가 봐도 말이죠. 하지만 그 나이 될 때까지 남자 하나 사귄 적이 없는 겁니까? 적어도 결혼을 맹세한 약혼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그야. 나는 남자보다 여자를 더 좋아하니까.”

 

아까 했던 말 전언철회 하죠. 우선 반경 1300km안으로 들어오지 말아주시겠어요?”

 

거울을 안 봐도 내 표정은 학원장을 향해 경악하고 질색하는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의식적으로 내 이마와 눈에 힘이 들어가버렸으니까. 그런 내 표정을 보고 나서 켈모리아는 농담이야~”라는 말과 함께 말을 더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나이가 될 때까지 나는 엘티노스를 능가하기 위해서 마법만 연구했거든, 당연히 세월이 좀 많이 흘러서 여기까지 왔지만, 오로지 나 혼자만 연구하고 생활했기 때문에 사교성이 전혀 없거든. 학원장의 역할을 맡은 이후로 내 세월에 대한 반성과, 후세에는 이런 실수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유일하게 켈모리아 마법학원만 자유연애를 선호하고 있어. 사랑만 있으면 종족도 성별도 문제가 없으니까!”

 

문제가 많아요.”

 

나는 낮은 목소리로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빛보다 빠르게 즉답했다. 종족은 잘 모르겠지만 성별도 문제가 없다는 것에 문제가 있잖아.

 

켈모리아는 내 앞에서 어항을 꺼내더니 한 물고기를 보여줬다.

 

이 애는 수컷일까? 암컷일까?”

 

몰라요.”

 

. 성별에 상관없이 맛만 좋으면 되지 않을까?”

 

닥치세요.”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 앞에서…….

어라? 생각을 해보니 뭔가 말이 되는 것 같기도?

 

그러니까! 우리 집에서 살자! ? 도서관하고도 가까우니까! 제발!”

 

어째서 결론이 그렇게 되는 건지부터 설명해주시죠.”

 

깍쟁이.”

 

조용히 해요. 무의식적으로 독설을 퍼붓기 전에.”

 

고개를 숙이고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가열된 머리를 잠깐 수습하고 있는 동안, 켈모리아는 아하, 그렇구나아~”라고 사람의 신경을 건드는 목소리를 감지했는데, 이번엔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아니에요.”

 

뭐야. 아무 말도 안 했다고?”

 

어차피 그 표정은 제가 빅터에게 한 눈에 반했다는 그런 착각을 하시는 거잖아요. 애석하게도 빅터에게는 구해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연애감정보다는 앞으로 켈모리아 씨로부터 어떻게 도망쳐야 잘 살아남았다고 소문이 날지 생각하고 있다고요.”

 

!”

 

정곡을 찔렸군.

의외로 통쾌한 감정이 가슴속 한 구석을 시원하게 뻥 뚫어주면서, 환희를 맞이하는 감정과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사색이 된 켈모리아의 얼굴은 천천히 의미불명의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역시 같이 살자아~!”

 

켈모리아는 반대편에서 나에게 뛰어들어 안겼고,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내가 앉은 쇼파가 뒤로 넘어가버렸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얼굴을 내 몸에 문대고 있었고, 다른 이질적인 감촉이 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잠깐! 학원장님! 그건 성희롱이에요!”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나를 강하게 짓누른 상태에서 무의미한 발버둥을 쳐야만 했다. 그에 비해 양손과 더불어 푸른 빛으로 이루어진 손들이, 내가 날뛰지 못하도록 양 팔과 양 다리를 바닥에 고정시켜버리면서, 간지럼 고문을 준비하듯이 기다란 새의 깃털을 꺼내고 있었다.

 

같이 살겠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계속 진행된다구?”

 

이 비겁자! 변태! 그만 안 두면으앗! 아하핫! 잠깐만 그만두세요! 그만! 크하하핫!”

 

온 몸에 덮쳐 흐르는 야릇한 감각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었지만, 고정을 당한 체 민감한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격을 하는, 양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실종해버린 켈모리아에게 그만두라고 권고를 했으나, 역시나 칼을 뽑고 있는 상대는 나의 요구를 절대적으로 무시했다.

 

흐흐흐. 어서 말해! 같이 살겠다고!”

 

알았어요! 쿠크큭! 같이 살게요! 그러니까 크흣! 지금 당장 그만둬요! 그만! 안 돼! 그만둬!”

 

-투두둑!

 

내 애절한 외침과 더불어 켈모리아의 움직임까지 멈췄던 것은, 한 소녀가 서류를 떨어뜨렸을 때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타이밍이 기가 막혀서, 지금 내 핏줄이 스트레스로 전부 막혀버릴 지경이 되었다. 얼굴이 홍당무처럼 익어버린 소녀는, 충격을 받아 어쩌다 보니 떨어뜨린 서류를 정리하고는 , 실례했습니다!”라고 말한 뒤에 도망가버렸다.

 

괜찮아. 내가 이러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니까.”

 

안 괜찮아요! 지금 누구인지 몰라도 너무 놀라서 도망가버렸잖아요!”

 

괜찮아. 그 아이는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거든.”

 

확실히 자세히 입구를 보았을 때, 아직까지 용건이 남아있는 듯이 이 안을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

 

중요한 안건을 가지고 온 거잖아요. 이제 무거우니까 비키시죠?”

 

그렇네.”

 

켈모리아는 서류를 받아 들고는 왼손을 뻗어서 자신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물론 내가 아니라 저 뒤에서 계속 구경하고 있었던 소녀에게 말이지. 나와 같은 옷차림과 짧은 스커트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도 이 학원장에게 스커트가 짧다고 항의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마 몇몇 아이들은 나와 같은 패턴을 밟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스커트가 짧아서 항의하러 왔더니, 나중에 돌아오는 것은 자유연애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을 것만 같아서, 일찌감치 포기해버리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저기 학원장님? 제 앞에 있는 소녀는?”

 

. 인사해. 아리엘. 오늘부터 내 비서야.”

 

비서라고요?”

 

켈모리아의 대답을 들은 소녀의 목소리는 뭔가 노기가 실려있었다. 뭔가 나를 굉장하게 의식하면서 목소리를 높인 것 같은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앞으로의 분위기가 흐려진다는 것에 판단해서 선뜻 입을 열었다.

 

……”

 

말도 안 돼요!”

 

내 앞에 책상을 주먹으로 한 가득 힘껏 내려치는 것과 더불어, 내 말까지 잘려나가는 효과까지 가져와버렸다. 뭔가 학원장의 비서라는 자리를 두고 상당히 화를 내고 있는 것이라면, 전에 이 소녀가 지원을 했다가 떨어뜨린 거라고 볼 수 있겠지. 외견은 분명히 풍부해 보이는 금발에 지금 불꽃이 튀어 오르는 벽안을 가지고, 나를 째려보면서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학원장님. 아무리 그래도 저는 이 소녀를 단 한번도 본 기억이 없어요! 하지만 그 아이를 비서로 두겠다니! 어째서 2개월 전에 제가 비서가 되겠다는 요청을 거절하고!”

 

그야. 내 마음이지.”

 

분개한 소녀 앞에서 정말 태평한 대답을 선물해준 켈모리아에게, 더 이상 뭐라 할 말도 없어져버린 지 오래였다. 나는 조금 남은 커피를 모두 마신 후에, 내 주변에 있는 데시벨의 수치가 점점 낮아지길 기원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말도 안 돼요! 제가 저 애보다 덜 떨어진 것이 뭐가 있어요!”

 

나를 삿대질하며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하려는 소녀에게, 켈모리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근엄하고 엄격하게 입을 열었다.

 

가슴 크기.”

 

그런 이상한 기준 말고요!”

 

켈모리아의 발언에 나도 뭔가 항의하려고 했지만, 아직까지 내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기에,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금붕어처럼 숨만 쉬어야 했다. 과연 앞으로 얼마나 더 지치지 않고 떠들 수 있을까? 지켜보는 것도 삶의 일부라 생각하고 나는 가만히 있었다.

 

너도 뭐라고 말 좀 해봐! 네가 학원장님의 비서자리에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 같아!”

 

미안하게도 밀리아. 아리엘은 너보다 더 뛰어난 아이야.”

 

켈모리아의 한 마디로 이 도서관 안은 영구동토로 바뀌어버렸다. 지금 한기가 내 온몸을 급습하는 것과 같이 착각을 주고 있을 무렵에, 공포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밀리아라고 불리는 소녀의 입에서 천천히 쏟아져 내렸다.

 

학원장님. 뭐라고 하셨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리엘은 너보다 더 우월한 아이라고 말했어. 네가 너에게 학생회장의 자리를 앉히는 것은, 비서가 되기에는 학생들의 지지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야. 학원의 아이돌이 되어버린 너는 베이스로프 가문의 자랑이라고 늘 여겨왔잖아?”

 

당연히 저는 모든 것이 출중해야 한다는 학원장님의 말을 듣고, 모든지 열심히 3년간 노력을 해왔다고요! 그런데 어째서 저에게는 학원장님 곁에 제가 아니라, 이런 어디서 굴러온 뼈다귀 같은 애를 비서로 임명하겠단 소리에요!”

 

아니. 굴러온 뼈다귀 같은 애라니.

나와 같은 규모의 스켈레톤이라도 본 적이 있는 건가?

말이 심하긴 해도, 지금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대결이에요! 모든지 승부로 결정을 짓겠어요!”

 

다시 삿대질 하는 밀리아의 강인한 투기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애석하게도 나는 지금 마법의 도 모르는 상태인데,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능력 배틀물의 전개 같은 경우 보통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사소한 이유로, 싸우다가 친해져서 사귀고 그런 전개인데, 나와 밀리아는 서로 여자인만큼, 싸움 뒤에 남는 것은 앙금이고, 앙금 이후에는 보복이라는 절차를 밟게 될 것 같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쓸 때 없는 지식을 지우지 않은 신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그렇네. 지금 당장 마법 투기장으로 가볼까? 거기서 짧게 결판내면 될 것 같은데?”

 

학생들이 서로 싸우려고 하고 있는데, 이 학원장은 오히려 그 싸움에 기름을 부어 더욱 불타오르게 만드는 촉매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교육자가 싸움은 말리지 못할 망정 더 싸우라고 부추기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이 학원장이 얼마나 심심했는가?’에 대해 가늠을 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