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33
333
파이론에는 엘티노스 잡화점을 가장 크게 완전히 무서워하기로 소문난 마을이다. 잡화점주변이 심령장소가 되어버린 이유라면, 50%정도는 아직까지 나도 모르는 잡화점의 기능이 작동한 탓이 있고, 남은 50%라면은 잡화점의 손님을 내가 꾸준히 받아봤는데, 사람보다는 몬스터가 더 자주 쓰는 결과물이 나타났다. 심야에만 열리는 야식식당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녁 8시에 열어서 새벽 4시까지 운영하는 잡화점은, 비상시에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의 가게가 아니라, 몬스터들이나 이상한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는 그런 곳으로 되었다.
엘티노스는 자신이 이 잡화점을 차리면서도 의뢰를 받아서 죽는 그 순간까지 사건,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정신이 탈출할 법한 일을 했다고 한다면, 나 또한 전에 500년전에 엘티노스가 하는 짓을 똑같이 물려받아 이리저리 치이고 사는 것이 일생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엘티노스 잡화점을 이어받은 내내 살아나간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하지만, 여기 파이론에 있는 마을회관의 지하감옥에서 가둔 광인 하나가 존재한다. 미쳐버려서 날 뛰는 것을 붙잡아서 가둬놨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잡화점을 이어받으며 실종되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된 것보다는 그나마 좋은 케이스라고 볼 수 있으니.
유부초밥을 먹다가 생각난 나는 하멀 씨에게 부탁을 해서, 마을회관 앞에서 촌장을 만나기 위해 문 앞에 서 있었다고 생각했다.
“여우신님! 제발 그 빌어먹을 잡화점 좀 없애주십시오!”
당연히 나에게 큰 절을 올리면서 잡화점의 주인인 나를 못 알아보는 것은 당연한 게. 아직도 어린 아이의 모습에서 되돌아오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아랑과 아직까지 동화 중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촌장에게는 이야기가 시작한 초창기부터 해줘야 하는 것이 있었구나.
-파악!
“지금의 잡화점을 제거하는 것은 천계에서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빌어먹을 잡화점의 존재로 인해 네놈들의 목숨 또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도록. 바보 같은 인간들은 여전히 어리석고 앞을 못 보는 존재라 실망했다.”
“여우신님! 용서를! 탈모중인 머리를 밟지 말아주세요! 제발!”
이 촌장이 나에게 잡화점 규칙이 쓰여있는 종이를 직접 내 손에 쥐어준 사람이다.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1화를 참고해도 좋다. 내가 마을에서 가위바위보 대회에 1등을 했을 때 촌장의 얼굴을 때리지 못한 것이 한이라면, 지금 이런 모습으로라도 보복을 하겠다는 거지. 쇼콜라 씨처럼 다리가 아니라 발끝에 힘을 살짝 주고는 팔짱을 끼며 내려다 보고 있을 무렵.
“저 꼬마가 촌장님의 머리를 밟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까 귀엽잖아?”
“여우 귀와 여우 꼬리에 S기질이라니. 딱 내 취향~!”
“촌장님은 그런 취향인가. 실망이야.”
인파가 몰려오니 그만해야겠군.
“촌장은 고개를 들어라. 지금 이 마을회관 지하감옥에는 전 엘티노스 잡화점의 주인이 갇혀있는가?”
“아? 넵! 그 미친놈이 갇혀있는 것은 제가 어제도 확인을 했습니다요!”
“그쪽으로 안내해라.”
“네! 어이! 뭣들 하느냐! 여우신님께서 이런 초라한 마을에 불쑥 찾아오셨는데, 빨리 맞이해줘야 할 것 아니냐! 헤헤! 그나저나, 연회도 열어주면 저희 마을에 기적이 찾아오는 건가요?”
200%정도 간신배가 되어버린 촌장의 모습에는 영락없이 파리와 같은 손바닥 비비기를 하며, ‘저 웃고 있는 늙은이의 머리를 다시 밟아버릴까?’라고 생각했지만, 하멀 씨가 뒤에 흥미가 있는 눈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나는 “연회는 필요 없다. 잠시 들렸을 뿐이니까.”라고 말하며 안내를 받았다.
“이야. 정말 무서운 신이네. 다짜고짜 촌장의 머리부터 밟아버리다니.”
“촌장이 저에게 잡화점을 떠넘겼다고요. 하멀 씨. 덕분에 부모님께 죽은 사람 취급 당하고 지금까지 이렇게 와서 통쾌하게 머리라도 밟아야 기분이 풀린다고요. 탈모중인 머리를 가속화시켜서 사막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수사관 복장을 입고 있는 하멀 씨는 아무 말 없이 걸어가다가, 어두운 지하 한 구석에서 계속 검은 구체 하나를 들고 벌벌 떨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촌장과 감옥을 지키는 감시병들은 전에 엘티노스 잡화점을 운영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심하게 방치되어 있는 상태였다. 아니, 솔직히 이런 노인이 미친 상태로 가까이 오기만해도 개처럼 으르렁댄다면, 정신이 강한 사람이 아닌 이상 전부 방치하기 마련이다.
“수사관은 남고 모두 나가 있거라.”
“하지만, 저 자는 지금 극도로 미쳐있는 상태라 조금 더 다가가면 물지도...”
“당장!”
“아 예! 알겠습니다! 야! 뭣들 하냐! 10초 이내로 튀어나가!”
마치 어디 경공술이라도 쓰는 것마냥 빠르게 뛰쳐나가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하멀 씨는 휘파람을 불며 입을 열기를...
“이야. 신 노릇 제대로 하네. 그래도 지금 촌장의 눈에 너란 존재를 들키지 않아야 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말하는 것이 맞긴 하지. 아무튼 저 사람은 이제 어떻게 제정신으로 만들 생각이야? 정신마법이라면 마리아인가? 그 땅꼬마가 더 전문적이긴 하지만, 지금은 검은 달의 여왕이 소드마스터들의 단체인 카멜롯과 협력을 맺고 있는 단계라서 바쁘다지?”
하멀 씨의 말을 듣고는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일은 내가 직접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천천히 다가가서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전에 엘티노스 잡화점을 이끌어갔던 사람 맞죠?”
“......”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으나, 나의 정체를 전부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은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금...잡화점의 주인이라고?”
힘 없는 모습과 달리 상당히 경계를 하고 있지만, 말을 꺼냈다는 의미에 더욱 더 집중해야 했다. 아무튼 믿겨지지 않는 정상적이지 않은 나의 모습을 보며 말하기를...
“정말 잡화점의 주인이란 소리인가! 어째서 너는 그 안에서 멀쩡하게 있을 수 있는 거지?”
“그야. 규칙을 지키면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늘 가지고 다니는 엘티노스 잡화점의 규칙에 관련된 문구를 보여줬을 때는, 그 노인이 나에게 경악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야. 거기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잖아! 그건 그냥 백지야! 출입증과 비슷하지만 단순한 백지라고!”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이야기 하는 것으로 보아 장님이라던가 그런 것은 아닐 테고, 나에게 확실히 보이는 잡화점의 규칙이 그 노인에게 안 보였다는 소리는 무언가가 더 있을까?
“애초에 너는 이 구체가 속삭이는 말이 들리지도 않아? 어떻게 2층과 3층물건들의 유혹을 견뎌내고 그렇게 잘 살 수가 있는 거지?”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는...네? 하멀 씨? 왜요?”
나와 노인의 의견 일치가 되지 않은 이유를 알아내고 싶었지만, 하멀 씨는 내 어깨를 건들이고 나서 나를 밖으로 불러냈다. 하멀 씨는 총구에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뭔가 생각을 가속화 시키는 듯이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그 잡화점의 규칙 뭐라 적혀있는지 내가 볼 수 있을까?”
“아. 네. 여기요.”
하멀 씨는 거칠게 백지를 받고 나서는 종이를 이리저리 회전시켜서, 뒷면이고 옆면이고 할 것 없이 다 보고는 다시 나에게 줬다. 하멀 씨의 대답을 기다리는 나의 입장은 마치, 보물 하나를 발굴 했는데 감정하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시험성적이 망해버렸는데 그걸 부모님에게 보여주는 초조하고 불안한 감정뿐이었다.
“확실히 말해서 나도 여기에 쓰여진 것이 뭔지 보기가 힘들어. 다만, 이 문서 자체가 잡화점 전용 보안 문서라는 소리가 틀림이 없어. 지금껏 이걸 볼 수 있는 사람을 잡화점이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럼 저는 이걸 어떻게 보는 건데요?”
“그야. 잡화점이 널 선택했으니까 당연히 너에게만 보여주는 거 아냐. 잡화점도 꼬시고 다녔냐?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거야?”
“잡화점을 왜 꼬셔요...아무튼 지금 그 말이 사실이면, 여태까지 다른 사람은 왜 죽거나, 행방불명 되거나, 실종이 되었는데요?”
하멀 씨는 한숨을 거창하게 내쉬면서 나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는, 자신의 머리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에게 ‘정답을 맞춰라.’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머리라고 하면 내가 저 노인과 다른 것이...
“머리카락이요?”
“아니. 너의 정신방어능력이 너무 강하단 소리야. 그 정신방어능력 때문에 잡화점이 널 선택한 것이고, 아까 그 노인이 말했잖아? 2층과 3층의 물건들이 널 유혹하지 않느냐고, 그걸 전부 견뎌내고 정상적으로 잡화점을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너란 소리야. 아마 그걸 토대로 네가 진짜로 엘티노스 다음에 잡화점 주인으로 임명 받은 것이 커.”
그럼 여태까지 내가 잡화점을 운영하기 위한 적합자라는 뜻인가? 지금까지 불의의 사고로 희생된 사람들은 부적합이었기 때문에, 물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죽어버렸다는 것이고?
“그거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묘한 일이네요.”
“이봐. 자네...이리로 와보게나.”
뒤에 노인이 다시 나를 불러서 하멀 씨와 같이 노인의 앞까지 이동을 했다. 노인과 나를 가로막은 감옥 문 사이로 노인은 나에게 검은 구체 하나를 주며 내 작은 손을 감쌌다. 주름이지고 나무 껍질처럼 까칠한 감촉이 내 손등에 다가왔을 때는, 그 사이로 위에서 뜨거운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정말 다행이군...이제서야. 쉴 수 있게 되다니. 세상을 없애버리라는 파괴의 욕망으로부터 도망친지 얼마나 지났는지 몰라도...으흑흑! 이제서야 쉴 수 있게 되었어...”
눈물이 범람하면서 숨을 제대로 쉬지도 않고 토해내는 오열은, 그간 자신이 고통 받아온 오랜 세월을 암시하기라도 하듯이, 서서히 숨이 올라가면서 힘없이 나의 양손을 놓치고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내가 정신을 차리라고 말하기도 전에 이미 그 노인은, 자신의 사명을 다 끝마쳤다는 기쁨과, 고통에서 해방이 되었다는 성취감으로 인해, 벌써 발 빠르게 숨을 거둔 상태라서 아무런 말도 없이 침묵만 그 자리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지하감옥에서 밖으로 나와 검은 구체를 잡화점 2층 위에서 가지런하게 놓은 뒤. 하멀 씨는 나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다른 주제로 입을 열었다.
“잡화점의 주인이라는 것도 꽤나 힘드네. 수사관 때려치우고 잡화점이나 차려볼까 했는데, 눈 앞에서 그런 이상한 일이라도 나온다면 누구든지 때려 치우고 싶을 꺼야.”
“아니. 평범한 잡화점은 이런 위험한 물품은 보관하지 않아요. 덤으로 의뢰도 받지 않고, 이상한 여장을 한 나의 모습이 찍힌 잡지 모델도 하지 않고요.”
“그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전부 네가 잡화점을 운영하기 때문이잖아? 덤으로 네가 이 잡화점에서 천년 만년 운영해야 하는 적합자라는 것도 알았으니, 결국 나는 너를 내 보조 수사관으로 둘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았고. 의외로 네가 짊어지고 있는 것이 장난이 아니란 것도 확실히 알았어. 잘도 이런 곳에서 이렇게까지 살아왔네.”
“뭐. 그래도. 조만간 후계자라던가 다음을 이을 사람이 나타나겠죠. 적어도 그 바보같은 가위바위보 대회에서 1등을 한 어느 멍청이가, 이곳에 찾아와서 저와 같이 마왕이나 소환하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레시아를 맨 처음에 소환한 것이 어제 일처럼 선명한 2층의 나무 바닥을 보며, 나는 본의 아니게 세월을 곱씹어보고 있었다.
=============================================================================================
그래도 아직 카일이 죽는 날까지는 좀 멀었어요.
더 굴려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