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30
330
아우리스 여신은 나를 천계로 납치하면서 다짜고짜 시행한 것은 옷을 갈아 입히는 일이었다. 옷을 갈아 입히는 것은 수도 없이 많이 당해봤지만, 그냥 손바닥 한번 마주쳤을 뿐인데 사테라 씨가 입은 성녀복장으로 될 줄은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실크라 부드럽다 못해 미끄러운 듯한 감촉이 상체와 하체의 일부분만 자리잡고 있고, 팔꿈치 밑으로는 같은 실크제로 되어있는 장갑이 있을 뿐이었다. 다행히도 무릎을 살짝 넘어가는 긴 양말도 하얀 색이고 제발 부탁이지만 남자에게 스커트는 입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완벽하군. 역시 천계의 비밀병기라는 이름을 걸어도 될 법한 모습이야. 이걸로 마왕을 공격한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
“레시아는 제가 사역하고 있는 사역마란 것을 기억해주시죠. 그나저나 아우리스 님? 저를 다시 지상에 내려줄 마음은 있는 겁니까?”
“뭐. 솔직히 말했으니 지상으로 내려 보내주지.”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평생 이곳에서 살 것이다!”
맙소사.
역시 내 유일한 희망은 젤나가 님뿐인가?
[어라? 카일이여?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모습이 마치 여우신령의 모습과 비슷한데?]
[아우리스 여신에게 납치당했거든요. 눈 뜨자마자 기겁할만한 전개에 대해 정말 죄송할 따름이지만, 아우리스 여신에게 칸포리우스 제국의 수호를 그만두고 침공해도 되겠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요단강을 건너 발할라로 떠나버릴 듯한 바보 같은 전개에 당해버렸거든요.]
[그거 고생이 많군. 어쩔 수 없이 지금 모인 신앙으로 이곳에 탈출을...]
“여기 유부가 많이 있으니 어서 먹거라.”
[탈출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어서 유부를 먹거라!]
내가 가장 놀랜 이유라면 아우리스 여신은 눈치가 너무 빠르다 못해, 스피드 포스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라는 쓸 때 없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어 준 것과, 두 번째로는 나와 아랑의 텔레파시를 읽기도 전에 미리 예측이라도 했다는 듯이 너무 기가 막혔다. 대륙의 최고 권위를 지니고 있는 여신이 4쌍의 날개를...
“전에는 3쌍이 아니었나요?”
“아버지께서 나에게 4쌍의 날개를 선물해 주셨다.”
“아버지라면 분명 창조주를 뜻하는 거겠죠?”
창조주는 지금 아우리스의 모습을 보고 대체 뭐라 생각하실까?
“따분한 이야기는 그만 치우지. 나는 카일에 대해 관심이 한 가득하니까. 카일에 관한 것을 내가 직접 물어볼 것이니 성실하게 답하는 것이 좋다.”
“그보다 지금 제가 여기에 납치되었다는 말이 레시아 귀에 들려온다면, 천계에서 전쟁이 나는 것 아닌가요?”
“괜찮다. 그 증오스러운 마왕에게 육포 3백개를 먼저 주고 사진공유를 한다는 말까지 했으니까. 확실히 그 쪼잔한 마왕과 확실하게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선수를 쳐야 했지.”
설마 루니아 누나가 내가 도망간 것을 알고 레시아를 통해 아우리스에게 의뢰를 했다는 것인가? 손오공이 아무리 기고 날뛰어도 부처님 손바닥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내가 지금 그것과 비슷한 상황을 체험하고 있는 듯 했다. 그 전에 내가 없는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계산 밖이다.
“카일은 칸포리우스 제국을 보호하라는 말은 그만 두라는 소리를 하러 여기까지 온 것이겠지?”
“네. 그 목적으로 기도를 드리려다가 납치당했으니까요.”
아우리스는 이미 다 알면서도 나에게 확신을 요구했다. 확신을 듣고는 아우리스는 잠깐 숨을 멈추는 듯이 아무런 말도 없다가, 머릿속에 정리가 끝났는지 다시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칸포리우스 제국은 나를 받들기 위해 만들어진 제국은 아니지만, 천계와 마계가 지상에서 싸우고 있을 당시에 열세였던 천계에 처음으로 가담한 제국이, 신념과 정의로 무장한 칸포리우스 제국이다.”
아우리스는 내 앞에서 눈을 감고 회상을 하듯이 입을 열었다. 나는 그 앞에 서있는 상태로 묵묵히 이야기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만, 아우리스가 칸포리우스 제국을 보호한다는 의미는, 그냥 침공을 막아주는 의미가 아니라 한 제국과 평생을 같이 하기로 한 약속과 같았다.
“그때 당시에 상급 신이었던 나는 칸포리우스 제국이 앞으로도 번영할 것을 약속해주며 나의 권능을 빌려주기도 하고, 내가 직접 나서서 악의 잔당을 소탕했을 무렵에 그 거대한 전쟁 속에서도, 나를 위해 기도를 끊임없이 한 제국의 황제와 주교들이 아직도 눈 앞에서 선하게 기억되고 있지. 따라서 지금까지 이 대륙에서 최고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제국이 된 이유가 그것이다. 하지만 레시아도 그렇고 마리아도 그렇고, 람파시나의 메시지를 받은 샤이어에게도 계속해서 한가지를 들었다. 아니 듣는 것도 그렇고 명확한 증거까지 확보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칸포리우스 제국을 아직까지 버리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머지 않아 일어설 수 있으리라는 것 때문이다.
“명확한 증거라면...?”
“엘티노스가 그 증거를 잡아놓은 상태다. 트리니티는 천계로 소환하라는 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불복종을 하고 있으니, 지금 심판자와 발키리들이 계속해서 트리니티를 추적하고 있지. 엘티노스도 언제까지 칸포리우스 제국을 보호하기만 할 것이냐고 물어보더군.”
아우리스는 나를 끌어서 자신의 무릎 위에 나를 앉히고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다. 포근한 어머니의 품과 같은 평온함이 나를 감싸고 있을 무렵. 몇 개의 단어는 실수로 듣지 못할 정도였지만, 다행히도 별로 중요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지금 칸포리우스 제국에는 조종 당하고 있는 티르에게 선동을 당한 황제를 더불어, 황자와 고위 계층이 존재하고 있지만, 그 이외에 모든 칸포리우스 제국의 백성들은 다 내 아이들과 같은 자들이다. 나 또한 이 일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 칸포리우스 제국에 여신이 보호하지 않는다는 말이 들리게 된다면, 그 안은 모두 혼돈과 광기의 도가니로 변하기 시작하겠지. 빛의 대성당 또한 칸포리우스 제국에 속해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도 이단 심문관들이 멋대로 해석해서 죄 없는 사람들을 붙잡아 이단이라며, 산 제물을 나에게 바치는 그런 모습도 보고 싶지 않다.”
천계에서 아우리스가 머무는 신전과 같은 거대 규모를 자랑하는 집 안에서, 나는 그저 어린 아이처럼 안기고 이야기만 들을 뿐이었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신에 대한 입장은 단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신은 인간을 가여워하며 힘을 내려주고, 식량을 내려주고, 지식을 내려줬다. 이것이야 말로 아우리스가 맨 처음에 인간이 지상에서 올라왔을 무렵. 해왔던 일이라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니, 아우리스 여신의 행동이 엉망진창일지라도 진정 자신을 추종하지 않던 인간을 위해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자신들의 자손과 같은 인간들이 서로 싸우는 것에 대해 망설여지는 것이고, 지금은 칸포리우스 제국을 보호하는 것이 아우리스 여신이 할 수 있는, 최후의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그러니 트리니티를 우리가 직접 잡아서 처벌하기 전까지, 칸포리우스를 공격하는 것은 그만두면 안 될까?”
나 또한 여신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지만,
여신 또한 우리 인간의 입장으로 생각하지 못하다는 이름 아래에, 나는 천천히 머릿속에 정리한 말을 입에 올렸다.
“칸포리우스 제국의 고위 계층들은 지금 비밀리에 트리니티를 위해서 힘을 주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요. 지금 트리니티가 시간을 끌고 버티는 것은 분명 천계를 파괴하고 남을만한 힘을 키우기 위해서이며, 그 힘을 키우는 방법은 트리니티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어디서 금지된 서적을 보았는지, 아니면 걸어 다니는 공기 도서관을 만났는지 모르겠다만, 지금의 제 추측으로는 얼마 전까지는 티르의 명령대로 움직였던 트리니티가, 사역마 역전현상으로 인해 티르가 조종을 받고 있죠. 티르의 계획은 인간의 한계가 돋보이기 때문에 그것을 호문쿨루스로 인공 정신망을 사용하면서 보안하려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트리니티가 더 악랄한 생각을 할지도 몰라요. 제 추측이지만...가령, 모든 호문쿨루스를 신격화 시킨다거나.”
말을 해보니까 이것도 나름대로 대재앙이로군.
“그렇군. 카일도 나의 어리광을 받아주지 않는 것인가?”
아우리스 여신은 뭔가 실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굴하지 않고 냉정하게 입을 열을 뿐이다.
“지금 당장 아우리스 님께 미움을 받을지라도 저는 제 뜻을 굽히지 않아요. 그리고 언제나 늘 그랬듯이 칸포리우스 제국에 최소한의 상처를 남기고, 실행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계획은 생각해놓고 있거든요. 만약 그걸 허락한다면 정말로 상처의 고름을 짜내기 위해 잠깐 상처를 내는 것으로 될 거에요. 흉터 또한 남지 않게 될 것이고요. 다른 관점에서 보면 간신처럼 충고가 아니라 조종하려는 듯한 말일지 몰라도, 최소한의 인간성으로 움직이는 신념과 정의로 내가 나를 보았을 때, 절대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니까요.”
아우리스는 나를 조심이 감싸 끌어 안았다.
“카일이라면 가능한 말인가? 운명의 여신 데모르테.”
그러자 기둥 뒤에서 검은 날개가 나타나 천천히 내 시야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까이에 있는 아우리스가 어떤 향이 나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데모르테는 나를 무표정하게 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운명의 관측자로 이야기 하자면 가능합니다. 대신. 카일이 희생당하는 것은 절대적인 결과입니다.”
“그런가...역시나.”
내가 희생당해?”
“내 어리광으로 카일이 1분정도만 살아있을 수 있다면, 정말 괜찮을 듯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던 데모르테의 말이 떠오르는 군. 확실히 지금은 1분 정도 벌었는가?”
“잠깐. 아우리스 님? 데모르테? 대체 이게 무슨 말이에요?”
아우리스는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데모르테는 4개월 전부터 카일의 운명을 관측하면서, 아무리 운명을 바꿔도 결국에는 카일이 죽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그 이후에는 제대로 된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 레시아와 람파시나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지만, 카일이 칸포리우스 제국과 항전을 할 때 죽는다는 결과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을 희생해서 분위기를 바꾼다는 흐름이겠지. 그 결과 나를 위한 최초의 종교제국이 세워지고, 천계의 반역자도 처단 당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제가 백장미를 찍게 만든 이유도 저를 단순히 중요한 사건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리기 위함인가요? 다른 것에 열중하게 만들어서 1분 1초라도 운명에 날과 더 멀어지게 하려고?”
“아니. 그럴 의도는 없어. 그건 그냥 단순이 운명이라는 소리야.”
“제길!”
데모르테가 내 심장에 말뚝을 박는 기분이었다.
“가능하면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을 들어버렸잖아. 그나저나 제가 칸포리우스 제국에 항전을 하다가 죽는다는 소리는 꽤나 흘려 들을 수 없는 이야기네요. 그 말을 반대로 하면 제가 나서야 그 바보 같은 사건이 끝난다는 소리겠죠? 그게 운명이면서 제 마지막 종착지고요? 그래도 이익으로는 백장미를 두 번 다시 찍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고맙네요. 그러면 제가 직접 나서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잖아요?”
“그 말이 사실인가.”
뒤에서 작은 고양이가 모두가 침묵으로 인해 익사 당할 듯한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잠깐! 마왕! 여기에 오지 않기로!”
“닥쳐라! 지금 주인이 한 말이 사실이냐고 묻지 않았는가!”
이번에는 분노로 인해 모든 공기가 태워질 듯한 분위기가 레시아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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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진지한 분위기로 이어나가면 뭔가 안 맞는다고 생각하나요?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