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26
326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윈디를 옆에 두고 있다는 의미는 침묵을 포기한다는 소리와 같다. 덤으로 말하면 잠입이라는 것을 포기하는 것과 같으며, 절대적으로 어디 숨어서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했다.
당연히 이 생각은 2분전의 나의 생각이었고 현실은 좀 다른데...
“그래서 저번에는 몽골리안 웜의 필살기가 몽골리안 춉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저 남부에 있는 사막지방까지 내려가서 확인했다니까요? 당연히 그 벌레에는 손이 없어서 춉을 할 수 없지만요. 아하하하하! 정말 이 이야기 웃기지 않아요?”
“몽골리안 웜의 필살기가 왜 몽골리안 춉으로 단정 짓는 거야? 그리고 대체 어느 타이밍에서 어떻게 웃어야 하는 거냐.”
이렇게 시끄럽게 웃고 떠들어도 다른 감시병들은 우리 둘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자신의 감시구역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며, 감시병의 눈에는 자신들의 의무감이나 자존심은 없고, 그저 다음 근무교대가 언제 올 것인가에 대해 관심만 있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애초에 소리는 공기를 매질로 울려 퍼지는 것이라 소리가 퍼지지 않는다고는 해도, 응용만 한다면 무궁무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람인가.”
“뭐 저의 힘은 이 정도로 끝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애초에 바람의 정령왕이기에 가능하다고 해두죠. 좀 더 저를 칭찬하세요. 오호호호...꺄아아아앗!”
“이렇게 아이언 클로를 해도 들킬 일이 없어서 정말 좋군? 안 그래?”
정말 아이언 클로를 마음껏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아니면 지금쯤 속이 뒤집어져서 화병으로 가운데에 붉은 글씨로 ‘wasted’라는 글자가 보일지도 모르니까. 이렇게라도 나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에 협조를 하고 있는 윈디를 뒤로 하고, 지하감옥에서 조금 더 들어가자 붉은 혈액팩을 입에 물고 있는 엘리시아의 모습이 보였다.
“건강해 보이네. 잘 지냈어?”
“어라? 하인?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여자는 또 누구야?”
“안녕하세요? 저는 카일과 끈적끈적할 정도로 배덕이 넘치는...”
“윈디 메르아. 길거리에 쉽게 볼 수 없는 바람의 정령왕이야. 여기까지 오는 것에 도움을 줬으니까 인사하도록 해. 그리고 하인이라고 부르지 마.”
“카일 씨. 저의 뜨거운 애정의 자기 소개를 어째서 잘라버리는 겁니까?”
누구나 윈디처럼 자신을 이상하리만큼 과장하는 소개를 한다면, 그 자리에서 말을 자르고 도끼를 들어 혀도 잘라버리고 싶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은 유나가 말해줬기 때문이지?”
나는 아무런 말도 필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감옥에서 너무 편안하게 누워있는 엘리시아는 천천히 감옥 근처에 다가가서 입을 열었다.
“혈액팩이 너무 써. 너의 피를 내놔.”
나는 내 오른팔을 뻗어서 감옥 사이에 넣었고 팔에 강력한 격통이 달리는 것을 확인 했을 때는, 이미 엘리시아가 무언가에 홀린 듯 송곳니를 박은 체 내 안에 있는 피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거머리를 아름답고 우아하게 의인화 시켜보라고 한다면 지금의 엘리시아의 모습일까? 피를 흡혈한다는 행위는 절대적으로 꺼림칙한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엘리시아가 빨아드리며 목으로 천천히 넘기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묘한 분위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아니면...
단순하게 지금 내가 현기증을 호소하고 있다는 거라던가.
아무래도 후자가 맞는 듯 하다.
“큭! 크읏! 으우욱!”
엘리시아의 몸으로부터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이, 밝은 빛의 오러가 나타나면서 공기 중에 증발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파르온에게 당한 상처는 둘째치고, 권능이 일시적으로 봉인 되었던 원인을 해독하듯이 천천히 빼내는 중인 듯 했다.
“우아...지금 목소리 내는 거. 너무 야하지 않아요?”
“쓸 때 없는 소리하지마. 윈디. 피 빨리는 당사자는 현기증으로 죽어버릴 것 같으니까.”
“하지만 이건 마치 어디에서 나올법한 빨간 소설책에서 미아으어어으애아오으...”
마지막 말이 이상한 것은 내가 왼손으로 윈디의 입을 막았기 때문. 애초에 그 이상으로 쓸 때 없는 말을 한다면, 이 수혈이 끝나고 나서 땅바닥에 묻어버리고 나오는 것을 각오하도록 하자.
“하아, 하아, 우윽! 고마워...덕분에 봉인 되었던 권능을 회복하게 되었어.”
“내 피에 마나가 그리 많은 건가?”
“하인의 마나의 성질은 일시적으로 자연상태의 마나로 흩뿌리는 성질이 강하니까. 하인의 피를 흡혈하는 것으로 몸 안에 있는 봉인을 깨부술 수 있다는 거야. 게다가 진하고 풍미가 같이 있는 피는 꽤나 구하기가 힘들거든.”
“반은 맛으로 마신 거냐? 내 피 당장 돌려줘.”
“어, 어쩔 수 없잖아? 맛이 없으면 먹지 않는 것이 나의 왕도라고!”
“그걸 왕도라고 하지 않거든!”
왕도라는 말은 그리 가볍게 쓰는 말이 아니란 말이지.
엘리시아에게 큰 소리로 태클을 걸다가 현기증 때문에 휘청거렸지만, 어느 사이에 내 뒤에서 나를 붙잡아 지탱하면서 “정말.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휘청거리기나 하고! 왜 이렇게 허약한 거야?”라는 말을 했다. 내가 휘청거릴 정도면 일반인도 똑같이 현기증으로 기절한다고?
“그래서 파르온과 싸우는 와중에 무슨 대화를 한 거야?”
“글쎄. 지금 하인이 잘못 하고 있다고 하던데? 지금은 하인이 악이라고 말을 들었어.”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말을 한다는 것으로 보아...
“티르는 트리니티에게 조종을 받고 있다는 것으로 40%정도 기울어졌네. 물론 내가 무엇을 지금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지만, 애초에 파르온은 용사니까 지금 내가 그걸 방해하는 입장이니 ‘악’이라고 칭하는 것이 맞긴 해.”
어차피 선악의 구분은 관점의 차이이며, 관점이 바뀌면 선악의 구분도 바뀔 수 있다는 것.
“어쨌든 엘리시아는 집으로 돌아가도록 해. 어차피 이곳에 있는 감시병들과 이야기는 다 끝난 상태잖아?”
“아. 맞아. 확실히 다 끝내놨지.”
엘리시아는 천천히 몸을 안개처럼 바꾸고는 사라지며 입을 열었다.
“그보다 유나가 너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내가 가만 안 둔다?”
“네 메이드는 네가 제대로 간수하란 말이야. 나에게 그러지 말고.”
엘리시아가 대성당의 지하감옥에서 빠져나가는 사이에, 나도 윈디와 다시 빠져나가기 위해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 윈디는 나를 빤히 보면서 걸으면서 장해물을 피하는 묘기를 보여줬고, 나는 그 시선과 기교를 의식하면서 거대한 침묵을 넘어 말 소리를 냈다.
“왜? 뭐가 또 문제야?”
“아뇨. 예전부터 봐왔지만 정말 여자를 보는 것을 돌같이 하시네요?”
“싸우자는 거냐?”
“아니. 그게 아니라, 카일 씨를 보면 뭐라고 해야 할까? 자신을 최대한 절제를 해서 유연하고 평소와 같은 관계로 강제로 되돌리려는 듯한 모습이 보여서요. 물론 그게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나중에 플래그가 세워졌어도 그 플래그를 없는 셈으로 치고, 평소와 같은 관계로 유지하려고 하니까요. 나중에 플래그가 회수당하면 죽는 병이라도 있어요? 해피엔딩을 못 본다거나 하렘엔딩을 못 본다거나 그런 희귀병이?”
“애초에 그런 희귀병이 있을 리가 없잖아.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말고 빨리 이곳에 떠나자고, 점심을 먹을 시간이 이미 지났는데도 아무것도 못 먹고 피만 빼앗기고, 오늘따라 인생에 대해 생각할 것이 많아지는 시간이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에 감시병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했을 때는, 반경 5M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귀환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귀환마법을 매번 사용하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잡화점에 도착을 했을 때 내가 천장에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그게 문제다. 시야가 비추어진 이후에 윈디가 내 옆에 서 있는 것을 보면, 좋아. 나는 제대로 바닥에 귀환을 했
-쾅!
기는 개뿔!
“어라? 카일 씨는 천장에 매달리지 못하나요?”
나는 대체 언제까지 천장에서 머리를 부딪쳐야 하는 운명일까? 대체적으로 자신이 죽어가거나 죽었을 때, 인생에 대해 한번 생각해본다고 하는데, 그 중에 50%를 내가 귀환마법의 실수로 천장에 떨어지는 구간을 생각하기도 싫다. 그게 대체 뭐야. NG영상도 아니고!
“보통 인간이 천장에 매달리며 다니는 것처럼 이야기 하지마. 인간은 천장에 매달리면서 살 수 있는 동물이 아냐! 그리고 대체 그 신기한 생물을 쳐다보는 눈은 또 뭔데!”
“아하. 보통 인간은 천장에 다닐 수가 없구나.”
“넌 대체 인간을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을 할 수 없다고?”
레시아와 시나가 동화를 풀고 내 몸에서 밖으로 튀어나왔다. 검은 고양이는 그 상태로 바로 벽난로 옆에 붙어서 “후우.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하노라.”라고 중얼거렸고, 하얀 올빼미는 천장으로 날아가서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하군요.”라고 중얼거렸다. 둘 다 똑같은 반응을 보이면서 자신만의 공간에 들어간 것을 보고는, 늘 생각하는 거지만 대체 레시아는 어떻게 마왕이 된 걸까? 시나는 애초에 태어난 자체가 빛의 여신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레시아 같은 경우에는 마왕성에서 아마 이렇게 할지도 모른다.
머릿속에서 멋대로 상상을 해보자면...
“마왕! 너를 처단하러 왔다!”
“아. 잠깐 기다리거라. 지금 좋은 온도로 벽난로를 쬐고 있으니까.”
“아니. 마왕! 나는 용사다! 나의 의무는 너를 처단...”
“음~. 육포도 맛이 있구나. 용사여. 자네도 한 번 먹어보지 않겠는가? 멀리서 와서 배가 많이 고플 테니까.”
“장난 하자는 거냐! 마왕 레프리시아! 너를 처단하고 세상의 평화를...”
“하아. 육포와 따듯한 집이 있으니 극락이로군. 그나저나 왜 그리 춥게 멍하니 서 있는가? 불이나 쬐고 집에나 가거라.”
라고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그려졌다.
설마 파르온을 그렇게 내쫓은 건가?
“아무리 짐이 게을러 보이고 이상해 보이는 마왕이라고 하지만, 짐은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마왕이니라. 마왕의 일은 제대로 해낸다. 잡일은 마리아를 시키긴 해도, 짐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정해져 있으며, 이는 절대적으로 마왕이라는 이름을 이어받은 자로 해야 할 일이다.”
“육포 관리라고 하면 아이언 클로를 할 겁니다.”
레시아가 잠깐 굳었다.
그리고 나를 천천히 바라보고는 천천히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외쳤다.
“냐아아앗! 어째서인가! 아이언 클로는 그만두라고 하지 않았는가!”
“아이언 클로는 하지도 않았는데, 왜 혼자서 난리야!”
육포 관리였냐! 육포 창고를 관리하는 거냐!”
용사가 들으면 피눈물을 흘렸을 거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것은 용사들일까? 아무리 그래도 이런 마왕을 보면 맥이 빠져서 용사를 왜 했냐고 자괴감이 들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오후에는 하멀 씨와 또 다시 수사를 하러 가야 하니까. 빨리 점심을 먹도록 하자고요.”
천천히 비명을 지르는 것을 멈추는 레시아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지금 주인은 현기증으로 쓰러질 것 같다고 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그렇게 열을 올려서 태클을 걸면은...”
“...아. 이런.”
어느 사이에 내 몸은 기울더니 얼굴이 바닥과 붙었다.
“제길. 태클 거는 것 때문에 현기증이 단숨에 몰려오다니.”
하얀 올빼미가 천천히 사람의 모습으로 면모하면서, 10대 중반의 소녀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 마시멜로 같은 감촉의 작은 손바닥이 내 이마로 짚으면서 입을 열었다.
“마스터. 제가 요리를 할 테니 편히 쉬시길.”
“...적어도 먹을 수 있는 것을 만들 거라고 믿고 있겠어.”
시나는 어디서 만들어냈는지 모르는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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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을 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해줍시다.
그럼 저는 바이오하자드 7을 기다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