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89
289
호문쿨루스에 이어서 다른 괴물 같은 것을 보고 있자니, 이것은 사전에 티르를 습격하는 것이 모든 것의 정공법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티르가 어디에 틀어박혀서 만들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신호를 찾을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공격이 가능하지만, 대체 어디서 그 정보를 얻어야 할지 모르고 아이디어도 나오지 않을 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야 당연히...
“그래서. 카일에게 무엇을 했다고요? 마왕님?”
흡사 ‘고고고 모드’의 마리아는 벌받는 듯이 양팔에 손을 올리고 있는 레시아를 쏘아보기 시작했다. 애초에 고양이 모습이 아닌 레시아는, 페어링이 더 강화가 되면서 인간계에 능력이 안정화되었기 때문에, 본 모습을 돌아와도 딱히 죽거나 심한 경우 침을 흘리지 않는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그, 뭐냐. 짐은 단지 주인이 너무 무방비하게 자기 때문에, ‘무방비하게 자면 위험하다.’라는 교훈을 주고자 몸소 시범을 보인 것뿐이다. 그보다 짐보다 베니를 죄다 따라간 그대들이 나쁜 것이다! 그러니 짐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예로부터 마계는 약육강식. 약한 자는 빼앗기고 강한 자는 약탈하는 그런 잔혹한...”
“여긴 인간계입니다. 냥캣. 그리고 무방비한 마스터를 지키지 못할 망정, 역으로 습격을 한 당신이야 말로 사역마 실격입니다.”
“너도 은근히 주인을 노리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고 먹어 치운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좀 더 플라토닉한 관계가 이어지다가 마스터가 천천히 저에게 고백을 하는 방향으로 전개 되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요즘 시대에 플라토닉은 무슨...대세는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육식...”
“마왕님!”
중얼거리는 레시아의 소리는 마리아의 큰 소리로 인해 사라져버리고, 나는 허브티를 마시면서 어떻게 해야 티르를 붙잡을 수 있을지나 생각하기로 하자. 전에 있던 일에 태연하다고 생각을 할 텐데, 일부로 태연한 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옳다. 전에 있던 일을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쌓이니,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니까.
“누나는 슬프답니다아!”
루니아 누나는 옆에서 뭔가 호들갑스럽게 나타났다. 당장 치코리타로 공격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런 약한 포켓몬으로 루니아 누나에게 들이대봤자, 100이면 100으로 깨지기 마련이다.
“그보다 놀랬잖아요. 슬프다고 눈물까지 흘리다니...”
“하, 하지만 카일이! 저런 도둑 고양이에게! 크흡!”
루니아 누나도 굉장한 충격을 받고 나를 껴안으면서 펑펑 울기 시작할 무렵. 몇 명은 진정시켜야 그나마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걸 직접 당한 당사자 입장에선 얼마나 정신적인 충격이냐고 물어보면, 애초에 이건 레시아가 느닷없이 습격을 한 거의 범죄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도둑고양이라니! 짐은!”
“조용히 하세요. 냥캣. 아니 괴도 냥캣.”
“괴도는 왜 붙는 것인가!”
“우리 마왕님 탄핵하죠. 신랑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 참에 새로 갈아버리는 것도...크흐흐!”
루시피나로부터 얀데레 오러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레시아의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이리저리 흐르기 시작했다. 시나와 마리아, 루시피나에 루니아 누나까지 합공을 한다면, 아무리 레시아라도 편하지는 않겠지.
결국 레시아는 절을 하면서 “짐이 미안하다아앗!”하고 외쳤다. 페어링이 강화되었으니 더 강해졌다고 말하기 보단, 자신의 능력을 더욱 안정화 시켰으니, 이제 고양이 모습을 하지 않고 인간형으로 모습을 보낸다고 하지만...
“근데 레시아. 개인적으로 묻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 검은 귀와 꼬리는 대체 뭐에요?”
“아. 주인이 좋아하는 고양이 귀 미소녀다.”
“누가 좋아한다 말했냐!”
레시아가 너무 담담하게 말해서 누가 들으면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줄 알겠다.
“이 모습으로 카운터 위에 올라가서 잘 것이다.”
“적어도 치마나 드레스를 입은 상태로 엎드리지 마요. 뭘 할 생각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속옷을 보여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잖아요?”
“뭐. 각도에 의해서는 그럴 수 있겠군. 괜찮다. 서비스 컷이라 생각하거라.”
“여기는 글뿐이거든!”
설마 다른 사람이 진짜 그리지는 않겠지.
아니. 그리지마.
부탁이다.
“뭐 그건 그렇다고 해도.”
다시 손을 툭툭 털고서 일어난 레시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본래 원하고자 하는 목표를 필사적으로 붙잡고 취하는 것이 마계의 규칙. 아니, 마계가 아니더라도 본래 자연 그 상태의 규칙이 그런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움직이는 것이 지성이 있는 생명이 하는 것이니까. 따라서 생각을 해봤는데, 그대들은 어째서 눈치를 보고 주인의 곁에 다가가지 않는 것인가?”
“네?”
“예?”
“냥캣? 지금 뭐라고?”
갑자기 분위기가 느닷없이 레시아에게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레시아는 계속해서 말하며 잡화점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휘어잡기 시작했다.
“모두 주인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에서나 나올법한 하렘 만화나 소설처럼, 계속 늘어지고 있군. 이래서 조금도 진도도 나가지 않고 애매하게 되지 않는가?”
레시아가 너무 분위기를 휩쓸면 오히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냥을 당할 확률이 높으니, 나는 분위기를 깨부수기 위해 태클을 걸었다.
“아니. 무턱대고 진행해버리면 그거 과속이 되거든요? 그리고 수위도 생각하시죠? 게다가 요즘 하렘 만화나 소설에 대해 전혀 모르잖아요!”
“그럼 루나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그건 성인만 보는 거고! 이 나사 빠진 마왕아!”
루나가 모든 일에 원인이었나.
“그때 짐이 말한 “좋지 아니한가? 좋지 아니한가?”도 분명 루나의 만화 대사에서 나온...”
“그런 자세한 상세내역은 말하지 마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던 고양이 귀 소녀의 얼굴에서, 마치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이 손뼉을 치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흠. 그렇구나. 분량이 안 나오는구나. 몰랐다.”
“분량 생각을 어째서 댁이 걱정하는 거냐고!”
“그렇지만 주인. 분명 짐이 주인의 첫 번째로 순결을 가져갔...”
“뭘 가져가! 뭘!”
요즘 레시아의 말이 하나같이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할 무렵. 헛기침을 한 뒤에 레시아는 다시 고쳐 말했다.
“설령 주인과 밤에 야바위를 맨 처음에 했다고 할지라도.”
“어째서 야바위?”
“그거야 죠셉이 잘하니까 그걸로 비유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야바위로 비유하지마! 그보다 그건 비교도 못하잖아요!”
“그럼 직설적으로?”
“직설적으로도 말하지 마!”
마리아와 시나가 레시아에게 날아들면서, 레시아가 말하는 대사에 강제적으로 수정을 하는 긴급 회의가 열리기 시작하고, 상호간에 타협을 한 결과로 겨우겨우 다시 레시아는 입을 열었다.
그보다 그거 대사도 있었던 거야?
난 몰랐는데?
일상 아니었어?
“어쨌든 짐이 주인에게 강제로 필살기 48수를 먹인 첫 번째 여주인공으로서...”
“여주인공이라고 자기 스스로 말하는군요.”
“다르게 말하자면 히로인으로서.”
“그거 똑같은 의미니까 바꿔 말할 필요 없다고!”
레시아는 내 태클에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했는데...
“어차피 다른 자들은 우리들을 보면서 하렘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결과적으로 주인을 공동재산이라 생각하고 돌려쓰는 것은 어떠한가? 모두에게 기회를 주도록 하지. 그리고 짐이 철저하게 도와주는 것도 약속을 하고.”
“어이. 공동재산은 뭔데요? 돌려쓰는 건 뭔데요? 지금 절 상대로 아나바다 운동을 하려고 하는 거에요? 그리고 뭘 하렘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거에요? 이거 개그 장르 아니에요?”
“애초에 소재는 여러 가지가 혼합해서 쓰이긴 하지만, 소재 한 가지만으로 글을 이어나가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요즘 시대는 복합장르의 시대라서 시너지가 잘 맞는 소재로...”
“아니! 애초에! 티르를 지금 찾아서 야망을 멈춰야 하는데! 지금 이렇게 잡담하는 것만으로도 ‘이 글의 정체성은 대체 무엇인가?’로 변해버렸잖아요! 사공이 많아서 우주로 떠난 겁니까! 인터스텔라 찍으러 갈 거에요? 그리고 뭐가 시너지야! 지금 이렇게 엉망이 되어버렸잖아요!”
레시아는 가만히 나를 보다가 오른손을 자신의 눈가에 올리더니 V자를 하면서 발랄하게 외쳤다.
“반짝~★”
-20초 뒤.
“아이언 클로...그만...괴롭다...으극!”
레시아는 온 몸에 경련이 일어나면서 내 팔을 붙잡을 힘도 없이 축 늘어져 있었고, 겨우겨우 말을 토해내면서 나에게 자비를 구걸했다. 여러분 마왕은 이렇게 퇴치해보면 될 것 같아요. 물론 그 전에 마법을 맞고 죽지만 않는다면야...
“정말 근본도 없는 대화에 태클을 거니까. 역시나 지치긴 하네요. 하지만 아이언 클로를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여러분?”
내가 아이언 클로를 하면서 뿜어내는 분위기가 어땠는지 몰라도, 쇼콜라 씨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사색이 든 상태로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레시아는 내가 손을 때자마자 철퍽!하고 바닥에 쓰러졌고, 카렌이 안 보이는 이유는 루나와 같이 달로 올라갔기 때문이니까. 카렌이 도착한다는 뜻은 루나가 같이 온다는 뜻이고, 그 달 토끼에게 다크니스 핑거를 외치며 아이언 클로를 걸면 될 것 같다.
좋아. 다음 일정은 이걸로 예약해두자.
“마스터. 티르라는 사람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애초에 500년 후의 이야기이고 연금술에도 금술은 존재하니까, 영약이라던가 아니면 인간을 그만두는 석가면을 만들어서, 현재 외모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 않을까? 엘티노스 씨에게 물어봐도 잘 알려주지 않을 것 같은데, 게다가 별의 아이는 이미 다른 대륙으로 떠났으니...”
시나는 올빼미인 상태로 쓰러져있는 레시아 머리를 밟고 올라서면서 말했다.
“아랑이라면 가능하지 않습니까? 신앙을 이용해서 기적을 불러일으키는 물품이라도 만든다거나,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주는 나침반이라던가?”
“그건 잭 스페로우 씨에게 있잖아. 다른 차원의 존재에게 그런걸 빌리다간 머리가 날아갈 거야.”
게다가 5편을 찍는다는 소리도 있고.
잠깐? 물품이라면...
“잡화점을 한번 뒤져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요?”
아무리 위험한 물품이라도 적절한 시기에 사용하면 유능한 물품으로 바뀐다는 생각으로, 축 늘어진 레시아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내 의견에 동의를 했다. 2층과 3층에 있는 물품의 이름과 사용법이 적혀있는 책은 없어서, 어떤 것이 위험하고 위험하지 않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기회에 잡화점에 있는 물품들이 전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각자 2층과 3층을 수색해보죠. 저는 이곳의 장부를 확인하면서 특징이나 이름을 말해드릴게요.”
티르의 야망은 결과적으로 현재 있는 인류보다 더욱 뛰어난 사람을 개종해서, 자신이 전부 지배하려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정말 애석하게도 그 누구도 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 바보 같은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야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잡화점 물품을 잘못 건들이고 10번 정도 날아가는 것은 각오했지만, 정확히 1분 후에 그 첫 번째 신호탄이 터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
아...대타라니...
내 인생은 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