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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30

FNL-Phantasm 2016. 10. 15. 12:47

230

 

 

 

엘라임과 치열한 결투를 벌이고 있는지 3분정도 지났을 무렵. 나는 그 2%라는 희망에 의존한 나에 대해 저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어차피 굴려지는 것은 미래의 나라는 거지? 과거의 나. 당장 과거로 쳐들어가서 목이라도 베어 넘기고 왔으면 좋았지만, 과거의 내가 없다는 뜻은 지금의 내가 없다는 뜻이기에, 아무리 화가 나도 화를 식히려고 노력했다. 게다가 나의 화까지 식혀주기 위해 허공에서 물까지 떨어지고 있으니까.

 

...?

 

이런 제길!”

 

거대한 물줄기가 나를 내리찍어 누리기 전에,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옆으로 빠르게 굴렀다. 얇은 옷이 이미 내 몸을 착!하고 달라붙어 체온을 빼앗고 있었고, 이게 대체 옷인지 아니면 얇은 속옷인지 가늠이 안 잡힐 정도로, 옷의 기능을 상실한지 3분 밖에 되지 않았다. 그 동안 대체 무엇을 했는가 하면...

 

물 맞았다.

 

사막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워하겠어요? 이렇게 무자비하게 물을 뿌려대면!”

 

여전히 해연과 동화한 엘라임은 아무렇지도 않는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니가 사막에 있는 것도 아니지. 그래서 항복은?”

 

누가 항복한다고 그러는 거에요? 애초에 물만 맞았지 별 데미지는 없...”

 

-파앙!

 

거대한 폭음이 내 온 몸에서 터져나갔다. 순식간에 흐려진 시야에서 원상복귀까지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리겠지만, 형체라도 보이면 그나마 상관은 없다. 그나저나 항마의 축복을 받아도 정령계통의 마법은 아주 약간만 감소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데미지는 상당히 컸는지 다리부터 떨려왔다.

 

벌써부터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다고? 정령왕에게 도전할만한 포부는 어디로 사라진 거냐?”

 

이건...그래! 내가 겁을 먹은 게 아니라 다리가 웃겨서 떨고 있는 거에요.”

 

좋아! 내가 생각해도 회심의 일격이었다!

 

[주인...비무대회는 만담 대회가 아니니라.]

 

[시끄러워요! 아무리 정령왕이라도 이것은 웃을 거라고요!]

 

[...수분폭발을 한방 맞고 머리가 이상해지기라도 하는 것인가? 아무래도 주인은 한방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만?]

 

“...그 개그 재미없군.”

 

-파앙!

 

아오 진짜!

재미없는 개그를 생각한 과거의 나도 척살 대상 리스트에 올라가면서, 어쩔 수 없이...지금의 데미지를 더 받으면 안 되는 만큼, 화염속성의 마법이 있다면 좀 더 수월했겠지만, 지금은 속성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만큼, 나도 내 나름대로의 대책을 새웠다. 마나로 주변의 대기를 빠르게 진동시키면, 공기분자가 빠르게 진동하는 것과 동시에 열을 만들어내고, 거기서 좀 더 열을 더욱 끓어 올리면 플라즈마가 완성된다고 하지만, 그것까지는 필요 없고, 열로 인해 몸이 마르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게다가 항마의 축복이 걸린 만큼, 나에게 다른 부수적인 데미지는 없을 테니까.

 

...속성마법은 사용할 수 없구나.”

 

그걸 이제야 알았다는 소리를 밖으로 내뱉는 것이 아닐 텐데요? 아무리 속성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제 물에 적셔져서 워터파크에 이용할 일도 없으니,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오른손에 쥐고 있던 사브르 주변에도 공기가 미칠 듯이 진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도약 한 번으로 약 4m앞에 있는 엘라임에게 내려쳤다. 도중에 물화살이나, 물로 이루어진 대검을 휘둘렀어도, 내 몸 주변에는 진동으로 인한 열에 의해, 내 피부에 닿기 전 아슬아슬하게 공기 중으로 증발해버렸고, 지금은 내가 주먹으로 휘두르기만 해도 거대한 살상력을 가지게 되는 파괴병기가 된 상황.

 

그걸 알고 있는 엘라임은 자신의 숙주의 피부 하나라도 손상이 가지 않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나로부터 멀리 공간이동을 했다.

 

상당히 무식한 방법이군. 하지만 머리를 적당하게 쓰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발상이기도 하다. 인간치고는 제법 훌륭하군.”

 

그럼 전 정령왕에게 칭찬받은 사람으로 기억 되는 건가요?”

 

물론. 하지만...그걸 유지하는 시간은 얼마나 짧지? 1분도 안 될 것 같은데?”

 

정령왕이라서 꿰뚫어보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가성비가 좋지 않은 마법이다. 천천히 내 주변을 진동하고 있는 소음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나 또한 마나를 다시 회복해야만 했고, 마나의 축복을 받았다고 말해준 만큼 회복속도도 빠르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기다리지 않는 엘라임은 한 차례 또 다시 물벼락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 뭐냐...

어릴 적에 비 오는 날이면 날마다 아이들이, 비옷을 입고 자신은 비를 피해보겠다며 이리저리 움직이며, 비에 다 젖어서 부모님께 혼나는 그런 바보 같은 일을 한 기억이 있지 않는가? 내가 지금 엘라임의 공격을 피하고 있는 일이 그거다.

 

수분폭발.”


다시 엘라임의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파파파팡!

 

온 몸이 다시 적셔지고 그 이후 수분이 있는 곳마다, 주변에서 폭발이 일어나 어마어마한 충격을 안겨주는 빌어먹을 듯한 사기적인 기술...조만간 뼈라도 부러질 듯한 고통을 안고 다시 경기장을 굴렀다. 게다가 옷도 이제 내구력에 한계가 왔는지 부위 별마다 찢겨지기 시작했고, 장기전으로 갈수록 매우 불리해지는 만큼, 엘라임과 해연의 동화를 깨뜨려야만 했다.

 

후으...!...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아도 이렇게 까지는 맞지 않았는데.”

 

[뭘 그리 중얼거리는가 주인? 2%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인이 당당히 말해놓고, 98%의 확률로 지게 생기지 않았는가?]

 

[이정도 밀리는 것은 애초에 정해진 일이에요. 레시아. 정령과 정령사가 동화하는 것도 레시아와 저처럼 정신적인 연결이 맞죠?]

 

[아니. 그건 별개이지만...그래도 주인에게 제안하는 것이 있다. 적어도 그 바보 같은 작전보다는 더 좋아 보인다.]

 

[바보 같은 작전이라니요! 적어도 저의 작전은 지금부터...]

 

[계속 그렇게 공격 당한다면, 마나를 응축하고 그대로 폭발에너지를 만들어서 자폭하는 것은 먹히지 않는다고? 그보다 주인은 또 그런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어떻게 알았지.

 

[그럼 레시아의 방법은 뭔데요?]

 

[그것은...]

 

레시아는 내 안에서 내가 처음에 새웠던 작전과는 다른 작전을 설명하면서 나는 경청했고, 그 결과...내가 맨 처음에 대답한 텔레파시의 내용은 이러했다.

 

[미쳤어요?! 지금 나더러 뭘!]

 

[그거야 뼈아픈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주인이 상대하는 것은 해연이 아니라, 엘라임 그 자체이니라 그러기 위해선, 동화를 풀고 난 뒤에 천천히 요리해도 되는 일이지만, 그러기 위해서 주인은 지금까지의 작전을 새운 것에서 맨 마지막만 변경하면 되는 일이니라.]

 

[아무리 그래도 지금 나에게...]

 

[주인. 앞에 또 공격이 날아온다고?]

 

아오...진짜 나중에 아이언 클로라도 집행을 하던지 해야지!”

 

짜증나는 기분에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도, 다시 마나로 주변을 진동시켜서 열을 발생한 뒤에, 내 몸에 묻어있는 물길을 날려버리기 시작하면서, 이번엔 엘라임이 직접 나에게 날아와서 물의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숙주가 약해지면 자동으로 풀리는 것이 정령사의 동화니까. 지금이 가장 큰 기회다. 마법은 자동으로 활성화가 되도록 했으니 마음껏 저질러라!]

 

그러니까...레시아가 나에게 무엇을 제안했는가 하면...

 

[내 앞에 있는 상대를 키스로 흡정하라고 하다니. 조만간 레시아는 처절하게 울 준비나 하세요!]

 

그대로 상대방에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흡수 마법 중에서. 정기...즉 기력을 빨아들이는 마법을 레시아가 내 혀에 걸어놨다고 했다. 내가 어째서 혀에 위치를 해야 하냐고 하니까, 레시아의 대답으론 흡수마법은 표식이 그려져 있는 것이 패널티라, 대부분 흡수당하지 않기 위해 표식을 피할 것이라고 말을 했고, 근접거리에서 다가오는 상대에게는 정신적인 데미지도 줄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말까지 했다.

 

물론...나는 살려고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고. 물의 검이 내 목을 향해 다가오기도 전에, 나는 양손에 있는 검과 단검을 내려놓고, 엘라임의 양 팔을 잡은 뒤에 서서히 거리를 좁히고 입을 맞췄다.

 

?! 으읍!!”

 

상대가 더 도망가지 않도록 오른쪽 다리를 상대방 다리 사이에 걸어놓고는, 그대로 흡정마법이 발동하기 시작하면서 이내, 상대방의 기력이 내 안으로 이동해서 차곡차곡 차오르는 기분을 만끽한 체, 엘라임과의 동화가 풀리는 듯 물의 검이 서서히 사라졌고, 의식이 돌아온 해연 씨는 얼굴이 붉어진 체, 온 몸으로 저항을 하려고 했으나...정기를 빼앗겨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기에, 그대로 바닥에 누워지듯 쓰러지고 말았다.

 

잠에서 깨어났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라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천천히 입술을 때면서 늘어지는 거미줄과 같은 타액을 닦고 상체를 일으켰다.

 

한 번도 키스한 적도 없는데...좋아하는 사람에게 주기도 전에 훔쳐가다니...”

 

울먹거리며 입을 열었던 해연 씨의 맑은 하늘 빛의 눈동자에는, ‘또르르.’하고 눈물이 한 방울 쏟아져 내렸고, 흡정으로 인한 기력 부족으로 인해 정신을 잃었다. 죄악감이 300배로 드는 내 마음과는 정 반대로 레시아는 안에서 폭소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핫! 정말 볼품없는 싸움방식이 아니던가! 쿠후후훗!]

 

[조용히 해!]

 

그와 더불어 경기장에서는...멍한 눈으로 보는 사람이 80%였으며, 다른 남자들은 코피를 흘리는 상황까지 초래할 정도로 관람석은 개판이 되어 있었으며, 이중에서 몇 명은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신을 하기 시작했다.

 

...승자...카린...”

 

당황해 하며 목소리가 떨고 있는 심판도, 저기 위에서 보고 있던 경악한 나머지 찾잔을 떨어뜨린 류하 씨도, 그 옆에서 흥미 있는 눈으로 보고 있는 초량도, 그 외에 각국에서 비무대회를 지켜보시던 높으신 분들도,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어지간히 혼란스러운 모습인가 보다.

 

이번 경기만큼은 뭔가 열렬한 반응이라던가, 다른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체, 그저 멍하니 침묵을 유지하며 나는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본래 내 계획은 거대한 마나를 중축으로 지금까지 응축하며 거대한 마나 폭발을 경기장에 일으킬 생각이었으며, 지금까지 맞아가면서 버텼고, 5분 정도면 실행이 가능했다고는 하지만, 레시아의 제안은 5분은커녕 단 3초안에 해결하게 만들었다.

 

다만...거기에 치른 희생은 너무나도 뼈아팠다.

 

누군가가 이제 나에게 물어보면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하셨어요?”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만큼, 무시무시한 행적을 남겼으며, 이는 비무대회의 역사상 가장 이상하고 기묘하고 비열한 경기 중에 하나로 인식될 수도 있겠지.

 

***

 

도망치듯 잡화점에 돌아온 이후. 나는 레시아와 동화를 순식간에 풀고 아이언 클로를 집행하기 시작했다. 그날 경기를 보러 왔었던 쇼콜라 씨가 내 복부에 보디블로를 구겨 넣기 전까지는 레시아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짐은 잘못이 없다! 잘못이 없단 말이다! 냐아아아!” 라는 말만 반복했다.

 

아무튼 현재로 돌아와서 지금 쇼콜라 씨와 더불어 마리아, 루시피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내 목에 걸려진 푯말에서는 두 번 다시 다른 여자의 입술을 함부로 탐하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이 쓰여져 있었고, 나는 억울함을 삭힐 수 없어서 다시 레시아의 머리를 향해 오른손이 날아갔다.

 

냐아아아! 짐은 잘못이 없다 말이다!”

 

시끄러워! 따지고 보면, 이게 다 레시아의 정신 나간 작전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잖아요!”

 

그 이후로 다시 쇼콜라 씨의 보디블로가 나에게 다시 날아와서, 레시아를 놓치며 나는 차가운 잡화점 바닥에 다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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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카일은 죽지 않았네요.

(다만...다른 방면으로는 죽어버리겠지.)